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도 대전 2리] 호랑이도 감동한 효심, 대대손손 이어온 ‘孝의 마을’

450년 뿌리내린 의흥예씨 집성촌
효자 예조학 이야기 마을 전설로
주민들로 이뤄진 자원봉사클럽
우수 봉사단 선정 장관상 수상
2023 경북 살기좋은 마을 선정
주민들 단합·봉사정신 꽃피워

 

 

홍두깨산 자락 아래 너른 논이 펼쳐져 초여름이면 푸르른 모가 바람에 흔들리고 가을이 되면 황금빛으로 포근하게 물드는 청도군 대전2리 한밭마을은 여느 시골 마을의 풍경과 다르지 않다. 하지만 들여다보면 예부터 전해져오는 효심 가득한 마을 이야기처럼 마을을 위해 봉사하는 마음이 마을 곳곳에서 묻어난다.
경상북도 청도군 이서면 대전2리는 골이 깊고 길며 들이 넓어서 한밭이라 부르고 대전(大田)이라고 표기하는데, 대전광역시 지명처럼 많은 밭으로 둘러싸여 있어서 붙여진 이름이다. 지금은 주민 대부분이 논농사를 짓는다.

 

 

약 450년 전, 의흥예씨 예예충(芮禮忠)공이 이 지역을 개척하여 의흥예씨 집성촌으로 자리 잡았다. 조선 시대 중기 학자인 의흥예씨 22세손 효자 예조학(1830~1874) 공의 생애와 어머니에 대한 효성 이야기는 대전2리 마을의 생활양식에 깊게 남아있다.

예조학 공은 7세의 나이에 아버지 상을 지키고 장례를 치른 후 아버지를 위해 3년간 상을 지켰다. 이후 어머니를 효성으로 모시다 어머니가 중병에 걸리자 손가락을 잘라 피를 흘려 어머니 입에 넣어 이틀이나 더 생명을 연장시켰다고 한다.

 

 

38세 때 어머니를 잃고 묘소 아래에 새로운 집을 지어서 3년간 시묘살이를 했는데 이때 공의 효성에 감동한 호랑이가 항상 가까이에서 보호해 줬으며 그가 죽자 호랑이가 슬퍼서 울부짖었다는 이야기가 전해진다.

예조학 공의 정성과 높은 도리 덕분일까. 효심의 DNA가 대대로 이어져 내려오듯 대전2리는 여느 농촌 마을과 마찬가지로 70, 80대가 많은 마을이지만 어른들을 대하는 젊은이의 마음은 남다르다. 물론 젊은이라고 해도 50대다. 외출을 하다가 버스를 기다리는 어르신을 만나면 둘러 가더라도 모셔다드리며 타지에 있는 자식보다 더 알뜰살뜰 정성을 기울인다.

 

 

마을 뒷산에 위치한 백일홍 공원. 7~9월에는 산수 앞에 진분홍 배롱나무꽃이 장관을 이뤄 관광객들이 많이 찾는 명소이다.

주민들로 이루어진 노인자원봉사단은 매월 2, 3째 주 화요일에 모여 2시간씩 마을 청소, 독거노인 일손 돕기, 제초 등 마을을 위해 봉사한 지 6년이 되어간다. 봉사단 회원 외에도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주민들이 많아 2021년 경북 우수 노인자원봉사단으로 선정되어 보건복지부 장관 우수상을 받기도 했다. 처음 마을을 들어섰을 때 느꼈던 쾌적함은 마을을 위한 모범적인 봉사 정신이 깃들어 있었던 것이다.

또한 2016년 청도군 창조적인 마을 만들기 사업을 통해 벽화 담장길 조성, 중앙 도로 아스팔트 포장, 백일홍공원 등 마을 경관에 활기를 더해지며 ‘찾아오고 싶은 마을, 살고 싶은 마을’로 변신 중이다.

낡고 어두웠던 담벼락에 꽃, 트릭아트뿐만 아니라 대전2리의 특색이 담긴 호랑이도 감동한 예조학 공의 이야기가 그려지자 깨끗한 환경은 물론 여행하기 좋은 마을로 거듭났다.

