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하나뿐인 자연용출온천
관절염·근육통·피부질환에 효과
경북 1호 국민보양온천 지정
덕구계곡 수려한 경관 어우러져
작년 산불로 소나무숲 ‘잿더미’
주소득원 송이밭도 다 망가져
주민 소득증대 사업 적극 도모

 

울진군 북면 덕구2리 덕구보양온천마을은 전국에서 하나뿐인 자연용출온천으로 행안부에서 인정한 경북 1호 국민보양온천을 품고 있다. 응봉산과 덕구계곡의 수려한 자연경관이 자랑이다.

 

과거 온천은 최고의 휴양·치유시설이었다. 불과 30여 년 전만 해도 온천 발견은 곧 횡재였다. 지하수를 개발하다 온수가 솟아나면 주변 땅값이 들썩이고 개발 붐이 일어났다. 온천욕은 단체관광의 필수코스였다. 그러나 의료 수준이 높아지고 휴가문화가 변화하면서 온천들은 내리막길을 걷기 시작했다. 오래된 온천이었던 온양온천은 물론 80년대 개발 붐을 타고 현대적 시설을 갖추었던 부곡온천도 예외는 아니었다.

그러나 울진군에 있는 덕구온천은 여전히 옛 명성을 유지하고 있다. 2015년 행정안전부가 인정한 경상북도 1호 국민보양온천인 덕구온천은 42.4℃의 약알칼리성 수질로 신경통과 관절염, 근육통, 피부질환에 탁월한 효과가 있다고 알려져 있다. 전국에서 하나뿐인 자연용출온천으로 해발 999m의 응봉산과 덕구계곡의 수려한 자연경관도 인기에 한몫을 한다.

 

덕구온천상징물
덕구온천 상징물

 

온천이 있는 덕구2리는 행정구역상 울진군 북면에 속한 마을이다. 1680년경 강씨 성을 가진 선비가 난을 피해 이곳으로 이주해 마을 사람들에게 덕(德)에 대한 강론을 하면서 사람들을 깨우쳤다고 해서 덕구(德邱)라 불렸다. 덕구2리는 서낭거리와 맞덕구, 온정골의 3개 자연부락으로 이뤄져 있다.

917번 지방도를 통해 동해안을 따라 올라가는 7번국도와 연결된다. 동해바다에서 8km 정도 떨어져 있어 산악과 바다의 풍경을 동시에 느낄 수 있는 곳이다. 현재 73가구에 126명의 주민들이 생활한다. 남녀 인구가 각각 63명으로 같다. 응봉산과 덕구계곡 일대는 군립공원으로 지정돼 있다. 공원구역으로 주민생활에 규제가 많지만 주민들은 자연경관을 보존한다는 생각에서 기꺼이 불편을 감수하고 있다.

주민들은 고추와 참깨, 콩 등 밭작물을 주로 재배하면서 가을에는 송이를 채취한다. 그러나 지난 2022년 봄에 일어난 산불로 마을 주변 산에 울창하던 소나무들이 불타면서 주민들의 주 소득원이었던 송이밭이 완전히 망가지는 피해를 입었다. 울진군에서 송이 복구시범사업으로 소나무 조림사업을 추진하고 있지만 완전한 복구에는 수십 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덕구온천리조트
덕구보양온천마을의 중심시설은 덕구온천이다.

마을의 중심시설은 덕구온천이다. 그만큼 마을과 온천은 서로 떨어질 수 없는 불가분의 관계다. 온천수는 응봉산 중턱에서 자연적으로 용출된다. 원탕은 온천지구에서 4km 계곡 상류에 있다. 고려 말기 활과 창의 명수인 전모라는 사람이 20여 명의 사냥꾼들과 함께 멧돼지를 쫓던 중 큰 상처를 입은 멧돼지가 계곡에서 몸을 씻더니 쏜살같이 도망을 가버렸다. 이상하게 생각한 사냥꾼들이 계곡을 살펴보니 온천수가 솟아나고 있었다.

 

덕구온천원탕
온천지구에서 4km 정도 올라가면 닿게 되는 원탕에는 종모양의 돌탑 꼭대기에서 솟아나는 온천수를 볼 수 있다. 울진군 제공

 

자연 용출되는 온천수가 발견된 이후에 마을 주민들이 통나무집을 짓고 돌을 쌓아 온천탕을 만들었다. 온천수가 솟아나는 곳이 깊은 협곡이라 개발이 어려워 노천탕으로 온천욕을 즐겼다. 1984년 홍수로 노천탕이 유실되자 울진군이 송수관을 설치하고 4km 하류에 있는 온전동까지 온천수를 끌어왔다. 온천수가 마을까지 내려오자 온천욕을 위해 찾는 사람이 늘어나고 온천목욕탕과 여관, 민박집이 늘어나기 시작했다. 1980년대 온천 붐이 일면서 본격적인 개발이 시작됐다. 이후 관광호텔과 대규모 온천목욕탕 등 현대적 시설이 들어서면서 1990년대에 전성기를 맞았으나 IMF경제위기를 맞으면서 내리막 길을 걸었다. 그러나 2015년 보양온천으로 지정되면서 재개발을 시작해 오늘에 이르고 있다.

