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천-회룡포마을] 청룡이 용틀임 하듯…내성천 푸른물 휘감는 ‘육지 속의 섬’
구불구불한 하천과 맑은 물
모래밭·산·마을 어우러져 비경
사색하기 좋은 ‘힐링 여행지’
2005년 ‘국가 명승지’ 지정
가을동화·1박2일 촬영하기도

푸른 청룡의 해였던 지난해 한국관광공사가 용(龍) 여행지 다섯 곳을 추천했다. 용의 기운을 듬뿍 받고 희망찬 새해를 맞이하자는 의미를 담았다. 예천의 회룡포와 삼척 수로부인헌화공원, 홍성 용봉산, 부산 해동용궁사, 고흥 미루마루길이다. 모두가 용과 관련된 스토리를 가진 곳이다. 전설 속에 등장하는 용은 신성한 존재다. 새해에 꾸는 용꿈은 최고의 길몽이다. 누구나 새해에는 용꿈을 바라지만 쉽지만은 않다. 국토지리정보원 자료에 따르면 용 관련 지명은 전국에 1261개 정도다. 주로 용 모양을 하고 있거나 용의 승천과 관련이 있다.
예천군 용궁면 회룡포는 내성천 푸른 물이 산과 마을을 휘감고 돌아가는 모습이 청룡이 용틀임하는 모습을 닮았다. 반짝이는 은빚 모래사장은 용의 비늘 같다. 청룡 같은 내성천 물이 사철 흐르니 언제나 살아있는 용을 볼 수 있다. 그러니 용궁에서 살아있는 용을 보는 것과 같다고 할 수 있다. 사헌부집의를 지낸 윤사석이 연산군의 폭정을 보고 사모와 관복을 찢어 버리고 청주로 들어와 은거했다. 아들 윤욱이 후환이 두려워 용궁 무이로 이주했으나 은신처가 마땅치 않다고 하여 6대손인 윤인이 다시 대은리로 옮겨왔다. 크게 숨을 수 있는 곳이라 하여 대은(大隱)이라고 한 마을이다.

회룡포는 산줄기를 물길이 휘감아 태극 모양을 만들어 ‘산태극수태극’을 이룬 곳이다. 물길이 180도 이상을 휘감아 돌 때 쓰는 말이다. 안동 하회마을도 같다. 물길이 돌아서 가는 곳이라고 해서 이름에 돌 ‘회’(回)자를 넣었다. 회룡포는 물길이 350도를 돌아 흙을 한 삽만 떠내면 섬이 된다고 하여 육지 속의 섬이라고도 한다.
구불구불한 하천과 맑은 물, 모래밭, 가파른 산, 그리고 농경지와 마을이 어우러져 비경을 만들었다. 2005년에 국가 명승지로 지정됐다. 전국의 여행작가 100인이 추천하는 ‘전국 아름다운 여행지 100곳’중의 하나다. TV 드라마 ‘가을동화’와 예능방송 ‘1박 2일’의 촬영지로도 유명하다. 맞은편 비룡산에 있는 회룡대에 오르면 회룡포의 아름다운 모습을 한눈에 볼 수 있다.

회룡포의 명물은 뿅뿅다리다. 제방도로가 개설되기 전에는 마을로 들어가는 유일한 다리였다. 대략 50여 년 전 예천군이 내성천에서 공사를 하면서 공사용 철판을 이용해 다리를 만들었다. 아나방으로 불리는 구멍뚫린 철판은 내구성이 강해 건설 현장에서 많이 사용하는 자재다.

회룡포의 뿅뿅다리는 구멍철판 3장을 붙인 것으로 폭이 1.3m 정도로 좁아 마주 오는 사람이 있으면 잠시 멈추고 조심스럽게 비켜 가야 한다. 뚫린 구멍 사이로 물이 퐁퐁 솟아오른다고 해서 ‘퐁퐁다리’로 불리다가 지금은 뿅뿅다리로 불린다.

뿅뿅다리를 건너 마을로 들어서면 천하대장군과 지하여장군을 만난다. 장승 사이 길바닥에 있는 큐알코드를 찍으면 회룡포 마을에 대한 안내가 나온다. 내성천을 따라 마을을 감싸고 있는 제방에 산책로가 만들어져 있다. 단풍나무와 소나무, 배롱나무 등이 시원한 그늘을 만들어 준다. 맑은 공기를 마시고 푸른 물결을 보면서 산책로를 걷는 것만으로도 힐링이 된다.

