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포항 수중바위산 왕돌초
스킨스쿠버 즐겨찾는 명소
2월 말~3월 초엔 대게축제
TV서 본 ‘거기’ 맞아요
방송 프로그램 통해 유명세
인물 벽화 그려 관광객 매혹
해발 64m 나지막한 등기산
신석기유적관·무인등대
아찔한 스카이워크 추천
 

후포리는 백년손님 벽화마을로도 이름나 있다. 나지막한 등기산을 오르면 신석기유적전시관(오른쪽아래 반구형지붕)과 세계의 유명 등대 모형이 있다.전영호기자
후포리는 백년손님 벽화마을로도 이름나 있다. 나지막한 등기산을 오르면 신석기유적전시관(오른쪽아래 반구형지붕)과 세계의 유명 등대 모형이 있다.전영호기자

 

2019 경상북도 마을이야기-울진 후포리마을

바다를 끼고 달리는 동해안 7번 국도는 바다를 볼 수 없는 지역에 사는 이에게는 하나의 로망이다. 울진군 후포리 마을을 가기 위해 포항에서 영덕을 거쳐 7번 국도를 달리며 오른쪽으로 보이는 동해바다에 탄성을 지르다 보면 커다란 울진대게 조형물이 눈 앞에 나타난다.

바로 옆에 세워진 입간판에는 ‘생태문화관광도시 울진’이라는 문구와 함께 후포리의 대표인물이라 할 수 있는 남서방과 장인장모가 울진 특산물인 대게와 대왕문어를 앞에 두고 찍은 사진이 그냥 지나칠 수 없는 크기로 세워져있다.

여기서부터 울진의 제일 남쪽 마을이자 ‘울진대게’의 중심지 후포리가 시작된다.

바닷가에 인접한 해발 64m의 나지막한 등기산 둘레로 마을이 형성되어 있다.


후하고 넉넉한 바다라는 의미의 후포(厚浦)리는 후릿골 또는 후리포로 불렸다. 물고기를 잡는 큰 그물을 뜻하는 ‘후리’에서 유래된 마을 이름으로 미루어 짐작해볼 때 후포리는 아주 오래전부터도 어업이 성행하던 마을이었음을 알 수 있다.
2003년 방영된 드라마 대장금에서 “울진 대게의 맛은 임금님도 경탄해 마지 않으셨다”라는 대사가 나온 이후 지금은 울진하면 대게를 떠올릴 정도의 브랜드 파워를 갖게 되었지만 그 외의 어종들, 꽁치나 오징어의 어획량도 상당했었다고 전해진다.

후포항 동쪽 23km 지점 해상에 자리하고 있는 거대한 수중바위산 왕돌초는 각종 어류들이 서식하는 황금어장이자 스킨스쿠버들이 즐겨찾는 명소다.

해마다 2월말에서 3월초에는 후포항 왕돌초광장 일원에서 ‘울진대게와 붉은대게축제’가 열린다. 왕돌초광장에 위치한 울진대게홍보관에 가면 대게와 붉은대게에 관한 자세한 정보도 알 수 있다.

울진마을이야기
후포리 마을 곳곳에서 ‘백년손님’에 등장한 마을 어르신들을 벽화로 만날 수 있다.

후포리가 전국적으로 알려지게 된데는 '백년손님'의 영향이 크다.
후포리가 전국적으로 알려지게 된데는 ‘백년손님’의 영향이 크다.

 

몇 년전까지만 해도 조용한 어촌마을이었던 후포리가 전국적으로 알려지게 된 것은 SBS 예능 프로그램 ‘자기야-백년손님’의 공이 크다. 방송에서 본 친근한 이미지의 남서방(남재현 박사) 장인 장모님를 보기위해 마을을 찾아오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마을 정비를 위해 골목길을 따라 벽화를 그리기 시작했다..

한마음 광장에 주차를 하면 ‘백년손님’ 촬영지는 150m, ‘그대 그리고 나’ 촬영지는 90m라는 이정표가 먼저 반겨준다. 남서방 처갓집 앞에도 제법 큰 주차장이 마련되어 있다.

