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화 소천면 분천산타마을] 시간이 멈춘 듯…1년 내내 산타가 반기는 동화 속 세상
핀란드 현지 마을 적극 벤치마킹
빨간 지붕의 집들 이국적 풍경
매년 7·12월 두번씩 축제 열려
산타 복장 주민들 관광객 맞아
주말장터 열리는 관광문화형 시장
겨울의 유럽은 어디나 크리스마스 축제장이다. 수많은 도시에서 크리스마스 마켓이 열린다. 도시마다 차이는 있지만 11월에서 1월까지 열린다. 축제가 열리는 모든 거리에는 캐롤이 울려퍼지고 크리스마스 용품점들이 점령한다. 매년 관광객을 대상으로 투표를 실시해 베스트 20을 선정한다. 투표에는 통상적으로 20만 명 정도의 관광객이 참여한다. 인지도가 높은 큰 도시보다 작고 생소한 도시들도 많다. 2016년과 2017년 연속으로 유럽최고의 크리스마스마켓으로 선정된 크로아티아의 수도인 ‘자그레브’는 12월 내내 크리스마스의 마법에 걸린다. 2014년과 2015년에 유럽 최고의 크리스마스마켓으로 선정된 ‘스트라스부르’는 프랑스의 크리스마스 수도로 불린다. 1570년에 처음 시작됐으니 역사가 450년을 넘는다. 이밖에도 독일의 ‘아헨’, 오스트리아의 ‘빈’ 등 수많은 도시에서 크리스마스 축제가 열린다. 우리나라에도 산타축제가 열리는 마을이 있다. 바로 ‘분천산타마을’이다. 7월에 여름산타축제, 12월에 겨울산타축제가 열린다.
분천산타마을은 봉화군 소천면 분천2리에 있다. 마을을 끼고 흐르는 낙동강 1300리 물길에 여우천의 물길이 흘러든다고 해서 분천(分川)이라는 지명을 얻은 마을이다. 해발 고도가 350m에 이르는 산골마을이다. 사방이 산으로 둘러싸여 있는 오지마을이다. 그러나 1956년 영동선이 개통되고 분천역이 생기면서 마을의 모습이 달라졌다.
분천역이 경북 북부지역의 광물자원과 목재를 수도권으로 운송하는 플랫폼 역할을 하면서 사람들이 몰려들었다. 분천역이 일거리를 만들고 그 일자리를 찾아 모여든 것이다. 산골마을은 번창을 거듭했다. 1970년대까지 큰 호황을 누렸으나 벌목산업과 석탄산업이 쇠퇴하면서 내리막길을 걸었다. 일거리를 찾아 들어왔던 사람들은 다시 떠나고 마을은 비어가기 시작했다. 당연히 열차운행도 줄어들었다. 인파로 북적이던 분천역은 하루 10여 명이 이용하는 간이역으로 전락했다.
이같은 위기에 주민들은 주저앉지 않았다. 주민들과 봉화군을 비롯한 각급 기관단체들이 머리를 맞댔다. 간이역인 분천역을 활용하자는데 의견이 모아졌다.
경상북도와 봉화군은 산타마을 인프라를 구축했고, 코레일은 백두대간 협곡열차를 운영한다. 산림청에서는 분천역에서 승부역에 이르는 산타마을 주변 복합 경관숲을 조성했다. 주민들은 먹거리장터와 체험장을 운영한다. 산타마을의 모든 집의 지붕은 빨간색이다. 흡사 핀란드의 산타마을을 옮겨 놓은 듯하다. 분천 산타마을은 핀란드의 산타마을인 ‘로바니에미 산타마을’을 벤치마킹해 만들었다. 체험관광을 위한 V-트레인과 산타레일바이크, 산타우체국이 있다.
분천역을 중심으로 역 안팎에 트리전망대와 산타조형물, 대형 풍차, 크리스마스 거리가 조성되어 있다. 분천역 앞 관광객 쉼터에선 주말에 다양한 공연행사가 열린다. 농산물 판매장과 산타카페도 운영된다. ‘산타와 함께하는 특별한 겨울 여행’이란 주제로 59일동안 열린 2023~2024 한겨울 산타마을 축제에는 산타클로스의 고향인 핀란드 로바니에미 산타마을의 공인 산타가 방문해 큰 인기를 끌었다. 핀란드 공인 산타는 10일간 분천산타마을을 비롯한 봉화군 여러 관광지를 순회하면서 관광객들과 만났다. 공인 산타의 방문 소식에 분천산타마을 일대는 교통이 마비될 정도로 관관객이 몰렸다. 수도권을 비롯한 전국에서 공인 산타를 만나기 위해 분천산타마을을 찾은 것이다. 공인 산타가 출국한 후에는 마을 주민들이 산타복장을 하고 관광객을 맞는다.
