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진-매화마을] 분홍빛 꽃길 반기는 마을, 만화거리 따라 추억을 걷다
과거 집집마다 매화나무 있어
울진이 고향인 작가 이현세
만화거리 만들어 관광객 유치
가족 단위 방문객 발길 잇따라

모든 사물은 이름을 가지고 있다. 땅과 바다도 마찬가지다. 그 이름을 지은 사람을 아는 경우도 있지만 모르는 경우도 많다. 이름은 단순한 소리의 조합이 아니라 정체성을 담고 있다. 또한 브랜드이기도 하다. 정체성과 이미지를 담은 모습이 실제의 모습과 연결된다면 더할 나위가 없다. 전국의 기초자치단체인 시군구는 226개다. 하부기관인 읍·면·동은 3562개다. 3562개에 이르는 읍면동은 모두가 자신의 정체성을 담은 지명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지명 유래를 살펴보면 정체성을 파악할 수 있다. 이 많은 읍면동 중에서 꽃 이름을 지명으로 사용하는 곳은 단 한 곳뿐이다. 울진군 매화면이다. 사군자의 으뜸이라고 하는 매화를 지명으로 지은 이유가 무엇일까 하는 궁금증이 든다.
조선시대 울진현의 먼 남쪽이라고 하여 원남면으로 불리다가 2014년에 매화면으로 변경했다. 방향성을 감안하여 부르던 지명을 역사와 지역의 자원을 고려해 변경한 것이다. 그 매화면의 소재지가 매화1리다. 예전부터 매화가 많은 마을이라고 하여 매화마을로 불리던 곳이다. 240가구에 400여 명의 주민이 생활하는 큰 마을이다.
매화리는 이른 봄이면 매화향이 천지를 진동시키던 마을이었다. 지금도 수령이 수백 년이나 되는 고목이 많이 남아 있다. 고목들은 아직도 진한 매화향을 퍼뜨리면서 봄의 전령사를 자처한다. 퇴계 이황이 도산서원 옆에 매화와 소나무, 대나무, 국화를 심은 절우사(節友社)라는 작은 화단을 만들었는데 이곳에 심은 매화나무가 울진 매화마을에서 옮겨가 심은 매화라는 이야기가 전해지고 있다.
2000년에 마을에 있던 매실농장이 폐원하면서 거기서 캐낸 매화나무를 마을청년들이 도로변과 하천 제방에 심었다. 매화마을의 정체성을 살리고 경관을 가꾼다는 생각에서였다. 마을 앞을 통과하는 7번 국도의 가로수도 매화나무다. 매화꽃이 필 무렵이면 온 마을이 매화향으로 가득찬다. 매화천 제방도로 7km 구간에는 배롱나무가 심겨 있어 여름에는 분홍빛 꽃길이 관광객을 불러 모은다. 봄철 매화꽃이 지고 6월에 매실 수확을 마친 이후에도 볼거리를 제공하기 위해 개화기간이 긴 배롱나무를 심은 것이다. 마을에선 5월 말부터 6월 초까지 매실따기 체험 축제가 열린다. 매실 수확과 매실 에이드 만들기, 매화꽃 바람개비 만들기 등 매실 관련 다양한 볼거리와 먹거리가 있다. 어린이 사생대회와 버스킹 공연, 난타공연 등도 펼쳐진다. 올해 축제에는 하루에 1000여 명 이상이 찾아왔다. 조그마한 시골마을의 축제로서는 성공적이고 특색있는 축제로 평가받고 있다.

마을에 들어서면 골목골목이 만화로 장식되어 있다. 바로 ‘이현세 만화 매화벽화거리’(이하 만화거리)다. 이현세 작가의 만화를 벽화로 그린 것이다. 울진이 고향인 이현세 작가는 ‘공포의 외인구단’과 ‘남벌’, ‘아마게돈’ 등의 작품으로 우리 만화계를 대표하는 인기 작가다. 만화거리의 시작은 매화중학교 학생들의 그림이었다. 중학생 16명이 농협 담장에 자신의 꿈을 그림으로 그렸다. 이 그림이 인기를 끌면서 메스컴의 주목을 받았다.

