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 감포읍 오류1리]감포항 훤히 보이는 동해 일출명소, 스노클링 핫플로
‘감은사지 삼층석탑’ 본딴 새 등대
‘해양역사문화공간’으로 탈바꿈
사진찍기 좋은 녹색명소로 각광
5명 물질, 해녀문화 명맥 이어가
음력 6월 1일엔 풍어 기원 ‘동제’
감포고, 국제통상마이스터고 전환
교육열 높은 젊은층 유입도 기대
2021 경상북도 마을이야기, 경주 감포읍 오류 1리
감포항이 내려다보이는 언덕 위에 자리잡고 있는 오류 1리. 조용하던 마을이 지난 여름부터 스노클링 명소로 SNS에서 유명세를 타며 전국적으로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오류 1리는 예전에는 성창, 혹은 선창마을로 불렸다. 선창이라는 이름은 전선을 숨겨두는 창고라는 의미에서 유래되었다고도 하고 곡물을 싣고 들어온 배가 이곳에서 접안을 해서라고도 한다. 마을 주변으로 성이 있고 그 성안에는 군량미를 저장하는 창고가 있었다고 해서 성창마을이라고 부르기도 했단다. 지금도 마을주변으로 성벽의 흔적이 남아있다.
마을에서 바다쪽으로 수령 300년이 넘는 소나무 숲길을 따라 조금 걸어오르면 동해바다를 향해 우뚝 솟아있는 송대말 등대가 모습을 드러낸다. 오른쪽으로 보이는 것이 옛 등대, 왼쪽으로 보이는 것이 새 등대다.
송대말에 등대가 설치된 것은 1933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감포를 드나드는 어선들의 해난사고가 자주 생기자 처음에는 감포어업협동조합에서 암초들의 위치를 표시하기 위해 등간을 설치하게 된다. 이후 1955년 6월 송대말에 처음 무인등대가 설치됐다. 1964년에는 대형등명기를 설치하면서 유인등대로 전환되었으나 2018년 다시 무인등대로 전환됐다.
그 옆으로 2001년 새롭게 모습을 드러낸 새 등대는 모양새부터 특별하다. 1,2층은 맞배지붕에 신라시대의 건축양식인 회랑(지붕이 있는 긴 복도)을 갖추고 있고, 바다 위의 배를 향해 빛을 밝혀주는 등대 본연의 업무를 수행할 등탑은 감은사지 삼층석탑을 본따 만들었다. 감포항 방파제에 서 있는 등대는 감은사지 삼층석탑을 음각화해서 만들었는데 오류 1리의 송대말 등대는 감은사지 삼층석탑을 한옥건물위에 얹어놓은 셈이다.
현재 새 등대는 감포지역과 등대를 주제로 한 ‘미디어 전시관’을 비롯한 해양역사문화공간으로의 변신을 위해 연말 완공을 앞두고 한창 공사중이다. 송대말은 ‘소나무가 우거진 평평한 곳의 끝부분’이라는 의미를 갖고 있다. 그 이름처럼 절벽 끝에 송림이, 그리고 소나무 사이로 동해바다가 보인다. 옛 등대 앞에는 ‘사진찍기 좋은 녹색명소’라는 표지판이 붙어있다. 눈 앞으로 절로 카메라를 들게 만드는 풍경이 펼쳐진다. 지난 여름 관광객으로 북적이던 바다는 이제는 갯바위 위에서 낚시를 즐기는 사람들만 간간히 보일뿐 조용하다.
햇살아래 반짝이는 물결에 감탄하며 등대 옆으로 난 계단을 굽어내려보면 부서지는 파도사이로 마치 수영장처럼 생긴 구조물이 모습을 드러낸다. 여름내 인기를 끌던 바다 수영장은 도대체 누가 만들어 놓은 것일까하는 의문이 들 수 밖에 없다. 얼핏 보기에는 자연이 만들어놓은 듯하지만 자세히 살펴보면 바위와 바위 사이를 가로질러 시멘트 구조물이 설치되어 있다. 이 구조물이 동해 바다의 센 파도를 막아줘 수영과 스노클링을 즐기기에 적합한 바다수영장을 만들어준다. 그 유래를 찾아보면 우리의 아픈 과거사와 관련이 있다. 이곳은 일제 강점기때 일본인들이 잡아온 물고기들을 보관하며 기르는 축양장으로 쓰기 위해 만들어놓은 구조물이다. 일본인들은 축양장 위쪽 바위에 정자를 만들어 풍경을 감상하며 회를 즐겼다고 전해진다.
