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진 굴구지마을] 때묻지 않은 자연, 그대로를 즐기는 산촌문화체험촌
매년 6월이면 ‘피라미축제’
1급 수종 낚으며 ‘추억 차곡’
가을엔 자연산 명품송이 채취
2005년 생태환경보전지역 지정
산림욕·트레킹 즐기기도 좋아
구산리 3층 석탑·칠성봉 등 8경
빼놓지 않고 들러야 할 관광코스
2021 경상북도 마을이야기, 울진 굴구지마을
때 묻지 않은 오지의 속살을 보고 싶다. 그것도 신선이 살 것 같은 비경이라면 더 좋다. 맑은 하늘과 푸른 산, 깨끗한 물이 어우러진 곳이 있을까. 그런 곳을 찾는다면 굴구지마을로 가면 된다. 울진군 근남면 구산3리 마을은 손때가 묻지 않는 산촌마을이다. 맑은 하늘과 금강송이 우거진 푸른 산, 왕피천의 맑은 물이 흐르는 곳이다. 마을 이름에서 오지의 싱그러움이 퍼져 나오는 곳이다. 왕피천에서 아홉 굽이를 돌고 넘어야 만날 수 있는 마을이라고 하여 구고라고도 불렸다. 300여 년 전 충주지씨가 처음 개척한 마을이라고 한다. 원심과 탑병이라는 2개의 자연부락에 40 가구에 90 명의 주민들이 생활한다. 대부분 농업과 임업에 종사한다. 특히 가을철에 수확하는 송이가 명품으로 알려진 곳이다.
굴구지마을은 볼거리와 즐길 거리, 먹거리, 쉴 곳을 고루 갖춘 곳이다. 매년 6월이면 마을 앞 왕피천에서는 피라미축제가 열린다. 왕피천은 환경부가 지정한 생태경관보존지역이다. 사철 맑은 물이 흘러 꺽지와 피라미, 버들치 등이 서식하는 곳이다. 은어도 산란을 위해 거친 물살을 헤치고 올라온다. 이 같은 1급수 어종을 관광자원으로 개발한 것이 바로 피라미축제다. 축제는 산신제와 풍물패의 길놀이로 시작된다. 축제의 주인공은 역시 피라미낚시다.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낚싯대를 들고 물가에 자리를 잡는다. 커다란 바위에 걸터앉아 낚싯대를 드리운 아이는 바로 강태공이 된다. 낚시 바늘에 미끼를 끼우고 물에 넣기 바쁘게 찌가 솟구친다. 챔질을 하는 순간 손가락만한 피라미와 아이들의 함성이 함께 올라온다. 잡은 피라미는 구이나 튀김을 하거나 매운탕을 끓여서 먹는다. 은어와 송어 잡이 체험도 있다. 아이들이 물고기를 후리면 아버지가 반두로 잡는다. 이때는 온 가족이 무아지경에 빠진다. 낚싯대와 반두는 현장에서 빌릴 수 있다. 불에 달군 돌을 이용해 요리를 하는 삼굿구이는 반세기 전으로의 시간여행이다. 예전에 삼베의 원료인 삼(대마)을 뜨거운 돌에 물을 부어 나오는 수증기를 이용해 삶던 방식을 응용한 요리법이다. 뜨겁게 달군 돌무더기 위에 감자나 달걀을 올리고 그 위에 풀이나 짚을 덮고 다시 흙으로 덮어서 익히는 방식이다. 구운 맛과 삶은 맛을 동시에 느낄 수 있는 우리 고유의 전통 요리법이다. 왕피천 곳곳을 누비면서 찾아내는 보물찾기도 흥미진진하다.
산나물과 송이채취 체험은 산촌의 환경을 특화한 체험프로그램이다. 산나물 채취는 매년 4월에 열린다. 체험객들은 마을에서 가이드의 안내를 받아 산과 들판에서 봄나물을 채취한다. 봄나물의 효능과 구별하는 방법도 배운다. 들판에서는 쑥과 냉이, 산에서는 고사리와 취나물 등 다양한 나물을 채취한다. 채취한 봄나물은 가져가고 마을에서 준비한 봄나물로 시식회를 연다. 송이채취는 아무 곳에서나 할 수 없는 특별한 체험이다. 송이는 산주나 송이채취 허가권을 가진 사람만이 할 수 있다. 지리적표시제 등록을 한 울진송이는 금강송 숲에서 자라 맛과 향이 뛰어나다. 30년에서 40년 정도 된 소나무의 뿌리에서 자란다. 소나무와 송이균, 토양이 잘 조화를 이루어야 자라는 특별하고 귀한 버섯이다. 마을 주민의 안내를 받아 우거진 금강송 숲에서 송이를 채취해 보는 것은 특별한 경험이고 행운이라고 할 수 있다. 채취한 송이는 산지 시세에 따라 구입할 수 있다.
