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화와 쇠퇴의 반복
산림면적 95% 오지 중의 오지
분천역 생기며 마을 모습 달라져
영동선 쇠퇴하며 다시 쇠락의 길
좌절 않고 산타마을 만들어 활력
주민-기관 힘모아 조성
핀란드 산타마을 벤치마킹
겨울과 여름 두차례 나눠 운영
눈썰매장 등 체험시설 ‘풍성’
 
백두대간협곡열차 운행과 분천역 산타마을로 관광명소가 된 봉화군 소천면 분천2리 전경. 여름과 겨울에 산타마을이 개장하면 전국에서 관광객들이 몰려온다.
백두대간협곡열차 운행과 분천역 산타마을로 관광명소가 된 봉화군 소천면 분천2리 전경. 여름과 겨울에 산타마을이 개장하면 전국에서 관광객들이 몰려온다.

 

2021 경상북도 마을이야기-봉화 분천산타마을 

높은 굴뚝을 타고 내려온 산타가 기다리고 있던 빨간 썰매에 올라탔다. 흰 수염에 빨간 모자와 빨간 옷으로 치장을 했다. 뒷 칸에 커다란 선물보따리를 싣자 네 마리의 루돌프 사슴이 앞발을 치켜들고 앞으로 달려 나간다. 주변에 갖가지 모습을 한 산타들도 자리를 잡고 있다. 한 여름에 웬 산타인가 하는 의구심이 생긴다. 봉화군 소천면에 있는 분천역 주변에 있는 ‘분천 산타마을’ 풍경이다. 분천역에는 겨울(12월 ~2월)과 여름철(7월~8월)에 산타마을이 열린다. 2014년 처음 개장한 이후 매년 수많은 관광객이 찾아온다. 2014년 겨울 산타마을은 개장과 동시에 10만 명 이상이 찾았다. 명실공히 우리나라의 대표 관광지로 자리 잡았다. 2016년에는 ‘한국관광의 별’로 선정되기도 했다. 산타 레일바이크와 산타 당나귀체험, 소망우체국, 자전거셰어링 등 다양한 체험시설이 있다. 매주 주말에는 색소폰연주 등 다양한 공연도 열린다. 스노우하우스와 산타하우스, 루돌프하우스는 사진촬영 명소로 자리 잡았다.

분천2리는 마을을 끼고 흐르는 낙동강 1300리 물길에 여우천의 물길이 흘러 든다고 해서 분천(分川)이라는 지명을 얻은 마을이다. 산림면적이 95%를 차지할 정도로 산골마을이다. 오지 중의 오지라고 부를 만한 곳이다. 1956년 영동선이 개통되고 분천역이 생기면서 마을의 모습이 달라졌다. 분천역이 주변 광물자원과 목재를 수도권으로 운송하는 플랫폼 역할을 하면서 사람들이 몰려들었다. 분천역이 일거리를 만들고 그 일자리를 찾아 모여든 것이다. 심심산골이던 곳이 번창하기 시작했다. 1970년대까지 큰 호황을 누렸다. 그러나 시대가 변하면서 다시 내리막길을 걸었다. 벌목업과 석탄산업이 쇠퇴하면서 열차운행이 줄어들었다. 자가용 시대가 되면서 분천역은 하루 10여명이 이용하는 간이역으로 전락했다. 일거리를 찾아 들어왔던 사람들은 다시 떠나고 마을은 비어가기 시작했다.

또다시 위기를 맞았다. 그러나 그대로 주저앉지는 않았다. 예전의 영광을 되찾는 방법을 놓고 주민들이 머리를 맞댔다. 봉화군을 비롯한 각급 기관에서도 도움의 팔을 걷고 나섰다. 간이역으로 전락한 분천역을 활용하자는데 의견이 모아졌다. 쓸모없다고 여겨졌던 영동선에 V-트레인이 개통됐다. 낙동강 상류를 따라 달리는 협곡열차다. V는 협곡을 의미하는 Valley에서 따왔다. 열차가 아니면 갈 수 없는 곳, 하늘도 세 평, 땅도 세 평인 백두대간 협곡을 달리는 관광열차다. 국내 최초다. 기관차는 백호무늬로 도색해 재롱을 부리는 아기백호를 닮았다. ‘아기백호’라는 애칭으로 불린다. 3량이 연결된 객차는 빨간색으로 도색되어 주변 경관과 대비되면서 도드라져 보인다. 객차의 벽면은 모두 유리로되어 협곡의 아름다운 경치와 철길을 따라 흐르는 맑은 물을 한눈에 볼 수 있다. 협곡을 따라 가파른 봉우리와 터널, 교량, 강물이 시합을 하듯 달리는 풍경이 색다른 맛이다. 분천역에서 철암역까지 운행된다. 중간 기착지인 승부역에서는 기차가 정차하는 동안 작은 장터가 열린다. 이곳에서는 마을 할머니들이 산에서 채취한 고사리와 산나물, 각종 약재를 판매한다. 감자전과 메밀전병, 도토리묵 같은 먹거리로 요기를 할 수도 있다.