봄이면 청보리와 노란 유채꽃이 아름다운 경관을 선사한다. ‘미르 미로공원’은 어린이들의 호기심을 자극하는 공간이다. 측백나무와 향나무로 조성된 꼬불꼬불한 미로를 찾아서 나가는 재미가 쏠쏠하다. 출구를 찾지 못해 갔던 길을 되돌아 나오기를 반복해도 실망할 필요는 없다. 포기하지 않고 출구를 빠져나와 힘차게 종을 치면 세상의 주인공이 된 기분이 든다. 회룡포 노래비 앞에서 회룡포 노래를 흥얼거려 보는 것도 재미가 있다.

주민 스스로 명품마을 만들고자
2006년 영농조합법인 설립·활동
사과대추 수확·장아찌 담기 등
지역 농산물 활용 체험활동 인기
회룡포 마을에는 또 다른 마을이 하나 있다. 마을 속의 마을, 지리적 마을이 아닌 기능적 마을이다. 바로 ‘회룡포 녹색농촌체험마을’(대표이사 이태경)이다. 주민들 스스로 마을을 명품마을로 만들자는 취지에서 만들었다. 2006년에 영농조합법인으로 설립해 16명의 조합원들이 활동하고 있다.

체험마을에선 지역의 농산물을 활용한 체험을 한다. 초등학생에서부터 어른들까지 고루 참여한다. 가을이 되면 고추와 사과대추를 이용한 사과대추고추장 만들기 체험과 사과대추 수확체험을 한다.
고춧가루에 메주 가루와 엿기름, 조청 등의 부재료를 혼합해 걸쭉하게 되면 여기에 사과대추즙을 넣는다. 일반 고추장과 비슷하지만 사과대추즙을 넣는 것이 색다르다. 고추장 500g에 사과대추즙 120㎖를 넣는다. 그동안 먹어보기만 했던 고추장을 직접 만들어 보는 과정을 통하여 우리 음식의 중요성을 인식하게 된다. 또한 마른 고춧가루가 선홍빛 고추장으로 변해가는 모습을 보면서 성취감도 느낀다. 사과대추 수확체험도 인기 있는 체험 중의 하나다. 빨갛게 익은 사과대추를 따면서 수확의 기쁨을 느낀다.

블루베리 수확체험과 장아찌 담기 체험도 있다. 조합원들의 농장에서 보라색 블루베리를 수확하면서 달콤함을 느낀다. 명이와 미나리, 양파를 활용한 장아찌 담기 체험도 한다. 가을철 김장 체험은 언제나 오픈런을 해야 한다. 사전 예약을 받아 마을에서 배추를 절이고 고춧가루와 마늘 등 양념을 준비한다. 체험객들은 절인 배추를 양념으로 버무리면 된다. 김장은 체험객들이 가져간다. 김장 체험을 마치고 먹는 돼지고기 수육과 김장김치는 환상의 맛이다.

전기 스쿠터와 자전거를 타고 마을 안길을 달려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숙박체험도 한다. 60~70명이 동시에 숙박할 수 있는 단체숙소와 가족용 숙소를 함께 운영한다. 단체숙소의 주말 예약은 1년 전에 해야 할 정도로 인기가 높다. 숙박객들에게는 조합원들이 식사도 제공한다. 예천군 지역에 있는 다른 체험마을과 서로 돕는 체험 품앗이도 한다. 상호간의 협력을 통하여 공동 발전을 도모하는 윈윈 전략이다.

