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동 몽실언니마을] 스탬프 찍고 고등어 굽고…소설 속 장소 누비며 힐링
일직면 일대 아동문학 중심지로
故 권정생 선생 기일 맞춰 문학기행
경남·북 초등학생 대거 참가 성황
성인 방문객들엔 추억·낭만 선사
2018 경상북도 마을이야기- 안동 몽실언니마을
안동이라고 하면 흔히 하회마을, 도산서원, 안동탈춤 등 역사문화유산과 헛제사밥, 안동 간고등어, 안동찜닭 등의 먹거리를 떠올리게 된다. 오늘은 여기에 아동문학가 故 권정생 선생과 몽실언니를 더해본다. 몽실언니는 드라마로도 만들어졌으니 자세한 내용까지는 몰라도 단발머리 여주인공은 금새 떠올리는 사람이 많을 것이다.
안동시 일직면 운산리 일대는 소설 몽실언니의 배경마을이라 하여 ‘몽실언니마을’로 불린다.
소설 속에 나오는 운산역, 운산장터, 노루실, 살강마을, 까치바위골 등에서 전쟁과 가난 속에서도 희망을 잃지 않고 꿋꿋이 살았던 몽실언니의 삶을 만날 수 있다.
최근 발표된 ‘2017 인구주택 총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가 이제는 고령화 사회가 아니라 고령사회로 진입을 했다고 한다. 하루 이틀사이의 일이 아니라 농촌에서는 벌써 아기울음 소리가 사라진지가 오래고 몽실언니마을 역시 마찬가지다. 양파와 한우가 주 생산품목이긴 하지만 딱히 마을의 간판으로 내세울만한 건 없었다. 2014년, 지역의 균형발전을 위한 사업인 ‘일직면소재지 종합정비사업’을 시작하게 되면서 추진위원회에서는 단순한 마을정비사업을 넘어 ‘어떻게 하면 마을에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을까?’를 고민하기 시작했다. 그때 떠오른 생각이 “일직면을 아동문학의 중심지로 만들어보자”하는 것이었다. 몽실언니의 배경마을이기도 하고 권정생 선생이 사시면서 많은 책을 집필하셨던 곳인 일직면에 걸맞는 계획이었다. 사실 본격적인 사업을 추진하기 전부터도 주민들에게는 몽실언니는 친근한 존재였다. 안동시민체육대회나 국제 탈춤페스티벌에 마을대표로 나갈때는 해마다 몽실언니 분장을 하고 엄마까투리 탈을 쓰고 행렬에 참가해 호평을 받았다. 일단 주민들의 협조를 얻어 간판정비사업부터 시작했다. 마을전체를 몽실언니라는 테마로 꾸미기 위한 과정이었다. 버스정류장은 물론 동네통닭집, 미용실, 세탁소 간판에서도 몽실언니를 쉽게 만날 수 있다. 앞으로는 일직면사무소 벽과 마을 곳곳에도 몽실언니와 엄마까투리 등 권정생 선생의 작품이 벽화로 그려질 예정이다.
일직면 일대 아동문학 중심지로
故 권정생 선생 기일 맞춰 문학기행
2017년부터는 권정생 선생의 기일인 5월 17일을 즈음해서 ‘권정생문학기행’도 열고 있다. 올해는 안동은 물론 경북, 경남 지역의 초등학생 550여명이 참가해서 성황리에 행사를 마쳤다. 몽실공원에서 시작해서 일직면사무소를 지나 운산장터, 운산역, 보건소, 우체국, 몽실문화센터에 이르는 길 안에 몽실언니와 권정생 선생의 삶이 하나둘씩 녹아들어 있다.
세월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는 집들을 지나 논과 밭사이로 난 길을 걸으면서 과거로의 여행도 하고 스탬프도 찍으면서 아이들이 경험해보지 못했던 그 시절 우리 할아버지,할머니의 삶에도 조금 가까워지게 된다.
몽실언니가 어린 난남을 데리고 밥을 구걸하던 운산장터에서는 선생의 작품 ‘달맞이산 너머로 날아간 고등어’를 함께 읽으며 고등어구이체험도 했다. 명맥만 유지하던 장터에 이날만큼은 아이들의 웃음소리과 고등어굽는 냄새가 멀리까지 퍼져나갔다.
