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방 산으로 둘러싸인 오지마을
50가구 100여명 주민 의기투합
너 나 할 것 없이 나서 마을 대청소
둑길 위 장미·넝쿨식물 터널 조성
LED 조명 더해 사계절 볼거리 제공
500살 넘은 느티나무는 쉼터로

중률2리마을드론
의성군 신평면 중율2리는 사방이 산으로 둘러싸인 오지마을이다. 뛰어난 자연경관이나 특별한 특산물도 없지만 평범한 마을을 특별함으로 바꾸기 위한 주민들의 열정이 가득한 곳이다. 김선국 사진작가

 

‘평범함’은 ‘뛰어나거나 색다른 점이 없이 보통이다’라고 사전에서 설명하고 있다. 우리 주위를 둘러보면 특별한 사람보다 평범한 사람이 더 많다. 마을도 그렇다. 이러한 평범함을 특별함으로 바꾸기 위해 노력하는 마을이 있다. 의성군 신평면 중율2리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중율2리는 의성군에서 오지마을로 불리는 곳이다. 사방이 산으로 둘러싸인 마을이지만 높은 산과 큰 계곡을 끼고 있는 곳이 아니라 뛰어난 자연경관을 자랑하는 곳이 아니다. 이목을 끌만한 특산물이 많은 곳도 아니다. 성실한 자세로 생업에 매진하고, 삶의 터전을 지키기 위해 땀을 흘리는 사람들이 있는 마을이다. 평범함이 바로 마을의 특별함인 셈이다.

 

다람쥐조형물
마을 입구 ‘알밤 바치는 다람쥐’ 조형물.

 

중율리란 지명은 마을에 살았던 효부의 이야기에서 출발했다. 착한 며느리가 중병을 앓고 계신 시아버지의 간호에 밤을 지새웠다. 좋다는 약이 있다는 소문을 들으면 한걸음에 달려가 구해왔다. 그렇지만 시아버지의 병은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그러나 며느리는 포기하지 않고 정성을 다해 간병을 했다. 마을 사람들도 백약이 무효라면서 안타까워했다. 어느 날 마을에 귀한 손님이 찾아 들었다. 착한 며느리의 이야기를 들은 손님은 그 효성에 감동해 ‘알밤을 달여 먹으면 효험이 있을것’이라는 처방을 알려주었다. 며느리는 뛸 듯이 기뻤다. 약으로 쓸 알밤은 구하기도 쉬워, 곧 시아버지의 병을 고칠 수 있다는 희망이 생겼기 때문이었다.

알밤을 달여 먹은 시아버지는 차츰 효험을 보이다가 마침내 완쾌되었다. 마을 사람들은 며느리의 효성을 칭찬하고 이를 기념하기 위해 마을에 밤나무를 심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마을 주변은 울창한 밤나무 숲을 이루었다. 그때부터 마을 이름을 밤실로 불렀다. 1914년 행정구역 개편 때 밤실은 ‘중율’라는 공식 명칭으로 표기됐다. 마을 입구에 알밤을 바치는 모습을 한 다람쥐 조형물이 설치되어 있다. 마을을 찾은 방문객들은 효부의 이야기를 되새기면서 알밤을 바치는 다람쥐와 함께 한 장의 사진을 찍는다.

 

장미터널
하천둑길에 아치형 터널을 만들어 봄에는 장미, 여름·가을에는 넝쿨식물로 볼거리를 제공한다.

