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양서 가장 아름다운 마을
마을 입구에 7개의 봉우리와
늘어선 기암괴석 ‘빼어난 풍광’
밤엔 별 쏟아지고 반딧불 ‘윙윙’

 

마을 입구에 있는 7개의 봉우리가 북두칠성을 닮아있다 해서 ‘칠성리’로 불리는 마을은 반변천을 따라 이어지는 기암괴석의 절벽이 빼어난 풍광을 자랑한다. 전영호기자
마을 입구에 있는 7개의 봉우리가 북두칠성을 닮아있다 해서 ‘칠성리’로 불리는 마을은 반변천을 따라 이어지는 기암괴석의 절벽이 빼어난 풍광을 자랑한다. 전영호기자

 

2020 경상북도 마을이야기 – 영양 칠성리 마을

31번 국도를 따라 가다보면 나타나는 7개의 봉우리가 북두칠성을 닮은 마을, 경북에서도 아름다운 고장인 영양, 그 영양에서도 가장 아름다운 마을이라는 칠성마을은 알고 보면 많은 것이 눈에 담기고 모르고 보면 풍경 좋은 산골 동네인 줄 알고 그저 스쳐 지나가게 된다. 덕봉, 칠성리, 서다리(섶다리), 율평(음지마을), 이 네 마을이 한 마을을 이루고 있는 칠성마을은 마을로 들어가는 입구인 칠성봉이 있는 다리와 마을이 끝나는 지점인 서다리 강변에 큰 장승이 버티고 서서 마을을 지킨다. 장승은 영양에 사는 김경종씨의 작품으로 서다리 옆에 일월산의 정기를 담아 해도령과 달낭자를 형상화한 것을 세웠고, 칠성봉이 보이는 곳에는 이 지역의 특산물인 고추와 사과를 형상화한 고추대장군과 사과여장군을 세웠다.

마을 입구 서다리 강변에는 일월산의 정기를 담은 해도령과 달낭자를 형상화한 장승이 서있다.
마을 입구 서다리 강변에는 일월산의 정기를 담은 해도령과 달낭자를 형상화한 장승이 서있다.

이 마을에는 한때는 붕어초라고 불리기도 했던 칠성초라는 고추가 유명했는데 병에 약한 특성 때문에 제대로 수확을 하지 못해 지금은 거의 사라져 가고 있다. 그러나 배가 불룩한 붕어 모양을 닮았다고 해서 붕어초라고도 불렸다는 칠성초는 맛이 좋아 농업기술센터에서 병에 강한 품종으로 바꾸기 위해 연구 중이라니 머지않아 칠성마을의 고추는 모두 칠성초로 바뀔지도 모르겠다.

사방이 산으로 둘러싸여 있다 보니 산나물 밭이 잘 조성되어 있다는데 오랜 장마로 길이 질퍽거려 산으로 올라가 보지는 못했다. 서다리 마을에서 바라보이는 앞산은 일월산 줄기로 어리내라 불리는 계곡이 있는데 그 계곡을 따라 올라가면 폭포도 있다. 모두 국유림으로 영림서에서 산나물이나 송이가 나는 이 산을 주민들에게 임대하고 있다.

 

자연산 산나물 생산지 ‘유명’
봄이면 자생 참두릅 따고
가을엔 송이버섯 채취 허가
일지 만들어 꼼꼼히 관리

칠성리는 영양군내에서 자연산 산나물 생산지로 유명한데 봄이면 자생 참두릅을 따고 곧이어 고사리, 이어서 취나물이 주를 이루는 산나물을 채취한다. 송이가 나는 가을에는 9월 15일까지 송이를 채취하도록 허가가 나 있는데 마을에서는 송이 관리일지를 작성할 정도로 꼼꼼하게 관리를 하고 있었다. 오염원이라고는 보이지 않는 청정지역인 마을의 주수입원이 이 산나물과 송이 버섯, 고추일 정도로 일월산의 산나물과 송이 버섯은 전국에서 유명하다.