백두대간협곡열차(V-트레인)는 이색 체험관광 프로그램이다. V는 협곡을 의미하는 밸리(Valley)에서 따왔다. 하늘도 3평, 땅도 3평이라는 백두대간 협곡을 달리는 관광열차다. 기차가 아니면 갈 수 없는 협곡을 달린다. 백호무늬로 도색한 기관차는 재롱을 부리는 아기백호를 닮았다. 그래서 ‘아기백호’라는 애칭으로 불린다. 3량이 연결된 객차는 빨간색으로 도색되어 주변 경관과 대비되면서 도드라져 보인다. 객차의 벽면은 모두 유리로 되어 협곡의 아름다운 경치와 철길을 따라 흐르는 맑은 물을 한눈에 볼 수 있다. 협곡을 따라 가파른 봉우리와 터널, 교량, 강물이 시합을 하듯 달리는 풍경이 색다른 맛이다. 분천역에서 철암역까지 운행된다. 중간 기착지인 승부역에서는 기차가 정차하는 동안 작은 장터가 열린다. 이곳에서는 마을 할머니들이 산에서 채취한 고사리와 산나물, 각종 약재를 판매한다. 감자전과 메밀전병, 도토리묵 같은 먹거리로 요기를 할 수도 있다.
세평 하늘길은 2018년 한국관광공사의 ‘이달의 추천길’과 2019년 ‘우리나라 걷기축제’ 대상지로 선정된 트레킹 명소다. 세평 하늘길은 4개 코스로 구성되어 있다. 철길을 따라가고 강물을 따라간다. 숲길을 걷다가 고개를 넘는다. 전 구간이 맑은 공기와 쾌적한 환경을 몸과 마음으로 느낄 수 있는 힐링 트레킹 코스다. 첫 시작은 분천역에서 비동승강장까지 이어지는 4.3km 구간으로 1시간 30분 정도가 소요된다. 굽이굽이 계곡을 따라 걷는 길이다. 이어지는 체르마트 구간은 비동승장장에서 양원역까지 이어지는 2.2km 길이다. 산골마을과 작은 고개를 넘고 아름다운 호수를 만나는 길이다. 양원역에서 승부역까지 5.6km 구간은 비경 구간이다. 철길과 강을 따라 걸으면서 오지마을 사람들의 삶의 애환을 느낄 수 있는 길이다. 자연을 느끼고 여유를 찾아가는 느림의 길이다.
산타우체국에서는 느린 편지를 쓸 수 있다. 보낸 편지는 일 년 뒤에 받아 볼 수 있다. 부모님이나 자녀, 친구에게 주로 쓴다. 자기 자신에게도 쓴다. 지금 당장 하기 어려운 이야기지만 일 년 후가 되면 담담한 모습으로 읽고 미소를 지을 수도 있다는 점이 좋다. 오늘 자신의 각오를 적어 보내고 일 년 뒤에 되돌아보는 반성과 다짐의 편지가 되기도 한다.
산타마을 곳곳에서 호랑이 조형물을 볼 수 있다. 마을 뒷산의 큰 바위가 호랑이를 닮았다고 한다. 호랑이가 무서워 사람들이 들어오지 못한다면서 호랑이가 없어지면 1만 호의 집이 들어온다는 전설이 있다. 영동선 철도가 개설되고 철로에 필요한 골재를 공급하기 위해 채석장이 들어서면서 호랑이 형상은 없어졌다. 이후 산타마을이 만들어지면서 사람들이 몰려들고 있다. 산타마을 곳곳에 자리 잡은 호랑이는 마을 뒷산의 호랑이 바위 전설을 모티브로 해서 만든 것이다.
