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이장·마을활동가 똘똘 뭉쳐
논·마을 진입로 해바라기 식재
무산 위기에도 흔들림 없이 가꿔
활짝 만개한 풍경 SNS 타고 입소문
사진작가 발길 줄잇는 ‘핫플’ 도약

 

상주시 낙동면 신상1리는 찬란한 문화유산이나 유명 인물, 뛰어난 자연경관, 특산물도 없는 평범한 마을이었지만 마을주민들이 합심하여 명품마을로 만들어냈다.

 

‘시작은 미약하나 그 끝은 창대하리라’ 구약성경 욥기 8장 7절에 나오는 구절이다. 처음에는 보잘것없지만 나중에는 훌륭하게 될 것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어 새로운 일을 시작할 때 응원의 말로도 많이 쓰인다. 비슷한 의미의 사자성어로 ‘대기만성’이나 ‘마부작침(磨斧作針)’이 있다. 일본에서 경영의 신이라고 불리는 ‘마쓰시타 고노스케’의 인생철학과도 비슷하다고 할 수 있다. 그는 허약한 신체와 가난, 무학이라는 세 가지의 약점을 갖고 있었지만 피나는 노력으로 마쓰시타 전기를 창업해 세계 최고의 기업으로 키웠다. 비록 가진 것이 없거나 부족하더라도 꾸준히 노력하면 목표를 이룰 수 있다는 말로 많은 사람들에게 주는 영원한 교훈과 같은 말이라고 할 수 있다.

찬란한 문화유산은 물론 유명 인물과 뛰어난 자연경관, 특산물도 없는 그저 그런 평범한 마을이 명품마을로 변화된 마을이 있다. 상주시 낙동면 신상1리가 그런 마을이다. 이를 두고 마을 주민들 스스로 ‘이도 저도 아닌 마을의 행복한 발버둥’이라고 말한다.

신상1리는 동쪽으로 낙동강과 접해 있는 마을이다. 106가구에 189명의 주민들이 생활하고 있다. 벼농사와 오이, 감, 배를 많이 재배하고 한우를 많이 사육하는 전형적인 농촌마을이다. 낙동강을 접하고 있지만 접근이 어렵다. 강으로 나가려면 이웃 마을을 거쳐야 한다. 눈앞에 사철 푸른 강물이 있지만 이용에는 제한이 많다. 마을 뒤편에 503m의 ‘식산’이 있지만 산 중턱으로 고속도로가 지나가고 있어 식산의 경관을 활용하기도 어렵다.

10만 년 전부터 사람이 살았을 것으로 추정되는 신상리 구석기 유적지는 옆 마을인 신상 2리에 있다. 다만 마을 앞뒤로 중부내륙고속도로와 25번 국도가 지나가 교통이 편리하다는 장점이 있다. 덕분에 낙동면과 중동면, 의성군 단밀면 등 인근지역으로 오가는 모든 시내버스가 마을을 경유해 매시간 버스를 이용할 수 있다.

장점보다는 단점이 더 많아 보이는 마을이 명품마을로 발돋움할 수 있었던 것은 마을 이장과 마을활동가, 주민들이 합심해 ‘발버둥’을 친 결과다.

 

해바라기꽃밭-신상1리는 해바라기 꽃피는 마을로 알려져 많은 이들이 찾고 있다.

 

발버둥의 첫 시도는 해바라기꽃이었다. 논과 마을 진입로에 해바라기꽃을 심어 마을을 아름답게 가꾸고 축제를 열자는 것이었다. 처음 예비 귀농인이 아이디어를 내고 주민들이 호응했다. 모든 준비를 마치고 파종 직전, 아이디어를 낸 예비 귀농인이 개인 사정으로 마을을 떠나면서 무산될 위기에 처했으나 주민들이 힘을 모아 계획대로 파종을 하고 꽃을 가꾸었다. 꽃 피는 마을은 이렇게 시작됐다. 해바라기꽃은 활짝 피었으나 축제를 열 여력은 없었다.

우연히 마을을 지나가던 사진작가가 저녁 노을을 배경으로 한 해바라기꽃을 촬영해 SNS에 올리면서 입소문이 나기 시작했다. 해바라기 사진 명소로 알려지면서 사진작가들의 발길이 줄을 이었다. 순식간에 해바라기꽃 핫플로 자리 잡았다. 가을에 해바라기 씨를 채종해 이듬해 다시 심기를 반복했다. 겨울에는 논에 물을 가두어 얼음 썰매장으로 활용했다.

