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경에서도 손꼽히는 오지
오미자 재배만 30여년 가까이
여름 서늘하고 물 잘빠지는 토질
고도 높고 일교차 커 품질 좋아

 

우리나라 백두대간 명산인 황장산 자락에 위치한 경북 문경시 동로면 생달리 오미자 정보화마을은 오미자재배의 적지로 해발고도 300m가 넘고 물이 잘 빠지는 토지여서 전국 ‘오미자 1번지’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김선국 객원사진기자

 

단맛, 신맛, 쓴맛, 짠맛, 매운맛을 모두 한입에 맛볼 수 있는 특이한 열매. 바로 다섯 가지 맛을 지닌 것으로 알려진 ‘오미자(五味子)’다. 색다른 맛은 물론 짙고 선명한 붉은색이 보는 이로 하여금 눈을 뗄 수 없게 만드는 묘한 매력을 지닌 과일이다.

문경의 가을은 매년 붉은빛으로 물든다. 9월이 되면 보석 루비를 닮은 빨간 오미자 덕분에 곳곳에 싱그러운 향기가 코끝을 스친다.

문경시 동부를 흐르는 금천을 따라 꼬불꼬불한 산길을 한참 오르다 보면 동로면 생달리가 나온다. 문경에서도 오지로 손꼽히는 곳인 생달리는 문경읍에서 넘어오는 여우목고개, 점촌에선 노루목고개, 단양군과 경계를 이루고 있는 벌재 등으로 둘러싸인 분지 지형이다.

 

오미자특구
동로면은 전국의 오미자 생산량 45%를 차지하는 ‘오미자 특구’로 지정되어 있다.

드넓게 펼쳐진 농경지에서 빨갛게 익어가는 오미자가 마을을 찾은 손님을 반긴다. 오미자는 이론적으로는 우리나라 전 지역에서 재배할 수 있지만, 내한성은 강하고 고온에 취약해 여름철 무더위를 피할 수 있는 중부 이북의 중산 고랭지가 재배적지다. 백두대간의 중심지인 동로면은 평균 해발고도가 300m가 넘고 물이 잘 빠지는 토질에 여름에 서늘해 오미자 재배의 최적지로 꼽힌다. 동로면은 전국의 오미자 생산량 중 45%를 차지하는 ‘오미자 특구’로 이 곳에서 생산되는 오미자는 지리적 표시 특산물로도 등록되어 있다. 오미자 정보화마을이 위치한 동로면 생달리도 마을 뒤쪽 황장산의 영향으로 고도가 높고 일교차가 커 품질 좋은 오미자가 생산된다.

마을의 이름인 ‘생달리’(生達里)는 백두대간의 명산인 황장산 정기를 받고 맑은 물과 공기로 인해 누구나 ‘삶(生)이 왕성하게 막힘없이 통한다(達)’는 의미를 담고 있다. 이름 덕분일까. 오미자가 익어가는 9월의 오미자 정보화마을은 여유가 묻어난다. 마을의 뒤편에는 황장산이 봉긋 솟아있고 그 너머로는 물안개 피어오르는 경천호가 산과 하늘을 넉넉하게 품고 있다. 산과 호수 사이에 둥지를 튼 마을, 토담이 정겨운 골목길, 그리고 오미자를 수확하는 촌로의 모습이 더욱 정겹게 보인다.

 

오미자
마을의 오미자는 고도가 높고 일교차가 큰 환경 덕분에 알이 크고 과즙이 많아 인기가 좋다.

 

마을에서 오미자를 재배한 것은 30년 가까이 된다. 이전에는 주요 생산 품목이 잎담배였다. 당시 오미자는 따뜻한 물에 우려먹으면 면역력에 좋아 한방 약재로 쓰이던 약초였는데 태백산이나 지리산, 소백산 등 깊은 산중에 야생으로 자생해왔다. 마을 주민들은 해마다 7~8월께 삼삼오오 모여 산속에 오미자를 따러 다녔었다. 그러던 중 마을의 한 어르신이 오미자를 옮겨와 집 앞 마당에 재배하기 시작하면서 마을 전체로 퍼져나갔다.

오미자 농사가 예상보다 큰 소득원이 되면서 주민들은 오미자를 집중적으로 재배하기 시작했다. 이때만 하더라도 오미자를 대량 생산하던 지역은 전북 무주군이었다. 마을 주민들은 양질의 오미자를 생산하기 위해 문경시의 적극적인 지원을 받아 무주군에 몇 차례 찾아가며 오미자 생산기술을 배웠다.

 

오미자터널
새빨간 오미자가 주렁주렁 열린 마을의 오미자 터널.

 

사실 오미자 농사는 양복 입고도 할 수 있다는 얘기가 있을 정도로 쉽게 생각하는 이도 있지만 질 좋은 오미자를 생산하기까지의 과정은 꽤나 복잡하다. 봄에 오미자 나무를 손질해놓으면 5월엔 초롱처럼 생긴 새하얀 꽃이 활짝 피어난다. 꽃이 막 시드는 6월 즈음에는 꽃이 진 자리에 송골송골 모래알만 한 오미자 열매가 열린다. 뜨거운 여름의 햇살을 맞으며 자란 초록색의 열매는 속을 익혀가다 가을이 찾아오면 새빨간 자태를 뽐낸다.

