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년 발굴된 구석기 유적
망치돌·몸돌·밀개 등 수십점 출토
빙하기시대 거주 흔적도 발견
수렵·채집생활 요소 골고루 갖춰
높은 학술적 가치로 비상한 관심
청동기 고인돌·500살 왕버들까지
마을 곳곳 긴 세월 흔적 고스란히

상주신상2리드론
상주시 낙동면 신상2리는 구석기시대부터 사람이 살아온 유서깊은 역사를 지닌 마을이다. 현재 111가구 187명의 주민이 생활하는 비교적 규모가 큰 마을로 흥이 많고 정이 많은 마을이다. 김선국 사진작가

 

인류문명의 발상지는 하나의 공통점이 있다. 바로 강이다. 세계 4대 문명 발상지도 큰 강과 함께 했다. 동아시아의 가장 오래된 문명인 황하문명은 중국의 황하강, 인더스 문명은 인도의 인더스강, 메소포타미아 문명은 중동의 티그리스강과 유프라테스강, 태양력과 기하학, 천문학이 발달했던 이집트문명은 나일강 유역에서 번성했다. 농경이나 목축을 하지 않던 수렵 채집의 시대에 강은 생존에 가장 기본이 되는 자연환경이었다.

10만 년 전부터 인류가 거주했을 것으로 추정되는 한반도에서도 다르지 않다. 농경시대에 접어들면서 비옥한 토지를 바탕으로 한 높은 생산력과 강을 활용한 교역 활동은 국가 경제를 다지는 기반이 된다. 삼국시대 한강 유역을 차지하기 위해 고구려와 백제 신라가 치열한 각축전으로 벌이고, 낙동강 유역에서 가야문화가 번성한 것도 이때문이다. 학계에선 10만 년 전부터 한반도에 인류가 거주했을 것으로 보고 있지만 그 유적이 발견된 사례는 드물다. 그러던 중 지난 2003년 낙동강에서 700여m 남짓 떨어진 상주시 신상리 산 1-9번지 일원에서 구석기 유적이 발굴돼 학계의 비상한 관심을 모았다.

 

경북지역에서 발견된 구석기 유적 중 가장 오래된 것으로 추정되는 신상리유적 발굴지.
경북지역에서 발견된 구석기 유적 중 가장 오래된 것으로 추정되는 신상리유적 발굴지.

 

신상리 구석기 유적은 국도25호선 확장공사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발견되어 2001년에 소규모 발굴조사가 시작됐고 2003년에 본격적인 시굴조사가 진행됐다. 조사 결과 석기를 제작하는 과정에 사용하던 망치돌과 깨고 남은 몸돌, 가죽을 벗기는데 사용되는 밀개 등 구석기시대 유물 수십 점이 발견됐다.

 

상주 신상리 구석기 유적 출토 유물. 디지털상주문화대전 
상주 신상리 구석기 유적 출토 유물. 디지털상주문화대전 

 

이 유물들은 국립대구박물관에 보관되어 있다. 발굴을 진행했던 경상북도 문화재 연구원은 “6m 깊이까지 파고 들어가 유적지를 확인한 결과 빙하기시대의 거주 흔적으로 보이는 아이스웨지 2곳도 발견됐다.”면서 “국내에서 아이스웨지가 발견된 적은 없었다.”고 밝혔다. 2차에 걸친 조사가 끝나고 1차 유적은 발굴 후 상부에 국도 25호선이 건설됐고, 2차 유적은 보존과 안전사고 방지를 위해 모래로 매립됐다.

 

경북 지역에서 발견된 구석기 유적 중 가장 오래된 것으로 추정되는 신상리 유적은 구석기인들의 수렵 채집 생활에 필요한 요소를 고루 갖추고 있어 학술적 가치가 큰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복원해놓은 오래된 우물. 
복원해놓은 오래된 우물. 

 

상주시 낙동면 신상2리는 현재 111가구에 187명의 주민이 생활하는 비교적 규모가 큰 마을이다. 경주김씨와 김해김씨, 경주이씨, 창녕성씨, 남양홍씨가 많이 생활한다. 마을에는 상수도가 공급되면서 지금은 사용하지 않는 2개의 오래된 우물이 있다. 마을이 처음 만들어질 때부터 사용해온 우물은 아무리 가뭄이 들어도 마르지 않았다고 한다. 그중 하나는 폐쇄되고 하나는 복원해서 보존 중이다. 조만간 폐쇄된 우물도 복원할 계획이다.

 

마을 안에 있는 돌거북 3개를 주민들은 마을의 안전을 지켜주는 영물이라고 믿고 있다.
마을 안에 있는 돌거북 3개를 주민들은 마을의 안전을 지켜주는 영물이라고 믿고 있다.

 

마을에 있는 돌거북 3마리는 마을의 안전을 지켜주는 영물이라고 주민들은 믿고 있다. 마을 뒤 용두산 언저리에 청동기시대 고인돌 3기가 자리잡고 있어 마을의 오랜 역사를 가늠할 수 있다.

 

보호수로 지정된 수령 500년이 넘는 왕버들나무.
보호수로 지정된 수령 500년이 넘는 왕버들나무.