최근에 트로트 열풍이 불면서 회룡포를 찾는 관광객이 계속 늘어나고 있다. 주말이면 2000~3000여 명이 찾아온다. 뿅뿅다리에서 인증샷을 남기고, 산책로와 은빛 백사장을 걷는다. 가수 강민주는 그의 노래 ‘회룡포’에서 ‘나 이제 그곳으로 돌아가련다. 내 마음 받아주는 곳. 아 어머니 품속 같은 그곳 회룡포로 돌아가련다.’고 노래했다. 원곡을 김희재와 김다현 같은 실력파 후배 가수가 커버해 더욱 인기다.
관광객들이 회룡포를 찾는 것은 노래 가사처럼 치열한 삶의 현장에서 잠시 벗어나서 지난 시간을 되돌아보고 조용한 휴식의 시간을 갖고자 하는 생각과 맞아떨어진 결과로 보인다. 회룡포는 여유를 가지고 조용히 사색하고 체험하는 힐링 여행지다. 고향 같고 어머니 품속 같은 회룡포에서 가족과 친구와 연인끼리 손을 잡고 삐그덕거리는 뿅뿅다리를 건너고 돌담길을 걷는 힐링 여행을 권해본다. 이른 아침 산책로에서 내성천의 물안개를 만나 환상의 세계로 빠져드는 행운을 만날 수 있을 것이다.
권중신기자·홍상철 수필가
<우리 마을은>

이승현 사무장 “수려한 경관에 하루의 피로가 싹~”
“우리 마을은 편안함을 주는 여행지입니다. 마을을 방문하신 분들이 돌아갈 때 ‘편하게 놀고, 맛있게 먹고, 푸~욱 자고 간다’는 말을 들을때 기분이 가장 좋습니다.” 이승현 회룡포 녹색농촌체험마을 사무장은 이 말 한마디에 하루의 피로가 싹 풀린다고 말한다. 회룡포는 내성천과 비룡산이 어우러진 수려한 경관을 자랑하는 곳이다. 호젓한 산책로가 있고, 백사장 맨발걷기 코스도 있다. 등산을 좋아하는 사람들을 위한 비룡산 등산로도 있다. 마을 안에 있는 호수공원에서는 조용히 사색을 할 수도 있다. 마을에서 생산한 농산물을 활용하는 다양한 체험도 즐길 수 있다.
이 사무장은 서울에서 생활하다가 귀향해 5년 전부터 체험마을 사무장을 맡아서 활동하고 있다. 귀농 후 농촌지역에서 일할 수 있는 일자리를 찾다가 예천군에서 공모한 구인광고를 보고 응시해 사무장으로 일하고 있다. 처음 해보는 일이었지만 자신의 적성에 잘 맞았다. 농촌체험을 공부하고 다른 체험마을을 벤치마킹하는 등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언제나 머릿속에는 마을의 자원과 연계한 체험 프로그램을 개발할 생각으로 가득하다. 프로그램 개발에서부터 예약, 진행까지 도맡아서 하고 조합원들과 함께 숙박 준비와 식사까지 제공한다. 마을에서는 만능 사무장으로 통한다. 못하는 일이 없고 안하는 일도 없는 멀티플레이어다. 주민들은 어디에 내놓아도 빠지지 않는 최고의 사무장이라고 자랑한다.
“앞으로는 관광객들은 즐거운 마음으로 즐기고, 주민들에게는 소득이 발생하는 체험 프로그램을 개발해 관광객과 주민이 윈윈하는 체험 명품마을로 만들어 나가겠다.”면서 “항상 즐기는 자세로 일하고, 더 많은 관광객이 찾아올 수 있도록 회룡포 마을 홍보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이 사무장은 각오를 다지고 있다.
홍상철 수필가
<가볼만한 곳>

◇선몽대
선몽대는 1563년 퇴계 이황의 문하생이면서 종손자인 우암 이열도가 건립한 정자다. 내성천 옆 절벽 위에 세워져 쉼없이 흐르는 맑은 물과 넓은 백사장이 한눈에 들어온다. 주변에 수 백년이 된 소나무와 은행나무가 숲을 이루고 있다. 2006년에 국가명승 제19호로 지정됐다.
선몽대는 하늘에서 신선이 내려와 노는 꿈을 꾸었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선몽대 편액은 퇴계 이황의 친필이다. 정자 내에는 퇴계 이황과 약포 정탁, 서애 류성룡, 청음 김상헌, 한음 이덕형, 학봉 김성일 등의 친필 시를 새긴 목판이 있다. 수해와 바람으로부터 인근 백송리 마을을 보호하기 위해 조성한 선몽대 숲에는 소나무와 은행나무, 버드나무가 울창하다. 숲에는 ‘산은 좋고 물은 크고 길다’는 의미를 담은 ‘산하호대’와 신선이 산다는 ‘선대동천’을 새긴 표지석이 세워져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