마을 입구에 위치한 오래된 느티나무 그늘 아래에서 만나 듣게 된 동네 어르신의 말이 떠올랐다. ‘아마 흰 꽃이 지는 순간, 그 시드는 순간에 담긴 맛이 오미자의 쓴맛일 거야’ 다섯 가지 맛의 오미자가 탄생하기 위해선 매일 이른 아침 밭으로 향하는 농부들의 땀과 노력 또한 함께 담겨있는 것이다.

 

 

주민들 끊임없는 연구와 노력
행정안전부 ‘정보화마을’ 선정
매년 9~10월 오미자축제 개최
해마다 가족단위 관광객 늘어

 

생달리는 지난 2008년 행정안전부가 선정하는 정보화마을 중 하나로 꼽혀 ‘오미자 정보화마을’로 변신했다. 현재 40가구 80여 명의 주민이 살고 있는 생달리는 60대 이하가 서너명에 불과할 정도로 여느 농촌마을과 비슷하게 점점 고령화가 되고 있는 실정이었다. 정보화마을이 되어 각각의 농가에서 개인적으로 주문받는 형식이 홈페이지를 통한 주문 판매로 바뀌자 마을 어르신들의 귀찮은 일 거리가 하나는 줄었다. 소비자들은 편리하게 인터넷을 통해 주문하면 오늘 수확한, 신선한 오미자 생과를 다음 날 아침이면 맛볼 수 있게 됐다.

오미자 정보화마을 회관 앞에서는 도시민들과 함께하는 농·산촌 체험 행사로 오미자 따기도 열린다. 해마다 가족 단위 체험객들이 늘어나는 추세다. 회관과 300m도 채 떨어지지 않은 문경오미자 연구소에는 약초시험단지를 조성, 우량 품종 개발에 힘을 쏟고 있다. 전국 각지에서 온 농가들이 연구소의 오미자 실습 교육과 견학을 통해 필요한 농업 기술과 정보를 전수받고 있다.

후발주자로 나섰던 문경시가 ‘오미자 1번지’로 자리매김할 수 있었던 큰 이유는 끊임없는 연구와 노력 덕분이다. 주민들의 열정으로 품질 좋은 오미자를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 지금도 주민들은 문경시 농업기술센터에서 수시로 교육을 받는다. 마을의 오미자는 농림축산식품부의 농산물 우수관리 인증 제도 GAP마크를 받았다. 농산물 생산 단계부터 수확, 포장까지 농식품의 위생과 안전성이 우수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오미자축제에 참여한 마을 부스. 시중가보다 할인된 가격으로 구입할 수 있다.
오미자축제에 참여한 마을 부스. 시중가보다 할인된 가격으로 구입할 수 있다.

 

매년 9~10월에 열리는 지역 축제 '문경 오미자 축제'
매년 9~10월에 열리는 지역 축제 ‘문경 오미자 축제’

 

매년 9~10월에 개최되는 문경오미자 축제는 대표적인 지역 축제 중 하나이다. 올해는 9월 15일부터 17일까지 사흘간 오미자의 주 생산지인 동로면 금천둔치 일원에서 ‘다섯 가지의 비밀, 문경오미자’라는 주제로 열린다. 올해로 19회째를 맞는 축제에는 시중가 1kg 당 1만5천원인 생오미자를 20% 할인된 1만2천원에 판매하고 오미자청, 오미자즙 등도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다. 체험행사로는 오미자를 구입해 즉석에서 청을 담그는 오미자청 담그기체험과 오미자 음식을 전시하고 시식과 레시피를 배워볼 수 있는 문경오미자 미각체험관을 운영한다.
오미자의 수확철은 8~10월까지이다. 수확이 늦으면 물러져 선도가 떨어지기에, 주렁주렁 맺힌 잘 익은 오미자를 눈으로 볼 수 있는 기간은 짧다. 본격적인 수확을 시작하는 지금이 질 좋은 오미자를 만날 수 있는 최고의 기회다. 어딘가 기분 좋게 떠나기도 좋은 요즘. 오미자 정보화마을이 가을을 유혹하고 있다.

전규언·김민주기자

 

 

 

<우리 마을은>

우리마을은-김석준위원장

김석준 오미자 정보화마을 운영위원장

김석준 위원장 “산골짜기 작은 동네, 정보화마을 거듭나”

김석준 오미자 정보화마을 운영위원장은 이곳에서 나고 자랐다. 어릴 적부터 아버지를 따라 오미자 농사를 배워 온 김 위원장은 현재의 오미자 정보화마을이 되기까지 주민들과 함께 노력해온 장본인이다. 그는 마을 주민들과 함께 상주환경 농업협회에서 실시한 ‘유기농과수 전문과정’과 문경시 농업기술센터에서 실시한 ‘친환경 문경 오미자 아카데미’를 수료한 후 친환경 오미자 농사를 짓고 있다.