 

겨울철 논에 물을 가두어 만든 얼음 썰매장

 

해바라기 꽃 피는 마을을 통하여 주민들은 마을을 가꾸는 일이 꼭 필요한 일이라는 생각을 가지게 되었다. 자신감도 생겼다. 2020년에는 농림축산식품부의 ‘농촌 작은 문화교실’에 선정돼 노래교실과 생활소품 만들기, 천연염색교실, 목공교실을 운영했다. 문화교실을 통하여 마을 회관을 장식하고 가정에선 생활에 필요한 소품을 만들었다. 천연염색 옷도 만들어 입었다. 만든 소품들을 자녀들에게 선물도 했다. 이런 과정을 통하여 자존감도 생기고 자신감도 생겼다.

 

수확이 끝난 논에 볏짚 건초더미인 ‘사일리지’를 이용해 눈사람을 만들어 포토존으로 활용한다.

 

마을에 웃음소리가 점점 늘어가면서 웃음을 꽃피우는 마을로 발전해 나갔다. 이렇게 합쳐진 주민들의 힘은 낙동면 체육대회 우승으로 이어지고 잠재되었던 끼를 발산하는 촉매제가 됐다. 일 년에 2번 이상 단체 여행을 가는 등 사랑을 꽃피우는 마을로 변화했다. 해바라기 꽃에서 시작된 꽃은 웃음꽃과 사랑의 꽃으로 발전했다.

 

마을음악회1

마을공원에서 열리는 마을음악회
겨울 논에 물 가둬 얼음썰매장 조성
노래교실·천연염색·목공교실 운영
귀농귀촌인 농지·주택 확보 지원
‘어린이 주민’ 뜻 모아 놀이터 조성

 

마을에 대한 주민들의 관심이 높아지면서 그동안 소홀히 했던 일들을 개선·발전시키는 일들이 속속 진행됐다. 먼저 방치되었던 마을공원 살리기에 나섰다. 환경정비를 넘어 지속가능한 공원을 만들기 위해 음악회를 열자는데 의견이 모아졌다. 마을 출신 지역가수와 민요를 배우는 주민, 카페 사장님 등 많은 사람들이 자원했다. 더운 여름밤 마실 가는 기분으로 공원에 모여 음악회를 열었다. 이제는 공연 참가자 대부분을 주민들로 채울 정도로 발전했다. 문화체육관광부의 ‘생활문화 동호회 활동지원사업’에 3회나 선정되는 성과도 거뒀다.

 

마을 공원에 마련된 어린이 놀이터는 마을 주민들의 자부심이다.

 

마을공원에는 농촌지역에서 찾아보기 어려운 특별한 시설이 있다. 바로 어린이 놀이터다. 놀이터가 뭐가 특별하냐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주민들에게는 자부심을 심어주는 시설이다. 어린이 놀이터의 조성과정은 조금 특별하다. 마을 회의에 참석한 어린이들이 어린이 놀이터를 만들어 달라는 의견을 냈고, 전체 주민이 찬성했다. 농촌인구의 고령화가 심해지고 있는 상황을 감안할 때 특별한 상황이라고 할 수 있다. 신상1리는 젊은 마을이다. 전체 주민 189명 중에서 14세 이하의 어린이가 11명이나 된다. 어린이들의 웃음소리가 사라진지 오래라는 다른 농촌지역과는 확연하게 대비된다.

이 밖에도 명품마을을 만들기 위한 다양한 사업들을 시도하고 있다. 마을 입구 폐가를 활용해 마을공작소를 만들어 주민들의 가전제품들을 수리해주고, 문화교실 목공 실습장으로도 활용했다. 귀농귀촌상담소를 설치해 귀농귀촌에 대한 상담과 주택과 농지 확보를 도와준다. 귀농귀촌상담소는 마을활동가로 활동하는 낙동신상교회 김정하 목사가 운영한다. 마을의 빈집을 리모델링하거나 신축을 통해서 귀농인의 집도 운영한다. 귀농 희망자들은 주로 귀농인의 집을 거쳐서 완전히 정착할 준비가 되면 주택을 신축해서 나간다. 이런 과정을 거쳐 최근 10년 간 15채의 집이 새로 지어졌다. 2013년 183명이던 주민이 2021년에는 189명으로 늘어났다. 모든 지역에서 인구 감소를 걱정하지만 신상리는 오히려 늘어나고 있다는 것이 자랑이다.

