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천 매산2동]넉넉한 인심·풍요로운 자원…‘귀농귀촌 1번지’ 꿈 영근다
마을 앞 흐르는 고현천과
서·남·북쪽 높지 않은 야산
전형적인 배산임수 형태
일찍부터 과수농업 발달
고속도로 진입로도 가까워
마을 입지 최상 조건 갖춰
[2022 경상북도 마을이야기] 영천 매산2동
영천시 북부 농촌 지역으로 마을의 지형이 목마른 말이 물을 찾는 형세라 하여 불린 갈마, 찾아온 새가 울고 지나갈 정도로 척박한 지역이란 뜻으로 지어진 하명마을은 뒷산모양이 반월같이 생겼다고 해 이름붙인 월계, 마을입구의 큰 바위에 큰 구멍이 뚫려 있고 고분이 있는 곳이라 이름 붙여진 구무덤(굴뜸)과 함께 법정동인 매산동의 자연부락이다. 구무덤과 월계를 합쳐 매산1동, 하명과 갈마를 합쳐 매산2동이라 하며, 행정적으로는 영천시 중앙동에 속해 있다.
매산 2동은 서·남·북쪽은 높지 않은 야산으로 둘러싸여 있으며 마을 앞을 북에서 남으로 금호강으로 합류되는 고현천이 흐르고 있어, 일찍부터 과수 농업이 발달하였고, 마치 반월처럼 생긴 주위 지역을 풍성하게 만들고 있다.
하명과 갈마마을은 그 옛날 척박한 마을이었다고 전해지고 있으나, 오늘날에는 그 지명의 유래를 믿기 어려울 정도로 풍요로운 마을이다. 마을 앞으로 국도 35호선이 시원하게 관통하고 있고, 영천-상주간 고속도로, 대구-포항간 고속도로 진입로가 가까이 있어 오늘날의 마을 입지여건으로서는 최상의 조건을 갖추고 있다. 그동안 마을과 인접한 녹전동 경제자유구역의 영천하이테크파크지구 조성사업이 미뤄지면서, 2008년 토지거래계약허가구역으로 묶여 하명마을도 한동안 재산권에 많은 침해를 받았으나, 이제는 지정이 해제되고 스타밸리 조성사업이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어 개발로 인한 성장 시너지 효과가 기대되고 있다.
하명마을 가는 길은 영천 금호에서 청송방면으로 시원하게 뻗어있는 국도 35호선을 따라가다 남도림교차로에 이르면 왼쪽 편에 하명마을이라는 도로표지판이 있다. 표지판을 따라 왼쪽으로 돌아서면 하명마을이라고 새겨진 큰 돌입석과 함께 마을 진입로인 하명로가 나온다. 하명로를 따라 들어가다 보면 왼쪽에 한국양계농협 영천한방계란유통센터가 있다. 이 센터는 지난 2007년 지역특화사업으로 선정돼 국비와 시·도비, 자부담 등으로 건립된 최첨단 자동화 계란 선별장이다. 조금 더 마을 안쪽으로 들어가면 고현천을 가로지르는 고현교가 있고, 이를 건너가면 하명마을 주민들이 모여 사는 주거지가 나온다.
마을에 들어서자마자 보이는 마을 경로당을 비롯해 집집마다 태양광 조명등 아래 우편함과 주민들의 이름과 예쁜 그림이 그려진 문패가 걸려 있어 방문객의 눈길을 잡는다.
특히 수리부엉이 그림이 많이 그려져 있는데 이는 수리부엉이가 ‘부와 재물’을 상징하는 마을의 마스코트이기 때문이다. 포도밭 사이 마을 안길을 따라 들어가면 수리부엉이를 테마로 하는 벽화들도 많이 볼 수 있다. 수리부엉이도 자신이 하명마을의 마스코트임을 알고 있는 듯 실제로 지난 2020년 1월 엄동설한에 요란한 개구리 울음소리와 함께 수리부엉이가 고현천 교량 난간위에 나타나는 일도 있었다고 한다.
하명마을의 주된 생산물은 샤인머스캣·머루포도 등 포도와 복숭아다. 그래서인지 골목길을 따라 가다보면 곳곳에 각종 ‘농원’이라는 팻말이 보인다. 마을 주민들의 인심도 넉넉하다.
하명마을 역시 그동안은 도시화의 바람을 타고 대부분의 젊은이들이 마을을 떠나는 바람에 여느 농촌마을과 마찬가지로 마을 주민의 대다수가 60대이상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그러나 최근에는 교통의 발달로 인해 귀농·귀촌하는 인구가 늘어나고 있어 마을에 새로운 바람이 기대되고 있다.
현재 하명마을은 주민들이 합심해 기존의 척박한 동네라는 오명에서 벗어나기 위해 아름답고 살기좋은 농촌마을가꾸기 사업에 힘쓰고 있다. 이러한 사업의 하나로 작년 7월 예쁜 문패달기 사업을 추진해 전달식을 가졌다. 이의진 통장과 권택동 노인회장의 주도로 제작된 문패를 마을 주민 40여 가구와 입주 기업체에게 전달한 것이다. 이 사업은 비록 도시와 비교할 수는 없지만, 예전과 달리 마을에 누가 살고 있는지도 잘 모르게 되는 안타까움에서 시작됐다.