“최근에는 마을의 오미자를 활용해 제품을 만들고 싶다고 찾아오는 화장품, 제약회사가 많아졌어요. 아무래도 최근 웰빙 트렌드로 오미자가 많이 부각되고 있는 게 이유일 것 같아요. 친환경 오미자를 만들기 위해 노력했던 과정이 인정받는 것 같아 기쁘고 마을 주민들도 함께 노력한 점이 너무 고맙죠”

20년간 오미자를 자식처럼 애지중지 키워오며 오미자 박사가 된 그는 소비자에게 도움이 될만한 정보로 ‘맛있는 오미자를 알아보는 팁’을 알려줬다.

“대게 소비자들은 빨갛고 탱탱한 오미자가 싱싱하다고 생각하지만, 청을 담그면 오히려 맛이 덜 나는 경우가 많아요. 택배 과정의 신선도 유지나 품종 차이가 있을 수 있으나 물컹하고 물이 많이 나오는 오미자가 더 맛있죠. 수분이 빠져서 쭈그러진 것과 흰 가루가 묻어나는 것을 피하면 됩니다.”

오미자 정보화마을은 코로나, 수해피해로 3년간 중단됐던 오미자 체험 프로그램을 새 단장해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재개할 예정이다. 김 위원장이 생각하는 체험은 가르치고 느끼는 체험이 아닌 ‘추억을 끄집어내는 체험’이다. 가족, 친구들과 함께 오미자를 직접 수확하고 가공까지 경험할 수 있는 시간을 가지며 추억을 공유할 수 있는 순간을 선물하고자 한다.

“사실 우리 마을은 산꼴짜기의 작은 동네에요. 지금도 문경 사람들은 고향이 생달리라면 촌놈 중의 촌놈이라고 놀릴 정도로 오지죠. 하지만 도로를 따라 펼쳐진 오미자 밭과 가을이 되면 길섶을 수놓은 코스모스, 그리고 황장산과 키 자랑을 하는 해바라기 풍경을 바라보면 이 동네에 살길 참 잘했다 싶어요. 마을로 찾아오는 사람들과 이 좋은 풍경을 함께 나누고 싶어요.” 김민주기자 kmj@idaegu.co.kr

 

 

 

<가볼만한 곳>

 

가볼만한곳경천호댐

◇경천호…여름철 피서지로 인기

낙동강 지류인 금천을 막아 만든 경천호는 맑은 공기와 물, 수려한 경관으로 여름철 피서지로 인기가 있다. 봄이면 댐 주위로 진달래가 피고 여름에는 수상스키 등 수상 스포츠를 즐길 수 있는 문경 8경 중 하나다.

물이 맑아 메기, 피라미, 꺽지 등 민물고기의 보고로 1급 천렵지였던 곳에 댐이 조성되어 어종과 수량이 풍부하여 월척 붕어들을 쉽게 낚을 수 있을 뿐 아니라, 최근에는 빙어양식과 은어방류로 전국의 낚시꾼들의 명소로도 유명하다.

주변에서 멀지 않은 곳에 천주봉의 등산코스가 있을 뿐 아니라, 고려 공민왕이 홍건적의 난을 피하였다고 전해지는 황장산이 있어 낚시와 수상레져, 문화유적 탐방, 등산을 겸할 수 있는 관광지이다.

 

 

가볼만한곳철로자전거

◇철로자전거 진남역…석탄 나르던 철로가 자전거길로

20여년 전 석탄을 실어 나르던 철로를 이용해 전국 처음으로 자전거길을 만든 곳이 문경 철로 자전거다. 진남역에서 출발하는 철로자전거체험은 조령천 강변을 따라 이어지는 기암절벽과 울창한 숲을 보며 페달을 밟아가는 즐거움을 느낄 수 있다. 또한 경북 팔경 중 제1경으로 꼽히는 진남교반과 강과 터널을 달리며 멋진 경치를 감상할 수 있다. 입구쪽에 위치한 진남 약수터에서 시원한 약수 한모금으로 갈증을 해소할 수 있으며 지친 발을 식히기 위한 진남 족욕장도 설치되어 있다.

 

 

가볼만한곳에코월드

◇에코월드…가족 방문객 위한 테마파크

에코월드는 기존의 문경석탄박물관과 가은오픈세트장에 에코타운과 야외체험시설 등의 새로운 시설 및 다양한 콘텐츠를 더한 테마파크이다.

우리나라 제 2의 탄전이었던 문경에 세워진 문경석탄박물관은 석탄의 역할과 역사적 사실 등에 대해 전시함으로써 잊혀져가는 그 시절에 대한 기억을 되살릴 수 있다. 1, 2, 3층으로 이어지는 전시실을 보고 난뒤 거미열차를 타고 고대로부터 현재까지 에너지의 흐름에 대해서 알아보는 시간도 유익하다. 야외로 나오면 실제 은성광업소가 문을 닫을때까지 사용했던 은성갱도도 직접 들어가 볼 수 있고 그 시대 광부사택을 재현해 놓은 공간도 만나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