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보현산댐 수질보전 사업
도랑 쓰레기 수거시설 등 설치
집집마다 별·물 주제 벽화 조성
어르신들 순번 정해 하천 청소
보현산 북쪽에 자리잡은 전형적인 산골마을이었던 하송리는 지난 2017년부터 영천의 상징인 별과 한국수자원공사의 물을 테마로 한 다양한 벽화를 그려 ‘별이 수(水)놓은 하송마을’로 변신했다. 지금은 2차 벽화작업이 한창이다. 전영호기자
보현산 북쪽에 자리잡은 전형적인 산골마을이었던 하송리는 지난 2017년부터 영천의 상징인 별과 한국수자원공사의 물을 테마로 한 다양한 벽화를 그려 ‘별이 수(水)놓은 하송마을’로 변신했다. 지금은 2차 벽화작업이 한창이다. 전영호기자

 

2021 경상북도 마을이야기, 영천 하송리 벽화마을

영천에서 청송으로 이어지는 35번 국도를 따라 보현산댐 전망대를 지나 5분쯤 달렸을까, 오른쪽으로 하송리라는 이정표가 나타난다. 국도를 살짝 벗어나면 바로 벽화가 그려진 정겨운 마을 풍경이 한눈에 들어온다. 세월이 느껴지는 오래된 담장에는 비처럼 쏟아지는 색색깔의 별 아래 우산을 쓴 소녀가 반겨준다. 다른 방향으로 시선을 돌리면 “가령 오후 4시에 네가 온다면 나는 3시부터 행복해지기 시작할거야”와 같은 눈에 익은 문장과 함께 어린 왕자와 여우도 만날 수 있다.

 

하송리마을의 벽화
영천마을이야기-벽화2
하송리에는 마을 구석구석 숨어있는 여러가지 테마의 벽화를 발견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골목길을 조금 더 걸어 들어가면 곰방대를 입에 문 호랑이와 토끼, 강강수월래를 하는 여인들이 나타난다. 무심하게 심어놓은 듯한 꽃과 나무들이 마치 하나의 작품처럼 벽화와 함께 어우러진 풍경도 이채롭다. 별을 손에 쥔 아이, 사다리를 타고 올라가 별을 따는 아이 등 구석구석 숨어있는 여러가지 테마의 벽화를 발견하는 재미도 쏠쏠하다.

보현산 북쪽에 자리잡은 하송리는 마을 앞으로는 방가산이, 보현산 지맥이 뒷산을 형성하고 있는 전형적인 산골 마을이다. 마을 동북쪽으로 길게 뻗은 골짜기는 예전에는 청송으로 가는 교통로로 이용되기도 했다. 마을 앞으로는 노귀재에서 발원한 고현천이 흐르고 있다. 2014년 보현산댐이 준공되면서 마을 앞으로 도로도 새로 생기고 접근성이 아주 좋아졌다.

마을 뒷산에 소나무가 많다하여 하송리라는 이름이 붙여졌다고 하지만 지금은 소나무는 많이 보이지 않는다. 비옥한 토지에 국화가 만발하여 그 향기가 인근까지 퍼졌다 해서 예전에는 국실, 국골이라 불리기도 했다.

영천마을이야기-마을벽화
하송리에는 별을 주제로 한 벽화가 많이 눈에 띈다.
하송리에는 별을 주제로 한 벽화가 많이 눈에 띈다.

 

조용하고 평범했던 산골마을의 변화는 2017년부터 시작된다. 보현산댐이 생기면서 수질보전과 주민생활 환경개선을 위해 한국수자원공사에서 주변 마을을 대상으로 도랑살리기 사업을 추진했다. 이 사업의 일환으로 도랑쓰레기 수거와 유용미생물 생산설비 등의 기반시설 설치와 함께 마을벽화그리기 등 생활환경 개선 사업도 함께 시작했다. 일조량이 좋아 과일맛이 좋기로 이름난 영천은 쾌청한 날이 많아 별보기가 적합한 곳으로 보현산 천문대가 위치하고 있기도 하다. 마을 벽화에 별이 많은 까닭이다.

별이 수(水)놓은 하송마을 

1차 벽화작업부터 마을의 벽화작업을 주도해 온 화가 김태선 씨는 “영천의 상징인 별과 한국수자원공사(K-Water)의 물을 콘셉트로 해서 벽화를 그렸다.”라고 이야기를 한다. 벽화를 마무리 한 후 ‘별이 수(水)놓은 하송마을’이라 이름 붙였다.

1차 사업때는 메인 작가의 주도하에 한국수자원공사의 직원들도 팀을 정해 돌아가며 함께 작품에 손을 보탰다. 이렇게 완성된 정겨운 벽화는 동화 속 세상으로 관광객들을 이끈다.

