소규모 마을 활성화 사업 선정
도 지원금 받아 생산시설 건립
자동화 시설 운영 품질 표준화
전국 가양주 대회 본선 진출도
외면하던 주민들, 이젠 ‘열성’

 

마을 앞으로 비산천이 흐르고 뒷산이 포근하게 감싸안고 있는 배산임수의 입지조건을 가진 의성군 구천면 선창마을은 따스한 정과 사랑이 살아 숨쉬는 정겨운 마을로 알려져 ‘찾아오고 싶은 마을, 살고 싶은 마을’로 꼽히고 있다.

 

한류가 세계를 강타하고 있다. 모든 것은 K로 통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것 같다. K-팝과 K-드라마에서 K-사상으로까지 확장되고 있다. K-푸드도 마찬가지다. 비빔밥을 선두로 김밥과 떡볶이, 컵밥까지 모두가 K-푸드라는 명찰을 달고 세계인의 입맛을 사로잡고 있다. K-푸드의 뿌리는 어디일까? 단연 할머니 즉 ‘할매’다. 할매칼국수를 시작으로 할매국밥, 할매곰탕 등 어느 음식에 붙여도 어울린다. 할매라는 말에는 우리의 정서에 맞는 깊은 맛이 배어 있기 때문일 것이다. 이젠 막걸리도 K-푸드의 대열에 동참하고 있다. 막걸리는 우리와 함께 한 세월이 가장 긴 술이다. 막걸리 빚기는 국가무형문화재에 등재됐고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 등재를 준비 중이다.

의성의 할매들이 집에서 가양주를 빚던 솜씨로 막걸리를 빚으면서 마을에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지방소멸을 걱정하는 시대에 할매들이 막걸리를 빚고 행복마을 자치사업으로 지방소멸을 막는데 힘을 보태고 있다. 의성군 구천면 선창마을(모흥3리)이 할매들의 유쾌한 반란이 일어나고 있는 곳이다.

선창마을은 마을 어귀에 있던 큰 저수지의 물이 맑아 선녀들이 내려와 놀았다고 하여 선창(仙昌)으로 불렸다. 앞에는 비산천이 흐르고 뒷산이 포근하게 감싸는 배산임수형의 명당으로 불린다. 비산천은 아직도 참가재가 서식하는 1급수로 자연환경이 잘 보존된 곳이다. 28가구에 57명의 주민들이 생활한다. 벼와 사과, 자두를 많이 재배한다. 버스가 하루에 2차례만 운행되는 한적한 마을이다.

조선 숙종 때 병마절도사를 지낸 ‘장한상’이 고향을 가꾼다는 집념으로 큰 모고지(慕古池)라는 저수지를 만들었다. 길이가 1185척에 폭이 431척에 이르는 큰 저수지였으나 1716년(병신년) 대홍수로 파손됐다고 여지승람에 기록되어 있다. 아직도 못마레(여수토)의 흔적이 남아 았다. 장한상은 의성 비안현 출신으로 무과에 급제해 선전관을 거쳐 함경도·황해도 병마절도사를 지냈다. 삼척영장 시절에는 울릉도 수토관으로 울릉도에 대한 조사를 실시했다. 마을 뒷산에 ‘만병수’라는 약수터가 있다. 만병에 좋은 약수라고 하여 만병수로 불린다. 많은 사람들이 이 물을 마시고 병을 고쳤고, 단종 때 우의정 ‘심혈’이 3일 동안 이곳에 머물면서 약수를 마시고 몸을 씻어 병을 고쳤다는 전설이 전해져 온다.

 

찹쌀, 누룩, 물에 ‘할매’들의 정성이 더해진 선창막걸리는 자동화시설을 통해 생산된다.

 

선창할매막걸리 공장

 

지난 2019년 도시청년 농촌살아보기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전국에서 20명의 청년들이 찾아와 마을 주민과 어울리면서 짚공예 등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그때 전통주 만들기가 인기를 끌면서 청년들의 입맛을 사로잡을 수 있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마을 전통 가양주를 현대인의 입맛에 맞게 가공한 막걸리를 만들기 시작했다. 2022년 ‘경북형 소규모 마을 활성화’ 시범사업에 선정되어 경북도로부터 사업비를 지원받아 건물을 짓고 생산시설을 갖추고 본격적으로 막걸리사업을 시작했다. 품질의 표준화를 위하여 자동화시설을 통하여 생산한다. 고두밥을 찌는 증자기에 찹쌀을 넣으면 세척부터 탈수, 찜, 냉각까지 자동으로 이루어진다.

