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시대 효자 ‘도시복’의 마을
천혜 자연 품은 효자면 용두리
행안부 사업 응모 ‘청년마을’선정
무농약 재배 호두농장 거점으로
농삿일·트래킹·천연염색 등 즐기며
일터의 소중함 재인식·자긍심 고취

 

예천군 효자면 용두리는 해발 600m의 고지대 산촌마을이다. 이곳에 자리잡고 있는 ‘생텀마을’은 웰니스를 추구하는 청년마을이다. 복합문화공간을 중심으로 청정한 자연 속에서 명상과 운동, 농사일 등을 하면서 웰니스 라이프스타일을 만들어간다.

 

개명의 바람이 불고 있다. 인명도 그렇고 지명도 그렇다. 저마다 이유는 다르겠지만 새로운 출발에 대한 의지가 담겨 있다고 할 수 있다. 인명을 바꾸는 것이 성명학을 근거로 한 것이라면, 지명을 바꾸는 것은 지역의 정체성을 재정립하고 관광객 유치를 통한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한 것으로 보인다. 영월군은 2009년에 서면과 하동면을 한반도면과 김삿갓면으로 바꿨다. 이후 많은 지역에서 지명을 바꿨다.

강원도 양구군의 국토정중앙면과 영월군의 무릉도원면이 자연환경에서 따온 것이라면 여주시의 세종대왕면과 경주시의 문무대왕면은 인물에서 지명을 따왔다. 예천군의 효자면은 조선시대 실존 인물인 효자 ‘도시복’을 활용했다. 도시복은 효자면 용두리 출신으로 마을에는 그의 생가가 있다. 용두리는 해발 600m의 고지대 산촌마을이다. 호두를 많이 재배해 호두골로 불렸다.

 

효자 ‘도시복’생가

도시복은 매우 가난해 숯을 팔아 생계를 유지했지만 어머니를 극진히 모셨다. 병환 중에 있던 어머니가 한여름철에 홍시가 먹고 싶다고 하자 홍시를 구하기 위해 백방으로 노력했으나 구할 수가 없었다. 낙담하고 있을 때 호랑이가 나타나 등에 태우고 강릉의 제삿집까지 달려가 홍시를 구할 수 있게 도와줬다고 한다. 도시복의 효성에 하늘이 감동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수많은 그의 효행이 조정에 알려져 명심보감에 실렸다.

도시복의 효 사상이 전해져 내려오는 용두리에 새로운 형태의 마을이 자리하고 있다. 바로 ‘생텀마을’이다.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물리적 공간을 배경으로 한 마을이 아니라 삶의 지표가 같은 청년들이 모여서 만든 문화적 의미가 강한 마을이다.

 

호두나무숲은 농사의 공간임과 동시에 자연과 소통할 수는 있는 공간이다. 이곳에서 청년들이 명상을 통해 몸과 마음의 건강을 찾는 시간을 가진다.

 

생텀마을은 웰니스(wellness)를 추구하는 청년마을이다. 웰니스는 웰빙(well-being)과 행복(happiness) 건강(fitness)의 합성어로 신체와 정신은 물론 사회적으로 건강한 상태를 의미한다. ‘생텀’이란 마을 이름은 영화 ‘닥터 스트레인지’에서 지구를 지키는 3개소의 생텀에서 차용해 온 것이다. 2010년부터 웰니스를 추구하는 청년들이 정착하면서 만들어졌다.

생텀마을을 이끌고 있는 김민성(41) 대표는 농촌과는 인연이 없는 청년이었다. 대학에선 전자공학을, 대학원에서는 국제관계학을 공부하고 국제개발협력 분야에서 일했다. 2년간 아프가니스탄에 파견되어 지방재건단으로 활동했었다. 미군기지 내에서 생활했지만 잦은 포격으로 심신에 피로도가 쌓여갔다. 부상자와 사망자를 보는 것이 일상처럼 되었기 때문이다. 결국 휴가를 얻어 귀국해 병원을 찾았으나 원인을 찾을 수가 없었다. 몸을 가누기조차 힘들 정도의 통증이 떠나지 않았다.

파견이 끝나고 귀국 후 태극권을 만났다. 육체적·정신적 어려움을 겪고 있던 김 대표에게 태극권 스승이 예천 여행을 권했다. 이 여행에서 그는 예천의 자연에 반했다. ‘이것이 진정한 자연의 모습이라는 것을 느꼈고, 이런 곳에서 살면 좋겠다’는 생각을 가졌다. 이후 예천을 찾는 횟수가 점점 늘어났고, 통증도 사라졌다.

