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장산 배경으로 장천이 흘러
넓은 들판에 온갖 먹거리 풍성
400년 양진당 등 문화재 품어
마을 곳곳서 다양한 체험 진행
농사 일정 맞춰 농작물 심고 수확
직접 딴 사과 갖고 피자 만들어
솔방울·나뭇가지로 공예체험도
마을 찾아 체험을 상품으로 소비
당일·1박2일 지역 여행 코스도

상주 승곡체험휴양마을은 갑장산을 배경으로 강변의 넓은 들판에선 쌀을 비롯한 온갖 먹거리가 풍성한 곳이다. 400년의 역사를 가진 양진당을 비롯해 오작당과 옥류정, 장천서원(추원당) 등 숱한 문화재를 품고 있는 마을이다.

 

[2020 경상북도 마을이야기] 상주 승곡체험휴양마을

 

한 공간에 서로 다른 둘을 담을 수 있을까? 쉬운 일은 아니지만, 불가능 한 것만은 아니다. 생각을 바꾸면 가능한 일이다. 전통문화와 현대문화가 그렇다. 언뜻 보면 달라 보인다. 그러나 자세히 살펴보면 하나의 뿌리에서 나오고 이어져 왔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시간이 흐르면서 변화했고, 그에 따라 다르게 보일 뿐이다. 전통과 현대가 공존하는 마을이 있다. 승곡체험휴양마을이다. 상주시 낙동면 승곡리다.

갑장산(806m)을 배경으로 앞에는 낙동강의 지천인 장천이 흐른다. 강변의 넓은 들판에선 쌀을 비롯한 온갖 먹거리가 풍성한 곳이다. 2개의 고속도로와 국도가 인접해 교통이 편리한 곳이다. 풍요로운 땅과 맑은 물, 편리한 교통망 등 취락의 조건을 모두 갖춘 곳이다.

400년의 역사를 가진 양진당을 비롯해 오작당과 옥류정, 장천서원(추원당) 등 숱한 문화재를 품고 있다. 마을의 긴 역사만큼 전통문화도 잘 보전되고 있다. 2006년에 농촌체험휴양마을로 지정되어 영농체험과, 전통문화체험을 진행하고 있다. 자연환경도 잘 보존된 청정마을이다.

 

상주마을이야기-승곡체험휴양마을
승곡체험휴양마을 전경.

선조들의 손때가 묻어 있고 정신이 깃든 양진당을 비롯한 수많은 문화유산은 보존을 하면서도 현대에 맞게 활용한다. 보존과 계승 발전을 함께 도모하는 것이다. 양진당을 중심으로 마을 곳곳에서 농사체험과 자연생태체험, 자연공예체험, 전통문화체험 등 다양한 체험을 진행한다.

농사체험은 농사 일정에 맞춰 농작물을 심고 수확하는 과정을 체험한다. 땅콩이나 감자, 고구마를 수확하고, 함께 나눠 먹는다. 수확한 사과와 감으로 우리밀을 이용한 사과피자와 곶감을 만든다. 만든 곶감을 집으로 가져가 건조되는 과정을 관찰하고 달콤한 곶감을 하나씩 맛보는 것은 색다른 경험이 된다.

1급수가 흐르는 계곡에서 버들치와 가재를 잡고 다슬기를 잡는 체험도 있다. 헌 페트병을 활용해 통발을 만들어 버들치를 잡고, 돌을 들춰 가재를 잡는다. 버들치나 가재는 활동모습과 생김새를 관찰하고 다시 계곡으로 돌려보낸다. 체험을 통하여 환경보호의 중요성과 자원재활용에 대한 교육을 하는 것이다.

 

 

나뭇가지를 이용한 자연공예체험
나뭇가지를 이용한 자연공예체험

 

솔방울과 나뭇가지를 활용한 자연공예체험도 있다. 나무 문패를 만들고 대나무 솟대도 만든다. 솔방울을 이용한 부엉이와 풀잎염색, 전통매듭 팔찌, 짚풀공예 등 다양한 체험들이 있다.

장천서원과 오작당에서의 전통문화체험도 인기다. 도포와 유건을 착용하고 제관으로 참여하는 전통향사 체험을 통해 전통 유교문화를 만날 수 있다. 촌수를 알아보는 계촌법도 배운다. 승곡체험휴양마을은 마을 전체가 문화유산인 동시에 체험장이다.

 

양진당
보물 제1568호인 양진당은 ‘검간 조정’선생이 종가의 제사와 친목도모, 독서를 목적으로 건립한 99칸의 대저택이다

 

보물 제1568호인 양진당은 ‘검간 조정’선생이 종가의 제사와 친목도모, 독서를 목적으로 건립한 99칸의 대저택이다. 경사진 지형이라 건물을 땅에서 약 1m정도 높여서 지은 고상형 건물로 전면의 통재기둥이 하부는 네모 모양, 상부는 원형인 것이 특징이다.

조정 선생은 임진왜란 때 의병을 일으켜 왜적을 물리쳤다. 봉상시정의 벼슬에 올랐고 이조참판에 추증됐다. 장천서원에 봉향되어 있다. 당시의 의병활동과 관료들의 활동, 백성들의 동향을 기록한 임진란기록(보물 제 1003호)를 남겼다.

풍양 조씨 문중에서는 양진당을 연수원으로 활용해 조정 선생의 유지를 이어가는 뿌리교육의 산실로 삼고 있다. 40년 전부터 매년 5일 간의 일정으로 후손인 대학생 100여 명이 참여해 조상의 뿌리를 찾고, 인성함양을 도모한다. 시조인 고려 개국공신 조맹 선생의 생애도 공부하고 인근 유적지 순례도 진행한다. 수료생들에게는 장학금을 지원한다. 문화유산을 보존만 하는 것이 아니라 전통문화를 현대에 맞게 계승 발전시키고 있는 것이다.