앞으로는 전국의 초등학생들이 졸업 전에 한번씩은 다녀갈 수 있는 상설문학기행 프로그램으로 만들어갈 예정이다. 아이들 뿐 아니라 권정생 선생의 작품을 좋아하는 어른들의 발길도 꾸준히 닿고 있는 마을이기도 하다.
가을 바람이 솔솔 불어오기 시작하면 “좋은 동화 한 편은 백 번 설교보다 낫다”라는 선생의 말을 떠올리며 몽실언니마을로 문학기행을 떠나보는건 어떨까?
지현기·배수경기자
“문학-생태체험 연계한 프로그램 구상”
<이동신 정비사업 추진위 총무>
“일직면 하면 누구나 몽실언니를 떠올릴 수 있도록 아동문학의 중심지로 만들고 싶습니다.”
이동신(51) 총무가 내미는 명함속에는 몽실언니가 민들레를 들고 환히 웃고 있다. 그와 잠시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그가 얼마나 몽실언니와 권정생 선생의 작품에 애정을 갖고 있는지를 알수 있다. 몽실언니를 얼마나 많이 읽었는지 설명에 막힘이 없다.
그는 본인의 사무실은 물론 아내의 가게에도 권정생 선생의 작품들을 비치해놓고 되도록 많은 사람들이 읽을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등잔 밑이 어둡다고 오히려 안동에 계시는 분들이 권선생님의 작품에 대해서 더 관심이 없는 것 같이 느껴질때가 있어요. 주민들이 먼저 알아야 한다는 생각에 함께 모여 공부도 하고 있습니다. 전국의 초등학생들이 졸업 전에 꼭 이곳을 한번씩은 찾는 명소로 만들고 싶습니다. 마을 앞 미천 정비사업이 끝나면 골부리(다슬기) 잡기 체험도 마련하는 등 문학과 생태 체험을 겸한 마을이 될 것입니다.”
권정생 선생 삶 엿볼 수 있는 전시관
◇권정생 동화나라
“집을 허물고 기념관도 짓지말고 무덤도 만들지 말고 빌뱅이언덕에 뿌려달라” 라는 선생의 유언은 반은 지켜지고 반은 지켜지지 못했다.
그의 소박했던 삶을 기리고자 하는 의미에서 살던 집은 그대로 두고 폐교된 일직남부초등학교에 2013년 권정생 선생을 기리기 위한 동화나라도 문을 열었다.
운동장 곳곳에 몽실언니, 엄마 까투리, 강아지 똥등 선생의 작품을 모티브로 한 포토존이 있다. 동화나라 안에 들어서면 권정생 선생의 삶을 엿볼 수 있는 전시관이 꾸며져 있다.
“내가 쓴 모든 책은 주로 어린이들이 사서 읽는 것이니 여기서 나오는 인세를 어린이에게 되돌려 주는 것이 마땅할 것이다” “제 예금 통장이 다 정리되면 나머지는 북측 굶주리는 아이들에게 보내주세요.”라는 선생의 유언장을 만나게 되면 가슴 한구석 뭉클해져옴을 느낄 수 있다.
동화 ‘엄마까투리’ 배경 된 장소
◇권정생 선생 사시던 집
통일신라 시대의 유적인 5층전탑(보물 제 57호)이 있어 조탑리라고 불리는 마을에 있는 선생의 집. 생가라고 흔히 말하지만 엄밀하게 말하면 선생이 여생을 보낸 집이다. 탑앞에 잠시 차를 세우고 돌담길을 따라 100여미터 걸어가면 소박하다 못해 초라한 대여섯평남짓한 흙집이 나온다. 집 뒤편 빌뱅이 언덕은 동화 ‘엄마까투리’의 배경이기도 하고 선생의 유해가 뿌려진 곳이기도 하다. 5층전탑은 지금 수리중이라 볼 수가 없다.
근처에는 선생이 종지기로 일했던 일직교회가 있으니 선생의 흔적을 찾아 한번 들러봐도 좋다.
몽실이 새아버지 만나러 간 곳
◇운산역
소설에서의 운산역은 몽실이 엄마 밀양댁과 함께 새아버지를 만나러 가는데서 처음 등장을 한다. 이후 몽실이 아버지의 병치료를 위해 부산으로 떠나던 곳도 바로 운산역이다.
1980년대까지만 해도 많은 사람들이 오가는 역이었으나 지금은 여객업무가 중단되고 기차가 서지 않는다. 곧 폐역이 될 예정이지만 이곳 역시 몽실언니를 떠올릴 수 있는 공간으로 새단장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