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주 녹색농심인삼마을
60여 가구 주민 130명 ‘한마음’
조청 만들기 등 프로그램 운영
매년 관광객 4천여명 마을 찾아
가래떡 생산 年 5천500만원 매출
영농조합법인, 주주에 배당금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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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주시 안정면 녹색농심인삼마을은 주민들의 적극적인 참여로 모범적인 체험마을로 자리잡았다.

2018 경상북도 마을이야기 – 영주 녹색농심인삼마을

마음속으로 아름다운 농촌마을을 그려보라고 하면 많은 사람들이 이런 모습을 떠올릴 것이다. ‘마을 앞에 펼쳐진 너른 들판 사이로 시냇물이 흐르고, 나지막한 뒷산이 팔을 벌려 마을을 포근히 감싸고 있으며, 동구에는 느티나무 고목이 수문장처럼 마을을 지키고 서 있다.’ 그런 마을을 실제로 보고 싶다면 영주시 안정면 단촌1리 백골(栢谷)마을로 찾아가면 된다.

뒷산에 잣나무가 많아 잣골, 백곡, 백골로 불린 이 마을에는 반남 박씨, 밀양 박씨, 예천 임씨 등 세 성씨가 서로 의지하며 사이좋게 어울려 산다. 이들 세 성씨가 자리 잡기 전에는 김씨가 살았는데, 임씨는 그 외손이라고 한다. 영주에서는 부자마을로 이름이 났으며, 정·관계와 학계에 많은 인물을 배출했다. 지금은 60여 가구 약130명의 주민이 살고 있다.

백골마을을 찾아간 날, 무더위를 잠시 식혀주는 소나기가 내렸다. 마을 앞 들판에는 벼가 푸르게 자라고 있고, 천연기념물 제273호 느티나무도 짙푸른 녹음을 드리우고 있다. 비에 씻긴 단아한 마을을 둘러보며 몇 달 눌러앉아 살아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차장으로 보이는 예쁜 시골마을을 보고 문득 그런 생각을 해본 경험이 있다면 우선 이 마을에서 하루 묵어가면 좋을 듯하다. 이 마을은 겉모습만 ‘모범적’인 마을이 아니다.

지난 2009년 농협 팜스테이 마을 지정을 시작으로 체험관, 황토반, 떡공장 등을 갖춰 ‘모범적’인 농촌체험마을로 변신에 성공했다. 이제 사람들은 단촌1리 백골마을이라는 이름보다 ‘녹색농심인삼마을’로 이곳을 기억한다.

녹색농심인삼마을은 쌀, 인삼, 사과 등 마을특산물을 이용한 다양한 체험거리를 갖추고 있다. 그 중에서도 사과 따기, 느티인절미 만들기, 사과고추장 만들기, 조청 만들기, 꽃차 체험 등이 인기다. 산수유 뚝방길 걷기, 마을뒷산 걷기, 전통놀이를 즐길 수도 있고, 부녀회에서 마련한 인삼산채비빔밥, 인삼한우불고기정식, 삼계탕, 느티떡, 촌두부 등 향토음식을 맛볼 수 있다. 숙박시설은 20~30명 수용이 가능한 단체방과 4~6인실 황토방 3칸이 마련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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떡 체험장.

녹색농심인삼체험마을의 방문객은 체험활동을 하는 학생들이 많지만, 직장이나 단체에서 워크숍을 위해 찾아오기도 한다. 이 마을에서 한두 가지 체험과 숙박을 하고 부석사, 소수서원, 선비촌, 무섬마을을 둘러보는 문화체험프로그램도 인기가 높다. 또 이 마을에서는 조청과 꽃차 체험도 해 볼 수 있다. 녹색농심인삼마을 부위원장으로도 활동하고 있는 김귀숙 안정농산 대표는 인삼조청, 도라지조청, 생강조청 등 다양한 조청 제품을 생산하고 있으며, ‘소백산 꽃차 이야기’ 이연희 대표도 귀농 후 꽃차 생산과 교육에 힘을 쏟고 있다.

다양한 프로그램과 주민들의 적극적인 참여로 한해 4천명 정도가 녹색농심인삼마을을 찾아온다. 또 농한기 소득사업으로 시작한 떡 가공사업도 순조롭다. 마을 내 떡공장에서 명품 안정쌀로 만든 가래떡을 설 명정을 앞두고 판매하는데 인기가 높아 연 5천500만원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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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골마을 앞의 너른 들판.

이러한 체험마을 운영은 깨끗한 마을환경과 풍부한 농산물이 바탕이 됐지만, 더욱 중요한 것은 주민들의 마을에 대한 자긍심과 단합심이었다. 각자 농사일에 바쁜 중에도 교육이나 마을행사에 적극 참여하며 새로운 프로그램 개발에 적극 나서고 있다. 아직도 정원대보름이면 700살 느티나무에 동제를 지내는 마을답게 주민들의 공동체의식이 살아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저력을 바탕으로 영농조합법인 녹색농심인삼마을은 지난해 처음으로 주주들에게 5%의 배당금을 지급, 마을사업이 본궤도에 올랐음을 보여주었다.

그렇지만 이 마을도 여느 시골 마을처럼 고령화 추세를 거스를 수는 없었다. 마을 주민들은 연로해 가는데 그 아랫세대는 고향으로 돌아오지 않는다. 예전의 활력을 되찾기 위해서는 귀농 귀촌 하는 젊은이들이 마을로 많이 들어와야 한다. 녹색농심인삼마을의 성공이 그 촉매가 됐으면 하는 것이 마을 사람들의 바람이다.