마을이야기-풍차

산타마을의 대형풍차.
산타마을-산타와함께1
산타와 함께 한 관광객.
산타선물
산타소망터널 입구.
산타
마을 곳곳 자리잡은 다양한 산타의 모습.

 

2014년에는 분천 2리에 산타마을이 만들어졌다. 산타마을은 핀란드 ‘로바니에미’에 있는 산타마을에서 아이디어를 얻었다. 마을 주민들과 산림청, 경상북도, 봉화군, 코레일이 힘을 모은 것이다. 산타마을은 겨울과 여름 두 차례로 나누어 운영된다. 개장 6년차인 2019년에는 19만여 명이 다녀갔다. 10억여 원의 경제효과도 얻었다. 이제는 원조 산타마을이 있는 핀란드 관광객들도 찾아오는 관광명소로 자리 잡았다. 산타마을과 V-트레인, 세평하늘길이 유기적으로 연계되면서 시너지효과를 발휘한 결과다. 산타열차와 눈썰매장, 얼음썰매 등 체험시설이 운영된다. 산타조형물과 이글루, 크리스마스트리, 대형풍차 등 볼거리도 풍성하다. 먹거리 장터에선 마을주민들이 만든 토속음식도 맛볼 수 있다. 산타마을 곳곳에 앉거나 누워있는 호랑이도 볼거리다. 예전에 마을을 지나가던 점쟁이가 “분천역 뒤의 바위산이 호랑이를 닮아 사람들이 무서워서 오지 못한다”면서 “저 호랑이가 없어지면 1만 호의 집이 들어 올 것”이라고 했다는 이야기가 전해진다. 이후 마을에 채석장이 들어서고 그 호랑이를 닮았다는 바위산을 깎아내 골재로 판매하면서 이제는 없어져 버렸다.

분천 산타마을전경. 뒤쪽 산 중턱에 보이는 바위가 호랑이 모습을 한 바위산이엇으나 골재채취로 호랑이 모습은 사라졌다. 앞쪽의 호랑이 모형은 호랑이 바위산을 재현한 것이다.
분천 산타마을전경. 뒤쪽 산 중턱에 보이는 바위가 호랑이 모습을 한 바위산이엇으나 골재채취로 호랑이 모습은 사라졌다. 앞쪽의 호랑이 모형은 호랑이 바위산을 재현한 것이다.

 

산타마을의 호랑이는 호랑이를 닮았다는 뒷산의 이야기를 모티브로 해서 만든 것이다. ‘2015년 한국관광 100선’, ‘2016년 한국관광의 별’로 선정됐다. 산타마을은 위기를 기회로 만든 기적의 현장이다.

분천마을을 이야기 하면 세평하늘길도 빠질 수 없다. 2018년 한국관광공사의 ‘이달의 추천길’과 2019년 ‘우리나라 걷기축제’ 대상지로 선정된 트레킹 명소다. 세평하늘 길은 4개 코스로 구성되어 있다. 철길을 따라가고 강물을 따라 간다. 숲길을 걷다가 고개를 넘는다. 전 구간이 맑은 공기와 쾌적한 환경을 몸과 마음으로 느낄 수 있는 힐링 트레킹 코스다. 출발점은 분천역에서 비동승강장까지 이어지는 4.3km 구간으로 1시간 30분 정도가 소요된다. 굽이굽이 계곡을 따라 걷는 길이다. 이어지는 체르마트 구간은 비동승장장에서 양원역까지 이어지는 2.2km 길이다. 산골마을과 작은 고개를 넘고 아름다운 호수를 만나는 길이다. 양원역에서 승부역까지 5.6km 구간은 비경구간이다. 철길과 강을 따라 걸으면서 산간 오지마을 사람들의 삶의 애환을 느낄 수 있는 길이다. 낙동정맥 트레일은 비동승강장에서 비동마을을 거쳐 승부역으로 가는 산길이다. 자연을 느끼고 여유를 찾아가는 느림의 길이다.