울진 출신인 작가의 만화거리를 만들어 관광객을 유치하자는 아이디어가 나왔다. 작가에게 만화벽화 조성 계획을 설명하고 동의를 받아서 만화거리를 조성했다. 2017년에 1차로 250m 구간에 만화를 그렸다. 현재는 1000m로 늘어났다. 작가의 대표 작품인 ‘공포의 외인구단’과 ‘누구라도 길을 잃는다’, ‘남벌’ 등의 주요 장면들이 그려져 있다.

2019년에는 ‘남벌’을 주제로 한 열차 카페도 만들어졌다. 만화거리 개장식에 초청된 이현세 작가가 축사에서 “웹툰으로 인기가 시들어가던 이현세를 매화마을이 살렸다.”고 하자 주민들은 “이현세 작가가 매화마을을 살렸다.”고 답하면서 서로 윈윈하는 모습을 보였다.

만화도서관에는 작가의 만화 700여 권과 작가의 추천도서 800여 권 등 총 1500여 권의 만화책이 비치되어 있다. 누구나 현장에서 열람할 수 있다. 주말이면 할아버지, 할머니부터 손자까지 3대 가족이 찾아와 함께 추억의 책장을 넘기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 50~60대 중장년들이 단체로 방문해 만화를 보고 만화거리를 산책하는 추억 여행지로도 인기를 끌고 있다.

4일과 9일이 장날인 매화시장은 60~70년대까지만 해도 인근에서 가장 번성했던 시장이었다. 상권이 울진군은 물론 인근의 영양과 영덕, 강원도 삼척지역까지 미쳤다. 특히 우시장이 번성했다. 장날이면 장꾼과 손님, 구경꾼으로 북새통을 이루었다. 주변 산림에서 벌목을 하는 일꾼들까지 합쳐지면 시장 일대는 인산인해를 이룰 정도였다고 한다. 멀리서 장을 보러 온 사람들은 하룻밤을 묵어서 가야 하는 경우가 많아 식당과 숙박업도 호황을 누렸었다. 그러나 80년대에 접어들면서 교통이 편리해지고 마을마다 대형 마트가 들어서면서 매화시장도 현재는 그 명맥만 유지하고 있는 실정이다.
지난 2018년에 울진 전자경매 가축시장이 개장하면서 예전에 번성했던 우시장의 모습이 재현되기를 바라는 기대감도 생겼다. 전자경매시장은 매월 2차례(9, 24일) 열리고 400여 두가 거래된다.

1919년 매화장터서 만세 시위
기념탑 세우고 숭고한 뜻 기려
주민 농악대·난타동아리 운영
매년 행사마다 멋진 공연 선사
1919년 4월 11일 매화장터에서 독립만세 시위가 벌어졌다. 전국적으로 확산되고 있던 만세운동에 발맞추어 만흥학교 학생들과 청년들이 매화 장날에 맞추어 만세운동을 주도했다. 매화 장날 만세운동은 울진과 부구, 평해, 온정 등으로 번져나갔다. 이날 만세운동으로 12명이 체포되어 옥고를 치루었다. 만세운동을 기념하기 위해 매화리에 기미독립만세공원이 조성되어있고 기념탑이 세워져 있다.

매화리 주민들은 과거의 명성에만 머물러 있지는 않다. 주민들의 역량강화를 통해 새로운 미래를 만들어가고 있다. 주부 18명이 난타 동아리를 구성하고 매주 연습에 구슬땀을 흘린다. 50년 전부터 이어온 농악대도 여전히 활발하게 운영 중이다. 난타 동아리와 농악대는 마을 축제를 비롯한 각종 행사에서 멋진 공연을 선보인다. 80대 어르신 15명은 매주 1회 원예교육을 받는다. 꽃과 나무를 가꾸는 것이 정서 순화와 치매 예방에도 도움이 된다. 중장년들은 가죽과 도자기 공예를 배운다.
마을의 역사와 전통을 보전하기 위한 지붕없는 박물관사업도 추진 중이다. 80~90대의 어르신들이 그림을 배워 자신의 삶과 마을의 이야기를 그림책으로 엮는 작업이다. 농촌 신활력사업 평가에서 받은 상금으로 마을에 꽃동산을 만드는 방안도 추진 중이다. 앞으로는 마을의 모든 자원을 활용해 주민들의 소득으로 연계하는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 이현세 만화거리를 통하여 관광객을 유치하고 특산물인 매실을 가공한 매실 효소를 만들어서 판매할 계획이다. 이 같은 소득 연계사업을 통하여 제2의 도약을 준비하는 것이다. 다시 한번 사람들이 모여드는 마을을 만들기 위해 동분서주하는 모습을 보면서 하루하루 달라져 가는 매화1리의 발전상을 그려본다.
김상만기자·홍상철 수필가
<우리 마을은>

