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미 해평정다운센터] 마을기업 고도화로 ‘풍요의 고장’ 옛 명성 되찾는다
지명의 유래
내륙 깊숙한 곳에 있으면서
바다처럼 넓은 들판 품은 마을
농경시대 많은 사람 뿌리내려
모든 이름에는 의미가 있다. 사람의 이름은 집안 항렬의 돌림자나 가족의 염원을 담아 짓는다. 땅의 이름도 다르지 않다. 사람들이 한 곳에 정착을 하고 영역을 확장해 나가는 과정에서 지형지물의 차이를 구분할 필요성을 느끼고 이름을 지었을 것이다. 지명을 짓고 분류하는 데 있어서 정설은 없다. 일반적으로 모양이나 크기, 위치, 특징, 역사, 문화 등 다양한 요소들을 고려해 이름을 지었다. 그 과정을 거치는 동안 생성과 소멸을 거듭했다. 스토리도 더해졌다. 그래서 지명유래를 지명의 전설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지명에는 정체성이 녹아들어 있다.
내륙 깊숙한 곳에 있으면서 바다를 품고 있는 곳이 있다. 바로 구미시 해평면이다. 바다 해(海)에 평평할 평(平)자를 쓴다. 들판이 바다처럼 넓다고 해서 붙여진 지명이다. 농경사회에서 들판이 넓다는 것은 풍요의 상징이었다. 넓은 들판에서 오곡이 풍성하게 쏟아지니 오래전부터 터를 잡고 살았고, 더 많은 사람들이 몰려든 땅이었다. 그러나 산업화가 진행되면서 사람들은 더 좋은 일자리를 찾아 도시로 떠나갔다. 6·70년대의 이농행렬에서 해평도 자유로울 수는 없었다. 이농으로부터 시작된 마을의 쇠락은 저출산 고령화라는 암초를 만나면서 가속화되고 있지만 이에 주저앉지 않고 도전장을 내민 사람들이 있다. 해평정다운센터와 해평중심지 영농조합법인 회원들이 그 주인공이다.
해평정다운센터는 2015년 농림축산식품부의 농촌중심지 활성화사업 공모에 선정되면서 출발했다. ‘농촌중심지 활성화 사업’은 농촌중심지의 잠재력과 고유의 테마를 살려 특성과 경쟁력을 갖춘 농촌 발전 거점으로 육성하는 사업이다. 농촌의 중심지인 읍·면·동 소재지와 배후마을에 대한 기초생활 인프라를 개선하고, 서비스 기능확충에 초점을 둔다.
해평면 중심지사업은 정다운센터 건립과 도농교류센터를 시작으로 마을기업인 ‘해평중심지 영농조합법인’으로 확대됐다. 해평면 낙성1·2리와 해평리, 오상리, 월호리 등 5개 마을에서 55명의 회원들이 활동하고 있다. 첫 시작은 목욕탕 운영이었다. 농사일을 마치고 목욕을 함으로써 몸을 청결히 하고 피로를 푸는 것이 필요하지만 기존 목욕탕은 영업을 중단한 상태고 가까운 곳에 목욕탕이 없어 주민들이 불편을 겪고 있었다. 이점에 착안해 운영이 중단된 목욕탕을 철거하고 건물을 신축해 2019년 새롭게 문을 열었다. 1층은 헬스장, 2층은 여탕, 3층은 남탕으로 이용된다.
이용요금도 저렴하고 수질이 좋다고 소문이 나 하루에 150여 명 이상이 찾는다. 해평 면민들은 물론 인근 도시지역 주민들이 더 많이 찾는다. 철거한 예전 목욕탕이 운영될 때도 수질이 좋다는 평가를 받았었다. 지하수와 상수도를 1:1로 혼합해 사용한다. 인건비를 절약하기 위해 수부와 욕실관리, 기계관리를 모두 주민들이 맡아서 한다. 10명의 회원들이 순서를 정해서 봉사활동을 한다는 생각으로 참여한다.
