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 탑정리산촌생태마을]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 운영 힐링·치유 명소 ‘발돋움’
2007년 산촌생태마을 지정
청정 자연 환경·접근성 장점
산림휴양·자연학습 장소 ‘인기’
산촌문화회관, 족구장 등 구성
동문회·가족모임 등 다수 열려
산촌이라고 하면 꼬불꼬불한 산길을 돌아 울퉁불퉁 비포장 도로를 한참 달려야 닿을 것 같지만 포항 탑정리산촌생태마을은 전형적인 산촌과는 조금 다른 느낌으로 다가온다. 서포항 IC에서 921번 지방도를 타고 기북면사무소를 지나 북쪽으로 4km 남짓 달리다보면 금새 탑정리에 닿는다.
비포장길도, 좁은 임도도 만나지 않고 도착한 마을에는 진분홍 빛깔의 배롱나무가 줄지어 서있고 그 뒤로 펼쳐진 과수원에는 이제 막 붉은 빛을 띠기 시작한 사과가 주렁주렁 매달려 있다. 산또래라는 이름으로 유통되는 사과는 일조량이 많고 일교차가 큰 환경 덕분에 과육이 연하고 과즙이 많아 맛을 자부할 만하다.
한옥으로 된 산촌문화회관 앞에는 전봇대를 타고 오르는 능소화와 무심한 듯 피어있는 야생화가 낯선 이의 방문을 반겨준다. 자연부락인 탑골과 정자골에서 한글자씩 따 이름붙인 탑정리는 가운데가 뾰족하고 좌우가 대칭된 산세가 마치 학이 날아가는 모양새를 닮았다는 비학산(762m) 자락에 쏙 안겨 드문드문 민가가 자리잡고 있는 산촌이다. 자연부락인 탑골은 비학산 중턱 골짜기에 신라시대 사찰인 법광사의 말사인 암자가 있었는데 그곳에 탑이 있었다고 해서, 정자골은 마을에 오래된 느티나무 아래 정자가 있어서 부르던 이름이다. 그 사이에 중리가 있다. 정자골이 있던 1리는 농촌, 탑골이 있던 2리는 산촌의 특색이 강하다. 주민은 1리와 2리를 합해 80가구, 130여명 정도 된다. 평균연령은 최근 귀농귀촌하는 이들이 늘어나 조금 줄어든 것이 65세 정도다. 지금은 경지정리를 해서 다랭이 논은 보이지 않고 잘 구획된 논에서 벼농사를 짓는다. 주 소득원은 사과다.
탑정리산촌생태마을은 지난 2007년 산림청 공모사업을 통해 산촌생태마을로 지정돼 2010년 산촌문화회관을 준공했다. 청정 자연 환경이라는 산촌의 장점은 그대로 갖고 있으면서 접근성이 좋아 산림휴양과 자연학습 장소로 인기를 끌고 있는 곳이다.
처음 산촌생태마을로 지정될 때만 해도 숙박보다는 비닐하우스 12동에 가죽이나 장뇌삼 등을 재배하는 소득사업 쪽으로 계획을 했다. 그렇지만 세월이 흘러 마을 어르신들이 점점 연로해지면서 노동력이 많이 들어가는 산나물은 당연히 비중이 줄어들 수 밖에 없었다. 요즘은 산촌문화회관을 중심으로 한 숙박과 체험학습 등에 집중하고 있다.
사계절 숙박이 가능한 산촌문화회관은 132㎡(40평) 규모에 최대 50명까지 이용가능해 동문회, 종친회, 칠순이나 팔순 등 가족 모임을 위해서도 많이 찾는다. 독채로 이용하는 한옥 건물 외에 정자, 야외 바비큐장, 건강관리실, 족구장과 야외물놀이장 등을 갖추고 있다. 코로나 팬데믹을 겪으면서 어려움을 겪지 않았을까 했는데 오히려 비대면 여행지로 인기를 끌었다고 한다.
아직은 온라인 예약 시스템도 없지만 단체로 왔다가 가족 단위로 다시 찾기도 하는 등 한번 찾은 사람들이 재방문하는 곳이다. 방안에서 창만 열어도 푸르른 신록이 한눈에 들어와 가만히 드러누워 풍경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힐링이 될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산촌이라고 해서 모기 걱정부터 했는데 의외로 마을에 모기가 많이 없단다. 예전에 친환경농법을 위해 논에 풀어놓았던 미꾸라지가 논을 옮겨다니며 모기유충을 먹어 번식을 못하는 탓이란다.
