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폐교된 안림초 새단장
탁 트인 자연 속 캠핑장 변신
운동장 활용 넓고 깨끗한 시설
연간 가족단위 방문객 1만여명

고령안림딸기마을드론
고령군 쌍림면 안림딸기마을은 그 이름처럼 딸기의 고향으로 잘 알려진 곳이다. 마을 동쪽으로 안림천이 흐르고 마을 전체에 딸기 비닐하우스가 가득하다. 폐교된 안림초등학교에 2021년 문을 연 안림딸기마을캠핑장은 접근성도 좋고 넓고 깨끗한 시설로 가족캠핑객들에게 인기를 끌고 있다. 김선국 사진작가

 

도심을 벗어나 자연 속에 텐트를 치고 하룻밤 머무는 것은 이제 특별한 사람들만이 즐기는 취미가 아니라 하나의 트렌드가 되고 있다. 잠시 일상과 거리를 두고 바베큐도 하고 불멍도 하며 휴식을 취할 수 있는 캠핑의 매력에 빠진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최근 몇 년사이 캠핑인구는 눈에 띄게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2025년에는 전국에 등록된 캠핑장만 해도 4천여 곳이 넘어서고 이용자도 700만 명 이상으로 추정될 정도로 캠핑은 국민적인 여가문화로 자연스럽게 자리잡고 있다. 이런 흐름 속에서 고령군 쌍림면 안림딸기마을은 특별한 캠핑장으로 주목받고 있다.

 

캠핑장
폐교를 리모델링해 만든 안림딸기마을캠핑장. 나무 그늘아래 텐트를 치고 아이들은 넓은 잔디밭에서 공을 차며 즐거운 시간을 보낸다.

 

안림딸기마을 캠핑장은 폐교된 안림초등학교를 감성적인 캠핑장으로 새롭게 단장한 곳이다. 오랜 세월 아이들의 웃음소리로 가득했던 교정은 이제 가족단위 캠핑객들로 북적인다. 주말이면 80~100년 수령의 아름드리 플라타너스 나무 아래 하나둘씩 텐트가 자리를 잡고 잔디가 깔린 운동장에서는 공을 차고 연을 날리는 아이들의 웃음소리로 가득하다. 여름이면 붉은 배롱나무가, 가을이면 노랗게 옷을 갈아입은 은행나무가 운치를 더해준다.

 

딸기마을 조형물
딸기마을 조형물

 

안림딸기마을은 마을 동쪽으로 흐르는 안림천변의 숲이 아름다운 마을이라 하여 ‘아림’(娥林)이라 부르다가 숲이 바람을 막아주어 마을을 평안하게 한다는 의미의 ‘안림’(安林)으로 부르게 되었다. 조선시대에는 김천 도찰방(金泉 道察訪)에 딸린 역(驛)이 이곳에 있어 안림역 또는 역촌으로 부르기도 했다. 말이 쉬어가고 장을 보러가던 사람들이 쉬어가던 곳, 그만큼 많은 이들이 오가며 번성했던 큰 마을이었다. 현재는 총 200여 가구, 400여 명의 주민이 거주하는데 남녀의 성비가 비슷한 것이 눈길을 끈다.

 

폐교를 리모델링한 캠핑장은 깨끗하고 넓은 시설로 인기를 끌고 있다
폐교를 리모델링한 캠핑장은 깨끗하고 넓은 시설로 인기를 끌고 있다

 

1933년 개교한 안림초등학교도 한때는 운동회 날이면 온 마을 잔치를 벌일 정도로 학생수가 많았지만 세월의 흐름에 따라 학생수가 급격하게 줄어들어 2011년 폐교가 되었다. 지난 2015년 농림축산식품부에서 추진한 ‘창조적마을만들기’ 사업에 선정되며 소멸위기의 마을에 어떻게 하면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을까 주민들이 머리를 맞대고 고민한 결과 폐교를 활용한 캠핑장이 탄생했다. 2015년부터 2020년까지 준비기간을 거쳐 2021년 봄 안림딸기마을캠핑장이 문을 열었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일상화되었던 코로나시기였지만 탁 트인 자연 속에서 가족 단위로 안전하게 즐길 수 있어 많은 이들이 찾았다.

