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속도로 IC 네 곳 접근성 좋아
의성 행복마을 자치사업 ‘활발’
마을 입구에 다목적 공간 마련
매년 9월 하천변에 유채 파종
예술가 ‘일촌맺기’로 재능 발굴

마을 앞으로 비산천이 흐르고 뒷산이 포근하게 감싸안고 있는 배산임수의 입지조건을 가진 모흥3리는 따스한 정과 사랑이 살아 숨쉬는 정겨운 마을로 알려져 ‘찾아오고 싶은 마을, 살고 싶은 마을’로 꼽히고 있다.
마을 앞으로 비산천이 흐르고 뒷산이 포근하게 감싸안고 있는 배산임수의 입지조건을 가진 모흥3리는 따스한 정과 사랑이 살아 숨쉬는 정겨운 마을로 알려져 ‘찾아오고 싶은 마을, 살고 싶은 마을’로 꼽히고 있다.

 

2022 경상북도 마을이야기-의성 구천면 모흥3리

923번 지방도로를 따라 의성에서 구미 방면으로 달리다보면 봄이면 노란 유채꽃이 물들고 가을이면 알록달록 코스모스가 반겨주는 소박하지만 아름다운 마을 모흥3리를 만날 수 있다.

마을 앞 비산천은 아직도 참가재가 잡힐 정도로 청정한 자연환경을 간직하고 있고 뒷산이 포근하게 감싸안고 있는 배산임수의 입지조건을 가진 모흥3리는 지금도 하루에 버스가 2번밖에 다니지 않을 정도로 꽤나 외진 곳이지만 의외로 마을 가까이에 소보, 도개, 서의성, 의성 등 고속도로 IC가 네 군데나 있고 마을 앞으로 도로가 지나고 있어 접근성은 좋은 마을이다.

예전에는 마을 어귀에 조선 숙종시절 병사 장한상이 힘써 막았다는 못이 있었는데 이곳의 물이 맑아 선녀들이 노닐었다 해서 선창마을이라고 불리기도 했다. 31세대 56명의 주민이 거주하는 모흥 3리는 벼와 사과, 자두 농사를 짓는 전형적인 농촌마을이지만 주민의 반 이상(36명)이 60대 이상으로 얼마 전까지만 해도 소멸을 걱정해야 되는 위기의 마을이었다. 이러한 마을에 2019년부터 변화의 바람이 불어오기 시작한다.

 

의성마을이야기벽화
마을 입구에 있는 낡고 평범한 창고에 마을주민들이 함께 힘을 모아 벽화를 그리며 새단장을 하고 있다.

 

2019년 의성군 행복마을 자치사업을 통해 본격적인 마을경관조성사업 등을 꾸준히 진행해 ‘찾아오고 싶은 마을, 살고 싶은 마을’로 변신 중이다. 주민수도 적고 평균연령은 높았지만 변화를 위한 열정은 어떤 마을보다 컸다. 마을 주민의 단합과 열정 덕분에 2019년에는 의성군행복마을만들기 사업 최우수마을로 선정되기도 했다. 최우수마을 제도가 사라진 이후에는 꾸준히 우수 마을로 지정되는 등 주목을 받으며 타시도에서 견학을 올 정도로 모범적인 마을로 자리잡고 있다.

 

마을창고의 변신 전과 후

 

마을에 들어서면 예쁜 벽화가 그려진 창고가 제일 먼저 눈에 들어온다. 마을회관 건너편에 자리잡은 창고는 얼마 전까지만 해도 벽면에 전단이 잔뜩 붙은 평범한 창고였지만 마을주민들이 힘을 모아 예쁘게 새단장을 했다. 농기계가 방치되어 있던 공간은 깔끔한 분리수거장과 체육시설로 변신을 했다. 분리수거의 개념이 없이 생활쓰레기가 나오면 주로 소각을 하는게 습관화 되어 있던 농촌마을에 분리수거장이 설치되니 쓰레기 태우는 연기도 사라졌다. 마을 입구에 마련한 다목적 회의공간은 코로나 시기에 주민들의 쉼터가 되기도 하고 교육장, 회의실로도 변신하며 마을 사랑방 노릇을 톡톡히 했다.

 

마을 입구에는 유채꽃을 심어 마을 경관을 아름답게 할 뿐 아니라 어르신들의 입맛돋우는 봄철 반찬으로도 활용을 한다.
마을 입구에는 유채꽃을 심어 마을 경관을 아름답게 할 뿐 아니라 어르신들의 입맛돋우는 봄철 반찬으로도 활용을 한다.