문화·생태체험 프로그램 마련
직접 재배한 쪽으로 천연염색
유치원·어린이집서 많이 찾아
숲해설사와 회관~비학산 탐방
마을 젊은이들 일손도움 자처
단체 관광객들을 위해 천연 염색을 비롯, 문화체험, 생태체험 등 다양한 프로그램이 준비가 되어 있다. 인근 유치원, 어린이집에서 많이 찾는 덕분에 조용하던 마을이 아이들의 웃음소리로 활기를 더한다.
직접 재배한 쪽은 7월부터 9월까지 훌륭한 염색재료가 된다. 쪽잎을 따서 자르고 망에 담아 물에서 주물러주면 색이 나온다. 생쪽염색은 물이 차가울수록 색이 잘 나와 얼린 페트병을 물에 담궈놓는다. 아이들은 “선생님, 물이 차가워요”를 연발하면서도 재미있어 한다. 물이 초록으로 변하면 고사리 손으로 야무지게 조물조물 손수건에 색을 입힌다. 원형이나 나선형의 모양을 내고 싶으면 고무줄로 미리 묶어놓으면 된다.
요즘 지천에 피어있는 메리골드는 좋은 염색재료일 뿐 아니라 꽃차를 만드는데도 활용한다. 어린이들에게는 마을 곳곳에 피어있는 야생화나 나뭇잎을 따서 두드려 모양과 색을 내는 탁본도 재미있는 체험이다.
산촌문화회관에서만 뒹굴뒹굴, 느릿느릿 시간을 보내도 좋지만 회관에서 출발해 탑정지 둘레길과 마을 숲, 비학산을 탐방하는 코스도 인기다. 숲해설사 자격을 갖춘 매니저가 생태체험을 이끈다.
이러한 다양한 체험프로그램 운영 등을 통해 2020년에는 희망산촌공동체 우수마을에 선정되기도 했다.
탑정리는 정이 가득한 마을이다. 자발적인 봉사모임인 ‘탑정애’는 마을 어르신들에게 필요한 일이 있으면 무조건 달려간다. 특히 코로나 때는 외지에 있는 자식들이 자주 찾지를 못하니 어르신들의 자식노릇까지 자처했다.
또 마을 젊은이들은 산촌운영회를 통해 마을에 일손이 필요하면 누구랄 것 없이 손을 보탠다. 여느 농산어촌과 마찬가지로 탑정리도 점점 주민수가 줄어가고 빈집이 늘어나고 있다. 빈집은 방치하면 금방 풀이 우거지고 폐가처럼 변한다. 마을 젊은이들이 주축이 되어 트랙터로 쓰레기를 치우고 꽃을 심고 곳곳에 단장을 했다. 마을 경관이 예뻐진 것도 있지만 오며가며 어르신들도 정을 줄 대상이 생겨 좋다.
매년 8월 15일이면 정자골의 느티나무 아래에서 당산제를 지내며 옛 전통도 이어간다. 이날은 탑정리 주민 모두 일손을 멈추고 잔치를 벌인다.
탑정리는 산골마을의 정취를 그대로 간직하고 있으면서 포항시내까지 30~40분이면 닿아 도시의 편리함도 누릴 수 있어 귀농귀촌을 꿈꾸는 이에게는 꽤나 매력적이다.
최근 몇 년간은 코로나로 인해 다소 소극적인 운영을 했지만 이제 탑정리산촌생태마을은 새로운 도약을 꿈꾼다. 마을의 산림자원을 활용한 다양한 체험프로그램을 개발해 도시생활에 지친 현대인들에게 힐링과 치유의 시간을 선사할 수 있는 곳으로 자리매김할 예정이다.
김기영·배수경기자
<우리마을은>
이형원 위원장·황선애 운영매니저 “온라인 통한 체계적 숙박 예약 방안 모색”
“동네에서는 아직 아(어린이)입니다.”