 

선창마을에서 생산하는 ‘선창막걸리’

고두밥에 누룩과 물을 혼합해 발효를 시킨 후 걸러서 500㎖용 알루미늄 캔에 담는다. 알콜함량은 12%다. 캔 포장후에는 다시 2℃의 숙성실에서 7일간 숙성을 시킨 후 출하한다. 하루 600ℓ정도를 생산할 수 있다. 주로 7·80대의 마을 어르신들이 참여해 만든다.첫 생산을 시작한 2022년에 500팀이 참가한 전국 가양주 대회에 참가해 본선에 진출하는 성과를 거두기도 했다. 찹쌀과 누룩, 물에 ‘할매’들의 정성이 보태진 결과로 보인다.

 

창고 벽화가 그려지기 전과 후. 마을입구 창고에는 마을주민들이 함께 힘을 모아 예쁜 벽화를 그려 눈길을 끈다.

 

창고 벽화가 그려지기 전과 후. 마을입구 창고에는 마을주민들이 함께 힘을 모아 예쁜 벽화를 그려 눈길을 끈다.

2019년 행복마을 자치사업을 처음 시작할 때 가장 큰 어려움은 주민들의 무관심과 외면이었다. “이장도 힘들고 우리도 힘드는데 왜 이런 걸 해야 하나”, “아~ 나는 그런 것 할 줄 몰라”라는 말만 되풀이 했다. 우기암 이장(현 자치회장)은 포기하지 않고 설득하고 권유했다. 이렇게 출발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할 줄 모른다고 뒤로 빠지던 모습은 온데간데없고 주민들은 열성적으로 변했다. 덕분에 마을의 외관도 많이 바뀌었다. 전단지로 도배되다시피 했던 창고벽은 깔끔한 벽화로 꾸며졌다. 마을 하천변에는 데크를 설치해 야외 모임의 장소로 활용하고, 1.6km 제방에 수양벚나무 200그루를 심어 봄이면 화사한 꽃길이 된다. 공한지는 봄철에는 유채꽃, 가을에는 코스모스가 만발한다. 꽃이 피면 ‘꽃바람 술향기 축제’가 열린다. 축제기간에는 막걸리 체험과 지역 예술가들의 재능기부로 각종 공연이 열린다. 예전에 온 동네에서 이용하던 옛 우물터를 복원해 추억도 복원했다.

 

예술가 일촌맺기 프로젝트 운영
숙소 제공하고 주민에 재능기부
주민들, 시인·화가·사진가 ‘변신’
하천변 데크 설치·우물터 복원
마을 가꾸기하면서 애착심 ‘쑥’

옛우물터.

선창마을에는 ‘예술가 일촌맺기 프로젝트’로 예술가들이 마을에 들어와 주민들과 함께 생활한다. 마을에선 빈집을 리모델링해 숙소로 제공하고 예술가들은 매주 1~2회 그림, 전통무용, 한글, 도자기 등을 주민들에게 가르치며 재능기부를 한다. 6개월 정도 거주하면서 주민들과 함께 생활하다 보면 어느새 한마을 사람이 된다. 지금까지 5명의 예술가들이 거쳐 갔다. 그동안 마땅한 소일거리가 없었던 어르신들은 마을에 거주하는 예술가들을 통해 다양한 분야의 예술을 접할 수 있게 되었다. 화투놀이만 하던 회관은 교육장으로 바뀌었다. 한글을 배우고 그림을 그리고 도자기를 만들고 한국 전통춤도 췄다. 스마트폰으로 사진촬영하는 것도 배웠다. 평생 처음으로 잡아본 연필이고 붓이었지만 어느새 내면에 잠재되어 있던 끼를 발산하기 시작했다. 모두가 시인이 되고 화가로 변모해 갔다. 자녀들의 선물도 건강식품이나 먹거리 위주에서 스케치북과 공책, 연필과 같은 학용품이 추가 됐다.

 

마을 어르신들의 건강을 걱정해 회관에 급식실을 마련하고 하루 한 끼는 함께 식사를 하며 정을 나누고 안부를 챙긴다. 공동식사를 시작하면서 외지에 있는 자녀들의 걱정도 사라졌다. ‘나’가 아닌 ‘우리’라는 개념이 자리 잡으며 다른 사람을 배려하는 마음도 커졌다. “우리 마을에는 좋은 것 말고는 없다.” 주민들이 즐겨 쓰는 말이다. 그만큼 생각과 행동이 긍정적으로 변했다. 이런 노력의 결과로 2019년 의성군 행복마을만들기사업 성과공유회에서 최우수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이제는 마을 어르신들이 보행보조기를 밀고 가다가도 꽃밭에 잡초가 보이면 혼자서도 뽑고 물을 준다. 그만큼 마을에 대한 애착심이 생긴 것이다. 행복마을이 가져온 성과 중의 하나다.