 

 

마을 뒷산에 소복이 피어있던 배롱나무는 백일홍공원으로 탈바꿈했다. 기존에 있던 배롱나무의 가지를 정리하고 계단과 산책로를 만들어 공원으로 조성했다. 해마다 여름이면 진분홍 배롱나무꽃 무리가 몽글몽글하게 피어 카메라를 손에 쥔 채 마을을 찾은 사람들을 쉽게 찾을 수 있다.

 

 

청도 화정다례원도 마을의 자랑이다. 마을 초입에 아늑하게 자리 잡은 작은 고택에서 전통 다도를 즐길 수 있다. 송암정사에서 한옥체험, 감물염색체험, 유아다례체험 등 전통문화를 경험할 수 있어 유치원, 가족 단위의 관광객들의 발걸음이 이어지고 있다.

2018년부터 운영되고 있는 대전2리 경로당 한글교실. 한글을 몰랐던 어르신들이 한글을 배워 시나 산문을 쓰는 시간을 가진다.

 

 

대전2리는 주민수도 적고 초고령화 마을이 됐지만, 변화를 위한 열정은 어떤 마을보다 컸다. 마을 주민의 단합과 봉사정신 덕분에 2023년 경상북도 살기좋은 마을만들기 제1호 마을로 지정되기도 했다. 공동체에서 과거로부터 이어 내려오는 바람직한 사상이나 관습, 행동 따위가 계통을 이루어 현재까지 이어졌으며 마을 주민들의 관광자원화를 위한 노력들이 모여 지금의 대전2리를 만들었다.
지금은 전원주택 단지로 인기를 모으고 있다. 자연환경이 좋은 데다 대구에서도 가깝다. 대구 수성못에서 30분 정도밖에 걸리지 않아 벌써 젊은 사람들이 여럿 들어와 살고 있다. 몇 년 전 귀촌해서 들어온 40대 부부의 아이는 유치원생에서 벌써 초등학교 3학년이 됐다. 지금도 해마다 새로운 얼굴이 늘고 있다. 원주민과 이주민이 어우렁더우렁 함께 피우는 웃음꽃이 대전2리 마을을 맴돈다.

박효상·김민주기자

 

 

 

<우리 마을은>

 

 

 

예윤희 이장 “믿고 귀촌할 수 있는 마을 되도록 노력”

예윤희 이장은 김천에서 30여 년간의 교직 생활을 마치고 2014년 고향인 대전2리 마을로 돌아왔다. 교사로서의 경험을 바탕으로 대전 2리 경로당 총무로 일하며 마을의 발전을 위해 일했다. 2016년 창조적인 마을(색깔 있는 마을) 만들기 추진위원회 사무장, 청도군 SNS 홍보단, 동네 작가, 4년 전부터는 대전2리 이장까지. 청도군 대전2리 발전을 위해 하루하루 쉴 틈이 없다.

“우리 동네는 예부터 글 읽는 소리, 아이 우는소리, 개 짖는 소리. 삼성(三聲)이 끊이지 않는 사람 사는 동네라 불렸지만 이젠 마을 인구의 70%가 80대일 정도로 초고령화 마을이 됐어요. 그때부터 고민이 깊어졌죠. 마을을 위해, 그리고 어르신분들을 위해 내가 잘하는 것부터 시작해 봐야겠다고 마음먹었죠”

예 이장은 집에서 TV를 보거나 일만 하던 어르신들의 삶을 바꾸는 것부터 시작했다. 한글 교실을 만들고 경로당 프로그램을 다변화하여 어르신들의 삶의 질 향상을 위해 노력했다. “매주 2회씩 한글 교실을 운영하면서 할머니분들이 자신의 이름을 쓰기 시작했고 이젠 다들 시나 산문을 쓰는 작가가 되셨어요. 도 시화전에서 입상하는 모습을 함께 지켜보며 뿌듯함을 느꼈죠”

하지만 예 이장의 관심은 단지 내부로 끝나지 않았다. 그는 옆 마을인 대전1리에 위치한 굿스파 온천리조트를 주말마다 찾는 관광객들을 보며 마을과 함께 연계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구상했다. 마을 내의 청도 화정다례원과 송암정사를 활용하여 다도예절 인성교육과 한옥민박체험 등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을 제공함으로써 더 많은 관광객들을 유치하고자 노력했다.