벽화마을이라고 조금씩 입소문이 나면서 주변 관광지를 찾은 어린이 동반 가족들이나 데이트하는 커플들의 발길이 마을에도 닿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조용하던 마을을 찾아주는 사람들이 반가워 마을 이장은 집으로 초대해 음료수나 커피를 대접하기도 했다. 물론 지금은 코로나19로 인해 마을을 찾는 이도 많이 줄어들었고 당연히 커피 대접도 중단된 상태다.

하송리 벽화마을에는 52가구 110명 정도가 거주한다, 40대 서너명을 빼고는 60대가 그나마 젊은 축에 속한다. 주로 사과, 복숭아, 자두 등 과일 농사를 짓고 있는데 일조량이 많아 과일 맛이 좋기로 소문이 나 있기도 하다. 가을이면 유치원, 어린이집의 사과따기 체험학습 장소로도 인기를 끌고 있는 마을 앞 과수원에서는 탐스럽게 사과가 익어가고 있다.

보현산 댐 상류의 첫 동네라 수질을 깨끗하게 유지해야 된다는 사명감도 크다.

시골 동네에서 음식물쓰레기 처리를 제대로 하는 곳은 그리 많지가 않다. 댐이 생기기 전만 해도 음식물 쓰레기는 땅에 묻거나 도랑에 버리는 경우도 흔했다. 수질 보호를 위해 올바른 음식물 쓰레기 처리가 급선무였다. 지금은 따로 음식물쓰레기 수거용기를 마련해놓고 철저하게 분리 배출을 한다. 물론 처음에는 불편함을 호소하는 주민도 있었지만 지금은 모두 뜻을 함께 한다.

집집마다 냉장고에 ‘쓰레기는 종량제봉투에 넣어 공동 배출장으로, 쓰고난 농약병은 쓰레기 공동 집하장으로, 음식물쓰레기는 도랑에 버리지 않는다. 도랑 주변에서 쓰레기를 태우지 않는다’는 수칙을 적은 ‘아름다운 하송리 마을 만들기 운동’ 주민실천선언문을 코팅해서 붙여놓고 냉장고 문을 열 때마다 한번씩 마음에 새긴다. 마을 앞 하천도 한달에 2번씩 마을 어르신들과 부녀회에서 돌아가면서 청소한다. 덕분에 쓰레기 하나 볼 수 없다. 경로당 앞에 놓인 콘테이너 박스에서는 농작물의 병충해에 효과적인 EM발효제를 만든다. 만드는게 번거롭기는 하지만 환경을 생각하는 마음으로 기꺼이 준비하고 마을 주민들 역시 잘 활용을 한다. 작물들이 병충해에 강해지니 농약사용도 자연스럽게 줄어들 수 밖에 없다.

 

영천마을이야기-벽화그리기1
마을로 들어서는 가드레일에 화가 김태선씨가 막바지 벽화작업을 진행중이다.

 

지난해 마을만들기 공모 선정
2차 벽화 작업, 이달 완성 목표
향후 입체적인 ‘트릭아트’ 조성 추진
올레길 정비·장터 운영 등 계획

하송리 마을의 벽화는 아직은 완성형이 아니라 현재진행형이다. 마을을 찾아오는 관광객이 늘어날 수록 더 많은 볼거리를 제공하기 위해 마을만들기사업 공모를 통해 지원받은 5천만원을 들여 8월 말 완료를 목표로 2차 벽화그리기 작업을 시작했다. 한여름의 햇빛과 무더위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오래된 벽화를 보수하고 새로운 벽화를 그리는 중이다. 지금은 도로변 가드레일에 그림을 그리는 작업이 한창이다. 주말이면 마을 주민들도 붓을 들고 벽화작업에 동참한다.

평소에도 이웃간의 사소한 다툼도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단합이 잘되는 마을 주민들은 벽화작업에 일손이 필요하다고 하면 열일 제치고 달려나온다. 메인 작가가 밑그림을 그리면 거기에 맞춰 색색깔의 페인트를 칠하는 정도지만 벽화작업을 하는 날은 마을이 잔치 분위기로 변한다. 앞으로는 바닥에 트릭아트 작업도 추가할 계획이다.

10월 완공을 목표로 공사중인 인공습지 조성사업이 끝나면 마을을 지나가는 사람들의 발길도 많아질 수 밖에 없다. 인공습지는 보현산 댐으로 흘러들어가는 물을 정화하기 위한 시설이지만 전망대와 정수식물 등을 식재해 다양한 볼거리도 제공할 예정이다. 이를 위해 마을에서도 관광객들을 위한 주차장과 벤치 등 편의시설과 볼거리, 마을 올레길 정비, 마을에서 생산된 농작물들을 직거래로 판매할 수 있는 간이장터 등을 마련하기 위해 미리 구상하고 준비중이다.

