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동강·내성천·금천 ‘세 물길’
삼강나루 통해 경북 내륙으로
삼강주막 중심 ‘문화단지’ 조성
다양한 전시·체험·교육기능 갖춰
펜션 10동·오토캠핑장 20면
트레킹 즐기며 낙동강 뷰 일품
언택트 관광…삶 활력소 충분
예천 삼강주막마을은 낙동강과 내성천, 금천의 세 물길이 만나는 곳에 자리잡고 있다.경북의 마지막 주막이었던 ‘삼강주막’ 주변으로 강 문화전시관과 보부상 문화체험촌, 삼강나루캠핑장, 생태공원 등으로 구성된 삼강문화단지가 조성돼 있다. 전영호기자 
예천 삼강주막마을은 낙동강과 내성천, 금천의 세 물길이 만나는 곳에 자리잡고 있다.경북의 마지막 주막이었던 ‘삼강주막’ 주변으로 강 문화전시관과 보부상 문화체험촌, 삼강나루캠핑장, 생태공원 등으로 구성된 삼강문화단지가 조성돼 있다. 전영호기자 

 

2021 경상북도 마을이야기, 예천 삼강주막마을

모든 문명은 강을 따라서 이뤄졌다. 물길이 만든 비옥한 토양에 사람들이 모여들면서 마을이 됐다. 사방에서 물산이 모여들었고 문화가 흘렀다. 한강의 두물머리(양수리)가 그렇고, 낙동강의 삼강도 그런 곳이다. 삼강은 낙동강과 내성천, 금천의 세 물길이 만나는 곳이다. 삼강나루가 생기면서 자연스럽게 경제와 문화의 중심으로 자리 잡았다. 낙동강을 거슬러 올라온 물살은 삼강나루를 통해 경북 내륙으로 퍼져나갔다. 영남 내륙에서 한양으로 가는 길목이기도 했다. 삼강나루를 건넌 후 문경새재를 넘고 충주를 거쳐 한양으로 올라갔다. 

도쿄올림픽에서 열일곱 살의 김제덕 선수가 양궁 2관왕에 오르면서 예천이 다시 한 번 주목받고 있다. 세계양궁선수권대회 5관왕 김진호 선수의 뒤를 이어 예천이 활의 고장임을 보여준 것이다. 예천이 활의 고장으로 자리 잡은 것 또한 삼강나루와 무관하지 않다. 활 제작에는 수많은 재료가 필요하지만 그 중에서도 황소 뿔과 소힘줄이 반드시 필요하다. 수많은 사람과 물산이 삼강나루를 거쳐 갔다. 소도 마찬가지다. 그 소들에게서 나온 황소 뿔과 소힘줄은 활을 만드는 데 사용됐다. 삼강나루에서 예천으로 가는 중간에 있었던 우두원(소장수들의 숙소)을 통해 얼마나 많은 소들이 오갔는지를 추측할 수 있다. 낙동강 1천300리 중간에 위치한 삼강나루는 강과 내륙을 연결하는 터미널이었다. 2007년에 삼강주막녹색농촌체험마을(대표 정재충·73)로 선정됐다.

예천마을이야기-삼강주막
마지막 주막으로 불리는 삼강주막. 뒤편의 500년이 넘은 회화나무와 조화를 이룬다.

 

삼강나루를 이용하는 사람들은 다양했다. 시인묵객에서부터 과거시험을 보러가는 유생과 보부상, 농사꾼, 뱃사공 등 신분과 빈부를 가리지 않았다. 몰려드는 사람들을 위한 숙식처가 필요해지자 주막이 생겨났다. 주막은 밤낮을 가리지 않고 북적거렸다. 그러나 세월이 바뀌면서 주막은 이제 그 기능을 다했다.

 

삼강주막 부엌에 있는 막걸리 항아리. 위쪽에 젓가락으로 벽에 선을 그은 외상장부가 보인다.
삼강주막 부엌에 있는 막걸리 항아리. 위쪽에 젓가락으로 벽에 선을 그은 외상장부가 보인다.

 

2006년까지 명맥을 유지해 오던 주막은 마지막 주모였던 할머니가 세상을 뜨면서 문을 닫았다. 경상북도에서는 마지막 주막을 보존하자는 뜻에서 ‘경상북도 민속문화재 제134호’로 지정했다. 2008년에 주막의 옛 모습을 살려 복원했다. 부엌의 흙벽에는 젓가락으로 금을 그어 표시한 외상 장부가 있다. 글자를 모르던 주모가 자신만의 방법으로 막걸리 주전자의 숫자를 표시한 것이다. 주막은 28.67㎡(8.7평) 규모의 작은 초가집이다.

