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양-수비면 오무마을] 쏟아지는 별빛 아래 반딧불이 춤추는 ‘힐링 마을’
6.25를 모르고 지난 오지 중의 오지
훼손된 적 없는 천혜의 자연환경
마을 앞엔 은어 사는 1급수 왕피천
빛공해도 적어 ‘실버등급’ 밤하늘
육안으로 은하수·북두칠성 관찰
환경보호 상징 ‘반딧불이’ 사는 곳

우리는 흔히 오지(奧地)를 말할 때 ‘무진장’과 ‘BYC’란 말을 쓴다. 전북과 경북의 산악지역을 지칭하는 말이다. ‘무진장’은 무주·진안·장수, ‘BYC’는 봉화·영양·청송이다. 국어사전에서 오지는 ‘해안이나 도시에서 멀리 떨어진 대륙 내부의 땅’으로 설명하고 있다.
오지는 들어가기도 어렵고 한번 들어가면 나오기도 어렵다고 한다. 교통이 불편해 들어가기 어렵지만 경치가 너무 아름다워 나오기 싫은 곳이라는 의미다. 예전에는 오지라고 하면 산골, 불편, 고립을 떠올렸지만 이제는 청정·자연친화·녹색·힐링을 떠올리게 한다. 훼손되지 않은 자연을 보존하고 있기 때문이다.
영양군은 86%가 산지인 산악지역이다. 산지가 많은 만큼 생활에 불편은 있으나 자연환경이 원형에 가깝게 잘 보존된 지역이다.
영양에서도 ‘육지 속의 섬’으로 불리는 마을이 있다. 수비면 수하3리다. 오무와 송방 두 개의 자연부락으로 이루어져 있다. 오무는 오동나무가 많았고, 송방은 울창한 소나무 숲이 있다고 해서 오무와 송방으로 불린다. 통고산과 일월산에서 발원해 동해로 흐르는 왕피천이 마을 앞으로 흐른다. 오래전에 흥해배씨가 마을의 터전을 잡았다고 한다. 현재 29가구가 생활하는 전형적인 산촌마을이다.

마을 앞을 흐르는 왕피천은 울진군 왕피리를 거쳐 동해로 흐른다. 하천 바로 건너편은 울진군이다. 1급수가 흐르는 청정하천으로 꺽지와 퉁가리(산메기), 은어가 많다.
은어 치어는 바다에서 겨울을 보낸 후 봄에 하천을 따라 올라오면서 성장한다. 9월경에 산란을 하고 어미는 죽는다. 은어는 산란 후 2~3주가 지나 부화하면 하천을 따라 바다로 내려가 바다에서 겨울을 보내고 다시 태어난 곳으로 올라오는 회귀성 어류다. 수하리의 은어도 동해와 왕피천을 오간다. 1년생 어류지만 가을철에 산란을 하지 않고 겨울을 보낸 후 1년을 더 사는 것도 있다고 알려지고 있다. 수박향이 나고 맛이 좋아 옛날부터 왕실에 진상했다는 이야기가 전해온다.
꺽지도 1급수에 사는 한국 고유종으로 쏘가리와 모양이 비슷하지만 크기가 조금 작다. 살이 탄탄해 매운탕으로 즐겨 먹는다. 4~6월 경에 큰 돌 밑에 암컷이 산란을 하면 부화할 때까지 수컷이 지키는 부성애가 강한 어종이다.
하천에 은어나 꺽지, 퉁가리 등이 많이 산다는 것은 물이 맑다는 것을 증명하는 셈이다.

수하리 일대는 국제밤하늘협회(IDA)가 지정한 영양국제밤하늘보호공원이다. 2015년 아시아 최초로 지정됐다.
IDA는 별빛이 밝은 밤하늘을 선정해 보호공원으로 지정하고 있다. 밤하늘 보호를 통하여 빛(조명)에 대한 효율적인 활용으로 생태계를 보호하기 위한 목적이다. 2007년 미국의 내추럴 브리지스 국립천연기념물을 시작으로 미국과 독일, 스코틀랜드, 헝가리 등 전 세계 30곳이 지정되어 있다. 보호공원은 ‘금은동’ 3개의 등급으로 구분된다.
영양은 빛 공해와 다른 인공조명으로부터 영향이 적은 밤하늘인 실버등급(은)이다. 밤하늘 질 측정기 등급 기준으로 하늘 밝기 측정값이 평균 21.37mag/arcsec²(범위 21.74~21.00)로 탁월하고 투명도가 세계적으로 뛰어나 은하수, 유성 등 밤하늘에서 발생하는 현상을 육안으로 관측할 수 있는 지역이 해당된다. 밤이 되면 하늘에는 은하수에서부터 북두칠성 등 교과서에 나오는 별자리를 육안으로 관측할 수 있고, 수없이 많은 별빛이 쏟아져 내린다.