산타마을을 좀 더 새롭게 꾸미기 위해 빛의 터널과 전망대 설치도 준비 중이다. 전망대에 오르면 빨간 지붕이 돋보이는 마을 전경과 낙동강 상류의 풍광을 한 눈에 볼 수 있게 된다. 주민 편의를 위해 오랜 숙원사업이던 상수도 공급사업이 진행 중이고, 국토부에서 취약지역 생활개선사업의 일환으로 추진하는 새뜰마을사업 대상지로 선정되어 내년부터 23억원의 사업비를 투입해 대대적인 환경개선사업이 추진되면 주민 생활도 더욱 편리해질 것이다. 1만 호의 집이 들어선다는 호랑이 바위의 전설처럼 주민과 관광객이 윈윈하는 마을이 되기를 기대해 본다.
<김교윤기자·홍상철수필가>
[우리 마을은]
전희남 이장 “관광객-주민 윈윈하는 마을 만들 것”
“분천2리는 간이역이 예쁘고 이국적인 산타마을이 아름다운 마을입니다. 이 아름다운 마을을 좀 더 가꾸고, 젊은 청년들이 들어올 수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개발해 젊고 아름다운 마을을 만들고 싶습니다.” 전희남 이장의 바람이다. 전 이장은 11년 전 봉화가 고향인 남편과 함께 분천마을로 귀농했다. 현재는 사과과수원을 운영하고 있다. 귀농 초기에는 감자와 옥수수, 들깨를 재배하다가 지금은 사과 농사를 짓는다. 고도가 높고 일교차가 커 맛있는 사과 생산에 적지라는 생각에서다. 3년 간 새마을 부녀회장을 맡아서 마을을 위해 봉사하다가 주민들의 추대로 이장직을 맡았다. 올해로 3년차 이장이다.
물이 부족한 마을이라 주민들은 계곡물을 상수원으로 활용하고 있었다. 이장을 맡으면서 안심하고 마실 수 있는 맑은 물 확보에 공을 들였다. 그런 노력의 결과로 지하 암반수를 개발해 상수원을 확보하는 결실을 보았다. 현재 가정마다 맑은 물을 공급하는 상수도사업이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었다. 조만간 물 걱정이 없는 마을이 될 것으로 보인다. 마을 환경개선을 위해 국토부의 새뜰마을사업에 응모해 사업비 23억 원을 확보하는 성과도 거두었다. 내년부터 본격적인 환경개선사업에 들어간다. 새뜰마을사업 확보를 위해 전 이장이 직접 경상북도와 국토부에 사업계획을 발표하는 열정을 보이기도 했다.
전 이장은 앞으로는 마을 환경개선을 통하여 주민생활을 더욱 편리하게 하고 산타마을 운영활성화를 위한 프로그램을 개발해 더 많은 관광객을 유치하겠다고 한다. 관광객들에게는 보다 알차고 유익한 볼거리와 체험을 통해 다시 찾아오는 산타마을이 되게 하고 주민들의 소득도 보장되는, 관광객과 주민이 윈윈하는 마을을 만들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가볼만한 곳]
◇억지춘양시장
억지춘향이란 말이 있다. 일을 순리로 풀어가는 것이 아니라 억지로 우겨 겨우 이루어진 것을 이르는 말이다. 어감이 비슷한 억지춘양이란 말이 있다. 1950년대 영동선 철도를 건설할 때 철도 노선이 억지로 춘양을 통과하도록 변경시켰다고 하여 억지춘양이란 말이 생겼다는 이야기가 있다.
80여 년 전 12령 보부상들을 중심으로 시장이 형성되었다. 1960~70년대에는 쌀시장과 우시장이 크게 번창했다. 하루에 200~300마리의 소가 거래될 정도의 대규모 시장이었다. 4일과 9일에 열리는 오일장이지만 주말장터를 여는 관광문화형시장으로 발전했다. 여름철에 열리는 산골야시장을 비롯해 할로윈축제, 어린이 시장체험행사, 주말장터, 고객사은잔치 등 다양한 문화행사가 진행된다. 상인회를 중심으로 억지춘양 상설공연단을 운영해 시장공연과 복지시설 위문공연도 한다.
봉화를 중심으로 경북북부지역에서 생산된 농산물이 많이 팔린다. 봄에는 어수리와 취나물 등 다양한 산나물들이 많다. 산골이지만 동해안에서 바로 올라오는 문어를 비롯한 싱싱한 생선들도 많다. 억지춘양시장은 볼거리와 먹거리가 풍성한 시장, 정이 많은 시장이다.
“억지로라도 한 번 가보시더! 희안하니더”하고 구수한 경상도 사투리로 손님을 부르는 정겨운 시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