 

경상북도 민속문화재 제 32호 오작당은 조정 선생의 12대 후손이 거주하면서 고택체험을 하고 있다.
경상북도 민속문화재 제 32호 오작당은 조정 선생의 12대 후손이 거주하면서 고택체험을 하고 있다.

 

오작당은 경상북도 민속문화재 제32호로 조정 선생이 1601년에 지었다가 1661년에 현재의 자리로 옮겨 지었다. 건축 당시 안채와 바깥채를 합쳐 40여칸이었으나 현재는 안채와 사랑채, 가묘가 남아 있다. 당호인 오작당은 ‘사람이 과실을 깨닫기 어려운 것인데, 깨달아야만 그 잘못을 고칠 수 있다’는 의미를 담은 것이다. 오작당은 420년 동안 사람의 온기가 끊어진 적이 없는 고택이다. 전국의 많은 고택들이 빈집으로 남아 있는 것과는 대조된다. 현재는 12대 후손이 거주하면서 고택체험을 하고 있다.

 

사과피자만들기체험
수확한 사과를 이용한 사과피자만들기체험.

 

승곡체험휴양마을은 농촌체험마을의 롤모델 역할을 하는 곳이다. 그동안 농업과 농촌을 알리고 휴식과 체험을 할 수 있는 마을로 발전해 왔다. 소비자들이 단순히 상품을 사는 행위를 넘어 체험 그 자체를 상품으로 소비한다는 ‘체험경제학’을 일찌감치 도입한 마을이다. 전통과 현대를 융합해 그 가치를 더욱 더 높인 것도 돋보인다. 각종 체험활동에 주민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한다. 체험장을 지을 때도 황토흙으로 벽돌을 만들고, 나무기둥을 깎고, 석축을 쌓고 꽃밭을 가꾸는 일을 주민들이 직접 참여했다. 이런 과정을 통하여 지역공동체의 플랫폼으로 발전시킨 것이 특징이다. 인위적인 체험보다는 주민들의 농장을 체험장으로 활용해 농사일정에 맞춰 자연스러운 체험을 진행한다. 연간 8,000여명의 체험객이 찾는다.

 

사과따기체험
사과따기체험

 

당일과 1박2일 코스의 지역 여행코스도 있다. 체험과 문화유적 답사를 함께 하는 프로그램이다. 농촌에서 살아보기 프로그램도 인기다. 1개월에서 6개월 과정으로 마을에서 생활하면서 농촌과 농업을 체험한다. 선배들을 만나 귀농귀촌의 장단점도 알아본다. 농촌과 농업에 대한 산교육을 받는 것이다. 이런 과정을 통해 6가구의 청년 가정이 승곡리에 정착했다. 이 같은 노력의 결과로 2010년 농식품부 식생활우수체험공간 선정을 시작으로 농촌마을대상 대통령표창, 행안부 우수마을기업, 사회적경제 우수공동체 대통령표창 등을 많은 수상 성과를 거뒀다. 전통과 현대가 공존하는 지역사회 공동체를 만들고 사회적 경제를 실천하는 승곡마을의 앞날이 기대된다.

이재수기자·강현 수필가

 

우리 마을은

상주마을이야기-우리마을은
조원희 승곡체험휴양마을 대표

조원희 승곡체험휴양마을 대표…30년 장기계획 세워 차세대 육성사업

“서울에서 대학을 졸업하고 농촌과 농업을 살린다는 생각에 고향으로 돌아왔습니다. 부모님의 반대도 심했고, 주변의 시선도 따가웠지만 소신을 가지고 일했습니다. 이제 시간이 많이 흐르면서 처음 계획했던 목표에 조금씩 다가가고 있다는 생각에 보람을 느낍니다.” 조 대표는 26살에 귀향해 농사를 지으면서 농민운동을 병행했었다. 1만4천850㎡의 사과 재배와 곶감 10동(1동 1만개)을 가공하는 전문 농사꾼이기도 하다. 2009년 귀농귀촌정보센터를 설립하고 2010년부터 센터장을 맡아서 도시민 유치사업을 추진했다. 상주로컬푸드 협동조합을 설립하고 직매장 ‘상주생각’도 열었다. 승곡마을을 통해 농촌의 가치를 실현하는 30년 장기계획을 수립해 농촌 알리기와 지역공동체 육성, 농촌을 이끌 차세대 육성사업을 실천하고 있다. 이런 과정을 통해 사회적경제 우수공동체 대통령표창 등 많은 성과를 거뒀다. 앞으로는 도시민 유치를 위한 임대주택을 건립해 5년간 생활할 수 있도록 해 귀농귀촌 1번지로 만들 계획이다. 또한 고용이 창출되는 농산물 가공과 유통시스템을 만들어 새로운 수익형 농촌모델을 만들어 나가겠다고 포부를 밝히고 있다.

강현 수필가

 

가볼만한 곳

경천섬
경천섬.

△경천섬…가을께 코스모스 장관 이뤄

낙동강의 자연스러운 흐름에 따라 형성된 20만㎡ 규모의 섬이다. 나비모양의 산책로를 따라 걸으면 주변의 빼어난 자연풍경을 한 눈에 볼 수 있다. 4월에는 유채꽃이 피고 가을에는 코스모스가 장관을 이룬다. 수상탐방로를 걸으면 훼손되지 않은 낙동강의 자연미를 온몸으로 느낄 수 있다. 상주보에서 회상나루터, 경천교로 이어지는 낙동강 투어로드는 휴식과 운동을 겸할 수 있는 트레킹코스다. 주변에 도남서원과 국립 낙동강생물자원관, 낙동강 철새 전망대가 있다. 상주보 바로 위쪽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