 

별다른 자원이 없는 마을을 특별하게 만들겠다는 주민들의 의지는 오래전부터 남달랐다. 마을에는 지금은 폐교된 신평중학교가 있다. 1975년 중학교 설립 당시 치열한 유치전이 벌어졌다. 어느 마을이나 할 것 없이 자기 마을에 중학교를 유치하기 위해 목소리를 높이고 있었던 만큼 경쟁은 치열했다. 중율리도 마찬가지였다. 중학교 유치에 마음을 뭉친 주민들은 특단의 대책을 내밀었다. 가난한 살림이었지만 십시일반 돈을 모아 학교 부지를 매입해 교육청에 기부했다. 그 결과로 모든 면민들의 숙원사업이었던 신평중학교는 중율리에 세워졌다. 주민들의 단합된 마음의 결과였다. 개교 이후 5천 8백여 명의 졸업생을 배출했던 신평중학교는 학생수 감소로 2007년 폐교됐다. 현재는 체육공원으로 활용하고 있다. 마을에선 폐교 부지를 활용해 캠핑장을 설치하는 방안을 계획하고 있다. 학생을 대신해 관광객을 불러들여 마을을 발전시키겠다는 생각이다.

마을 환경 개선을 위해 그린 벽화와 능소화가 잘 어우러져있다.
마을 환경 개선을 위해 그린 벽화와 능소화가 잘 어우러져있다.

 

마을을 아름답게 가꾸고 꾸미겠다는 주민들의 의지는 2019년 ‘행복마을 만들기사업’을 시작하면서 본격화됐다.

첫 과제는 깨끗하고 아름다운 중율2리 만들기였다. 마을 환경개선을 통하여 살기좋은 마을을 만들고 주민 스스로 참여하는 공동체 의식도 높인다는 생각에서다. 주민 역량강화를 위해 행복마을 만들기 주민 설명회를 7회나 실시하고 전국 우수마을에 대한 선진지 견학과 외부강사를 초청해 특별 교육도 받았다. 여름철에는 마을 하천과 도로변의 풀베기 작업을 하고 정기적으로 마을 대청소를 했다. 우수기에 떠내려와 교량에 걸린 쓰레기를 치우는 일은 엄두를 내기도 힘든 일이었지만 누구 하나 불평하지 않았다. 힘든 일이 오히려 50가구 100여명의 주민들이 소통하고 화합하는 계기로 작용했다. 그 결과 ‘행복마을만들기’ 우수상을 수상하는 영광도 누렸다.

두 번째 과제는 ‘행복한 우리마을 나들이길 만들기’였다. 하천둑길 680m에 하우스용 파이프를 이용한 아치형 터널을 만들고 넝쿨식물을 심었다. 터널은 여름에는 시원한 녹색터널이 되고 가을이면 조롱박과 수세미가 주렁주렁 달려 풍성함을 선사한다. 사계절 볼거리를 위해 봄에는 장미를 심어 장미터널을 만들었다. 5월이면 빨간 장미가 관광객들을 불러들인다. 겨울에는 LED등을 설치해 황홀한 야간경관을 연출한다.

 

멀리서 보면 한 그루고 가까이서 보면 두 그루인 수령 500년이 넘는 느티나무 주변은 마을 주민들의 휴식과 화합의 장소다. 
멀리서 보면 한 그루고 가까이서 보면 두 그루인 수령 500년이 넘는 느티나무 주변은 마을 주민들의 휴식과 화합의 장소다. 

 

마을 앞에 있는 수령 500년이 넘는 느티나무 주변을 정비해 주민들의 휴식과 화합의 장소로 만들었다. 경계석을 설치하고 마사토를 깔아 평탄작업을 했다. 전통 옹기 등의 조형물도 설치하고 주민들의 소원지를 넣은 단지(타임캡슐)도 묻었다. 이제는 주민 뿐 아니라 마을을 지나가는 방문객들도 쉬어가는 쉼터로 바뀌었다. 느티나무는 멀리서 보면 한 그루이고 가까이서 보면 두 그루다. 가을에 단풍이 들면 한 그루는 붉은색을 띄지만 한 그루는 연한 노랑색으로 확연하게 두 그루라는 것이 드러난다.

LED등으로 야관 경관조명을 설치해 볼거리를 만들었다.
LED등으로 야관 경관조명을 설치해 볼거리를 만들었다.