고령화에 대비한 더 큰 그림도 그린다. 마을에서 노노케어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다. 마을 주민들이 연로한 어르신들을 돌봄으로써 평생을 보낸 고향에서 인생의 마지막을 마무리하도록 하기 위한 것이다. 이를 위해 주민들이 요양보호사 자격을 갖추고 장래에는 마을에서 운영하는 요양원을 건립할 준비도 차근차근 하고 있다. 소멸을 걱정할 정도로 위기의 마을이었지만 따스한 정과 사랑이 살아 숨쉬는 행복한 마을로 알려져 최근 귀농·귀촌하는 사람들이 꾸준하게 늘어나고 있다.

<김병태기자·홍상철 수필가>

 

 

[우리 마을은]

우기암 선창마을 자치회장

 

우기암 자치회장 “주민 단합 최고…내실있는 마을 가꿀 것”

“우리 마을은 이웃사촌을 넘어 ‘이웃무촌’이라고 부를 만큼 주민들 간에 정이 많은 마을입니다. 어르신들이 절반을 넘는 작은 마을이지만 단합된 힘으로 행복한 마을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곳입니다.” 우기암(69) 선창마을 자치회장은 자랑스럽게 말한다.

우 회장은 20년 동안 이장을 맡아서 마을을 위해 일했고, 3년 전부터 행복마을 자치사업에 전념하기 위해 자치회장을 맡아 동분서주하고 있다. 이장직을 수행할 때부터 행복마을 만들기를 위해 다양한 사업들을 유치하고 성공적으로 추진해 큰 성과를 거두었다는 평을 듣는다. 2022년에 경북형 소규모마을 활성화사업을 유치해 4억원의 지원 받아 막걸리 생산시설을 설치해 할매막걸리와 선창막걸리를 탄생시켰다.

마을 환경정비를 위해 전단지로 도배된 창고벽을 벽화로 재탄생시켰고, 쓰레기 선별장을 설치해 쓰레기 소각없는 마을로 만들어 쾌적한 마을 환경 조성에 앞장섰다. 마을 앞 비산천 제방에 200 그루의 수양벚나무를 심어 봄이면 꽃동네라고 부를 만큼 아름다운 마을로 변모시켰다. 코로나로 실내에서 행복마을 프로그램을 운영할 수 없을 때 마을 앞 하천변에 데크를 만들어 프로그램운영과 모임이 중단되지 않도록 하기도 했다. 오래된 우물을 복원하고 골목마다 투시형 담장을 설치해 깨끗하고 안전한 마을이 되도록 하는 등 마을환경 정비에도 크게 기여했다.

앞으로도 주민 역량강화에 주력해 내실있는 행복마을 만들기를 추진할 계획이다. 마을 어르신들과 도시청년이 함께 어울리는 체험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도시생활을 하는 자녀들이 함께 참여하는 마을로 만들겠다고 한다. 또한 고령화에 대비해 어르신들이 마을에서 생을 마감할 수 있는 노노케어 시스템을 구축한다는 큰 그림도 그리고 있다.

[가볼만한곳]

낙단보

◇낙단보

낙단보는 의성군 단밀면 생송리와 상주시 낙동면 낙동리를 연결하는 다기능보다. 정부의 4대강 정비사업으로 건설된 총연장 286m로 고정보 144.4m와 가동보 141.6m로 구성되어 있다.‘자연은 이롭게, 사람들은 즐거운, 생명이 유익한 생태환경조성’이라는 주제의 ‘이락지천’을 콘셉트로 설계됐다. 외형은 낙동강 3대 정자로 꼽히는 관수루의 처마 모양을 모방했다.

 

의성 생송리 마애보살좌상

◇의성 생송리 마애보살좌상

생송리 마애보살좌상(생송리 마애불)은 낙단보 바로 위쪽에 있는 고려 전기의 마애불이다. 전체 높이 213cm, 불상 높이가 164cm다. 가로 폭이 넓은 편평한 바위에 돋을새김을 했고, 머리에는 세 개의 꽃잎이 피어나듯 생긴 모양의 관을 썼다. 오른손으로 꽃을 잡고 활짝 핀 연꽃 위에 앉아 있다. 고려 전기의 불상이지만 오랜 세월 땅속에 묻혀 있어서 보존상태가 양호하다. 낙단보 통합관리센터 부지를 조성하던 중 발견되었다. 경상북도 유형문화재 432호로 지정되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