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최초 화산 ‘금성산’
화산재 덮여 마늘 재배 최적
젊은이 귀농으로 대규모 농사
노지 스마트농업 시범마을 지정
논 갈기부터 수확까지 기계화

 

의성군 사곡면 오상2리는 마늘재배에 최적의 환경을 갖고 있어 오래전부터 마늘 농사를 지어왔다. 마을 가운데로 흐르는 개울가에는 마늘 건조장이 길게 늘어서있다. 김선국 객원사진기자

 

큰길가에 늘어선 수백년은 족히 되었을 느티나무 아래에서 잠시 가던 길을 멈추고 개울이 흘러 내려오는 마을 쪽으로 들어가면 그곳이 의성군 사곡면 오상2리이다. 마을 가운데로 흐르는 개울가에는 마늘건조장이 길게 늘어서 있었다. 여기가 아니면 보기 힘든 풍경이다.

 

의성오상2리마늘건조장
마늘건조장.

마을에 들어서면서 이 마을에는 무슨 창고가 이리도 많은가 싶었는데 알고 보니 모두 마늘건조장이었다. 마늘건조장은 이 마을의 독특한 풍경을 만들고 있었는데 철골로 새로 만든 것보다 바람이 잘 통하게 나무로 얼기설기 엮은 예전의 건조장이 훨씬 운치가 있어 보였다. 마늘 수확 철이 지난 지금은 건조장에 걸린 마늘도 모두 팔리고 올해 늦가을에 심을 씨 마늘이 여기저기 걸려 있거나 망에 담겨 얹혀 있었다.

 

의성마을이야기거북바위
마을 앞 낮은 언덕 위에는 거북이를 닮은 바위가 있어 이 마을을 귀천마을이라고도 불렀다.

 

오상2리는 마을 앞을 흐르는 강이 내려다 보이는 낮은 언덕 위에 거북이를 닮은 바위가 있어 귀천이라고 불리기도 하고, 거북이 등 안의 마을이라고 하여 귀내라고도 불린다. 과연 바위는 거북이의 형상을 그대로 하고 있었다. 청동기 시대의 고인돌로 추정되는 이 거북 바위는 몸통과 머리, 심지어 눈까지 있는 것처럼 보였는데, 바위가 있는 이 언덕은 기어가는 거북이 형상을 닮아 거북등이라고 부른다.

큰비가 내려 마을 앞 귀천천의 물길이 바뀌면 마을 앞들의 지형이 마치 움직이는 것처럼 보여 옛날에는 이곳에 집을 짓지 않았다고 한다.

그러나 새마을 운동이 시작되고 이곳에 마을회관이 들어서면서 지금은 주택도 몇 채 들어서 있다.

의성오상뜰
마을앞으로 펼쳐진 오상뜰은 물빠짐이 좋아 마늘 재배에 최적지다.

 

마을 앞 귀천천을 지나면 넓은 들인 오상뜰이 펼쳐진다. 의성군의 금성산은 백악기에 화산이 폭발한 것으로 추정되는 우리나라 최초의 화산으로 알려져 있는데 이 금성산과 가까이 있는 오상뜰은 이때 화산재가 덮이면서 마늘 재배에 최적의 환경이 됐다.

마늘 농사에는 무엇보다 물 빠짐이 좋아야 하는데 화산재로 덮인 들판은 수많은 시간이 흘러 지층이 바뀌어도 원래 물 빠짐이 좋아서 마늘 농사도 시간을 헤아리기 어려운 오래된 과거부터 지어 왔다고 한다. 과학이 없던 시대에도 화산재가 덮인 이 땅에 마늘이 잘 자라는 것을 알고 사람들은 마늘 농사를 지어 왔던 것이다.

원래 의성 마늘 시배지는 치선2리로 알려져 있지만 이런 이유로 마을 사람들은 오상2리의 마늘 재배가 치선2리보다 더 오래되었을거라 생각한다. 겨울이면 마치 눈이 온 듯이 온 들판이 하얀 비닐하우스로 덮여서 장관을 이루는데 어르신들이 소규모로 짓던 마늘 농사는 이제 젊은이들이 귀농하면서 기계로 짓는 대규모의 농사가 됐다.

개울을 따라 늘어서 있는, 집보다 먼저 보이는 마늘건조장은 예전부터 농사를 짓던 마을 사람들이 만든 것으로 지금 젊은이들은 워낙 대규모 농사를 짓는지라 건조시설도 모두 현대화됐다. 몇천 평에서 몇만 평까지 농사를 짓는 대규모 농사에서 예전의 건조시설은 더이상 그 규모를 따라가지 못하기 때문이다.

마늘 농사에 최적의 환경을 자랑하는 오상2리는 노지 스마트농업 시범마을로 지정되어 농림수산부에서 내년부터 3년간에 걸쳐 245억의 예산을 들여 시설 투자를 한다고 한다.