다음 과제는 ‘주민 스스로 만드는 우리 마을’과 ‘마음 놓고 산책하는 안전한 우리 마을’이었다. 마을 자치회를 재정비하고 마을규약도 만들었다. 오지 농촌마을의 문화 갈증 해소를 위해 영상 장비를 빌려 함께 영화감상도 하고 골목길과 각 세대에 보안등을 설치해 안전사고도 예방했다. 이 같은 모든 일들은 주민 스스로 수립한 단기 계획과 중장기 계획에 따라 추진된다는 것이 특징이다.

 

마을 앞 빈 논에 물을 가둬 만든 2천평 규모의 썰매장.
마을 앞 빈 논에 물을 가둬 만든 2천평 규모의 썰매장.

 

2.5㎞ 이팝나무길 봄마다 장관

겨울엔 논 썰매장 운영·빙벽 설치

직접 만든 썰매 대여·간식 판매

폐교 부지 활용 캠핑장 조성 계획

봉화산 치유센터·봉수대 복원 등

관광객 모이는 마을 조성 박차

 

마을에 관광객들이 찾아오도록 하기 위한 다양한 시도도 추진 중이다. 2022년부터 마을 앞 빈 논에 물을 가두고 얼려 2천평 규모의 썰매장을 운영했다. 썰매장은 12월부터 2월까지 운영한다. 관광객들의 편의를 위해 대형 주차장을 만들고 비닐하우스를 이용한 휴식 공간도 만들었다. 어묵이나 컵라면 등 간단한 간식거리도 판매하고 썰매는 주민들이 직접 만들어서 빌려줬다. 썰매장 옆 언덕에 물을 뿌려 만든 빙벽도 색다른 볼거리를 제공한다.

마을 썰매장 옆 언덕에 물을 뿌려 만든 빙벽.
마을 썰매장 옆 언덕에 물을 뿌려 만든 빙벽.

하천 제방길 2.5km 구간에 이팝나무를 심어 이팝나무 거리를 만들었다. 5월이 되면 하얀 쌀밥 같은 이팝나무꽃이 활짝 핀 꽃길을 걸을 수 있다.

주민들은 매주 마을회관에서 노래교실과 오카리나, 하모니카, 색소폰 연주 교육을 받고 여기서 배운 솜씨를 가을에 열리는 마을 음악축제에서 선보인다. 지금은 마을 주민들을 대상으로 한 축제지만 앞으로 외부인들도 초청하는 음악회로 확대할 계획이다. 15년 전에 중단된 동제사도 조만간 복원할 예정이다. 마을 뒤 봉화산 봉수대도 복원하고 봉화산 치유센터를 건립하는 방안도 계획 중이다.

안전하고 아름다운 마을, 관광객이 찾아오는 마을을 만들기 위해 힘을 모으고 동분서주하는 주민들의 열정이 평범한 마을을 특별한 마을로 바꾸고 있다.

김병태기자·홍상철 수필가

 

 

<우리 마을은>

김지형 중율2리 이장 
김지형 중율2리 이장 

 

 

김지형 이장 “귀농귀촌 텃세 없애고 함께 발전하는 마을”

“우리 마을은 말 그대로 평범한 마을입니다. 언제까지나 평범함에 머물러 있을 수만은 없어 이제 이 평범함을 기반으로 조금은 특별한 마을로 만들어 가려고 전 주민들이 힘을 모으고 있습니다.” 김지형 중율2리 이장은 이렇게 힘주어 말한다. 김 이장은 대구에서 공직생활을 마감하고 15년 전에 귀향했다. 김 이장이 고향으로 돌아오자 마을을 위해 일할 수 있는 젊은 사람이 들어왔다며 주민들은 쌍수를 들고 환영했다. 귀향하자마자 바로 마을 총무를 맡았다. 처음에는 원해서가 아니라 주민들의 강권에 의해 어쩔 수 없이 맡았다고 한다. 이후 새마을지도자를 맡은데 이어 7년 전 역시 주민들의 추천으로 이장직을 맡아 지금까지 봉사하고 있다.