 

교실을 개조해 만든 실내 어린이놀이터
교실을 개조해 만든 실내 어린이놀이터

 

텐트는 물론 카라반과 트레일러도 입장이 가능한 50여개의 사이트를 갖춘 캠핑장은 운동장과 학교 건물을 활용한 넓고 깨끗한 시설로 인기를 끌고 있다. 가족들이 찾는 캠핑장인만큼 교실을 활용한 실내놀이터와 나무 그늘 아래 모래놀이터도 만들었다. 쾌적한 캠핑문화를 위해 밤 10시부터 오전 7시까지는 매너타임을 지정해 놓았다.

 

딸기청만들기험은 캠핑장을 찾은 어린이들에게 특별한 추억을 만들어준다.
딸기청만들기험은 캠핑장을 찾은 어린이들에게 특별한 추억을 만들어준다.

 

딸기마을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체험프로그램도 준비되어 있다. 미리 신청하면 딸기청만들기 체험도 할 수 있다. 캠핑장은 한여름인 7, 8월에는 문을 닫는다. 이때는 잠시 휴식을 취하며 시설 정비를 한다. 일년 중 10개월, 그것도 주말에만 운영을 하지만 연간 1만명 가까이 찾는다.

 

나무그늘 아래 마련된 모래놀이터. 
나무그늘 아래 마련된 모래놀이터. 

 

특히 겨울에는 ‘장박 캠핑’이 인기다. 주말마다 와서 텐트를 치고 걷는 것이 번거로운 이들을 위해 마련한 프로그램이다. 8주 16박으로 예약을 하면 텐트를 그대로 둔 채로 주말마다 와서 머무를 수 있어 편리하다. 별다른 홍보를 하지 않아도 다녀간 사람들이 자발적으로 후기를 올리며 가족 힐링 캠핑장으로 입소문이 나 예약을 하려면 서둘러야 한다.

 

안림천 주변으로 산책을 해도 좋다.
안림천 주변으로 산책을 해도 좋다.

 

캠핑장 앞 안림천 제방은 산책로로 제격이다. 안림천은 80년대말까지만 해도 낚시와 물놀이를 위해 많은 사람들이 찾아오던 곳이다. 다슬기도 잡고 바로잡은 물고기로 매운탕을 끓여먹을 정도로 물이 깨끗하고 맑았다. 요즘도 가끔씩 반딧불이를 볼 수 있을 정도로 청정지역이다. 지금은 안전 등 여러가지 문제로 하천 출입은 제한되고 있지만 제방 위 곳곳에 놓인 벤치와 쉼터에서 앉아 안림천을 내려다보는 ‘물멍’ 만으로도 충분히 힐링을 할 수 있다.

 

2025 고령 친환경 캠핑페스타가 10월 18일~19일, 25일~26일 안림딸기마을캠핑장에서 열린다. 
2025 고령 친환경 캠핑페스타가 10월 18일~19일, 25일~26일 안림딸기마을캠핑장에서 열린다. 

 

오는 10월 18일과 19일, 25일과 26일에 열리는 ‘친환경 캠핑페스타’도 특별한 재미를 더해줄 예정이다. 선라이즈 요가로 몸과 마음을 깨우고 다양한 체험과 공연을 즐길 수 있다. 대가야 에코백·한지등·우드문패 만들기 등과 함께 고령 특산물 푸드체험도 곁들여진다. 자연과 역사, 문화를 모두 경험할 수 있는 시간으로 캠핑객들만을 위한 특별 프로그램이다.

안림딸기마을캠핑장을 찾는 이들이 꼽는 장점이 또 하나 있다. 대부분의 캠핑장이 깊은 산속에 있어 멀리 이동하거나 가는 길이 험한 것과는 달리 이곳은 접근성이 좋다. 대구에서 불과 30분 남짓, 고령IC에서는 1~2분 거리에 있어 부담없이 찾을 수 있다.