분천마을은 주민과 유관기관이 힘을 모아 위기를 기회로 만든 기적의 현장이다. 우리나라 최고의 오지마을로 불렸지만 영동선의 개통으로 번창한 마을이 만들어졌고, 그 영동선이 쇠퇴하면서 다시 쇠락의 길을 걸었다. 그러나 좌절하지 않고 협곡열차를 개통하고 산타마을을 만들었다. 세평하늘길도 열었다. 이런 노력의 결과로 우리나라 최고의 언택트관광 명소로 변모했다. 포스트 코로나에 대비한 계획도 준비 중이다. 3만3천여㎡의 부지를 확보해 산타마을을 확장하는 것이다. 머무르는 관광을 위해 숙박시설과 수영장을 만들고, 산타마을 전체를 순환하는 미니 협곡열차도 도입할 계획이다. 분수대 안에 설치된 풍차를 국내 최고 크기의 대형 크리스마스트리로 리모델링하는 사업도 추진한다. 이 같은 산타마을 확장사업이 마무리되면 백두대간 수목원과 청량산, 춘양장터와 연계된 새로운 관광지로 발돋움 할 것으로 보인다.

김교윤기자·강현 수필가

 

<우리 마을은>

우리마을은
김태정 이장

 

“흰 눈과 빨간 지붕의 조화 기대하세요” – 김태정 이장

“저는 직장을 따라 이곳 분천마을에 들어왔다가 이곳이 좋아서 정착했다” 면서 “저를 따뜻한 마음으로 받아 주신 마을 주민들에게 보답하는 마음과 제 2의 고향이란 생각으로 이장직을 맡아서 봉사하고 있다”고 김태정(70) 이장은 말했다. 김 이장은 분천역 바로 뒤편에 있던 채석장에서 현장 소장으로 일했었다. 육상골재를 채취해 영동선 철길에 사용하는 자갈로 공급했었다. 채석장을 가동하면서 본의 아니게 주민들에게 주었을 불편함을 조금이라도 갚는다는 마음에서 이장직을 맡아서 봉사를 한다고 했다.

인연이란 참으로 묘한 것이다. 분천마을을 살리기 위해서는 없애야 한다던 호랑이 바위산을 깎아낸 사람은 김 이장이었다. 바로 바위산을 깎아 철도용 골재를 생산하는 채석장의 현장소장이었던 것이다. 이제 호랑이 모습은 사라졌다. 그 덕분인지는 모르지만 이후에 기능을 다했다던 영동선에 협곡열차가 달리고 산타마을이 만들어졌다. 세평하늘길도 열렸다. 사람들이 다시 모여들기 시작했다. 마을은 아직 80가구에 주민수는 100여 명에 불과하지만 연간 10만 이상의 관광객이 찾는다. 전설 같은 호랑이 바위산의 이야기가 실현되는 것처럼 보인다. 올해로 6년째 마을 이장으로 활동하는 김 이장은 관광객이 늘어나면서 심해진 주차난 해결을 위해 행정기관에 기존 주차장 정비와 확장을 건의해 제 2 주차장이 만들어지면서 주차난은 해소됐다. 이제는 산타마을에 어울리는 경관 조성을 위해 지붕도색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마을의 모든 집의 지붕을 빨간색으로 도색하는 것이다. 머지않은 겨울철에 흰 눈과 빨간 지붕이 어우러진 멋진 산타마을을 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가볼 만한 곳>

가볼만한곳-연꽃과정자
도암정

 

정자·연못·인공섬의 조화

◇도암정

도암정은 경상북도 민속문화재 제54호다. 조선 효종때 ‘황파 김종걸’이 세운 정자다. 정면 3칸 측면 2칸의 다락식 건물로 지붕은 팔작지붕이다. 정자 앞에 연못과 인공섬를 배치했다. 정자와 연못, 연못 안의 인공섬이 조화를 이룬다. 정자 주변에는 집채만 한 거대한 바위 세 개는 마을의 풍요를 지키는 바위다. 각각 쌀항아리, 술항아리, 돈항아리로 불린다.

오른편의 300년이 넘는 느티나무와 뒤편의 수령을 알 수 없는 거대한 회화나무, 인공섬에 서 있는 아름드리 소나무가 정자를 지키는 호위무사처럼 보인다. 여름철에는 연못에서 자라는 연이 꽃을 피우면 정자의 아름다움은 절정에 이른다. 정자와 거목, 바위, 연못이 어우러져 사계절 다른 모습을 연출하여 사진촬영 명소로 각광을 받는다.

정자 뒤편에 있는 거촌2리 마을을 둘러보는 것도 좋다. 의성김씨 종택인 ‘경암헌 고택(경상북도 민속문화재 제 53호)’을 비롯한 많은 고택들이 잘 보존되어 있다. 골목마다 심겨진 아름다운 꽃들이 고택들과 잘 어울린다. 어머니의 병을 낫게 해달라고 산에서 금식기도를 하는 ‘황파 김종걸’의 효성에 감동한 호랑이가 어머니를 구할 약초가 있는 곳으로 인도했다는 전설이 전해지는 마을이다. 후손들이 그 효행을 오늘날까지 이어오고 있다. 경상북도 효 시범마을로 지정된 것도 우연은 아닌 듯이 보인다. 도암정은 봉화군 봉화읍 거촌2리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