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천 회룡포 녹색농촌체험마을] 사계절 내내 체험관광 이어지는 ‘육지 속의 섬’
옥빛 물길 따라 녹음 가득 숲길
뿅뿅다리 지나 마을 입구 도착
주민 돈 모아 영농조합 설립
대형 숙박시설·체험관 등 조성
풀베기·꽃씨 뿌리기 등 농촌 체험
동창회·계모임 등 단체 손님 인기
초·중학생 해마다 체험학습 찾아
드라마 ·예능 소개…전국구 명소
유채꽃·데이지 등 화려한 꽃밭도
시골의 고요함·넉넉한 인심 가득
[2022 경상북도 마을이야기] 예천 회룡포 녹색농촌체험마을
용이 날아올라 한 바퀴 돌아간 자리에 강물이 흘러들었다. 강물은 크게 휘돌면서 모래사장을 만들었고 곡류의 중심부는 점차 단단해져 사람이 살 만한 토대가 됐다. 사람들은 제방을 쌓고 길을 내어 집과 농경지를 일구었다. 땅은 매끈한 항아리 모양으로 가느다란 항아리의 목이 육지와 연결되어 있지만, 비가 많이 와 물이 넘치면 섬 아닌 섬이 됐다. 모래를 한 삽만 뜨면 섬이 되어버릴 것 같은 ‘육지 속의 섬‘ 물돌이 마을, 예천 회룡포다.
회룡포 전망대에서 바라본 굽이굽이 돌아가는 물길은 마치 한 폭의 그림 같다. 반짝거리는 하얀 모래사장을 감싸며 도는 옥빛 물길이 참 아름답다. 그곳의 내면을 바라보기 위해 녹음 가득한 숲길을 따라 마을에 진입할 수 있는 뿅뿅다리에 다다르면, 회룡포 녹색농촌체험마을 표지판이 먼저 관광객들을 반긴다.
회룡포 녹색농촌체험마을은 회룡포 문화시설관리 및 각종 농가 체험프로그램을 운영하고, 관광객들에게 편의시설을 제공하고 있다. 2005년 예천군 용궁면 대은리 주민들이 자발적으로 회룡포를 방문하는 관광객들에게 농촌 체험의 기회를 제공하고자 십시일반 돈을 모아 영농조합법인을 설립했다. 풀베기, 꽃씨 뿌리기 등의 체험으로 관광객을 맞이하다 2016년 지역행복생활권 연계협력사업으로 지금의 자리에 조합원들이 부지를 마련하고 예천군이 체험관, 농특산물 판매장, 숙박 및 편의시설 건물을 완공할 수 있도록 지원했다.
영농조합법인 ‘회룡포 녹색농촌체험마을’이라는 이름은 예천군의 기존 체험 마을의 이름을 본떠 만들어졌다. 예천에는 농촌체험관광의 활성화를 통한 농업 부가가치 증진을 위해 운영되고 있는 6개의 체험마을이 있다. 모두 예천의 중요 관광지 인근에 위치하고 있어 관광지 이름을 앞에 두고 녹색농촌체험마을을 붙였다.
회룡포 녹색농촌체험마을은 마을의 대표 관광지인 ‘회룡포’, ‘뿅뿅다리’ 이름을 딴 방갈로 형 가족실, 최대 70명이 사용 가능한 대형 숙박시설, 체험관, 농·특산물 판매장, 바비큐장, 마을 소유의 비닐하우스, 팔각 정자 등을 갖추고 있다. 주말에는 국가 명승 제16호 회룡포의 절경을 보기 위해 찾은 가족 관광객 손님들이, 봄·가을에는 동창회, 계모임을 위해 단체방을 찾는 숙박 손님들로 가득하다.
회룡포가 알려진 것은 2000년에 방영된 드라마 ‘가을동화’에서 주인공인 준서와 은서가 어린 시절을 보낸 곳으로 소개되면서부터다. 이후 1박2일이 촬영되면서 전국구 명소가 됐고, 최근에는 TV 트로트 오디션 프로그램 출연진이 ‘회룡포’를 열창하면서 더욱 인기를 끌고 있다.