현재 70여 세대가 살고있는 이 마을은 4km에 걸쳐 반변천을 따라 길게 이어져 있어 마을 전체가 한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그러나 일월면에서 귀농인이 두 번째로 많을 정도로 젊은 사람들이 많이 들어와 살고 있어 마을 개발에 많은 계획을 세우고 있었다. 마을 앞을 흐르는 반변천과 반변천을 따라 나 있는 31번 국도가 마을 앞을 지나고 있어 오지이면서도 교통이 불편하지 않다.

거기에다 기암괴석이 있는 절벽이 반변천을 따라 계속 이어지고 있어 빼어난 풍광을 자랑한다. 마을 입구에 있는 7개의 봉우리가 북두칠성을 닮았다고 하여 칠성리라 불리는데 그 봉우리가 있는 반변천을 따라가다 보면 영화 ‘일지매’ 촬영지로 유명한 미륵사 앞의 절벽이 보인다. 칠성봉도 그렇지만 미륵사 앞의 절벽 또한 깎아지른 벼랑이어서 여기저기 휙휙 날아다니던 일지매의 모습이 선하게 그려진다. 그런 절벽들에 시선을 빼앗기면서 길을 가다보면 다소 넓은 들판이 나타나는데 그곳이 칠성리이다.

 
칠성리마을에는 고추의 고장 영양답게 고추밭이 많이 보인다.
영양-고추
빨갛게 익어가는  탐스러운 고추가 나그네의 발걸음을 멈추게 한다.

마을 앞에는 역시 고추의 고장 영양답게 고추밭이 많았다. 고추 그루마다 어찌나 많은 고추를 주렁주렁 달고 있는지 그 모습이 너무 보기 좋아 가던 발걸음을 멈추게 했다. 마침 고추가 익을 때라 빨갛게 익은 탐스러운 고추가 31번 국도를 지나는 나그네를 행복하게 해 줄 것 같았다.

 

재밌는 설화

미륵 현몽한 곳 찾아가보니
묻혀있는 거대한 바위 두 개
모양과 무게가 둘 다 똑같아
‘미륵존불’이라 이름 붙여

칠성봉을 지나면 ‘세상에 이런 일이’에도 등장한 적이 있는 일월산 몽현 건곡미륵존불이 있는 미륵사가 있다. 지금 거기에 상주하는 스님의 꿈에 신령이 지펴 현몽하는 곳을 찾아가보니 칠성신과 삼신을 상징하는 칠성봉, 삼태봉이 만나는 지점에 거대한 바위 두 개가 묻혀 있었다.

그 바위를 일으켜 보니 신기하게도 이 두 개의 바위의 중량이 같았다고 한다. 이 바위는 보는 사람에 따라 연꽃, 횃불, 부부 바위라고도 하나 현몽했던 미륵부처라 하여 미륵존불이라고 부른다. 바위 두 개가 크기나 모양이 너무나 닮아 신기하다. 기복신앙이 강한 우리나라 신앙의 특성이 고스란히 보이는데 그 바위를 일으켜 세우고 출가했다는 스님이 미륵존불을 지키고 있다. 살아생전 무언가를 해야 할 것인데 할 일을 하지 못해서 사는게 죄스럽다는 스님이다. 모두들 자신이 최고로 잘났다고 고개를 들고 사는 세상에 할 일을 하지 못해 죄스럽다는 스님을 만나면 마음이 따뜻해지면서 도시 생활은 저절로 잠시 접게 된다.