농촌의 밤은 어둡다. 가로등이 있으나 켜지 않는다. 불빛으로 농작물이 결실이 되지 않는 피해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이것은 주민들 간에 갈등 요인이 되기도 한다. 주민 회의를 거쳐 무릎높이의 소형 태양광등 200개를 마을공원과 골목길 양편에 설치했다. 이로 인하여 밤이 아름다운 마을로 변모했다.

찾아가는 평생교육도 활발하다. 아이들의 솜씨 자랑에서부터 여성들의 수다 교실, 남성들의 힘자랑, 어르신들의 손재주 교실 등 세대별로 특화된 평생교육을 진행한다. 스스로 ‘이도 저도 아닌 마을’이라고 하는 말하는 신상 1리를 명품마을로 만든 것은 주민들의 단합된 힘의 결과로 보인다.

<이재수기자·홍상철수필가>

 

 

[우리 마을은]

 

장재근 이장, 김정하 마을활동가

 

장재근 이장·김정하 마을활동가 “지속가능하나 마을 발전 위해 역량 강화”

신상1리에는 꿀케미를 이루면서 마을 일에 열정적인 장재근 이장과 마을활동가 김정하 목사가 있다.

“대부분의 농촌마을이 고령화되어 어린이의 웃음소리를 듣기 힘들다고 하는데 신상1리에는 어린이가 11명이나 있습니다. 마을회관을 찾아 할아버지, 할머니들 앞에서 재롱도 피우고 마을회의에도 참석해 당당히 의견도 이야기를 합니다.” 장 이장은 마을이 화합이 잘되는 것이 자랑이라고 하며 그 공을 6반 반장이자 마을활동가인 김정하 목사에게 돌린다.

김 목사는 “처음 이 교회로 부임해 왔을 때 이곳은 그저 그런 평범한 마을이었다”면서 “주민들과 친근감을 가지고 함께 생활한다는 생각으로 먼저 인사를 하면서 다가갔다”고 말했다.

자신도 시골 출신이라 시골에 대한 정서가 몸에 배어 있어 빠르게 동화될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마을 이장과 힘을 모아 다양한 마을 일을 하면서 마을활동가로서 자부심도 느끼지만 주민들과 한 몸이 되어 가고 있다는 것이 가장 큰 보람이라고 생각한다.

2013년 부임해 온 후 10년 넘게 마을 활동가로 일한 공로를 인정받아 2023년 경상북도 행복농촌만들기 콘테스트에서 우수상(활동가)을 수상하고 전국을 대상으로 한 농림축산식품부 행복농촌만들기 콘테스트에서도 우수활동가 부문에 입선하는 성과를 거두었다.

김 목사는 “이제 마을 환경개선을 위한 인프라 구축은 마무리 되었으니 앞으로는 지속가능한 마을 발전을 위해 주민 스스로 마을을 가꾸고 발전시켜 나갈 수 있도록 주민들의 역량개발에 주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홍상철수필가

 

 

[가볼만한 곳]

 

태평성대경상감영공원

 

◇ 태평성대경상감영공원

태평성대경상감영공원은 옛 경상도의 중심이었던 상주 경상감영을 재현한 곳이다.

사람들이 역사와 전통을 체험하고 즐길 수 있도록 한 문화공간이다. 상주성도와 상주읍내전도 등의 문헌을 토대로 재현했다.

경상감영은 조선시대 경상도를 관할하던 관청으로 경상도 전역의 공무집행과 공물진상, 공문서 보관 등 모든 행정업무를 수행했던 곳이었다.

원래 경주에 있었으나 1408년 상주로 옮겨온 후 185년 간 상주에 있었다. 경상감영의 정문인 태평루와 관찰사가 업무를 보던 청유당, 관청에서 사용하던 기구와 물품을 보관하던 공고, 관아를 찾아온 손님이 머물던 상산관이 있다.

이밖에도 제금당과 사령청, 내아, 작청, 군뢰청, 청정사, 진남루 등의 시설들이 있다. ‘상주시 삼백로 323’에 있고 관람료는 무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