후포리 마을 곳곳에서 '백년손님'에 등장한 마을 어르신들을 벽화로 만날 수 있다.
후포리 마을 곳곳에서 ‘백년손님’에 등장한 마을 어르신들을 벽화로 만날 수 있다.

이정표를 따라 느린 발걸음으로 걷다보면 이발관 사장님이 물통을 들고 있는 모습이 그려진 ‘진이발’을 만나게 된다. 여기서부터가 본격적인 벽화마을의 시작이다. 남서방과 후타삼(일명 후포리 타짜 삼인방) 할머니 등 방송에서 자주 보던 낯익은 인물의 벽화는 지나가는 관광객들의 발길을 멈추게 한다.

바닷가 마을인만큼 오징어, 대게, 문어 등 해산물 그림도 빠질 수 없다. 감나무가 있는 집에는 감 따는 아이들을, 담장이 높은 집에는 기린을, 장미넝쿨이 우거진 집에는 장미를 그려넣는 등 각 집의 특색에 맞춘 그림들이 마을을 더욱 돋보이게 만든다. 차 한 대가 지나갈 수 있을 정도의 좁은 골목길을 따라 아기자기하게 그려진 그림들은 걸음을 멈추는 곳마다 포토존으로 만들어준다.

'백년손님' 남서방 처갓집
‘백년손님’ 남서방 처갓집

문이 없는 남서방 처갓집에 다다르면 ‘집안 출입을 금하고 무리한 사진촬영을 자제해 달라’는 안내문이 세워져있다. 그간 많은 사람들의 방문으로 적잖게 시달렸음을 알 수 있다.

이춘자 여사는 처음에는 오는 손님이 반가워 커피도 대접하고 사진도 함께 찍었지만 시도때도 없이 찾아오는 관광객들을 도저히 감당할 수 없어 결국은 안내문을 세우게 되었다고 한다. 그렇지만 낮은 담 너머로 집안을 들여다보고 사진을 찍는 사람들은 여전하다. 대부분의 벽화마을이 겪고 있는 고민이기도 하다.

지금은 기억하는 사람들이 그리 많지 않지만 MBC드라마 ‘그대 그리고 나’의 촬영지도 바로 후포리다. 1997년 10월에 시작해 1998년 4월에 종영했으니 20년도 더 된 이야기다.

최불암, 김혜자, 고 최진실, 박상원, 송승헌 등 내로라 하는 배우들이 출연했던 드라마는 60%이상의 시청률을 기록했지만 극중 주 무대가 영덕 강구항이었기 때문에 드라마 흥행의 영광을 누리지는 못했다.

울진마을이야기-등대
등기산 공원에는 세계 각국의 이름난 등대모형과 조형물들을 있어 사진찍기에 좋다.

드라마의 배경음악인 루 크리스티의 ‘비욘드 더 블루 호라이즌’(Beyond the Blue Horizon)은 제목을 아는 사람은 드물어도 ‘그대 그리고 나’라는 제목을 들으면 마치 조건반사처럼 저절로 흥얼거리게 되는 곡이다.

마을 초입에서 타일로 장식이 된 계단을 오르면 중간쯤에 캡틴박(최불암)의 집이 나타난다. 그 앞에 서면 후포 바닷가가 내려다보인다.

집 앞에서 잠시 숨을 고르고 쭈욱 올라가면 등기산 산책로가 나타난다. 야트막한 산이지만 제법 볼거리가 많다. 동그란 반구형의 지붕이 인상적인 ‘후포리 신석기유적관’은 생각보다 소박하다.

일출명소로도 이름높은 등기산 정상에는 무인등대가 서있다. 예전에는 주변을 지나는 선박을 위해 낮에는 흰깃발을 꽂고 밤에는 봉화불을 피웠다고 전해진다. 등기산이라는 이름도 거기에서 유래되었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출렁다리를 건너 국내 최장길이의 등기산스카이워크를 따라 걷는 것도 짜릿한 기분을 선사해준다.

후포리는 사진찍기 좋은 마을, 식도락 테마 여행 뿐 아니라 앞으로 더 무궁무진한 가능성을 갖고 있는 마을이다.

후포여객선터미널에서는 울릉도까지 가장 단시간에 갈 수 있는 여객선을 탈 수 있다는 것도 매력적이다. 여객선을 기다리는 시간동안 마을 한바퀴 휘리릭 돌아보기에도 좋다.