젊은이들이 마을로 들어와 대규모로 농사를 짓기 시작하면서 첨단 시설투자의 필요성이 대두돼 자동관수시설과 공동방제, 영농기계화사업 등의 노지 스마트농업 시설이 완성되면 이 마을은 제2의 도약기를 맞이할 것이다.

 

기계식으로 마늘논에 물주기

 

소로 논을 갈고 하나하나 씨앗을 넣고 수확한 마늘을 건조장에 걸던 재래식 농사 방법은 이제 집에 앉아서 휴대폰으로 마늘 논에 물을 주고, 드론을 이용해서 공동방제를 하며, 논 갈기부터 수확까지 기계화되어 사람의 손이 최소한으로 투입되어도 마늘 수확은 획기적으로 늘어날 것이다.

농사의 어려움은 바로 이 노동의 어려움인데 이것이 해결되면 농사가 편해지면서 수확은 왠만한 도시민들보다 훨씬 높아질 것이다. 마을 사람들은 이 사업에 대한 관심과 기대가 크다. 수입이 늘어나고 일이 편해지면 떠났던 마을 사람들이 돌아올 것이며, 젊은이들도 마을에 많이 들어올 것이기 때문이다.

 

 

귀천천 복원해 휴식터 제공 예정
의성김씨 시조 묘 ‘문화재’ 지정
광산 재운영 개발허가 신청도
마을 기금 통해 개울 등 정비
태양광 LED 설치로 야경 선사

마을 앞을 흐르는 귀천천은 수리 사업을 하기 전에는 큰 소(沼)가 있었다고 전해진다. 남대천 지류인 귀천천은 비가 올 때마다 물길이 이리저리 바뀌어 마치 거북이가 살아서 움직이는 것처럼 보였다고 한다.

강둑에는 오래된 느티나무가 늘어서 있고 강에는 큰 소가 있어 수구메라고도 불리는 그곳에 집을 짓지 않는다는 전설에 따라 지금은 쓰지 않는 마을회관을 허물고 원래의 형태대로 복원할 계획을 가지고 있다. 그곳이 복원되면 지나가는 사람들도 잠시 가던 길을 멈추고 쉴 수 있는 좋은 휴식처가 될 것이다.

마을에 복을 가져다준다는 거북이 모양 귀바위는 고인돌로 추정되는데 현재 이장 밭에도 고인돌이 하나 있다고 하니 청동기 시대의 귀중한 유적지인 셈이다.

예전에 이 마을에는 고인돌이 여기저기 있었다고 하는데 농사짓는데 어려움이 있어 모두 치워지고 지금 남은 것은 이 귀바위와 이장 밭에 남아 있다는 고인돌 한 기 정도다.

 

의성김씨재실
문화재로 지정되어 있는 의성김씨재실 ‘오토재’

 

마을 앞 오상뜰을 둘러싸고 있는 산은 의성김씨 시조 묘가 있는 오토산이다. 이곳에는 문화재로 지정돼 있는 의성김씨 재실인 ‘오토재’와 의성김씨가 중시조로 모시는 고려금자광록대부 태자첨사의성군 신도비가 있다.

오토산 입구에는 하마비가 있어 이곳을 드나드는 사람들은 이곳에서부터 말에서 내려 걸어가야 할만큼 신성시되는 곳이다. 한 집안의 재실이라기보다는 문화재로 지정되어 있는 만큼 마을 전체의 자존심이기도 한 곳이다.

이 오토산 수름골에는 금과 은, 동이 생산되던 광산이 1960년대까지 운영되고 있었다고 한다. 마을에서는 다시 광산을 운영하기 위해서 개발허가를 신청해 놓고 있다.

반듯하고 넓게 지어진 마을 회관에서는 마침 할머니들께서 의성군에서 가져온 반찬으로 점심식사를 하고 계셨다. 혼자 계시는 어르신이 많은 환경에서 이렇게 함께 모여 식사를 하고 집에서 가져온 음식으로 간식을 드시며 모여 생활하는 모습은 우리 농촌 마을이 앞으로 가야 할 대안이 아닌가 생각한다.

 

의성마을주민활동
마을 주민들이 함께 마을가꾸기에 나서고 있다.

 

마을 이장은 마을 가꾸기 사업 등 의욕적으로 마을을 바꾸기 위한 아이디어를 가지고 하나씩 실천하고 있었다.

이 마을에 근거지를 두고 있는 사람들이 후원하는 마을 기금으로 마을 중심을 흐르는 작은 개울은 이미 석축으로 깨끗하게 정비되어 있었고, 이 하천 뚝방길을 따라 태양광 LED 조명 시설도 되어 있었다. 밤이 되면 마을은 이 조명이 빛을 발하면서 환하게 밝혀질 것이다.