산악지형을 이용한 즐길 거리도 풍성하다. 마을에서 출발해 상천동과 용소를 거쳐 오는 9.8km의 왕피천 생태탐방로는 자연의 싱그러운 기운을 온 몸으로 느낄 수 있는 트레킹코스다. 마을 뒤편 산에 개설된 임도를 따라 달리는 산악자전거는 아찔함을 느낄 수 있다. 임도는 등산로와 겹치지 않고 자동차 통행이 없는 곳이라 오롯이 산악자전거만을 위한 공간이다. 등산을 하고 싶다면 마을 옆에 있는 칠성봉과 남수산, 송무재 등산로를 이용하면 된다. 숙박은 마을에서 운영하는 굴구지산촌펜션을 이용할 수 있다. 펜션에 들어서면 왕피천이 한눈에 들어온다. 정자와 쉼터 체험공간을 갖추고 있어 편안한 휴식이 가능한 곳이다. 코로나 장기화에 따른 농촌마을 활성화 시책의 일환으로 울진군에서 숙박비의 50%를 지원하고 있다. 숙박비 지원은 예산이 소진될 때까지 지원하기 때문에 사전에 확인해야 한다. 농가에서 운영하는 펜션도 있다.
굴구지 8경도 빠뜨릴 수 없는 여행코스다. 조그마한 산촌마을에 8경을 지정할 만큼 명승지가 많다는 것은 마을 전체가 아름다움 그 자체라고 할 수 있다. 제1경은 왕피천이다. 환경부가 지정한 생태경관 보존지역으로 사람의 접근이 어려운 야생동물의 천국이다. 산양과 수달을 비롯해 14종의 포유류가 살고, 60여 종의 조류, 양서류, 파충류 등이 서식한다. 1급수에 서식하는 꺽지와 피라미 등 다양한 어류가 있다. 제2경은 금강송이다. 경북 북부와 강원도 지역에서만 자생하는 금강송이 군락을 이루고 있다. 마을 전체가 금강송 숲에 둘러싸여 있다. 제3경인 구산리 3층 석탑은 통일신라 때 만들어진 것으로 보물 제496호다. 제6경인 칠성봉은 일곱 개의 봉우리로 이루어진 아름다운 산이다. 해발 323m로 1.7km의 등산로가 조성되어 있어 쉽게 오를 수 있다. 마을을 포근하게 감싸고 있는 모습이다. 제7경인 용소는 왕피천 계곡 중에서 가장 접근이 어려운 지역이다. 접근이 어려운 만큼 잘 보존되어 있고 아름답다. 가파른 협곡은 마치 용이 쓸고 지나간 것처럼 보인다. 맑고 깊은 물을 보면 누구나 한번쯤 뛰어들어 수영을 즐기고 싶은 유혹을 느끼는 곳이다. 제8경인 학소대는 신선들의 비밀정원이라 불릴 만큼 경치가 아름다운 곳이다. 계곡에 우뚝 솟은 커다란 바위를 중심으로 주변의 풍경은 한 폭의 동양화다. 예전에 선비들이 학소대의 풍경을 시재로 삼아 시를 짓고 읊었던 곳이다. 마을에서 학소대 방면으로 탐방로가 조성되어 있다. 제4경인 이심소와 제5경인 청암정도 잠시 쉬어갈만한 명소다.
이처럼 왕피천을 끼고 있는 굴구지 마을은 오지 중의 오지로 자연이 살아있는 곳이다. 2005년부터 84.243㎢를 생태환경보전지역으로 지정해 보호하고 있다.
울진군에서는 굴구지 마을이 있는 왕피천과 불영계곡 일대를 국립공원으로 지정하는 계획을 추진 중에 있다.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청정지역인 왕피천 일대를 그대로 보전하고, 우수한 자연환경을 지역관광자원으로 활용하기 위함이다. 국립공원으로 지정되면 보전과 개발의 조화로운 추진이 이루어 질 것으로 보인다.