 

매년 9월이면 마을 앞 하천변에는 유채를 파종한다. 마을 경관을 아름답게 꾸며서 찾아오고 싶은 마을로 만들겠다는 목적도 있지만 이보다 더 깊은 뜻이 있다. 유채나물은 마을 어르신들의 입맛 돋우는 봄철 밥반찬으로도 제격이라 예쁜 꽃을 보는 것과 함께 일석이조의 효과를 얻을 수 있다.

예전에는 마을 어르신들이 회관에 모이면 화투를 치는 것 외에는 마땅한 소일거리가 없었다. 그런데 지금은 어르신들이 모이면 자연스럽게 스케치북을 펼쳐 그림을 그리고 한글공부를 한다. 이는 의성군에서 2020년부터 이어오고 있는 ‘예술가 일촌맺기 프로젝트’ 덕분이다.

마을에 예술가들이 들어와 살면서 마을 어르신들에게 재능기부를 통한 예술체험프로그램을 운영한다. 그간 동양화작가, 무용가, 사진작가들이 마을을 찾아 어르신들의 숨은 재능을 발견하고 전시회도 가졌다. 처음에는 “와 이렇게 귀찮게 하노.”, “나는 그림 못 그린다”하며 마지못해 동참했던 어르신들이 이제는 “다음에는 어떤 선생님이 오시노” 하면서 궁금해하고 기대를 한다.

 

의성마을이야기마을-주민그림
어르신들은 마을회관에 모이면 자연스럽게 스케치북을 펼치고 그림을 그린다.

마을회관 벽에 전시되어 있는 마을주민들의 그림
마을회관 벽에 전시되어 있는 마을주민들의 그림

 

그동안 짧게는 한달, 길게는 네달까지 마을살이를 한 예술가들은 “밥은 먹었나, 잠은 잘 잤나”하면서 손주처럼 챙겨주는 어르신들의 정을 잊지 못한다고 한다. 그래서 예술체험프로그램 진행 외에도 마을 어르신들의 개인사진도 찍어드리고 함께 마을 홍보동영상도 만들며 정을 쌓아 나간다. 주 3회 한글공부와 주 1회 예술가들과 함께 하는 수업을 하다보면 일주일이 금방 지나간다. 외지에 사는 자녀들은 부모님들의 이런 변화가 반가워 스케치북을 선물한다고 한다.

 

마을 전통 가양주로 수익 사업
현대인 입맛 맞춘 ‘선창막걸리’
올 하반기 공장 부지·예산 확보
패키지 디자인 마무리 작업 중

작지만 살기좋은 마을, 행복한 마을을 만들기 위해서는 마을 수익사업도 빠트릴 수 없다. 농사를 짓기 어려운 고령자도 마을에서 자립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마을공동체 수익사업을 찾던 중 대대로 내려오던 전통 가양주에 주목한다.

 

의성마을이야기-막걸리담기
모흥3리에서는 전통적으로 내려오던 가양주를 현대인의 입맛에 맞는 ‘선창막걸리’로 재탄생시켰다.

 

2022년에 예비마을기업으로 선정되면서 가양주를 통한 새로운 도약을 꿈꾸고 있다. 전통적으로 내려오던 가양주를 현대인의 입맛에 맞추기 위해서 다양한 방법으로 연구를 한다. 어르신들이 머리를 맞대고 이렇게도 해보고, 저렇게도 해보고 시행착오를 거쳐 탄생한 ‘선창막걸리’는 올 하반기에 부지와 예산을 확보해 막걸리공장을 짓고 본격적인 마을기업으로 자리를 잡도록 할 계획이다. 선창막걸리의 탄생은 우연히 이뤄졌다. ‘도시청년농촌살아보기’를 통해 마을을 찾은 청년들에게 짚공예를 비롯해 다양한 프로그램을 진행했는데 그중에서 전통주담기가 의외로 인기를 끌었다. 마을에서 대대로 내려오는 가양주가 있었지만 집안의 대소사에 소소하게 만들어 마시는 정도였는데 젊은이들의 입맛을 잡을 수 있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이를 좀 더 체계적으로 만들어보기로 한다.

 

의성마을이야기-막걸리패키지
현대인의 입맛에 맞게 새롭게 탄생한 선창막걸리 패키지 디자인.

 

마을에서 생산하는 선창 막걸리는 찹쌀, 누룩만 넣어 만들지만 달콤한 맛이 특별하다. 한 모금 마셔보면 인공감미료를 넣었나 오해할 정도로 달콤하지만 일체의 첨가물은 없다. 첨가물이 없으니 숙취가 없는 것도 자랑이다.

올해는 코스모스가 마을을 아름답게 물들일 10월에 ‘꽃향기, 술향기 축제’를 열 계획이다.
축제에는 의성의 400개 마을 대표들과 출향 인사들을 초청해 마을의 아름다운 풍경과 함께 선창막걸리를 본격적으로 선보일 예정이다. 이를 위해 패키지 디자인을 비롯한 마무리 작업이 한창이다.