덕구계곡 상류 원탕에서 송수관을 통해 내려오는 온천수는 수온과 수질이 원탕의 온천수와 차이가 없다. 온천수를 끓이거나 광물질을 추가하지도 않는다. 이중 구조로 된 송수관이 이물질이 유입되거나 광물질이 희석되는 것을 막아주고 온도도 유지해 주기 때문이다. 원탕에는 종 모양으로 만든 돌탑 꼭대기에서 용출되는 온천수를 볼 수 있다. 발 모양의 족욕탕이 있어 족욕도 할 수 있다.

 

덕구계곡제1교
덕구계곡 제1교인 금문교

온천지구에서 원탕에 이르는 4km 구간은 세계의 명품 교량을 본딴 13개의 다리가 있어 자칫 힘들 수도 있는 등산길에 재미를 더해준다. 원탕에 도달하려면 깊은 협곡을 수없이 건너고 산모퉁이를 돌아야 한다. 협곡 중간중간에 설치한 교량들은 모두 전 세계에서 이름난 교량들의 축소판이다.

첫 시작은 미국 샌프란시스코에 있는 금문교다. 이어서 한국의 서강대교와 프랑스의 노르망디교, 호주의 하버교로 이어진다. 하버교를 건너면 선녀탕과 용소폭포가 나온다. 다섯 번째 교량은 독일의 크레이교, 그 위로 스위스의 모토웨이교, 스페인의 알라밀로교가 있다. 여덟 번째는 경복궁의 취향교다. 경복궁 후원인 향원정으로 건너가는 교량으로 향기에 취한다는 의미를 담아 취향교로 이름 지은 것이다. 이후로도 청운교·백운교, 영국의 트리니티교, 일본의 도모에가와교 등이 이어진다. 열두 번째인 중국의 장제이교를 지나면 원탕이 나타난다. 마지막인 열세 번째는 영국의 포스교로 원탕 위쪽이 있다. 보통 원탕에서 족욕을 마치고 내려가기 때문에 눈에 잘 띄지 않는다.

지형이 험준해 교량 건설시 건설자재들을 모두 헬리콥터로 운반했다고 한다. 덕구계곡은 경북 동해안 국가지질공원으로 지정돼 있다. 원생대의 홍제사 화강편마암체가 주로 분포하고 있고, 영남육괴의 기반암이 넓게 분포해 한반도의 고기층을 연구하는데 중요한 학술자료로 평가된다.

 

덕구계곡

마을에는 성황당과 산신각이 있다. 마을 입구에 있는 성황당에는 매년 1월 14일 밤 12시에 동제를 지낸다. 동제를 주관할 제관으로 선정되면 몸을 정갈히 하고 상갓집에 상문을 가는 등의 부정한 일을 해서는 안 된다. 예전에 제관으로 선정된 사람의 집에서 개가 강아지를 낳았는데도 동제를 올린 일이 있었다고 한다. 그런데 그날 밤부터 응봉산 호랑이가 밤새 울어서 주민들이 공포에 떨다가 결국 제관을 새로 선정하고 길일을 잡아 다시 동제를 지내자 호랑이가 울음을 멈추었다는 이야기가 전해오고 있다.

동제를 마치면 마을 곳곳을 돌면서 지신밟기를 하면서 마을과 가정의 안녕을 기원했으나 이제는 중단됐다. 원탕 앞에 있는 산신각에서는 매월 한 번씩 덕구온천 측에서 산신제를 지낸다.

 

유리온실
블루베리를 재배해 주민 공동소득을 올리기 위한 유리온실

덕구보양온천마을은 마을 전체를 자연휴양림으로 불러도 좋을만큼 경관이 아름다워 방문객들에게 행복감과 즐거움, 휴식을 주는 마을로 정평이 나 있다. 2015년 경상북도가 주관한 행복만들기 사업에서 행복마을로 선정됐다. 주민 대부분이 송이를 채취해 소득을 올렸으나 지난해 산불로 대부분의 송이 산이 황폐화 돼 마을의 주소득원이 사라져 안타까움을 더하고 있다. 이에 지난해 3억원의 사업비를 투입해 유리온실을 설치하고 블루베리를 식재해 주민 소득증대도 도모하고 있다.