후포를 떠나오면서 등기산 스카이워크 앞 시비에 새겨진 신경림 시인의 ‘동해바다-후포에서’를 가만히 읊조려본다.

친구가 원수보다 더 미워지는 날이 많다/티끌만한 잘못이 맷방석만하게/동산만하게 커보이는 때가 많다/그래서 세상이 어지러울수록/남에게는 엄격해지고 내게는 너그러워지나보다/돌처럼 잘아지고 굳어지나보다/

멀리 동해바다를 내려다보며 생각한다/널따란 바다처럼 너그러워질 수는 없을까/깊고 짙푸른 바다처럼/감싸고 끌어안고 받아들일 수는 없을까/스스로는 억센 파도로 다스리면서/제 몸은 맵고 모진 매로 채찍질하면서.

여럿이 함께 여행하기도 좋지만 자신을 돌아보며 성찰하기 위한 곳으로도 이만한 곳이 없어보인다.

김익종·배수경기자

 

정감있는 마을에 자랑거리가 가득,  후포리 마을  김두수 이장, 김명숙 부녀회장

울진마을이야기인터뷰
후포리마을 김명숙 부녀회장(왼쪽)과 김두수 이장.

크고 거침없는 목소리만큼 마을에 대한 애정도 큰 김두수 이장은 태어나서 지금까지 후포리를 지키고 있는 토박이다. 8년째 이장직을 맡는 동안 마을 곳곳 그의 관심이 미치지 않는 곳이 없다.

행여라도 관광객들이 와서 불편한 마음을 갖고 돌아갈새라 세심하게 살피고 마을주민들의 불만을 다독이는 것도 그의 몫이다.

요즘 농어촌 마을 어디나 갖고 있는 고민인 고령화, 후포리도 예외일 수 없다. 주민들의 평균연령이 70세에 이를 정도라 마을 회관에서는 치매예방을 위한 장수 88체조 교실 등을 열어 마을 어르신들의 건강을 챙기고 있다.

부녀회장은 서예, 문인화, 캘리그라피는 물론 사회복지사 자격까지 따고 마을 주민들을 위해 봉사할 준비를 하고 있다.

“후포리 마을은 참 정감있는 마을이에요. 대문이 없는 집이 대부분이고 니것 내것 없이 서로 나누는 옛 정이 여전히 살아있어요. 울진하면 오지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지만 울릉도로 가는 최단코스의 여객선이 운항중이기도 하고 자랑거리가 많은 마을입니다.” 차분하고 꼼꼼한 부녀회장 김명숙(63)씨는 이렇게 후포리를 소개한다.

“해마다 후포에서는 세계 요트대회가 열립니다. 전세계 사람들이 찾는 곳인만큼 후포 마리나항 개발사업 및 해양수산복합센터 조성사업이 완료되면 국제적인 항구 거점도시로도 도약할 수 있을 것 같아 기대가 큽니다.” 김 이장의 이런 바람은 조만간에 실현될 후포리 마을의 꿈이기도 하다.

울진마을이야기-가볼만한곳
국내 최장길이의 등기산스카이워크. 유리를 사이에 두고 바다를 내려다보면 아찔하지만 스릴있다.

◇등기산 스카이워크

2018년 2월 완공된 후포 등기산 스카이워크는 등기산 공원에서 출렁다리를 건너면 만날 수 있다. 출렁다리가 무서운 사람들은 해변 쪽의 나무계단을 이용해도 된다.

국내 최대길이인 135m의 등기산스카이워크는 150톤/㎡의 하중을 견디도록 설계가 되었다니 안심하고 걸어도 좋지만 유리를 사이에 두고 바다를 내려다보는 기분은 아찔하다.

스릴을 즐기며 스카이워크의 끝까지 걸어가면 의상대사를 사모한 선묘낭자의 전설을 모티브로 만든 선묘룡 조형물을 만날 수 있다.

바람이 많이 부는 날에는 출입이 통제된다. 월요일과 추석 및 설날 당일을 제외하고 오전 9시부터 오후 5시 30분까지 개방을 하며 현재까지는 무료입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