김교윤·김광재기자

“주민 평균연령 75세…젊은이 귀농 지원 최선”
<임율 마을 운영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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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마을 평균연령이 75세 쯤 됩니다. 일할 사람이 부족하니 그게 제일 힘든 부분이지요. 마을에 있는 집들도 허술해지고 묵정밭도 많습니다. 마음이 허전해요.”

녹색농심인삼마을 임율(70) 운영위원장은 2009년 이장을 맡아, 주민 공동사업으로 농촌체험마을과 떡 가공공장 운영을 이끌어왔다. 자신감이 넘치는 목소리의 그였지만 사오십년 전 마을에 활기가 넘치던 시절을 회상하면서는 진한 아쉬움이 묻어났다.

“그때는 참 다복하고 활기가 넘치는 마을이었습니다. 동제도 지금은 정월 대보름 자시에 제사 지내는 것이 전부지만, 예전에는 지신밟기도 하고 행사가 컸습니다. 여름 ‘푸꾸’(풋굿, 호미씻이) 때도 종일 마을잔치가 벌어져 온 마을사람들이 흥에 취했었지요.”

임 위원장은 녹색농심인삼마을이 다른 농촌체험마을에 비해 뛰어난 성과를 거두고 있음에도 앞날이 걱정이라고 말했다. 그는 마을공동사업을 당분간 지금 수준으로 유지는 할 수는 있겠지만, 새로운 사업을 추진하고 장기적으로 발전해 나가려면 마을에 젊은이들이 많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도시 젊은이들이 이 마을로 귀농·귀촌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드는 데에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임 위원장은 오계초, 영광중고둥학교 졸업 후 농업에 종사하면서 단촌1리 이장, 경북도 농촌마을협의회 총무이사, 영주시 쌀 전업농회장을 지냈으며 지난 2009년 농림부장관상, 2013년 경북도지사상 등을 받았다.

<가볼만한 곳>

의상-선묘 애틋한 설화 담긴 사찰
◇부석사

신라 문무왕 16년(676)에 의상대사가 부석사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목조건물인 무량수전을 비롯해 국보5점, 보물6점, 도 유형문화재 2점 등 많은 문화재를 가지고 있다.

특히 무량수전 앞 신라시대 8각 석등(국보 17호)은 정교한 조각이 아름다운 명품이며, 국보 189호 무량수전에서 내려다보는 풍경은 감탄을 자아낸다. 부석사라는 이름은 무량수전 서쪽에 있는 큰 바위가 아래의 바위와 서로 붙지 않고 떠 있다고 해 ‘뜬돌’(浮石)이라 부른 데서 연유했다고 한다. 부석사에는 의상대사와 선묘낭자의 설화도 전해진다. 의상대사가 당나라에서 공부를 마치고 신라로 돌아오는 길에 자신을 흠모하던 선묘낭자의 집에 들렀으나 만나지 못했다. 이에 선묘는 용이 되어 의상을 지키겠다는 기도와 함께 황해에 몸을 던졌다. 거대한 용이 되어 신라로 돌아간 의상을 보호한 선묘는 의상이 부석사를 창건할 때 의상을 위협하는 승려들을 쫓아내고 사찰을 지키는 수호신이 되었다고 한다.

주세붕이 건립한 최초의 사액서원
◇소수서원

소수서원은 조선 중종 38년(1543) 풍기군수 주세붕이 건립한 서원의 효시이자 최초의 사액서원이다. 건립 당시 백운동서원(白雲洞書院)으로 불렸는데 그후 퇴계 이황이 풍기군수로 부임해 조정에 건의, 소수서원으로 사액되었다. ‘소수(紹修)’란 ‘이미 무너진 교학을 닦게 하였음’이란 뜻으로 학문 부흥에의 의지를 보여주고 있는데, 당시 명종임금이 손수 편액 글씨를 써서 하사했다고 한다. 처음에 고려 말의 안향(安珦)선생을 배향했으며, 이어 안축(安軸)선생과 안보(安輔)선생을 배향했다. 1871년 흥선대원군의 서원 철폐령에도 훼철되지 않고 존속한 서원 47곳 중의 하나로 1963년 사적 제56호로 지정됐다.

봄에는 철쭉꽃, 가을엔 설화 만발
◇소백산 국립공원

소백산은 봄에는 철쭉꽃 겨울에는 설화가 만발하는 산이다 1987년 12월 국립공원 제18호로 지정됐으며 여성적인 산을 상징하기도 한다. 소백산국립공원은 백두대간의 줄기가 서남쪽으로 뻗어내려 강원도, 충청도, 전라도와 경상도를 갈라 영주 분지를 평풍처럼 둘러치고 있다.

비로봉(1천439m) 국망봉(1천421m) 제1연화봉(1천392m) 제2연화봉(1천357m) 도솔봉(1천314m) 형제봉(1천177m)등의 많은 영봉들이 어울려 웅장하면서도 부드러운 산세로 수려한 경관을 보여주고 있다. 주봉인 비로봉은 수많은 야생화의 보고로 휘귀식물인 왜솜다리(에델바이스)가 자생하고 있는 지역이다.

은백색 백사장 펼쳐진 자연 속 쉼터
◇무섬마을

문수면 수도리는 아름다운 자연과 옛집이 그대로 보존된 전통마을이다. 수도리는 내성천이 마을의 3면을 감싸안고 흘러 그 가운데 섬처럼 떠 있는 마을이다. 이 마을은 휘감아도는 강을 따라 은백색 백사장이 펼쳐지며 맞은편에는 소나무, 사철나무 등이 숲을 이룬 나지막한 산들이 강을 감싸 안고 이어진다. 무섬마을의 해우당(경상북도 민속자료 제92호)과 만죽재는 옛 선비들의 단아한 격식이 느껴지는 고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