회룡포 마을로 들어가기 위한, 이름도 재밌는 ‘뿅뿅다리’는 건축 공사장에서 쓰는 구멍이 뚫린 철판으로 만든 외나무다리이다. 다리는 홍수가 질 때도 뚫려있는 구멍 때문에 물이 잘 빠져 튼튼하게 잘 버텨 안전하게 마을로 향할 수 있다.
천변의 은빛 모래사장을 지나 천하대장군과 지하여장군이 맞아주는 마을로 들어서면 꽃밭이 펼쳐진다. 봄에는 유채꽃으로 가득하다. 여름에는 청보랏빛 수레국화와 안개꽃, 데이지, 양귀비 등이 환상적인 풍경을 보여준다. 마을 곳곳에 피어있는 꽃들은 지자체에서 추수가 끝난 마을 주민들의 논에 사시사철 꽃을 심어 관광객들에게 아름다운 자연 경관을 선물하고 있다.
또한 마을에는 계절에 맞는 매력적인 체험이 준비되어 있어 관광객뿐만 아니라 해마다 초·중학교 학생들이 체험학습을 하기 위해 마을을 찾는다. 봄에 나는 산나물, 미나리로 장아찌를 만들기도 하고, 마을의 하우스에서 블루베리, 딸기를 수확해 잼을 만들 수도 있다. 여름에는 옥수수와 감자를, 가을에는 마을의 특산물인 사과대추를 따고 함께 먹는 시간을 가진다. 마을의 사과대추는 일반 대추보다 2~3배 이상 크고 사과처럼 아삭한 맛이 있어 대추를 싫어하는 아이들도 달콤한 맛에 거부감 없이 맛있게 먹을 수 있다.
농한기인 겨울에는 고추장이나 김치를 만들며 도시에선 경험해 보기 힘든 체험을 해볼 수 있다. 계절에 관계없이 마을에서 직접 기른 제철 농작물을 수확해 비빔밥을 만들어보는 체험도 있다. 옛날 시골집에서 할머니가 양푼에 냉장고에 있던 나물을 넣어 만들어주시던 따뜻한 밥상이 떠오르기도 한다.
사실 회룡포는 주말마다 2~3천여 명의 관광객들이 오가는 예천의 대표 관광지이기에 관광객들을 위한 음식점, 카페가 많이 있을 것 같지만 회룡포 주변은 음식점 허가가 나지 않는 보존 녹지 지역이다. 그렇기에 회룡포 녹색농촌체험마을도 천혜의 자연환경을 유지하고 대부분의 주민들이 벼농사와 블루베리, 수박, 사과대추 등의 특용작물을 기르는 한적하고 고요한 시골마을로 지켜질 수 있었다.
마을은 경주 김씨가 집성촌을 이루고 있는 원주민들이 대부분이지만, 폐쇄적인 분위기는 없다. 과거부터 항상 사람들이 오가던 곳이라 다른 시골 마을보다 경계가 덜하다. 오히려 마을 주민들이 외지 손님들이 오면 현지인 추천 여행 코스를 알려준다고 한다. 시골의 고요함을 느낄 수 있으면서 넉넉하고 부담스럽지 않은 인심이 가득한 동네이다.
권중신·김민주기자
우리 마을은
이승현 사무장…”시골에서만 느끼는 여유로움 선물하고파”
이승현 사무장은 회룡포 녹색농촌체험마을의 2년 차 사무장이다. 몇 년 전, 남편의 직장이 이동하면서 가족과 함께 예천군 풍양면으로 귀농하여 새로운 보금자리를 얻었다. 처음 도전한 농사일은 여간 힘든게 아니었다. 농촌 생활에 적응하기 위한 노력을 하던 중, 인근 회룡포 녹색농촌체험마을의 사무장 자리가 공석이라는 소식을 듣게 됐다. 도시에서 서비스직으로 오랜 기간 종사한 경험을 토대로 지원해 작년 회룡포 녹색농촌체험마을의 사무장이 되면서 예천에 더욱 빨리 정착할 수 있었다.