하늘에 별이 있다면 땅에는 반딧불이가 있다. 반딧불이는 딱정벌레목 반딧불이과에 속하는 곤충으로 개똥벌레로도 불린다. 짝짓기와 산란장소를 찾기 위한 신호로 꽁무니에서 빛을 낸다. 유충은 다슬기나 달팽이 같은 연체동물을 먹이로 한다. 환경변화에 민감해 환경 지표종으로 주목받고 있으며 환경보호의 상징으로 여겨진다. 마을 앞 왕피천은 반딧불이 보호를 위해 다슬기 채취 금지구역으로 지정되어 있다.

모든 것 불편한 깊은 산골이지만
비옥한 토양과 적당한 강우량
큰 일교차로 명품 고추 키워내
이고 지고 왕복 80리 장터 가던 길
이제는 자동차 다니는 포장 도로
관광객 늘고 귀농귀촌도 이어져
청정한 자연에서 생활하는 주민들의 삶은 녹록하지 않았다. 오지인 만큼 모든 것이 부족하고 불편했다. 밭농사가 많다보니 소득은 적고 일은 많았다. 감자나 콩, 옥수수를 심어 식량으로 삼았다. 그나마 고추가 소득작목이었지만, 한여름 땡볕 아래에서 고추를 수확하는 일은 힘든 일이었다. 쏟아지는 땀은 닦아도 닦아도 끝없이 흐르고 등은 불판처럼 뜨거워진다. 잠시 허리를 펴고 일어서면 현기증이 나지만 멈출 수는 없다. 이 고추로 가족을 먹여 살려야만 하기 때문이다.

수하리의 고추는 명품 고추로 인정 받는다. 비옥한 토양과 적당한 강우량, 큰 일교차 등 고추 재배에 필요한 조건들을 고루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오랜 기간 축적된 재배기술도 한 몫을 한다. 덕분에 다른 지역의 고추보다 더 비싼 값에 팔린다. 이른 봄부터 단골 고객들이 예약을 한다. 특히 매콤한 맛과 단맛이 조화롭게 어우러진 수비초는 주문량을 채울 수 없을 정도로 인기다.
수비초는 영양지역에서 재배되던 토종 고추다. 멸종된 것으로 알려진 것을 영양고추연구소가 복원해 농가에 보급하고 있다. 가을에 한 차례만 채밀하는 토종꿀도 있다.
교통이 불편하던 시절 생필품을 조달하는 일은 고역 중의 고역이었다. 오일장을 보러 가는 길은 고생길이었다. 마을에서 가까운 장은 두 곳이다. 구절양장 같은 왕피천을 따라가다가 한티재(430m)를 넘으면 수비장이 있다. 마을에서 40리(16km)다. 왕복 80리나 되니 하루 만에 다녀오기가 빠듯하다.

울진 매화장까지는 해발 700m의 고초령을 넘어 50리(20km) 길이다. 지게에 곡식을 가득 지고 고개를 넘는 일은 고역이었지만 피할 수 없는 일이다. 한편으로는 산골에만 있다가 시장 구경을 간다는 설렘도 있었다. 아이들이 울면서 따라올 때는 엿이나 과자를 사오겠다고 달래서 겨우 떼어 놓는다. 왕복 100리 길이라 장터에서 서성거릴 시간도 없다. 시장 구경은커녕 국밥 한 그릇 먹을 여유도 없어 선걸음에 돌아서 온다. 지고 간 곡식은 고등어나 명태, 미역 같은 해산물로 바꾸어 온다. 빠른 걸음으로 와도 집에 오면 한밤중이다.
울진으로 가는 길은 아직도 비포장인 임도다. 사륜구동 차량만 겨우 다닐 정도다. 오무마을로 가는 길은 1990년대 중반이 되어서야 뚫렸다. 비포장이었다가 2006년에 포장됐다. 비포장도로라 주민들이 길을 고치는 부역을 해야 했다. 학부형들은 학교까지 나뭇짐을 지고 가서 난로를 피우도록 했다. 6.25전쟁이 일어난 지도 몰랐다고 한다. 그래서 ‘오지마을의 끝판왕’으로 불린다.