그러다 2016년에 예천에 완전한 둥지를 틀었다. 먼저 정착한 선배들과 함께 생활하다가 2022년 행정안전부의 청년마을 만들기사업에 응모해 생텀마을을 탄생시켰다. 청년마을은 행정안전부에서 지역 청년들의 유출방지와 도시 청년들의 지역 정착을 지원해 청년들에게 새로운 삶의 기회를 제공하고 지역에 활력을 제공하는 사업이다. 전국에 39개 마을이 있다.

 

이곳을 찾은 이들은 숲 속에서 자연과 소통하면서 명상과 태극권을 통해 몸과 마음의 건강을 되찾는 시간을 가진다.

 

생텀마을의 목표는 웰니스다. 청정한 자연 속에서 명상과 운동, 농사일 등을 하면서 건강한 삶을 목표로 삼는 웰니스 라이프스타일을 만들어 나간다. 자연 그대로를 보존하되 안전하게 생활할 수 있도록 최소한의 요소만을 변화시키면서 운영한다. 무농약으로 재배하는 호두농장을 배경으로 태극권이나 명상을 한다. 정글처럼 우거진 숲속에는 자연 그대로의 트래킹 코스를 만들고 개량형 전통구들방에서는 아로마테라피도 진행한다.

 

 

지난해 국가 무형문화재 115호 염색장 윤영숙 교수와 함께 여러가지 전통염료를 이용해 ‘천연염색과 건강한 삶’이라는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천연재료를 이용해 천연염색을 하고 서로 다른 모습으로 보여지는 논밭의 모습을 사진으로 담는 ‘아름다운 밭’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이 모든 것들은 모두 웰니스라는 하나의 주제로 모여진다. 프로그램은 ‘감마실’(γ)로 불리는 복합문화공간과 주변 자연환경을 이용해 진행된다.

 

웰니스를 페스티벌화 한 ‘쉬는날‘ 프로그램은 삶에 쫓기는 청년들이 쉴 시간도 없고 방법도 몰라 진정한 쉼을 누리지 못한다는 점에서 착안해서 만들었다.

 

‘쉬는 날’이란 프로그램은 웰니스를 페스티벌화 한 것이다. 삶에 쫓기는 청년들이 쉴 시간도 없고 방법도 몰라 진정한 쉼을 누리지 못한다는 점에 착안해서 만들었다. 태극권을 하면서 쉬는 ‘생각의 쉼’과 호두를 활용한 음식을 만들고 나누는 ‘마음의 쉼’, 사운드베스로 소리목욕을 하는 ‘몸의 쉼’ 등으로 구성됐다. 페스티벌은 매회 30~50명의 청년들이 참여해 진정한 쉼을 가진다.

청년들이 스스로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체험한다. 명승지인 ‘선몽대’에서 소나무와 물을 보면서 요가를 하고 태극권을 수련한다. 논밭을 배경으로 한 사진촬영도 한다. 같은 논밭이지만 시선은 다르다. 농민들은 단순한 일터로 보지만 청년들에게는 경이로운 풍경으로 보인다. 무덤덤하게 시작했지만 사진 속의 주인공이 된 자신의 모습을 보고 농민들은 감탄한다. 자신의 일터에 대한 새로운 눈을 뜬 것이다. 이 감탄의 리액션 모습을 다시 동영상으로 제작해 보여주면 또 다른 즐거움이 된다. 이런 과정을 통하여 농민들은 자신들이 일하는 일터의 소중함을 재인식하고 자긍심을 가지는 계기가 된다. 감동과 자긍심의 선순환이다.

3박4일 치유의 글짓기도 작지만 큰 성과를 거뒀다는 평가를 받는 프로그램이다. 6명의 청년들이 자신의 이야기를 글로 쓰고 발표했다. 글쓰기 선생님으로부터 자신의 마음을 돌아보는 방법과 글쓰기 지도를 받아 이야기를 쓴다. 청년들은 글쓰기를 통해 치유를 받는다. 예천읍에 소재한 ‘도깨비곳간’에서 낭독회도 가졌다. 자신의 진솔한 이야기를 다른 사람들 앞에서 낭독함으로써 마음에 쌓여있던 응어리들이 녹아내리는 경험을 했다고 한다.