홍상철수필가

 

 

 

<우리 마을은>

 

김병하 이장

 

김병하 이장 “산불로 훼손된 산림 조기 복구 온 힘”

김병하(80) 덕구보양온천마을 이장은 “올해로 11년째 마을 이장을 맡아서 일하고 있으면서 수많은 일들을 경험했지만 지난해 산불같은 참담함은 처음 겪었다”면서 “많은 주민들이 허탈감에 빠져 있지만 서로의 마음을 다독이면서 극복해 나가고 있다”고 했다. 김 이장은 군 제대 후 서울에서 운수업에 종사하다가 고향으로 돌아왔다. 당시 운전기사는 선망의 직업으로 봉급이 공무원의 2배가 넘었다고 했다. 그러나 밤낮을 가리지 않고 일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었다. 5년 동안 쉬지 않고 일하다보니 건강이 나빠졌다. 건강도 챙기고 장남이라 부모님도 모셔야 한다는 생각에서 고향으로 돌아왔다. 귀향 후 건강이 회복되자 마을 뒤 응봉산에 있는 광산에 취업해 20년 동안 광물 수송용 덤프트럭 운전기사로 일했다. 이후에는 농사를 지으면서 오랫동안 농협 이사와 감사로도 활동했다.

2012년부터 이장직을 맡아서 마을을 위해 봉사하고 있다. 언제나 마을 일에 앞장서는 모습을 본 주민들이 추대한 것이다. 이장직을 맡으면서 스스로 세운 원칙은 모든 일은 주민들과 협의해서 추진한다는 것이었다. 마을안길 정비나 농로포장, 상하수도 시설 등 모든 일은 대상지 선정에서부터 사업 완료까지 마을 개발위원들과 협의해서 추진했다. 이런 과정을 통해 마을의 최우선 과제를 선정하고 가장 합리적이고 효율적인 방법으로 추진했다. 행복마을 만들기사업 추진도 마찬가지였다. 2013년부터 경상북도에서 추진한 ‘찾아라! 경북행복마을 만들기사업’에 참여해 2016년 14번째 행복마을에 선정됐다. 행복마을은 재능나눔 자원봉사활동을 통해 행복한 마을로 만들어 나가는 사업이다.

지난해에는 3억원의 사업비를 투입해 1125㎡의 부지에 200㎡ 규모의 유리온실을 설치했다. 온실에 고소득작물인 블루베리를 심어 주민 공동소득을 올리기 위한 것이다. 내년부터는 소득이 발생할 것으로 보인다. 묘목식재에서부터 관수, 병해충 방제 등 모든 작업에도 전 주민들이 참여한다. 김 이장은 “앞으로도 항상 주민들과 소통하면서 천연 자연휴양림이라고 불릴 만큼 아름다운 자연환경을 보전하면서도 산불로 훼손된 산림을 조기에 복구하는데 힘을 보태겠다”고 했다. 송이 복구 시범사업이 성공적으로 이뤄져 송이향이 가득한 산을 다시 볼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홍상철수필가

 

 

 

<가볼만한 곳>

 

가볼만한곳-죽변해안스카이레일

◇죽변해안스카이레일

죽변의 해안 스카이레일은 죽변승하차장에서 봉수항을 오가는 2.4km의 코스로 이뤄져 있다. 해안선을 따라 설치된 모노레일을 따라 자동으로 운행된다. 해안절벽의 푸른 해송과 탁 트인 동해바다가 조화를 이룬다. 멀리 수평선에는 바다와 하늘이 맞닿아 있다. 갯바위 위에는 갈매기들이 한가롭게 쉬고 있다. 모노레일에서 전해오는 둔탁한 마찰음은 느릿느릿 달리는 완행열차를 탄 느낌이다.

2021년 개장해 상시 운행된다. 매일 오전 9시 30분부터 오후 6시 30분까지 주간에만 운행된다. 동절기에는 오후 5시 30분까지 운행된다. 현재 운행 중인 A코스 2.4km 구간을 왕복하는데 40분 정도가 소요된다. 코스 중간에 하트해변과 드라마 ‘폭풍 속으로’ 죽변등대를 볼 수 있다. 이용요금은 1·2인 탑승은 2만1천원, 3인 탑승 2만8천원, 4인탑승 3만5천원으로 탑승인원에 따라 요금이 차이가 있다. 죽변승하차장에 카페와 편의점, 특산물 판매점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