 

마을 입구 신상공원에는 보호수로 지정된 수령이 500년이 넘는 왕버들나무가 있다. 둘레가 5.5m나 되는 거목이다. 예전에는 이곳에서 정월대보름날에 마을의 안녕을 기원하는 동제를 지냈다. 마을 동제는 중단됐지만 4년전 ‘희로애락 흥 풍물단’이 결성되면서 윷놀이와 지신밟기, 풍물놀이를 한다. 왕버들 나무와 우물, 돌거북 앞에서 풍물놀이를 하고 지신밟기를 신청하는 가정을 방문해 지신밟기를 해주고 가정의 안녕을 기원한다.

 

상주에서 풍물 잘하는 마을로 소문났던 마을의 명성을 되찾기 위해 결성한 ‘희로애락 흥 풍물단’
상주에서 풍물 잘하는 마을로 소문났던 마을의 명성을 되찾기 위해 결성한 ‘희로애락 흥 풍물단’

 

예전에 풍물 잘하는 마을로 소문났던 마을의 명성을 되찾기 위해 결성한 풍물단은 현재 25명의 단원이 활동한다. 상쇠는 성성복 이장이 맡아 풍물단을 이끌고 있다. 교육과 연습공간이 협소해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매주 1회 전문강사를 초빙해 교육을 받고 요양원이나 노인회 등을 방문해 풍물 봉사활동도 한다.

신상리는 예로부터 흥이 많고 정이 많은 마을이었다. 흥이 많으니 항상 즐겁고 유쾌한 기분으로 생활한다. 풍물단을 새로 결성한 것도 마을에 흐르는 흥을 되살리기 위한 것이다. 마을에 들어서면 깨끗하고 잘 정돈되어 있다는 느낌을 받는다. 마을 골목은 항상 깨끗하게 청소가 되어 있는 상태다. 주민들이 농사일에 바쁘지만 마을을 가꾼다는 생각에서 자발적으로 청소하고 정비하기 때문이다.

 

마을가꾸기사업을 통해깨끗하게 정비한 신상공원.
마을가꾸기사업을 통해깨끗하게 정비한 신상공원.

 

2022년에 아름다운 마을만들기사업을 추진해 공원정비를 비롯해 마을 담장과 진입로를 정비했다. 공원 인근에 있는 가정은 계절별로 피어나는 꽃을 화분에 심어 도로변과 공원 입구에 비치해 주민과 방문객들이 보고 즐길 수 있도록 하기도 한다.

 

공원 인근에 사는 주민들은 계절마다 꽃과 식물을 심어 공원입구에 비치해놓고 함께 보고 즐길 수 있도록 한다.
공원 인근에 사는 주민들은 계절마다 꽃과 식물을 심어 공원입구에 비치해놓고 함께 보고 즐길 수 있도록 한다.

 

이런 노력 덕분에 올해 다시 아름다운마을 만들기 사업에 선정되어 4억원의 사업비를 지원받게 됐다. 이 사업비로 마을공원을 확장하고 다목적광장을 조성해 마을 주민들이 풍물놀이와 음악회 등 다양한 용도로 활용할 계획이다. 깨끗한 골목마다 마을의 특성에 어울리는 벽화를 그려 테마가 있는 골목길도 만들 계획이다.

예전에 마을을 지나던 고승이 ‘신상마을은 훌륭한 인물이 많이 태어날 명당’이라면서 ‘마을 뒤 용두산의 세 마리 용이 마을을 지키고 있는 형상이기 때문’이라고 했다는 이야기가 전해져 온다. 실제로 마을 출신의 국회의원도 있고, 의사와 교수, 법관 등 유명인이 다수 배출됐다고 한다.

 

주민들 자발적으로 나서 청소·정비

꽃 심고 벽화 그려 아름다운 마을로

농삿일로 바쁜 중에도 풍물단 결성

활기찬 분위기 조성·이웃 안녕 기원

어르신 대상 디지털·문해교육

급변하는 세상 속 소통법 배워

각자의 이야기 담아 책 발간도

 

구석기시대부터 사람이 살아온 유서 깊은 역사의 마을, 신상2리는 오랜 세월 수많은 변화를 겪어왔다. 기쁨을 함께하고 슬픔도 서로 나누면서 숱한 부침도 겪었지만 언제나 더 나은 마을을 만들기 위해 노력해온 마을이다. 얼마 전부터 더 큰 변화를 위한 시도를 하고 있다. 마을 어르신들은 문해교육을 통하여 한글을 배우고 디지털 문해교육을 통하여 세상과 소통한다. 주민역량 강화사업을 통해 스마트폰 사용법부터 카페나 식당, 병원 등에 설치된 무인단말기(키오스크) 조작법도 배운다. 이제는 식당이나 카페에서 원하는 음식이나 음료를 스스로 주문할 수 있을 정도로 발전했다. 손주들과 문자메시지를 통하여 대화를 할 수 있게 된 것이 가장 좋다고 입을 모은다.