그러나 이제는 달라졌다. 길이 확장되고 자동차가 보급되면서 생활의 불편함은 많이 줄어들었다. 오히려 청정지역이라는 이미지가 부각 되면서 찾아오는 관광객도 늘어나고 귀농귀촌도 이어지고 있다. 통신사 기지국이 설치되면서 외부와의 통신도 원활하다. 이를 두고 마을 주민들은 천지개벽했다고 한다.
“생활이 편리해고 외지인의 방문도 늘어나는 만큼 청정자연이 훼손되지는 않을까 하는 걱정도 있다.”면서 “힘을 모아 깨끗한 자연이 지켜나가겠다.”고 주민들은 말한다. 예전에 겪었던 오지의 불편함은 잊고 청정한 자연이 계속 지켜지기를 기대해 본다.
이재춘기자·홍상철 수필가
<우리마을은>

박상수 노인회장 “주민 편의 최우선으로 청정자연 보전”
“우리 마을은 산골 마을이라 조용하고 깨끗한 곳입니다. 어디에 내놓아도 빠지지 않을 만큼 아름답고, 깨끗한 물과 맑은 공기, 울창한 소나무 숲이 있는 마을입니다”라고 박상수 수하3리 노인회장은 자랑을 한다. “옛 모습을 간직하고 있고 인심이 좋아 한국적인 정서가 느껴지는 마을”이라고도 강조했다.
오무와 송방 두 개의 마을로 이루어진 수하3리는 자연환경이 잘 보존된 곳이다. 마을 앞에는 은어가 올라오는 왕피천이 흐르고 사철 솔향기를 품은 청량한 바람이 분다. 박 회장은 서울에서 유통업을 하다가 수하리의 아름다운 환경이 마음에 들어 11년 전에 귀촌했다.
처음 귀촌했을 때는 사투리를 알아듣지 못해 어려움도 겪었지만 이제는 노인회장을 맡아서 마을 주민들과 정을 나누면서 생활하고 있다.
산촌마을에서는 혼자서 모든 일을 해결하기 어려운 특성이 있어 서로 돕고 사는 것이 몸에 배어 있고 그런 분위기에 박 회장도 동화되어 살아간다고 했다. 모든 일은 품앗이를 한다는 생각으로 서로 도우며 살아가는 모습이 아름답다고 했다.
노인회 총무를 거쳐서 지난해부터 노인회장을 맡아서 누구보다도 마을 일에 앞장서고 있다. 박 회장은 “앞으로도 청정한 자연환경을 잘 지키면서도, 주민들의 생활 불편 해소에 작은 힘이라도 보태겠다”며 “모두가 안전하고 건강한 생활이 되도록 주민들과 함께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홍상철 수필가
<가볼만한 곳>

◇영양반딧불이천문대…반딧불이와 별 동시에 관찰
영양반딧불이천문대는 반딧불이와 별을 동시에 관찰할 수 있는 국내 유일의 천체관측소다. 낮에는 태양망원경을 이용해 태양의 흑점과 홍염을 관측할 수 있고 밤에는 행성과 성운·성단·은하, 달 등을 관측할 수 있다.
천체망원경과 천체투영실이 있어 시간과 날씨에 상관없이 실내에서 별을 관측할 수도 있다. 3층에 있는 주관측실에는 400mm 슈미트카세그레인식 반사굴절망원경을 갖추고 있어 성운과 성단 등 다양한 별자리를 관측할 수 있다. 보조관측실에도 150mm 굴절망원경과 250mm 반사망원경을 각각 2대씩 갖추고 있다. 야간 별 관측 프로그램도 운영한다.
밤 8시 20분부터 3차례에 걸쳐 30분 동안 진행된다. 진행에 앞서 별 관측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해 1층 전시관 관람과 천체투영실 영상물을 시청한 후 별 관측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천문대 관계자는 달 관측은 음력 5일에서 15일 사이가 좋고 성운이나 성단 은하 관측은 달이 없는 그믐에 하는 것이 좋다고 알려 준다. 영양군 수비면 반딧불이로 129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