하송리 벽화마을은 영천시의 역점사업인 보현산권역 관광벨트 조성사업에도 기대를 걸고 있다. 총 연장 530m의 보현산댐 인도교(출렁다리), 오리장림, 천문과학관, 보현산 짚라인 등 볼거리가 풍부한 보현산권역 관광벨트 조성사업이 완료되는 2022년이 되면 하송리 벽화마을에도 더 많은 이들의 발길이 이어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서영진·배수경기자

 

<우리 마을은>

“주민은 안전하게, 관광객은 편리하게”, 권순기 이장

 

권순기-하송리이장
권순기 이장

 

권순기(68) 이장은 마을에서 태어나 어린시절을 보냈지만 학업과 직장생활을 하느라 도시에서 생활하다 8년전 고향으로 돌아왔다. “회사 생활하면서도 사과나무를 그렇게 키우고 싶더라구요.” 어린 시절 어른들 돕느라 했던 농사일이 나이가 들면서 자꾸만 떠올라 퇴직하기 3년 전부터 사과나무를 심고 귀농을 준비했다고 한다. 중견기업의 임원으로 8년전 퇴직 후 해외지사 관리 등 좋은 제안도 뿌리치고 무조건 귀농을 고집했다. 처음에는 혼자 내려와서 농사를 지었는데 최근에는 사업하던 아내도 합류해 아주 든든하다고 한다.

마을 이장직을 맡은 지는 6년째. 직장생활을 오래해서인지 마을의 대소사를 추진하는데 거침이 없다. 마을에 필요한 공모사업을 준비하고 선정이 된 후에는 집행까지 확실하게 한다. “앞으로의 계획이 많습니다. 마을 입구 땅을 매입해 관광객들이 오면 주차라도 마음대로 할 수 있게 할 계획입니다.” 10월에 습지가 완공되면 이곳을 찾은 관광객들에게 주민들이 당번을 정해 차도 한잔 씩 대접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우리 마을을 찾아온 손님께 차라도 한잔 대접해야 되지 않겠습니까?” 마을을 찾는 사람들이 많아야 마을도 더욱 활기차게 변할 거라고 믿기 때문이다. “우리 마실 사람들은 온순한 양 같아요. 그래서 이장하기도 쉽고 재미있습니다. 다들 잘한다고 칭찬해주니 기분좋게 일을 할 수 있거든요.”

어떻게 하면 마을 주민들이 조금이라도 더 편하게, 안전하게 지낼 수 있을까 늘 고민하다 보니 다른 마을에서는 없는 시스템도 발빠르게 갖춰 놓을 수 있었다고 자부한다.

하송리 마을에서는 각 가정마다 마을 방송을 들을 수 있는 스피커를 보급해서 놓친 방송도 들을 수 있고 이장이 타지에 나가 있더라도 핸드폰으로 바로 마을 주민들에게 방송을 할 수 있는 시스템도 갖추고 있다. 생명보험공헌재단의 지원을 받아 ‘농약함’을 집집마다 설치해 농약에 대해 체계적인 관리시스템도 도입할 계획이다.

“앞으로는 정식 벽화마을로 지정되서 조금 더 체계적인 관리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습니다. 이와 더불어 살기좋은 마을, 부자 마을이 될 수 있는 기반도 마련하고 싶습니다.”

<가볼만한 곳>

가볼만한곳-오리장림
오리장림

 

◇오리장림

영천시 화북면 자천리 자천마을 주변에 2km에 걸쳐 있는 천연기념물 제 404호의 나무숲이다. 바람과 홍수를 막고 제방을 보호하려고 약 400여년 전부터 마을 주민들이 만든 것이라고 전해져 온다. 숲이 자천리 일대 좌우 5리(2km)에 걸쳐있어 오리장림이라고 불렀지만 지금은 국도 확장공사로 많이 잘려 사라졌다. 그렇지만 수령 150년이 넘는 굴참나무, 은행나무 등 10여종 300여그루의 아름드리 나무가 여전히 장관을 이룬다. 자천리에 있어서 자천숲이라도 부르며 마을 주민들 사이에는 봄에 숲의 잎들이 무성하면 그 해에는 풍년이 온다는 속설이 전해져 온다.

◇보현산댐 짚와이어(짚라인)

길이 1.4km 2개라인으로 이루어진 보현산댐 짚와이어는 보현산댐을 횡단하며 발아래로 호수와 아름다운 주변경관을 조망할 수 있다. 탑승거리가 1,411m, 탑승시간은 90초 정도로 최고 하강속도가 시속 100km를 넘는 구간이 있어 짜릿한 스릴을 선사한다. 매표소에서 출발지까지는 모노레일로 이동한다. 체중 30kg이상, 신장 120cm이상만 탑승가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