마을을 둘러싸고 있는 일월산은 일자봉과 월자봉이 있어 일월산이라 하는데 일자봉은 우리나라에서 일출을 가장 먼저 볼 수 있는 산이라고 전해진다. 1219m로 경북 내륙에서 가장 높은 산으로 마을을 둘러싸고 있다. 칠성리는 일월산의 해와 달, 북두칠성을 닮았다는 칠성봉의 별까지 모두 있어 해와 달, 별의 정기를 타고난 마을이다. 반변천을 따라 올라가면 기암괴석 절벽이 자주 나타나는데 그 풍경을 보노라면 잠시나마 세간의 어수선한 일들이 잊혀진다.

별이 빛나는 마을 칠성리는 날이 맑으면 하늘에서 별이 쏟아질 것이다. 서다리 마을에서 건너다 보이는 어리내 계곡은 그냥 보기에는 깊어 보이지 않지만 막상 들어가보면 빽빽한 원시림이 둘러싸고 있다고 하니 그 깊이를 가늠하기가 쉽지 않다. 마을로 귀향한 젊은 사람들은 그 어리내 계곡을 산책길로 만들어 보고 싶어하는데 그 희망이 빨리 이루어졌으면 좋겠다. 그러면 그 산책길을 따라 일월산의 폭포도 구경하고 산나물 채취도 한결 쉬워질 것이다. 곧 송이 채취가 시작된다니 마을 사람들의 꿈이 부풀어 오르는 계절이다. 국유림에서 송이를 채취할 수 있는 것도 그 마을에 살아서 가능한 일이다.

사람들은 도시로 모여 들지만 도시를 떠나 시골 마을로 돌아가는 사람도 있다. 사람 한 평생 사는 일이 어느 것이 나은 것인지 척도를 가질 수 없으니 밤이면 별이 쏟아지고 반딧불이 아직도 날아다니는 마을에서 한평생을 사는 것도 좋겠다는 생각이 칠성리 마을에서 문득 들었다.

이재춘기자·천영애시인

 

<우리 마을은>

영양칠성리마을-인터뷰
 

 

“일월산 모노레일 만들어 관광객 유혹” 박두헌 서다리 청년회장

“저 앞산이 일월산이잖아요. 저기에 데크로 산책길도 만들고 모노레일도 만들어 도시 사람들이 찾는 마을로 만들기 위해서 현재 계획서를 작성 중입니다. 저 산의 계곡을 어리내 계곡이라고 하는데 여기서 보면 별것 아닌 것처럼 보이지만 막상 들어가 보면 원시림이 빽빽하죠. 저 계곡을 따라 올라가면 꼭대기쯤에 폭포도 하나 있는데 정말 아름답습니다.”

아직 완전히 끝나지 않은 장마가 막바지에 치달은 날, 내렸다 그쳤다 하는 비를 맞으며 칠성리의 끝 마을인 서다리의 박두헌 청년회장을 찾았을 때 그는 막 비가 그친 틈을 타 고추밭에 약을 하러 가던 참이라고 했다.

“비가 워낙에 오니까 이렇게 잠깐 맑은 날 약을 해야죠. 올해는 비 때문에 농사가 엉망입니다. 고추는 물을 싫어하잖아요. 병이 자꾸 생겨요. 약을 제때 못해 주니까. 올해 고추 값이 좀 비쌀 겁니다. 장마 때문에 많이 상해 버렸으니까.”

귀농한지 9년째라는 박 회장은 바쁘다면서도 직접 농사를 지었다는 수박을 내왔다. 육질이 단단한 것이 노지에서 키운 맛이 났다. 5포기를 심어 네 덩이를 거두었다는데 수박은 한 포기에 하나밖에 수확을 못하니 손해 본 농사는 아니라고 했다. 박 회장은 반변천 물 흘러가는 것이 보이는 집 옆에 아담한 펜션을 지어서 운영 중이었다.

“밤이면 별이 보이거든요. 일월산의 해와 달, 칠성리의 북두칠성까지 우리 칠성리는 우주의 모든 기운이 모여든 곳이에요. 원래 우리 집은 저 길 건너 율평에 있었는데 부모님이 이 땅을 남겨주셔서 여기에다 새로 집을 지었어요. 좋죠?”집 아래 풍경 좋은 31번 국도로 차들이 쉼 없이 다니고 일월산이 바라보이니 과연 좋은 곳이었다.