‘회룡포를 찾은 관광객들에게 어떤 추억을 선물하면 좋을까?’ 천혜의 자연환경인 내성천과 회룡포의 경관을 보고자 찾은 사람들에게 뜻깊은 추억을 선물하고 싶었던 이 사무장의 머리에 번뜩이는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드라마 ‘가을동화’의 준서(송승헌)와 은서(문근영)가 어린 시절 회룡포에서 보낸 시간을 함께 경험해 보면 재밌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회룡포로 떠난 나의 어린 시절’이라는 체험 프로그램을 만들어 중·장년층의 관광객분들이 복고풍의 교복을 입고 자전거를 이용해 회룡포를 돌아보고 함께 도시락을 먹으며 어린 시절을 추억해 보는 시간을 가질 수 있도록 기획했다. 때마침 예천군 문화관광부 담당자분이 문화관광기금 지원사업을 추천해주셨고, 아이디어를 구체화하며 서류를 준비하여 받게 된 지원금으로 교복과 자전거, 전기 스쿠터를 구입했다.
코로나로 숙박 손님이 많이 줄어 힘들었던 시기였지만, 이 사무장은 위험성이 덜한 실외에서 회룡포를 즐길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만들기 위해 고민했고 이 노력을 알아주기라도 하듯 다행히 많은 관광객들이 체험을 이용했다. “작년 여름 주말에는 자전거, 스쿠터를 이용하는 분들에게 안전 수칙을 설명해드리고 관리하느라 아침부터 저녁까지 내내 서서 일했어요. 몸은 참 힘들었지만 그래도 행복했어요. 제 아이디어가 실현되어 많은 분들이 이용해 주시니 조합원인 동네 어르신분들이 고생한다며 차가운 음료나 요깃거리를 챙겨주며 응원해 주셨어요. 초보 사무장에게 소중한 마을을 믿고 맡겨주신 만큼 제가 할 수 있는 건 다해서 어르신들께 많은 배당금으로 돌려드리고 싶어요”
앞으로도 이 사무장은 하고 싶은 것이 많다. “계절에 맞는 체험을 더욱 늘리고 싶어요. 우리는 ‘체험’ 마을이니까, 방문해주시는 분들이 흥미를 느낄 체험을 계속해서 고민하고 만들어내는 게 제 역할이라 생각하고요. 내년에는 ‘외할머니 집에서 보내는 여름방학’이라는 스토리텔링을 담은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있어요. 넓은 마당에 아궁이를 만들어 고구마, 옥수수를 삶아 먹고 내성천 모래사장에 텐트도 치고 물놀이를 하며 시골에서만 느낄 수 있는 여유로움을 아이들에게 선물하고 싶어요”
김민주기자
가볼만한 곳
◇삼강주막… 옛 시대상 역사ㆍ문화 가치 인정
낙동강 1천300리 중간에 위치한 삼강나루는 강과 내륙을 연결하는 터미널이었다. 삼강나루를 왕래하는 시인 묵객, 과거시험을 보러 가는 유생과 보부상, 농사꾼, 뱃사공 등 몰려드는 사람들을 위한 숙식처가 필요해지면서 삼강주막이 생겼다.
규모는 작으나 본래 기능에 충실한 평면구성으로 건축사적 희소가치와 옛 시대상을 보여주는 역사 문화적 가치를 인정받아, 2005년 ‘경상북도 민속문화재 제134호’로 지정되었다.
2006년 마지막 주모 유옥련 할머니가 세상을 떠난 뒤 방치되었으나 2008년 예천군에서 주막의 옛 모습을 살려 복원했다. 주막 부엌의 흙벽에는 젓가락으로 금을 그어 표시한 외상 장부가 있다. 글자를 모르던 주모가 자신만의 방법으로 막걸리 주전자의 숫자를 표시한 것이다. 주막 건물 뒤에는 수령 약 500년 이상의 회화나무가 서 있어 옛 정취를 더해준다.
◇회룡포 미르 미로공원…둑길 따라 내성천 물길 감상
회룡포 미르 미로공원은 회룡포 가장자리를 감싸는 둑길을 따라 내성천의 고요한 물길을 감상하며 걷다 보면 나타난다.
미로는 4천481㎡ 부지에 에메랄드 그린 785주, 에메랄드 골드 777주, 블루 엔젤 406주로 조성되어 있다. 나무들은 피톤치드를 풍부하게 생산하는 푸른 서양 측백나무 종류이다.
에메랄드 골드는 회룡포를, 에메랄드 그린은 회룡포를 감아 도는 내성천을 표현했다. 목적지에 도달하면 종을 땡땡땡 울려 성공을 만천하에 알릴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