이 밖에도 ‘오늘하루 생텀마을’과 ‘건강 생텀에 맡겨줘’, ‘생텀마을 힐링 딜리버리’, ‘생텀 소사이어티’, ‘청년이 생텀에게 배우다’, ‘인터내셔널 힐링데이’등 다양한 프로그램들을 진행했다. 주민들과의 협력사업도 한다. 어르신 운동법을 보급하고 평생학습관에서는 움직임 명상법을 가르치기도 한다. 예천 희망 키움 센터 프로그램으로 지역주민 공동돌봄 양성과정을 개설해 이수한 주민들은 건강 돌봄 리더로 선정돼 지도강사로 활동하기도 한다.

 

 

생텀마을에서는 무농약 무제초제 호두농사를 짓고 있다.

 

생텀마을에서 재배하는 무농약호두

 

 

호두기름·누룽지·사과 증류주 등
지역 농산물 활용 제품 개발 활발
주민과 협업 통한 상생활동 기대

 

사과재배 농가와 청년, 전통주 제조업체가 협업으로 ‘춘희’라는 사과 증류주도 생산하고 있다. 못난이 사과로 술을 만들어보자는 청년의 아이디어를 활용해 착한농부(주)에서 만들었다. 2023년 대한민국 주류대상에서 ‘우리술 증류주 부문 대상’을 수상했다. 호두기름과 호두누룽지를 생산하고 호두식초와 호두식혜도 개발하고 있다. 천혜의 자연환경을 배경으로 주민들과 협업해 상생의 길을 걷고 있는 청년마을 생텀의 앞날이 기대된다.

<권중신기자·홍상철수필가>

 

 

[우리 마을은]

 

김민성 대표

 

김민성 대표…”더 많은 사람 위한 웰니스 타운 만들 것”

“처음 스승님을 따라 예천에 왔을 때 정글처럼 우거진 산과 숲을 보고 이것이 진정한 자연이구나하는 생각이 들었다”면서 “이후 자연스럽게 예천에 오는 발걸음이 잦아졌고, 자연의 치유효과를 경험하면서 완전한 정착을 이루었다”고 김민성 대표는 말한다.

김 대표는 용두리 마을에 정착하면서 그동안 아프카니스탄에서 수없이 마주했던 부상과 죽음으로 인한 트라우마에서 서서히 벗어났고, 자신이 추구하는 웰니스 라이프스타일을 만들고 전파하는데 최적의 장소라고 판단했다. 이후 먼저 정착했던 선배들과 힘을 모아 웰니스를 실천할 수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만들고 전파하는데 힘을 기울이고 있다.

단순히 프로그램을 만들고 앞에서 이끌고 나가는 것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참가자들이 스스로 프로그램을 만들고 함께 운영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 이런 노력 덕분에 생텀마을을 찾았던 청년 10명이 예천에 정착해 생활하는 것이 가장 큰 성과라고 했다.

앞으로도 웰니스에 관심이 있는 청년들과 힘을 합쳐 예천의 맑은 공기와 물, 치유경험을 토대로 한 웰니스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전파해 더 많은 사람들이 건강한 삶을 살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이런 계획을 더욱더 발전시켜 생텀마을을 웰니스타운으로 만들어 나갈 큰 그림을 그리고 있다.

홍상철 수필가

 

[가볼만한 곳]

 

예천목재문화전시관

 

충북 단양과 경북 예천을 가르는 백두대간 저수령 아래 해발 700m의 고지대에 예천목재문화체험장이 자리잡고 있다. 예천군이 목재에 관한 지식과 정보를 공유하고 목재를 이용한 체험의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만든 곳이다. 2019년 3월에 개장해 아직 관광객들에게 많이 알려진 곳은 아니다.

1층에 마련된 전시실에서는 나무에 대한 모든 것을 볼 수 있다. 2층에 있는 목공교육실에서는 목공예에 대한 전반적인 교육을 받을 수 있다. 목재 체험장은 어린이부터 초등학생, 중고등학생, 성인까지 연령별로 자신이 원하는 체험을 할 수 있다.

초등학생들은 주로 열쇠고리부터 문패, 공룡시리즈, 저금통, 보물상자를 만들고, 중고등학생들은 스피커와 모니터 받침대, 독서대 등을 많이 만든다. 성인들은 도마와 좌탁, 접이식 테이블 등 가정에서 필요한 생활용품들을 많이 만든다. 야외놀이터와 피크닉존이 마련되어 가족단위 체험객이 많이 찾는다. 예천군 효자면 도효자로 2142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