집집마다 특성을 살린 문패를 만들어 달고 이를 통해 주민들의 마을에 대한 자부심과 유대감을 높이기 위해 시작한 사업은 문패를 전달받은 주민들이 감탄하는 반응만 봐도 알 수 있을 정도로 성공을 거뒀다. 문패의 재료는 권 회장이 직접 향나무를 삶고 말리며 자르고 손질했으며, 여기에 이 통장이 손수 주민들 이름을 하나하나 새기고 예쁜 그림을 그려 그 의미를 더했다. 문패기둥에는 마을 자체 기금으로 우편함과 태양광 조명등도 설치해 야간에도 쉽게 볼 수 있게 했다.
또한 하명마을에서는 주민들과 함께 나무 그늘 아래 어르신들이 쉴 수 있는 휴식공간을 만들었으며, 기증받은 이팝나무 25그루, 피노키오 백일홍 400그루의 묘목을 마을 입구 하천 뚝방과 교량 주변에 묘목을 심어 마을 경관을 개선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하명마을에서는 이의진 통장을 중심으로 주민들이 다같이 마을을 잘 가꾸고 소통하고 화합해 귀농귀촌하는 사람들이 가장 살고 싶어 하는 동네가 되도록 노력하고 있어 앞날이 크게 기대되고 있다.
서영진기자·이석형객원논설위원
우리 마을은
이의진 통장 “아름답고 살기 좋은 마을 만들기 전력”
하명마을을 어느 마을보다 살기좋고 아름다운 마을로 만들기 위해 진력하고 있는 이의진 통장은 도시에서 ‘쿠킹클래스’를 운영하다 평소 소망하던 전원생활의 꿈을 버리지 못하고 2013년 남편의 고향인 이곳 하명마을로 들어왔다. 아이들 교육을 위해 대부분의 젊은 사람들이 농촌을 떠나 도시로 이주해가는 세태 속에서 중학생 아이들을 데리고 귀촌하는 것이 결코 쉽지 않았을 것임에도 이 통장은 결단을 내렸다. “지금 생각하면 무모했던거 같아요.”라고 웃으며 덧붙인다.
막상 귀농을 했지만 처음에는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 막막했다고 한다. 젊은 새댁이 들어오니 주민 모두 살갑게 대해 주었지만 당장 농사에서 소득이 생길 때까지 생계를 걱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래서 자신의 전공분야인 쿠키만들기 체험을 할 수 있는 농가카페를 열었다. 마을에 토지를 마련해 건물을 짓고 1층에 사업장을 마련해 체험을 원하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예약제로 운영하고 있다. 이 통장은 특히 ‘호두파이’를 만드는데 자신이 있다고 한다.
마을 통장으로 봉사하기 시작한지는 4년이 됐으며, 능력이 부족함에도 불구하고 마을 주민들이 믿고 맡겨 줘 시작하게 됐다고 한다. 이 통장이 현재 주민들과 합심해 의욕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하명마을 가꾸기’는 현재의 우리와 다음 세대를 위한 것으로, 문패 달기 사업도 이웃 간 친근감을 높이고, 주민들이 보람되며 지속적으로 쾌적하고 살기 좋은 하명마을 마을 가꾸기를 실천해 나가는 사업의 일환이다.
“교통의 요충지인 하명마을을 살기 좋고 아름다운 마을로 변모시켜 인근 스타밸리지구의 완성과 더불어 영천에서 가장 귀촌귀농 하고 싶은 마을로 만들고 싶습니다.” 이 통장은 야심찬 포부를 밝힌다.
이석형 객원논설위원
가볼만한 곳
◇임고서원…정몽주 선생 덕행, 충절 기리는 곳
임고서원은 충절의 표상인 포은 정몽주선생의 덕행과 충절을 기리기 위해 1553년 지방유림의 공의로 창건됐으며, 이듬해 ‘임고’라 사액된 서원이다. 처음에는 임고면 고천동에 창건됐으나, 임진왜란 때 소실됐으며, 1603년 현재의 위치로 이건됐다.
1643년에는 여헌 장현광을, 1787년에는 지봉 황보인을 추가 배향해 선현배향과 지방교육의 일익을 담당해오던 중 대원군의 서원철폐로 훼철됐지만, 1919년 존영각을 건립하여 정몽주의 영정을 모시고 향사를 지내왔다.
그 후 1965년 복원됐는데, 경내의 건물로는 사우·존영각·강당·포사·유사실 등이 있다. 사우인 문충사에는 정몽주의 위패가 봉안돼 있으며, 존영각에는 영정이 소장돼 있다.
이 서원에서는 매년 2월 중정과 8월 중정에 향사를 지내고 있으며, 유물로는 정몽주의 영정 3폭과 ‘포은문집’ 목판 113판, ‘지봉유설’ 목판 71판, ‘포은집’·‘어사성리군서’ 11권 외에 200여권의 서적이 소장돼 있다. 서원은 경북도 기념물 제62호로 지정돼 있으며, 서원내의 은행나무는 경북도기념물 제63호로 지정돼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