마을 이장이 되고 나서는 ‘행복마을 만들기’에 주력했다. 평범하지만 살기 좋은 마을로 만들겠다는 생각에서였다. 수시로 마을 총회를 열어 주민들의 의견을 듣고 마음을 합치는데 힘을 쏟았다. 무엇보다도 마을 주민들이 단합하고 화합하는 것이 마을 발전의 밑바탕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이런 과정을 통하여 중장기 계획을 수립하고 차근차근 추진했다. 주민들의 의견을 담은 계획서로 공모사업에 응모해 사업비를 확보하고 마을을 바꾸어 나갔다. 마을에 귀농·귀촌을 유도하기 위해서 텃세를 없애고 주민 간의 화합과 귀농·귀촌인과 주민 간의 화합을 해치는 갈등 해소를 위해 노력했다. 이를 위해 주민들과 함께 갈등관리 교육도 받고 있다. 아직 농사일을 할 수 있는 체력이 있지만 마을 일에만 집중하고 있다.

앞으로도 마을의 발전과 주민 간의 화합을 도모하면서 마을자원을 활용한 개발사업도 계획 중이다. 먼저 체육공원으로 활용 중인 신평중학교 폐교 부지에 캠핑장을 설치해 외지 관광객을 유치하고 마을 농산물을 판매해 소득을 높이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예전에 봉수대가 있었던 봉화산을 중심으로 한 봉화산 치유센터를 건립할 방안도 검토 중이다. 산림청에서도 긍정적인 의사를 밝히고 있어 조만간 구체적인 추진 방안을 도출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홍상철 수필가

 

 

<가볼만한 곳>

가볼만한곳-조문국사적지
의성 조문국 사적지

◇ 의성 조문국 사적지 

조문국은 고대 의성 지역에서 번성했던 초기 국가형태의 나라다. ‘삼국사기 신라본기 벌휴이사금 2년’ 기록에 ‘2월에 파진찬 구도와 알길찬 구수혜를 좌우 군주로 삼아 조문국을 벌하였는데 군주(軍主)라는 이름은 여기에서 시작된 것이다.’라는 기록이 있다. 조문국 사적지는 삼국시대(5~6세기)에 조성된 대규모 고총·고분군이다. 경북 북부지역 최고·최대의 고분으로 374기의 고분이 남아 있다.

대동지지에도 ‘현재의 경상북도 의성군 의성읍에서 남쪽으로 25리 떨어진 금성면 일대’에 조문국이 있었다고 전한다. 1960년부터 진행된 발굴조사에서 금동관과 금동관 장식품, 금동제 귀걸이 등의 화려한 장신구, 철제 무기류, 마구류 등이 출토되었다.

사적지에 대리리 2호분을 재현한 고분전시관이 있다. 무덤 내부의 주곽과 부곽 등을 볼 수 있다. 매년 5월에는 빨간색 카페트를 펼쳐 놓은 듯한 1만 5천 포기의 작약꽃을 볼 수 있다.

바로 옆에 조문국의 역사와 의성 사람들의 발자취를 볼 수 있는 의성조문국박물관이 있다. 금성산의 수려한 경관과 조화를 이루면서 현대적 감각을 갖춘 박물관이다. 상설전시실과 기획전시실, 세미나실, 수장고, 야외공연장 등을 갖춘 복합문화공간이다. 상설전시실에서는 선사시대에서부터 삼한시대, 삼국시대와 의성 지역의 역사와 문화를 살펴볼 수 있다. 기획전시실에서는 매년 1회 특별전시회를 개최한다. 올해 6월 5일부터 8월 10일까지 국보순회전 ‘황금빛 매혹, 신라 장신구’전이 열렸다. 의성군 금성면 대리리 324 일원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