삼강주막 옆에 있는 500년이 넘은 회화나무와 들돌
삼강주막 옆에 있는 500년이 넘은 회화나무와 들돌

 

바로 옆에 수령 500년이 넘은 회화나무와 ‘들돌’이 있다. 무게 50㎏의 들돌은 청년들이 농부로 인정받는 통과의례인 동시에 일꾼들의 품삯을 정하는 도구로 쓰였다.

삼강주막을 중심으로 삼강문화단지가 조성돼 있다. 3대 문화권사업으로 추진해 낙동강 연안의 강 문화와 생태자원을 관광자원으로 특화해 다양한 볼거리와 전시, 체험, 교육기능을 갖춘 문화체험관광시설이다. 강 문화전시관과 보부상 문화체험촌, 삼강나루캠핑장, 생태공원으로 구성돼 있다.

강 문화전시관은 삼강을 기반으로 한 강 문화와 생태문화, 민속문화 등을 소개하는 전시관이다. 낙동강과 세계 강의 역사를 볼 수 있는 곳이다. 상설전시실과 영상관, 어린이 실내 놀이터, 카페 카와티, 북카페, 옥상 전망대로 구성되어 있다. 상설전시실에는 자연과 역사, 문화, 사람을 주제로 한 다큐멘터리 존(zone)이 있다.

예천마을이야기-팬션
삼강나루캠핑장의 파브르펜션 모습, 곤충의 고장인 예천의 특징을 살려 메뚜기, 사슴벌레 등 각종 곤충의 모습으로 만들어졌다.

 

보부상문화체험촌은 봇짐을 메고 전국 각지를 넘나들던 옛 보부상들의 문화를 체험할 수 있는 곳이다. 미곡전, 대장간, 민가생활관, 물품창고, 보부상숙소, 막걸리 홍보관으로 구성돼 있다. 물건을 놓고 흥정을 하는 객주와 보부상의 표정에는 진지함이 묻어난다. 막걸리 홍보관에는 막걸리 제조도구와 제조과정을 볼 수 있다. 또한 전국 막걸리지도를 통해 전국의 막걸리를 한 눈에 볼 수도 있다.

삼강나루캠핑장은 파브르펜션 10동과 오토캠핑장 20면을 갖추고 있다. 파브르펜션은 메뚜기와 사슴벌레 등 각종 곤충을 형상화한 모습으로 지어져 어린이들에게 인기가 높다. 캠핑장에서 바라보는 낙동강뷰가 일품이다. 주변에 ‘하늘이 낸 효자 도시복’, ‘별동선생의 지혜’ 같은 전래동화를 소재로 한 조형물이 설치되어 있어 자녀들의 교육적 효과도 크다. 회룡포까지 연결되는 트레킹코스는 행정안전부의 ‘우리마을 녹색길 명품 베스트 10’에 선정된 둘레길이다.

문화행사도 풍성하게 열린다. 매년 막걸리 축제와 나루터 축제가 열린다. 코로나로 인해 현재는 잠정적으로 중단되었지만, 코로나가 종식되면 다시 열 예정이다. 지역 문화단체들이 참여하는 주말 문화공연도 마찬가지다. 지난 6월에는 3대문화권 관광활성화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경북 무슨 129!’가 열렸다. ‘옛 조선의 주막으로 돌아간다’는 주제의 시간여행이다. 관광객들은 모두 조선시대 화폐인 상평통보를 사용했다. 패랭이모자 만들기와 돛배만들기, 사발통문쓰기 등의 체험을 통하여 조선시대의 삶을 경험할 수 있다.

예천마을이야기-막걸리
삼강리 주민들이 공동사업으로 추진해 만드는 삼강막걸리와 회룡포막걸리.

 

7월에는 토요일에 ‘삼강주막 뉴트로 PUB’이란 체험관광도 진행됐다. 모든 사람들이 즐길 수 있는 퓨전음악을 들으면서 삼강주막 막걸리와 어울리는 음식을 즐길 수 있는 관광상품이다. 예천의 농산물을 이용해 예천의 맛을 선보인 음식에서는 지역 출신의 유명 셰프가 ‘덕질하는 비빔파스타’와 ‘카우보이 표고 튀김’ 등 다양한 요리를 선보여 호평을 받았다. 도시에서는 맛볼 수 없는 삼강주막에서만 즐길 수 있는 특별한 맛이었다. 8월에는 삼강주막 해설과 보물찾기, 북치고 마음 밝히기, 보부상 도시락체험으로 구성된 삼강야행도 열린다.

예천의 아름다운 8경인 삼강나루는 전통과 현대가 어우러진 곳이다. 코로나19 장기화에 따라 언택트 관광이 대세로 자리 잡은 이때에 선조들의 삶의 현장이었던 삼강나루 일대를 돌아보면서 즐기는 것은 새로운 활력소가 될 것으로 보인다.