올해 58세인 이형원 탑정리산촌생태마을 위원장은 이렇게 말한다. 그만큼 열심히 마을을 위해서 일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 “우리 마을은 산으로 둘러싸여 공기도 좋고 경관도 좋습니다. 포항시내와도 가깝고 텃세도 없어 마을에 연고가 없어도 귀농귀촌하려는 이들이 많이 찾아옵니다.” 외지인이 마을에 들어오면 무조건 가까이 다가가기 보다는 의중을 잘 살펴서 필요한 부분을 해결해주려고 노력한다. 이 위원장은 외지에 나가 살다 ‘3년만 있다 다시 나가자’며 가족과 함께 들어온 게 27년이나 되었다며 웃는다.
탑정리산촌생태마을에는 홈페이지가 따로 없어 알음알음으로 예약을 하는 경우가 많다. 그런 불편을 해소하기 위해 홈페이지나 네이버 예약 등 체계적으로 마을 홍보와 체험, 숙박 예약 등을 할 수 있는 방안을 찾고 있다.
황선애 매니저는 귀향한 지 7년차다. 부모님이 사시던 집을 수리하기 위해 휴가내고 왔다갔다하다 결국에는 눌러 앉아버렸단다. 황 매니저의 관심사는 체험하러 오는 이들의 만족과 더불어 마을주민들의 행복이다.
“소득사업도 중요하지만 저는 마을주민들의 행복에 더 초점을 맞추고 싶습니다. 이 공간이 오며가며 주민들이 쉬었다 갈 수 있는 공간으로도 많이 사랑을 받았으면 좋겠습니다.”
마을 경관을 예쁘게 가꾸기 위해 야생화를 심고 손가락 관절이 튀어나오도록 풀을 맸다는 그의 손에서 마을에 대한 애정이 그대로 전해졌다. 한해 후배이기도 한 위원장은 알아서 하라며 든든한 지원군이 된다.
산촌문화회관 앞 마당에 족구장이 마련되어 있는데 여름에는 물놀이장으로 사용한다. 여름이 지나면 요즘 트렌드를 따라 작은 텐트를 놓고 캠프닉 존으로 꾸며보면 어떨까 구상중이다. 회관 뒤쪽 논에는 감자, 고구마, 옥수수 등을 심어 수확체험도 할 생각이다.
“지진으로 금이 간 2리 마을회관을 새로 지어야 하는데 예산확보가 얼른 되면 좋겠어요. 앞으로는 어르신들이 아침을 댁에서 간단하게 드시고 점심, 저녁은 마을회관에서 해결할 수 있는 시스템도 마련하고 싶어요. 어르신들이 평생을 살아온 마을에서 편안하게 노후를 보낼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2리 부녀회장도 맡고 있는 황 매니저의 바람이다.
배수경기자
<가볼만한 곳>
◇덕동문화마을…400여 년 이어온 여강 이씨 집성촌
덕동문화마을은 조선시대 대유학자인 회재 이언적의 동생 농재 이언괄의 4대손인 이강이 이곳에 자리를 잡고 400여 년간 대를 이어 살면서 여강 이씨 집성촌이 됐다. 경상북도 유형문화재 제243호인 용계정을 비롯해 애은당고택, 사우정 고택 등 여러 고택이 옛 모습 그대로 남아있다. 선조들이 사용하던 유물을 전시하고 있는 덕동민속전시관에는 우리나라에서 단 2개만 보존돼 있다는 독(과학 단지)이 있다. 아름다운 마을 숲으로 지정되어 관리되고 있는 소나무 숲이 있으며 여름에는 계곡을 찾는 피서객들도 많다.
마을 입구에 있는 포항전통문화체험관에서는 서당체험, 서예, 다도예절, 숲 생태체험 같은 다양한 생태, 문화체험이 가능하다.
◇비학산자연휴양림…동물형 카라반 ‘인기’
포항시 기북면 탑정리 비학산 자락에 자리잡고 있는 비학산자연휴양림은 청정지역의 맑은 공기와 푸른 숲을 즐길 수 있으며 주변 탑정리산촌생태마을, 탑정지 등과 인접해 산림문화 체험관광지로도 매력적이다. 산림휴양관, 숲속의 집, 테라스하우스, 오토캠핑장 등의 다양한 숙박시설을 갖추고 있다. 특히 얼룩말, 토끼, 코끼리 모양의 동물형카라반이 인기를 끌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