목욕탕 운영은 농촌지역 특성상 이동권에 제약을 받는 어르신들의 숙원사업이지만 경영수지를 맞추기 어려워 많은 지역에서 운영에 엄두를 내지 못하는 사업이다. “마을에 목욕탕이 있는 것 그 자체만으로도 행복하다”면서 “서울에 있는 고급 목욕탕에서 목욕을 한 기분이다”고 이곳을 찾은 어르신들은 말한다.
센터 1층에는 헬스장과 농산물 판매장, 벌꿀 소분 작업장이 있다. 2019년 목욕탕 개업과 함께 운영을 시작한 헬스장은 러닝머신과 싸이클, 바벨, 거꾸리 등 다양한 장비들을 갖추고 있다. 월 이용료가 3만원으로 저렴해 주민들이 많이 이용한다. 농사일을 마친 농업인들은 물론 인근에 있는 해평생활과학고 학생들도 이용한다.
입구에 마련된 농산물 판매장에서는 찹쌀과 보리쌀, 마늘, 양파, 달걀, 벌꿀, 야채류를 판매하고 있다. 모두 지역 농업인들이 생산한 농산물이다. 로컬푸드라 신선하고 저렴하다. 목욕탕 이용객들과 인근 도시지역 주민들이 주 고객이다.
쇠락 위기 극복 노력
작년부터 마을기업 설립·운영
지역 소득·일자리 창출 앞장
해평정다운센터는 지난해부터는 마을기업을 설립해 운영 중이다. 주된 사업은 지역에서 생산된 벌꿀을 소분해 스틱꿀로 포장해 판매하는 것이다. 벌꿀 소분기를 활용해 12g의 스틱꿀로 포장해 농협 하나로마트와 로컬푸드매장에서 판매한다. 스틱꿀 포장도 회원들이 참여한다. 설날과 추석 명절 선물용으로 많이 판매된다. 최근에 구미시 고향사람 기부금 답례품으로도 선정되었다.
행정안전부에서 추진하는 마을기업은 지역주민들이 지역자원을 활용한 수익사업을 통해 공동의 지역문제를 해결하고, 소득 및 일자리를 창출하여 지역공동체 이익을 효과적으로 실현하기 위해 설립·운영하는 마을단위의 기업이다.
구미시농촌협약지원센터와 협업해 농촌지역 활성화를 위한 다양한 형태의 프로그램도 운영한다. ‘매일이 정다운 학교’라는 타이틀로 헬스장의 공간을 활용해 헬스케어와 스마트폰교육, 꽃꽂이 라탄공예, 다육이 체험, 인문학 강의 등 다양한 문화행사를 진행했다.
도시민과 함께하는 1박2일이라는 도시민 교류행사도 진행한다. 핵심 사업인 목욕탕과 연계한 문화행사다. 도시민과 주민들이 센터를 출발해 지역 문화유산인 쌍암고택과 낙봉서원에서 고택체험을 하고 목욕체험을 한다. 식사 후에는 도농교류센터에서 숙박을 한다. 도시민들은 직접 만든 문패를 만들어 주민들에게 선물을 하면서 정을 나눈다.
‘달디 단, 정다운 마켓’이란 주제로 마을마켓도 열었다. 스틱꿀 판매를 비롯해 ‘매일이 정다운 학교’ 작품전시, 청년예술가·청년상인과 함께하는 예술체험, 정다운 클래스, 정다운 공연 등 다채로운 프로그램으로 진행된다. 개업기념 축제행사는 주민 위안잔치를 겸해 열렸다. 음악공연과 함께 식사를 대접하고 행운권 추첨 등을 하면서 즐거운 하루를 보냈다.
앞으로는 2차 마을기업 고도화사업에 응모해 무료 사진관을 운영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사진기와 인화시설을 갖추고 주민들에게 장수사진과 일상의 모습을 사진으로 촬영해 주는 사업이다. 우선 1년간 무료로 운영하다가 정착이 되면 유료로 전환할 계획이다. 마을기업으로 운영 중인 스틱꿀 사업을 확장하고 유통망을 확대해 주민 소득증대로 연결할 계획이다. 농촌지역 고령화에 대응 전략으로 드론방제단을 설립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모두가 지방 소멸을 걱정하지만 해평정다운센터, 해평중심지 영농조합법인은 지역 사회에 활력을 불어넣기 위해 꺾이지 않는 마음으로 도전을 계속하고 있다.