등대 앞 바다는 바다 속에 훤히 들여다 보일 정도로 깨끗해서 바닷 속 해초나 물고기들을 관찰하기도 좋다. 코로나로 인해 해외여행을 가지 못하는 이들 사이에서 굳이 해외를 나가지 않아도 스노클링을 즐길 수 있다고 소문이 나면서 유명세를 떨치게 된다.
일반인들에게는 최근에 많이 알려졌지만 그동안 사진작가들 사이에서는 문무대왕릉, 양남 주상절리와 함께 동해안 일출명소로 이름난 곳이었다.
이렇게 아름다운 풍광을 자랑하고 있는 오류 1리의 주민은 120가구 230여명정도로 이중 80%가 50대 이상이다.
예전에는 대부분의 주민들이 어업에 종사했지만 현재는 60%정도가 어업에, 그리고 나머지 40%는 농업에 종사하고 있다. 5톤이상의 배도 10여척 있다. 인근 바다에서 계절에 따라 대구, 도루묵, 아귀, 청어 등 다양한 어종을 그물이나 통발로 낚는다. 오류 1리에는 제주에서 이주해 정착한 사람들이 많아 제주를 본관으로 하는 고씨, 연주 현씨 등이 많다. 이런 이유에서인지 한때는 마을 가구수의 절반 가량이 해녀세대일 정도로 감포읍의 마을 중에서 해녀들이 가장 많았다. 현재는 87세의 최고령 해녀를 비롯해 5명 정도가 물질을 하며 해녀의 명맥을 이어가고 있다. 마을의 해녀들은 명게, 해삼, 성게 등을 채취해서 자식들을 교육시키고 집안의 생계를 책임지기도 했다.
마을에는 경주시수협에서 운영하는 활어직판장이 있어 착한 가격에 좋은 품질의 회를 구입해서 먹을 수 있어 찾는 이들이 많다.
코로나로 인해 최근 2년 가까이 감포항에서 열리던 축제도 사라지고 마을을 찾는 관광객도 줄어들면서 어업인구가 많은 마을 경제에도 타격이 생길 수 밖에 없었다.
그러던 중 갑자기 SNS를 통해 스노클링 핫플로 등극하며 관광객들이 오류1리를 주목하게 된건 반가운 일이기도 하다. 그러나 갑작스러운 유명세로 찾아오는 사람들이 많아지는 만큼 해결해야 할 숙제도 늘어났다.
무엇보다 안전문제와 관광객들이 버리고 간 쓰레기처리, 화장실과 샤워실, 주차시설 등 편의시설 등을 확충하는 것이 급선무다. 이는 마을 주민들의 힘만으로 해결할 수는 없는 일이다.
오류 1리 역시 대부분의 농어촌 마을이 겪고 있는 주민들의 고령화문제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그러나 최근 펜션 등을 운영하기 위해 들어오는 외지인들도 늘어나고 있고 마을에 초중고등학교 등 교육시설이 잘 갖추어져 있어 젊은 세대의 유입도 기대할 만하다. 특히 지난해 감포고등학교가 전국 유일의 국제무역분야 특성화고등학교인 한국국제통상마이스터고로 바뀌면서 전국적으로도 주목을 받고 있다.
한반에 20명씩 한 학년에 60명, 입학금, 수업료 등이 면제되고 전원 기숙사 생활과 해외연수 등의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글로벌 비즈니스 전문인력을 양성하는 마이스터고는 전국의 중학생이 지원하는 인기있는 학교다. 모집정원의 10%를 지역인재 전형을 통해 감포읍 거주자로 선발한다는 이점이 있어 교육열 높은 젊은 층의 유입도 기대해 볼 만하다.
뱃사람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날씨다. 오류 1리 역시 바닷가 마을인만큼 안전과 풍어를 기원하는 의식이 중요할 수 밖에 없다. 오류 1리에서는 해마다 음력 6월 1일이면 선창제당에서 동제를 지낸다. 선창제당 양 옆으로 용틀임을 하는 듯한 모습의 소나무가 자리잡고 있다. 주민들은 수령이 400여년 된 이 소나무를 할배·할매 소나무라고 부르며 마을의 수호신으로 여긴다. 예전에는 소나무 주변을 자유롭게 오갈 수 있었지만 영험하다는 소문이 나 많은 이들이 찾으면서 음식 등을 차려놓고 제대로 치우지 않는 등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아 지금은 특별한 날을 제외하고는 출입을 제한하고 있다.