권중신·배수경기자

<우리마을은>

예천마을이야기-돌
정재충 대표가 삼강주막 옆에 있는 들돌을 들어올리는 모습을 재현하고 있다. 무게가 50㎏이 넘고, 들어 올리는 정도에 따라 일꾼들의 새경이 결정된다고 한다.

 

삼강주막 주민 끈질긴 설득 문화재로 등록…정재충 삼강주막 녹색농촌체험마을 대표

“이곳 삼강마을에서 태어나고 자랐으며, 앞으로도 계속해서 이곳 삼강나루의 전통과 문화를 지키면서 살아갈 것입니다.”

정 대표는 삼강마을 토박이다. 젊은 시절 잠시 외지로 나갔다가 33살에 고향으로 돌아왔다. 그리고는 줄곧 마을을 지켰다. 1992년부터는 마을 이장 직을 맡아서 14년 동안 마을일을 도맡아서 했다. 이장으로 재직하면서 사라져갈 위기에 처한 삼강주막을 문화재로 등록해서 영구적으로 보존하는 일에 앞장섰다. 삼강주막의 보존은 예천군은 물론 마을에서도 공감했지만 현실은 만만치 않았다. 건물과 토지 소유자가 달랐기 때문이다. 예천군에서 1차적으로 주막을 매입하고 토지 매입에 나섰으나 난관에 봉착했다. 토지 소유자가 팔지 않겠다고 나섰기 때문이다. 결국 이장이던 정 대표가 나섰다. 3년 동안 수십 차례 만나서 설득하고 협조를 부탁했다.

문화재로 지정되면 영구적으로 보존할 수 있고, 마지막 주막으로서의 명성을 활용하면 관광명소가 될 수 있다고 설득했다. 결국 승낙을 받아내면서 문화재로 등록을 마쳤다. “당초 토지 소유자가 완강하게 반대했으나 마을 주민들과 함께 계속적으로 설득해 성사시켰다”면서 “이후 주막을 복원하고 연이어 강문화전시관과 보부상 문화체험촌, 캠핑장이 들어서면서 삼강문화단지가 완성됐다”고 정 대표는 말했다.

2009년에 삼강주막은 물론 마을 전반에 대해 잘 아는 사람이 맡아야 한다는 주민들의 추천에 의해 삼강주막녹색농촌체험마을 대표직을 맡아서 현재까지 운영하고 있다. 마을 주민 공동사업으로 설립해 운영하고 있는 삼강주막 막걸리 대표도 겸하고 있다. “지금은 삼강나루가 그 기능을 다했지만, 새롭게 복원된 삼강주막을 중심으로 한 삼강문화단지가 국민 관광지로 자리 잡았다”면서 “선조들의 삶의 애환이 서려있는 이곳을 잘 보존해 나갈 것”이라고 하는 정 대표의 의지가 굳건해 보였다.

<가볼만한 곳>

회룡포 전경. 맞은 편에 있는 비룡산 전망대에 오르면 회룡포 전경을 한 눈에 볼 수 있다.
회룡포 전경. 맞은 편에 있는 비룡산 전망대에 오르면 회룡포 전경을 한 눈에 볼 수 있다.

◇회룡포

“내 것이 아닌 것을 멀리 찾아서/ 휘돌아 가는 그 세월이 얼마이더냐/ (중략) 아 어머님 품속같은 그곳 회룡포로 돌아가련다.” 가수 강민주가 부른 ‘회룡포’의 가사다. 최근에 인기리에 진행된 트롯경연의 선곡 1순위 곡이다.  마음을 흔드는 애절한 음정과 귀향 본능을 자극한 노래이기 때문일 것이다. 이 노래를 듣고 수많은 사람들이 고향을 생각하고 눈물을 흘렸을 것이다.

회룡포는 예천군 용궁면에 있다. 내성천이 360도 회전하면서 태극문양의 땅이 만들어졌다. 강물이 싣고 온 비옥한 땅에 하나 둘 사람들이 모여 들면서 마을이 생겼다. 현재 20여 명의 주민들이 생활한다. 내성천의 넓은 모래사장은 우리나라에서는 쉽게 찾아볼 수 없는 명품이다. 용이 날아오르면서 크게 한 바퀴 돌아간 자리에 강물이 흘러 만들어졌다는 이야기가 전해지는 곳으로 국가명승 제 16호로 지정돼 있다.

유유히 흐르던 강물이 방향을 틀어 상류로 거슬러 흐르는 것처럼 보이는 풍경이 아름다워 육지속의 섬마을로 통한다. 마을로 들어가려면 철판에 구멍이 뚫린 뿅뿅다리를 건너야 한다. 출렁거리는 좁은 뿅뿅다리를 건너는 맛이 색다르다.

맞은 편 비룡산에 있는 전망대에 오르면 회룡포의 전경을 한눈에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