“잘 살려고 들어왔는데 잘 사는 건지 모르겠어요. 그런데 크게 부러울것이 없어요. 도시에서도 살아봤는데 별 뾰족한 수가 없더라고요. 도시에 살면서도 내내 나이가 들면 들어와 살아야지 했어요. 전 지금이 훨씬 좋아요. 부지런하면 도시보다 소득을 더 올릴 수 있죠.”

평야처럼 넓은 들은 아니지만 반변천을 따라 있는 들판에는 곡식들이 자라고 있었다. 박 회장은 바쁘다면서도 칠성봉까지 안내를 해주었다. 그가 가리키는 방향을 따라보니 뾰족한 봉우리가 여섯 개쯤으로 보였다. “겨울이 되면 나머지 하나도 선명하게 보이는데 지금은 숲에 가려져 잘 안 보이죠? 신기하다니까요. 딱 북두칠성을 닮았어요. 그래서 마을 이름도 칠성리라고 해요. 이 마을에는 해와 달과 별이 다 있어요. 밤이 되면 별이 얼마나 반짝이는지, 여기서 하룻밤 묵어 보세요. 별이 얼마나 많은지.”

박 회장의 말처럼 반변천을 흐르는 물소리를 들으며 하룻밤을 묵어가고 싶었다. 간간이 31번 국도를 달리는 차 소리도 들릴 것이다. 하늘에는 별이 반짝이고 지상에는 사람의 소리가 아늑한 곳, 반변천을 따라 전설이 주저리주저리 열리는 곳에 또 하나의 이야기를 더하고 싶어지는 곳이다. 줄기가 지탱하기 어려울 정도로 주렁주렁 열린 붉은 고추가 오랜 장마를 견디고 익어가고 있었다. 생명이 우렁우렁 삶을 키워가며 눅진한 하루를 또 살아가고 있었다. 그 생명과 함께 적막 또한 깊어지는 곳이기도 했다.

 

<가볼만한 곳>

영양칠성리-가볼만한곳
일월산 몽현 건곤미륵존불.

 

◇미륵이 현몽하여 가리키던 곳 – 일월산 몽현 건곤미륵존불

지금 미륵사의 스님이 출가하기 전 꿈에 미륵이 현몽하여 가리키는 곳을 찾아보니 칠성신과 칠성봉, 삼태봉이 만나는 지점에 거대한 바위 두 개가 묻혀 있었다. 여러차례 반복하여 같은 꿈을 꾼 후 그 바위를 찾아 일으켜 보니 신기하게도 두 바위의 중량이 같았다고 한다.

연꽃이나 횃불, 부부바위라 하기도 하지만 스님은 현몽한 것처럼 미륵부처라 믿고 정성을 다한다. 두 바위의 모양이 너무나 닮아 신기함을 자아내는데 미륵이든 바위이든 믿는대로 보일 것이다.

영양칠성리마을-5
칠성봉.

 

◇칠성리 마을 이름의 유래 – 칠성봉

마을 입구에 있는 산봉우리로 하늘에서 내려다 보면 마을을 감싸고 있는 봉우리가 북두칠성을 닮았다 하여 칠성봉이라고 부르며 칠성리라는 마을 이름의 유래가 되었다. 특히 겨울에 보면 봉우리의 형태가 잘 보인다. 기암절벽으로 이루어져 있어 풍광이 아름답다.

영양칠성리가볼만한곳-7
일지매바위.

 

◇영화 ‘일지매’ 촬영지 – 일지매 바위

미륵사앞의 절벽으로 영화 ‘일지매’를 촬영한 곳이다. 기암괴석이 장엄하게 반변천을 따라 나있어 아름다운 풍경을 자아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