“오랜 세월을 마을을 지켜온 마을의 위상인 소나무가 보호수로 지정되어 체계적인 관리를 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라고 김춘도 노인회장은 밝힌다.
주민들은 앞으로 송대말 등대박물관이 문을 열고 주변 공원화사업이 마무리되면 오류 1리가 전국적인 관광명소로 발돋움하게 될거라 기대하고 있다.
안영준·배수경기자
<우리 마을은>
고하근 이장, “새 소득 창출원, 야식 먹거리촌 조성할 것”
올해로 5년째 이장직을 맡고 있는 고하근 이장은 “우리 마을은 외지인들에 대한 텃세도 없고 화합이 잘 됩니다. 청년회, 부녀회, 노인회도 잘 운영되고 있어 마을에 무슨 일이 있으면 동참도 잘하고 어른들도 잘 모십니다.” 라며 자랑부터 늘어놓는다. 코로나 이전만 해도 부녀회원들이 마을회관에서 함께 모여 김장도 같이 하고 마을 어르신들 식사도 챙겨드렸는데 최근에는 코로나로 인해 모일 수 없는게 안타깝다고 한다. 어르신들이 집에만 계셔서 오히려 건강상태가 안 좋아지시는 것 같아서 부녀회에서 음식을 준비해서 집으로 갖다드리고 불편한 점이 없는지 챙긴다고 한다. 이제는 대부분의 어르신들이 백신접종도 하고 위드코로나 시대가 다가오는 만큼 조만간에 마을회관이 다시 북적이게 될 거라 기대한다.
“마을 앞 도로가 좁아 지금 2차선 확장 및 포장 공사가 한창입니다. 내년까지 완공을 목표로 전선지중화 사업도 함께 진행중이라 마을로의 접근성도 더 좋아질 것으로 기대됩니다.”
마을을 찾는 사람이 많아지면서 다양한 먹거리, 볼거리에 대한 수요도 커지고 있다. 이에 고 이장은 “감포항이 개항 100주년을 앞두고 있는데 주변에 이름난 먹거리촌이 없는게 아쉽다”며 “마을을 찾은 관광객들이 낮에는 수영과 스노클링을 한 후 저녁시간에 마땅한 즐길 거리가 없었다”며 “명품 야식 먹거리촌을 만들어 관광객들이 즐길 수 있는 먹거리, 볼거리를 만들고 주민들의 소득을 높일 방안을 찾고 있다”고 밝힌다.
마을 앞 도로의 2차선 확장공사가 끝나면 사진찍기 좋은 포토존도 조성할 예정이다.
<가볼만한 곳>
감포해국길… 감포깍지길 4코스 ‘고샅으로 접어드는 길’
감포해국길은 감포깍지길 4코스 ‘고샅으로 접어드는 길’의 또다른 이름이다.
‘감포깍지길’은 감포항을 중심으로 감포읍 전체를 아우르는 곳곳의 명소를 엮은 총 7코스의 테마길이다. 연인, 혹은 가족끼리 두손을 깍지끼고 걷기에 안성마춤이다. 1코스 해안을 따라 걷는 길, 2코스 자전거를 타고 도는 수변길, 3코스 고향을 회상하며 걷는길, 4코스 고샅으로 접어드는 길, 5코스 드라이브하며 보는길, 6코스 명상에 잠겨 걷는 길, 7코스 소리에 끌려 걷는 길 등 저마다의 스토리와 볼거리를 품은 아름다운 길이 펼쳐진다.
그중에서도 가장 많이 찾는 길이 바로 감포해국길이다. 두사람이 겨우 지나갈 만한 좁은 골목길 곳곳에서 ‘기다림’이라는 꽃말을 가진 연보랏빛 해국 벽화를 만날 수 있다. 커다란 해국이 그려진 계단은 포토존으로 인기가 높다. ‘다물은집’ 등 일제강점기 때 일본인들이 살던 가옥도 군데군데 남아있다.
주민들이 실제 거주하는 곳이고 골목길이 좁으니 조용하게 둘러보는 곳이 좋다. 옛날 목욕탕은 2021년 테마체험관광개발사업의 일환으로 ‘기억을 담은 목욕탕’으로 리모델링하는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