황춘섭 이장 “풍부한 관광자원 보유…자생력 높아”
황춘섭 매화1리 이장은 “우리 마을은 매화꽃처럼 경관이 아름답고, 만화거리와 매화장터, 3.1만세운동기념공원 등 많은 관광자원을 보유하고 있어 발전 가능성이 높은 곳”이라고 자랑을 아끼지 않았다. 매화면의 중심지인 매화1리는 마을 앞에 맑은 매화천이 흐르고, 봄에는 그윽한 매화향이 있고, 여름에는 분홍색으로 치장한 배롱나무가 손님을 맞이하는 아름다운 마을이다.
인근 지역에서 발굴된 고분을 재현한 덕신리 고분공원과 3.1만세운동기념공원이 가진 역사성과 함께 이현세 만화거리 등 풍부한 관광자원을 품고 있어 자생력이 높은 마을로 평가받는 곳이다. 황 이장은 지난 2013년부터 13년째 마을 이장을 맡아 마을을 위해 봉사하고 있다. 이곳에서 태어나 마을을 떠나보지 않은 토박이다. 청년회와 자율방범대 등에서 다양한 봉사활동을 통하여 주민들로부터 신임을 한 몸에 받고 있다.
마을 이장직을 맡으면서 마을의 발전을 위해 동분서주했다. 특히 이현세 만화거리를 조성함으로써 마을의 위상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시켰다는 평가를 받는다. 만화거리를 만들기 위해 지속적으로 작가와 관계자들을 설득해 동의를 받은 후 만화거리를 조성했다. 조성 후에는 다양한 방식을 통하여 만화거리를 홍보하고 유지관리에 정성을 기울여 관광객 유치에 힘쓰고 있다. 앞으로는 지붕 없는 마을박물관 사업을 통하여 마을의 역사성을 지키고, 특산물인 매화를 활용해 관광객을 유치할 계획이다. 매실 효소를 브랜드화해 상품성을 높여 주민 소득 증가로 연결 시키는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지금까지 마을을 위해 헌신한 황 이장의 열정을 볼 때 충분한 가능성이 있어 보였다. 매화1리를 위한 황 이장의 활동을 기대해 본다.
홍상철 수필가

◇국립울진해양과학관
국립울진해양과학관은 미지의 세계로 남아 있는 바다의 신비로움을 전시물을 통하여 만날 수 있는 공간이다. 해양의 중요성과 가치를 알리고 청소년들에게 해양과학에 대한 호기심과 탐구심을 함양시켜 장차 해양과학 인재를 양성하는 국내 유일 해양과학교육·전시·체험중심 시설이다.
전시동과 교육동으로 이루어져 있다. 전시동은 해양과학의 가치를 찾아 탐험하는 전시·체험공간이다. 교육동은 미래 해양인재 양성 교육을 위한 창의공간이다. 전시는 상설전시와 기획전시로 이루어져 있다. 상설전시는 10개의 존으로 구성되어 해류와 해수의 성질을 알아보는 ‘하나로 흐르는 바다’ 등 바다에 대한 많은 것을 보고 체험할 수 있다. 기획전시는 10월 12일까지 해양과학관 개관 5주년 기념 전시로 ‘심해: 깊은 바다속으로’가 전시되고 있다. 깊고 어두운 심해의 비밀을 살펴 볼 수 있다.
교육동에서는 세계의 바다탐험과 탐구실험교육, 독도속의 해양과학 등을 주제로 한 특화교육을 진행한다. 바다 한가운데로 이어진 393m 길이의 바다 마중길을 따라가면 해저 7m의 ‘바닷속 전망대’가 있다. 투명한 유리창을 통하여 유영하는 물고기와 유리창에 붙어 있는 말미잘과 고동, 멍게, 불가사리, 해조류 등 다양한 바다 생물을 볼 수 있다. 울진군 죽변면 해양과학관 8번지에 있고, 관람료는 무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