마을의 단점을 장점으로 변신시키려는 마을주민의 노력이 빛을 발해 모흥3리는 작지만 꽤나 큰 존재감을 발휘하고 있다. 이제는 할머니가 반겨주는 추억 속 고향같이 따스한 정과 사랑이 살아 숨쉬는 정겨운 마을로 알려져 귀농귀촌을 하려는 이도 늘어나고 있다.

 

 

 

우리 마을은

 

우리마을은-우기암회장
우기암 모흥3리 마을자치회장

 

마을 토박이인 우기암(67) 씨는 지난해까지는 이장을 역임했다. 이제는 마을사업을 더 체계적으로 추진하기 위해 마련한 마을자치회의 회장직을 맡고 있다.

“마을 주민들이 숫자도 적고 연세도 많지만 단합 하나만큼은 최고입니다” 우회장은 마을 주민들 자랑부터 시작한다.

모흥 3리는 마을주민들의 고령화를 고민만 하는게 아니라 마을 안에서 그 해결법을 찾고자 한다. 마을 주민들 대부분이 혼자 살고 있어 경증치매 환자가 발생하거나 거동이 불편한 주민이 생기면 요양원이나 자녀의 집으로 가는 것 외에는 대안이 없는 것이 현실이었다. 이렇게 마을을 떠나는 주민들이 안타까워 건강한 주민이 몸이 불편한 주민을 돌보는 노노케어 시스템을 계획한다.

“동네요양원이라고 생각하면 될 듯 합니다.”

오랜 세월 자신들이 살았던 곳에서 보살핌을 받음으로써 심리적 안정을 얻을 수 있고 노후의 삶의 질도 보장받게 한다는 것이다. 이를 통해 귀농귀촌가정이나 마을의 젊은 세대에는 일자리 제공도 할 수 있다. 준비과정으로 주민들 중 3명은 요양보호사 자격도 갖췄다. 지금은 하루 한끼지만 공동식사를 통해 어르신들의 건강을 보살핀다. 마을 회관의 화장실도 사용하기 편리하게 리모델링하고 목욕탕 시설도 갖췄다. “‘인생의 마지막까지 마을이 돌본다’라는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살기 좋은 마을로 소문이 나면서 귀농귀촌을 원하는 이들도 많다. “우리 마을이 복이 많은지 귀농귀촌하시는 분들이 마치 토박이인 것처럼 다른 주민들과도 너무 잘 어우러집니다.”

마을에 고장난 가전제품이 있으면 다 고쳐서 맥가이버라고 불린다는 손구현씨도 성공적인 귀농귀촌인 중의 한명이라며 자랑을 한다.

처음에는 내 집, 내 밭이 우선이던 마을 어르신들도 이제는 산책 길에 마을 어귀에 조성된 꽃밭에 잡초가 보이면 누가 먼저랄 것 없이 쪼그리고 앉아 잡초를 뽑는 등 마을 일에 열성을 보인다.

“몇 사람이 앞서서 이끌어가는게 아니라 함께 만들어가는 마을이라는 것이 자랑입니다.”

배수경기자

 

 

 

가볼만한 곳

의성가볼만한곳-정수사
정수사

 

◇정수사
신라 흥덕왕때 심지대사가 창건한 정수사는 대한불교 조계종 제16교구 의성 고운사의 말사로 고즈넉한 아름다움을 간직하고 있는 산사다. ‘나무아미타불’, ‘나무석가모니불’이라고 새겨진 커다란 입석 2개 사이로 난 좁은 진입로를 따라 정수사까지 이어지는 300여미터의 길은 봄이면 왕벚나무가 장관을 이룬다. 정면 3칸, 측면 1칸의 팔작지붕 천왕문을 거쳐 경내에 들어서면 석축 위에 극락전이 있고, 왼편에 삼성각, 석축 아래쪽에 L자 형태의 요사채 육화당이 있다. 경상북도 유형 문화재 제371호인 정수사 영산회상도와 경상북도 유형 문화재 제372호인 정수사 지장시왕도가 있다. 산사 앞으로 작은 연지를 조망하는 정자 ‘반야정’에서 잠시 쉬어가면서 사색의 시간을 가져보는 것도 좋다.

◇조성지
의성의 3대 저수지 중 한곳인 조성지는 경북 최대규모를 자랑한다. 수심이 깊고 산으로 둘러쌓인 풍광이 아름다워 관광객들의 발길이 이어지는 명소이기도 하다. 특히 봄이면 벚꽃길이 장관을 이룬다. 조성지관광벨트화지원사업을 통해 출렁다리와 전망대가 설치됐으며 2023년 6월이면 생태공원과 탐방로까지 완공이 돼 힐링 여행지로 인기를 끌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