 

맛과 향이 좋기로 유명한 안림딸기. 고령군제공 
맛과 향이 좋기로 유명한 안림딸기. 고령군제공 

 

1967년 딸기 노지 재배 성공

고령 전역 재배 확산 계기로

농약 안 쓰는 친환경 유기농업

한 번 먹으면 그 맛 잊지못해

 

성주하면 참외, 풍기하면 인삼을 떠올리듯이 고령은 딸기다. 고령 딸기가 바로 이곳 안림에서 시작되었다. 1967년 곽해석 씨가 딸기 노지 시험재배에 성공하면서 고령 전역으로 딸기 재배가 확산됐다. 재배 방법을 배우기 위해 전국의 농민들이 버스를 대절해 찾아왔다. 이후 비닐하우스 재배와 촉성 재배법을 개발해 1980년대부터는 조기출하에 성공했다. 1995년에는 농림수산부로부터 지역명품으로 지정되기도 했다. 지금은 순수 국산기술로 개발한 설향을 90%의 농가에서 재배한다. 대부분의 딸기는 화학비료나 농약을 전혀 사용하지 않는 친환경 유기농법으로 재배한다.

 

안림딸기마을에서 생산하는 딸기는 그 맛과 향이 뛰어나 그 이름만으로도 믿고 구매를 하는 이들이 많다.
안림딸기마을에서 생산하는 딸기는 그 맛과 향이 뛰어나 그 이름만으로도 믿고 구매를 하는 이들이 많다.

 

딸기는 10월 중순부터 5월까지 출하된다. 그렇지만 농사의 시작은 그보다 훨씬 이른 3월 모종 준비에서 시작된다. 여름철 관리와 가을 정식을 거쳐 다시 겨울 수확으로 이어지니, 농민들 사이에서는 ‘딸기농사는 1년이 아니라 14개월이다’라는 우스갯 소리도 나온다. 특히 12월과 1월의 딸기는 맛과 향이 단연 최고다.

 

딸기수확철이 되면 도로가 딸기직판장에서 잘 익은 딸기를 판매한다. 고령군제공
딸기수확철이 되면 도로가 딸기직판장에서 잘 익은 딸기를 판매한다. 고령군제공

 

딸기철이 되면 도로가에는 딸기직판장이 줄지어 들어서고 소쿠리에 가득 담긴 딸기는 지나가는 이의 발길을 붙잡는다. 한번 맛본 사람은 그 맛을 잊지못해 일부러 딸기철이 되면 마을을 찾는다.

딸기의 본고장이자 캠핑의 명소라는 매력 위에, 천년의 역사가 겹겹이 쌓여 있다는 점이 이곳을 더욱 특별하게 만든다. 대가야 도읍지 고령은 지난 2023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된 지산동 고분군을 비롯한 많은 유적을 품고 있다. 과거와 현재가 함께 살아 숨쉬고 있어 아이들과 함께 가족캠핑을 하기에 이보다 좋은 곳이 없다. 아이들이 떠나간 교정을 캠핑장으로 바꾸어 되살린 주민들의 지혜, 그리고 그 속에서 이어지는 딸기의 달콤한 향기는 이곳을 찾는 이들에게 오래도록 잊지 못할 추억을 선물한다. 한 번 다녀간 이들이 자발적으로 입소문을 내고 다시 찾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소형·배수경기자

 

 

<우리 마을은>

최상무 안림딸기마을 운영위원장
최상무 안림딸기마을 운영위원장

 

최상무 위원장 “아이들 웃음소리, 돈 주고도 못 사는 보람”

“돈을 벌려고 하면 못합니다” 최상무 안림딸기마을 운영위원장은 이렇게 말한다. 그가 말하는 안림딸기마을 캠핑장의 가치는 수익보다 ‘의미’에 있다.

폐교를 활용해 만든 안림딸기마을 캠핑장은 단순한 숙박시설이 아니다. “폐교를 그대로 방치했다면 우범지대나 쓰레기장이 됐을 겁니다. 수익이 크지 않더라도 깨끗하게 유지하는 쪽을 택한 것이죠.”

 

대가야읍에서 태어나 대구로 나갔다가 부모님의 고향이자 처가가 있는 안림에 정착한지가 벌써 43년째다. 건설업을 하면서 바쁘지만 안림딸기마을 운영에 누구보다 적극적이다. 토박이는 아니지만 마을의 역사부터 현황까지 훤하다. 소멸위기의 마을에 활력을 불어넣기 위해 36명의 조합원들이 십시일반 힘을 모아 안림권역영농조합법인을 설립하고 8명의 이사들이 돌아가면서 운영위원장을 맡고 있다. 조합원과 이사들 모두 수익보다는 의미에 공감하며 동참하고 있다. 본인들이, 혹은 자녀들이 다니던 학교가 폐교 후 슬럼화되는 모습을 원치 않았기 때문이다. 운영 방식도 실속 위주다. 크게 남지 않아도 운영비만 충당되면 된다는 생각으로, 음식 판매나 숙박시설 계획 등 처음의 거창했던 계획은 접고 캠핑장에 집중했다. 여름에는 문을 닫고 평소에도 주말에만 운영할 수 밖에 없는 것도 관리와 운영비 부담 등의 이유가 크다.