김익종기자·강현 수필가
<우리 마을은>
“마을 생태자원 알리미 역할 충실히”…김순란 자연환경해설사
“왕피천은 예전에 실직국의 왕이 피난을 왔던 곳이라는 유래를 가지고 있다.”면서 “이제는 멸종위기 동식물의 피난처 역할을 하는 곳”이라고 김순란(63) 자연환경해설사는 말한다. 왕피천 일대는 환경부가 지정한 생태환경보전지역으로 멸종위기종인 산양과 수달, 하늘다람쥐 등 포유류 14종과 60여 종의 조류, 23종의 양서류가 서식하는 곳이다. 1급수에서 서식하는 은어와 꺽지, 버들치 등 다양한 물고기들이 있다. 김 해설사는 구산리 탐방안내소에서 탐방객들을 대상으로 왕피천 일대의 생태환경보전지역과 그곳에서 서식하는 동식물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주고 보전의 필요성을 알리는 일을 하고 있다.
25년 전 마을에 들어와 민박집을 운영하면서 투숙객을 상대로 왕피천 일대를 안내하고 환경보호의 필요성을 알리는 일을 했었다. 2015년 탐방안내소가 문을 열자 자연환경해설사 자격을 취득하고 본격적으로 왕피천 일대 자연환경을 보전하는 일에 나섰다. 굴구지산촌체험마을과 왕피천의 깨끗한 환경이 알려지면서 주말이면 600여 명 이상의 탐방객들이 마을을 찾는다. 이들을 대상으로 마을 주변의 생태환경에 대한 해설과 안내를 맡아서 한다. 단체 탐방객들을 대상으로는 동행 해설도 한다. 산나물축제와 피라미 축제가 열리는 시기에는 탐방 안내소 앞마당은 농산물 판매장으로 변한다. 탐방객들에게 청정지역 농산물에 대한 홍보도 잊지 않는다. 마을 주민과 탐방객을 연결하는 역할을 하는 셈이다.
“앞으로는 굴구지마을과 왕피천이 왜 좋은지, 왜 보전해야 하는지를 알리는 일에 중점을 두고 일하겠다.”면서 “아는 만큼 보인다는 말처럼 충분한 사전 설명을 통하여 탐방객들이 때 묻지 않은 자연의 참 모습을 보고 즐길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김 해설사는 말했다. 자연의 참모습을 보고 느낀 탐방객들이 환경보전 지킴이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가볼만한 곳>
◇매화 이현세 만화거리
매화면 매화리 마을 일대에 만화거리가 조성되어 있다. 이현세 만화거리다. 공포의 외인구단과 만화 삼국지 등으로 유명한 이현세 작가의 작품을 인구 2천5백여 명 남짓한 시골마을 골목길에 그린 것이다. 현재 800m 구간이 완성되었고, 계속 연장하고 있다. 만화거리는 3구간으로 나누어져 있다.
제1구간 350m는 매화면사무소 창고 벽면에서 만나는 ‘공포의 외인구단’ 주인공들로부터 시작된다. 만화로 가득 찬 골목길을 걷다보면 다양한 작품속의 주인공들을 만날 수 있다. 삼국지의 주인공들도 만난다.
매화중학교를 중심으로 만들어진 2구간 끝에는 매화역사관과 쌍디은행나무(쌍둥이은행나무)도 있다. 3구간은 러브로드다. 250m 구간을 걸어가면서 읽을 수 있는 벽화만화작품이다. ‘난 네가 좋아하는 일이라면 뭐든지 할 수 있어”라고 말하던 ‘공포의 외인구단’의 주인공 까치의 명대사는 시대를 초월한 사랑의 고백이다. 연인과 함께 러브로드를 걸어보면 진실한 사랑의 가치를 알 수 있을 것 같다.
사실적으로 그린 매화면의 예전 거리 모습과 죽변항의 어물전, 중학교 무시험 추첨 장면은 바로 지난날의 추억을 소환한다. 만화도서관에 들어서면 우주를 유영하는 황금잉어들의 트릭아트가 맞이한다. 벽면에는 이현세 각가의 작품들이 그려져 있다. 작가가 기증한 만화책과 함께 2000여 권의 만화책이 비치되어 있다. 연중무휴 무료로 개방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