김병태기자·천영애시인

 

 

 

<우리마을은>

 

의성마을대표
신태수 이장

 

신태수 이장 “주민·출향민 후원으로 마을 가꾸기 지속”

“이 마을에서 자랐지만 지금은 마을을 떠나 있는 사람이나 여기 살고있는 사람들이 후원해 주는 마을발전기금으로 마을 가꾸기 사업을 계속하고 있어요. 마을 정비 사업으로 마을이 예전보다 훨씬 깨끗해졌고 주거환경도 좋아졌어요.” 오상2리 신태수 이장은 사람들이 후원한 금액을 보여 주면서 마을 정비사업에 적극적인 관심을 나타냈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마을을 떠난 이장은 4년 전 다시 마을로 돌아왔다고 한다. 도시에서 살다가 다시 돌아온 마을은 낙후되어 있었고 노인들이 대부분이라 누군가의 희생이 필요했다. 기꺼이 마을 일을 맡은 신 이장은 마을 사람들과 고향을 떠나 있는 사람들이 함께 들어와 활동하는 밴드를 만들고 마을이 변화해 가는 모습을 밴드를 통해 알렸다.

“저와 우리 가족부터 먼저 발전기금을 냈어요. 그러니까 동네 사람들이 따라서 내고 마을을 떠난 사람들도 후원을 많이 해주어서 많은 도움이 되었죠.” 부모님을 두고 고향을 떠난 사람들은 신 이장이 전해 주는 마을 소식을 통해 부모님의 소식을 볼 수 있었다.

“의성군에 신청한 마을 가꾸기 지원 사업에서 키움 단계에 선정이 되었어요. 이제 걸음마를 뗀 단계죠. 이게 성공하면 그 다음 단계를 지원받을 수 있어요. 이렇게 하나씩 하나씩 해 나가야죠.” 신 이장은 마을 사람을 대상으로 마을 가꾸기 아이디어 사업공모도 펼친다고 했다. 마을을 가장 잘 아는 사람이 필요성도 가장 잘 알 것이라고 생각해서 벌인 사업이었다. 이 공모전에서 들어오는 사업은 마을 사람들과의 협의를 거쳐 시행할 계획이라고 한다.

“이제는 잘 사는 농촌이 되어야죠. 젊은 사람들이 돌아오는 마을로 만들고 싶어요.” 이장의 기원처럼 야심차게 진행되는 노지스마트농업사업이 완성되면 젊은 사람들은 다시 마을로 돌아올 것이다. 천영애시인

 

 

 

<가볼만한 곳>

 

의성가볼만한곳산수유마을

 

◇ 의성산수유 마을…봄이면 마을 감싸는 노란 꽃물결

봄이면 노란 꽃물결이 멀미를 일으킬 듯이 펼쳐져 있는 의성산수유 마을은 오상2리에서 귀천천을 건너면 바로 나타난다.

지금은 꽃이 필 때가 아니어서 노란 꽃동산은 없지만 수백 년 된 산수유나무가 개울가로 늘어선 모습이나 마을을 감싸고 있는 모습은 여전히 장관이다.

주차시설과 부대시설이 잘 돼 있어서 시골로의 여행지로 좋은 곳이다.

 

 

의성가볼만한곳조문국사적지

 

◇ 조문국 사적지, 금성면 고분군…370기 넘는 고분 흔적 남아

마한, 진한, 변한의 삼한시대 비밀의 나라인 조문국 유적지인 이곳은 삼한 시대초기의 국가로 알려져 있다. 조문국은 서기 185년 신라에 병합되기까지 독자적인 문화를 형성했는데 그때의 흔적을 이 조문국 유적지에서 볼 수 있다. 무려 370기가 넘는 거대한 고분이 흔적으로 남아 있는 조문국의 고분 제1호는 경덕왕릉으로 조문국의 고분 중 유일하게 주인이 알려져 있다.

봄이면 예전 의성의 명물이었던 작약꽃이 언덕 위로 붉게 피어나 고분의 아름다움을 더해 준다. 고분 뒤로는 조문국 박물관이 있어 고분을 둘러본 다음에 이곳에 가면 조문국에 대한 상세한 설명을 볼 수 있다. 아이들을 데리고 가거나 연인과 함께 산책하면 좋은 곳이다.

 

◇ 의성 탑리리 오층석탑…신라 석탑 출발점

대한민국 국보 제 77호인 의성 탑리리 오층석탑은 특히 해질녘에 가면 아름다운 곳이다. 이 탑은 신라 석탑의 초기 형식을 보이는 석탑으로 목탑과 전탑 형식을 혼합하면서 신라 석탑의 출발점이 되는 시원형식을 갖추고 있어 전체적으로 균형 잡힌 아름다움을 보여주고 있다. 조문국 유적지를 둘러보고 이 석탑을 둘러보면 금성산 자락의 조문국 유적지를 좀 더 많이 둘러보고 싶은 욕심이 생긴다. 주변에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제오리 공룡발자국도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