 

문해교육을 받은 어르신들이 쓴 글을 모아 한권의 책으로 엮었다.
문해교육을 받은 어르신들이 쓴 글을 모아 한권의 책으로 엮었다.

 

이런 노력의 결과는 ‘전하지 못한 편지’라는 한 권의 책으로 태어났다. 문해교육과 디지털 문해교육을 받은 할머니들이 쓴 시와 편지를 모은 한 권의 책이다. 맞춤법도 틀리고 문법적 오류도 있지만 진솔함이 배어 있는 글들이다. “엄마 하늘나라도 덥지요. 보고 싶어 하던 엄마를 꿈속에서 보았지요. 하늘나라 가실 때 예쁜 옷만 입고 다니라고 골라 골라 보냈더니 검정 고무신에 몸빼바지는 어디서 샀는지.…중략… 새옷 아끼지 말고 맛난 것 많이 드시고 만나는 그날까지 잘 계세요.”(사랑하는 울 엄마, 배형순)
이재수기자·홍상철 수필가

 

 

<우리 마을은>

성성복 이장
성성복 이장

 

성성복 이장 “사람 모이는 아름다운 마을 조성”

“우리 마을은 예전부터 흥도 많고 정도 많았던 마을이었고, 열심히 하려는 욕심도 많았던 마을이었습니다. 이런 전통을 자식들에게 물려주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성성복 신상2리 이장은 마을의 전통을 지키고 아름다운 마을로 가꾸어 사람이 모여드는 마을을 만들고 싶다고 말한다.

성 이장은 서울에서 30년 동안 에어컨 등 전자제품의 수리와 판매업을 하다가 15년 전에 귀향했다. 배와 포도 1200평과 벼 2000평을 재배한다. 영농경력이 15년이 되면서 농사가 본궤도에 오른 요즘은 마을을 위한 봉사활동에 더 적극적으로 나선다.

“오랜 시간 엔지니어로 살아오면서 몸에 밴 기술이 농촌생활에 유용하게 쓰일 줄은 몰랐습니다.” 귀향 후 마을에 정착한 성 이장을 주민들은 ‘기술자’라고 불렀다. 전기는 물론 보일러, TV 등 무엇이든 고장이 나면 성 이장부터 찾았다. 그러면 싫은 내색 없이 낮이나 밤이나 언제든지 달려가 뚝딱뚝딱 고쳤다. 이런 모습을 본 주민들이 지난해 그를 이장으로 추대했다.

 

이장직을 맡으면서 안전하고 아름다운 마을 만들기에 적극적으로 나섰다. 지난해 상주시에 아름다운 마을가꾸기 사업을 신청해 공원과 가로등을 정비해 주민들의 휴식공간을 쾌적하게 바꾸고 안전하고 밝은 마을을 만들었다.

올해도 아름다운 마을가꾸기 사업비 4억 원을 확보해 공원확장과 다목적광장 조성 등 마을 정비사업 준비에 바쁜 날들을 보내고 있다. 요즘은 주민들로 구성된 ‘희로애락 흥 풍물단’의 연습 및 공연을 할 수 있는 다목적 건물을 건축하기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다. 수억원이 소요되는 큰 사업이라 사업비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와 함께 풍물단을 중심으로 마을 화합을 도모해 마을 주민 모두가 화합하고 인정이 넘치는 마을을 만드는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각오를 다지고 있다.

홍상철 수필가

 

 

<가볼만한 곳>

 

◇국립낙동강생물자원관

국립낙동강생물자원관
국립낙동강생물자원관

 

국립낙동강생물자원관은 담수(淡水) 분야에서 국가 생물주권을 확보하고, 생물다양성의 보전과 지속 가능한 이용 가치를 높이기 위해 연구·전시·교육·산업화 지원을 체계적으로 수행하는 전문기관이다. 전시와 교육을 통해 생물다양성 보전의 중요성을 널리 알리며, 생물자원이 주는 다양한 혜택을 국민들과 함께 나누는 역할을 하는 환경부 산하 기관이다. 2015년 설립해 연구와 전시, 교육기능을 함께 갖추고 있다. 생물누리관, 연구관리동, 전시온실, 연구온실, 사육동, 방문자숙소 등을 갖추고 있다.

 

가볼만한곳
국립낙동강생물자원관

 

관람객들이 주로 찾는 생물누리관 3층에 제1전시실과 제2전시실이 있다. 제1전시실에서는 전 세계와 한반도에 있는 다양한 생물자원을 만날 수 있다. 제2전시실에서는 낙동강에 서식하는 식물과 균류, 낙동강 유역의 동물들, 물고기와 새 등이 전시되어 있다. 야외 전시장에는 ‘발견의 길’과 ‘사색의 길’이 만들어져 있다. 발견의 길에서는 한국의 나무와 꽃, 교과서에 나오는 식물, 오감으로 만나는 식물, 쓰임으로 아는 식물, 보존해야 할 야생식물을 만날 수 있다. 사색의 길은 계절의 화원과 생명의 샘으로 구성되어 있다. 생물다양성과 연관된 생애주기 교육과 전문교육도 진행한다. 인근에 상주 경천섬공원과 상주보, 도남서원이 있어 함께 둘러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