실무 전반을 챙기며 운영을 뒷받침하는 최신의 사무장의 역할도 크다. 최 사무장은 대구에서 인근 대가야읍으로 귀촌한지 벌써 7년째로 동생부부가 마을에서 딸기농사를 짓고 있어 안림딸기마을에 대한 애정이 남다르다. 캠핑장 구석구석 최 사무장의 손길이 닿지 않는 곳이 없다. 오며가며 풀도 뽑고 청결유지와 안전 등 이용에 불편함이 없도록 하나에서 열까지 챙긴다. 딸기청 만들기 등 프로그램 진행도 직접 한다. 앞으로의 계획도 많다. 주방시설이 갖춰지면 맛과 향이 좋은 안림딸기를 듬뿍 넣은 딸기케이크만들기 체험도 진행해 볼 생각이다. 또한 이용객들을 위한 영화상영이나 작은 음악회 등도 계획하고 있다.

캠핑장이 문을 연 뒤 가장 큰 변화는 마을의 분위기다. “캠핑장이 문을 연 뒤 아이들 웃음소리가 마을에 돌아왔습니다. 고령화된 마을에 활기를 주는 소리가 바로 그거지요.” 두사람은 아이들의 웃음소리를 돈 주고도 살 수 없는 가장 큰 보람으로 꼽는다.

배수경기자 micbae@idaegu.co.kr

 

 

<가볼만한 곳>

가볼만한곳-대가야생활촌
대가야생활촌

 

◇대가야생활촌…1500년전 대가야 역사 ‘생생’

대가야생활촌은 1500년 전 대가야의 역사와 문화를 생생하게 재현해낸 공간이다. 2019년 4월 개장한 대가야생활촌은 가야생활촌은 체험과 전시, 숙박이 결합된 복합 문화공간으로, 역사와 놀이, 휴식을 동시에 즐길 수 있는 고령의 대표 관광지다. 입구에 들어서면 먼저 대가야 시대로 안내하는 인트로 영상관이 방문객을 맞이한다. 이어서 전통 복장을 입어볼 수 있는 복식체험장, 대가야 사람들의 생활을 엿볼 수 있는 인줄마을, 철기문화를 직접 체험할 수 있는 불묏골, 고대 교역품을 살펴볼 수 있는 골안마을 등이 차례로 펼쳐진다. 상가라도 못에서는 전통 나룻배를 타는 특별한 체험도 가능하다.

여름철에는 물놀이장이 개방돼 아이들과 가족 단위 관광객들에게 인기를 끈다. 또 대가야의 고분과 순장 문화를 소개하는 대가야고분전시관과, 성곽 유적을 다룬 주산성전시관은 학습과 관광을 겸한 명소다. 숙박시설인 한기촌은 기와집과 초가집을 테마로 한 전통 가옥 마을로, 고대와 현대가 어우러지는 특별한 하룻밤을 선사한다.

지산동고분군
지산동고분군과 대가야왕릉전시관

 

◇지산동고분군…크고 작은 700여기 고분 장관

지난 2023년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재된 지산동고분군은 가야 최대의 고분군이다. 대가야읍을 감싸는 주산의 남동쪽 능선 위에 우리나라 최초로 발굴된 순장묘인 지산동 44, 45호분 등을 포함해 크고 작은 700여기의 고분이 분포하고 있다. 출토된 유물은 대가야박물관에서 볼 수 있다. 대가야박물관은 구석기시대부터 근대시대까지 대가야와 고령지역의 역사와 문화를 보여주는 상설 전시실과 기획전시실, 어린이체험실 등으로 이루어져있다. 대가야왕릉전시관은 사적 제 79호인 고령지산동고분군에서 출토된 대가야 유물을 중심으로 전시를 하고 있으며 국내에서 최초로 확인된 최대 규모의 순장왕릉인 지산동 44호분의 내부를 발굴 당시의 모습 그대로 재현해 놓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