<최규열기자·홍상철수필가>
[우리 마을은]
김배근 사무국장 “한우-미나리 연계로 소득 증대 추진”
“해평은 그 이름처럼 넓고 풍요로운 고장이었지만 고령화로 점점 쇠락해 가는 것을 보면서 농촌을 다시 일으켜 세우는데 작은 힘이라도 보태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해평중심지영농조합법인 김배근 사무국장은 말한다. 김 사무국장은 대우그룹에서 근무하다가 대우전자 대리점을 운영했었다. 아버지의 건강이 나빠지면서 귀향해 벼농사를 짓고 한우를 사육하고 있다. 아침 저녁에는 집에서 농사일을 하고 낮 시간에는 해평중심지 영농조합법인의 운영과 회계 등 전반적인 업무를 추진한다. 노후화된 농촌을 활성화시키고 주민들의 생활환경개선에 힘을 보탠다는 생각에서 무보수로 일한다.
6년 동안 낙성1리 이장을 맡아 주민들의 일꾼으로 봉사하면서 해평면 이장협의회 회장직도 맡아서 활동했다. 도시에서 직장생활과 자영업을 한 경험과 귀향후 영농경험을 융합해 농촌지역 활성화와 소득증대에 혼신의 힘을 쏟고 있는 마을 활동가의 삶을 살고 있다.
앞으로는 구미지역의 한우와 도리사 미나리를 연계한 축산물 유통센터를 운영해 지역 주민들의 소득 증대를 추진할 계획이다. 고품질의 한우 판매를 통하여 농가에서는 소득을 올리고 소비자들은 저렴한 가격에 한우를 맛볼 수 있도록 한다는 계획이다. 노인복지시설을 설치해 농촌지역 농민과 어르신들이 건강한 삶을 유지하면서 문화복지혜택도 누리도록 하겠다는 큰 그림을 그리고 있다.
홍상철수필가
[가볼만한 곳]
◇금호연지 생태공원
“이 못에 연꽃이 길이 피거든 나의 정신이 살아 있음을 알아달라”, “국운이 성하면 연꽃도 성하고 국운이 쇠하면 연꽃도 쇠할 것이다.” 아도화상이 금호연지에 홍련을 심고 남긴 말이다.
금호연지는 우리나라 8대 적멸보궁 중의 한 곳인 도리사를 창건한 아도화상의 전설이 전해져 오고 있는 곳이다. 일제강점기에는 연꽃이 쇠하여 명맥만 이어져 왔지만 1977년 도리사에서 부처님 진신사리가 발견되면서 다시 번성하기 시작해 저수지 전체를 덮을 정도로 늘어났다. 2007년에는 멸종위기식물로 지정된 가시연꽃이 피어나 사진작가와 관광객의 발길이 이어졌으나 또다시 자취를 감춘 상태다. 봄이면 겨울잠에서 깨어난 연잎이 힘차게 돋아나고, 여름철이면 녹색의 연잎과 분홍빛 연꽃이 시각과 후각을 동시에 자극한다. 가을에는 황금빛이 되고 겨울에는 갈색의 연밥이 색다른 멋을 연출하는 곳이다. 연지 제방에 마련된 머루 터널에 앉아 은은한 연향을 맡으면 그 자체로 힐링이 된다.
해평면 소재지에서 상주방면으로 가는 도로변에 위치해 있다. 일정한 수원이 없지만 가뭄에도 마르지 않는 것이 특징이다. 예전에는 농업용수로 사용 됐으나 현재는 연꽃으로 유명한 관광지로 각광을 받는 곳이다. 연지 주변에 4개의 정자가 있어 편안하게 쉬면서 연꽃을 감상 할 수 있다. 넓은 주차장이 설치되어 이용에 편리하다. 바로 옆에 연체험농장과 목공예 공방이 있어 다양한 체험활동도 할 수 있는 곳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