올해 경상북도 살기 좋은 마을 만들기 제1호 표창을 받으며 그동안의 노력에 큰 인정을 받았지만 그는 아직도 마을을 위해 하고 싶은 것이 많다. “우리 마을 뒷산에 조성한 백일홍공원에 둘레길을 만들어 더 많은 관광객들이 찾는 마을로 만들고 싶어요. 또 살기 좋은 마을이라는 표어처럼 믿고 귀촌할 수 있는 마을이 되도록 노력해야죠”

예 이장은 한 달에 두 번씩 귀농·귀촌 종합센터 온라인 홈페이지에 대전2리의 마을 이야기를 담아내는 동네 작가로 활동하며 귀촌, 귀농의 안내자 역할을 맡고 있다. 70세가 넘은 나이이지만, 새로운 컴퓨터 프로그램을 익히고 활용하는 그의 모습에서 대전2리 마을의 매력을 알리기 위한 노력이 묻어난다.

 

 

 

<가볼만한 곳>

◇자계서원

경상북도 청도군 이서면 서원리에 위치한 자계서원은 조선 초기의 문신이며 학자인 김일손의 학문과 덕행을 기리기 위하여 중종 13년에 지은 서원으로 우리나라의 가장 인원이 많은 성씨 중 하나인 김해 김씨 삼현파의 삼현을 배향하고 있는 서원이다. 임진왜란으로 불타 없어진 것을 광해군 7년에 다시 짓고 김극일과 김대유를 더하여 모셨다. 현종 2년에 ‘자계(紫溪)’라는 사액을 받아 나라의 공인과 경제적 지원을 받게 되었다. 흥선대원군의 서원철폐령으로 없어졌다가 1924년에 복원되었다.

‘자계’는 연산군 4년 무오사화로 김일손이 화를 입자 서원 앞을 흐르는 냇물이 3일 동안 붉게 변한 데서 유래하였으며, 서원 이름도 자계서원이라 부르게 되었다.

지금 남아있는 건물로는 사당인 존덕사와 제사준비를 하는 전사청, 강당인 보인당, 신문, 영귀루, 동·서재 등이며 영귀루와 동재·서재가 경상북도 유형문화재로 지정되어 있다. 문루와 동재 사이에는 커다란 보호수는 550년이 된 은행나무가 있으며 1983년 보호수로 지정됐다.

 

◇유호연지

유등지로 부르지만 버드나무 두른 연못에 연꽃이 핀다는 ‘유호연지(柳湖蓮池)’가 정식 이름이다.

해마다 칠팔월이면 연꽃이 만발한 풍경이 아름다워 청도 8경 중 5경으로 꼽히며 전국 명승지 100선 중의 한 곳이기도 하다. 이제염오(離諸染汚), 진흙에서 자라지만 그 더러움에 물들지 않는다는 연꽃의 아름다움을 감상하며 연지 주변에 조성해놓은 데크를 따라 한 바퀴 걸어보는 것도 좋다.

연지 안에 있는 ‘군자정’은 조선시대 시집간 딸들이 친정어머니를 만나기 위한 장소였다고 전해져온다.

 

 

◇청도읍성

청도군 화양읍 교촌리, 동상리, 동천리 일대에 쌓은 조선시대의 읍성으로 1995년 1월 경상북도기념물 제103호로 지정됐다. 원래의 성은 고려시대 때부터 있었으며 석성과 토성을 혼합해서 쌓은 것이었다. 조선 선조 때 부산에서 서울을 향하는 주요 도로변 성지를 일제히 수축하는 과정에서 청도군수 이은휘가 석축으로 다시 쌓은 것으로 임진왜란 때 동·서·북문이 소실되고 성벽이 파괴되었으며, 일제강점기의 읍성 철거정책으로 성벽이 다시 헐리고 문루도 제거되었다. 매년 봄이면 동문에서 북문까지 복원된 구간에서 청도읍성밟기 행사도 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