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주 구마이곶감정보화마을
전국 곶감 12% 생산…당도 ‘일품’
오토캠핑장, 매년 4천만원 매출
강정 만들기 등 프로그램 운영도
올해 농산어촌개발 사업 선정
산책로 조성 등 리모델링 추진
정경세가 후학 기른 계정·대산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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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마이곶감정보화마을에서 생산된 곶감은 천혜의 기후조건과 뛰어난 건조기술 덕분에 명품으로 인정받고 있다.

2018 경상북도 마을이야기- 상주 구마이곶감정보화마을

굽이굽이 흐르는 이안천을 따라가다 서만교를 넘어서면 구마이곶감정보화마을 표지판이 서있고, 천장 높은 곶감건조장들이 눈에 들어온다. 가을이면 주홍빛 감들이 꿰어놓은 구슬처럼 빼곡히 드리워질 터이지만, 아직은 감이 나무에 매달려 있어야 할 때. 건조장에는 입 다문 집게들이 주렁주렁 매달려 있고, 그 아래 할머니 두 분이 참깨 다발을 묶어 말리고 있다.

상주시 내서면 서만1리 구마이마을은 50여 가구, 100여 주민이 모여 사는 동네다. 내서면이 상주 곶감의 20%를 생산하고 있고, 상주시가 전국 곶감 생산량의 60%를 차지하고 있으니, 구마이마을 인근에서 우리나라의 곶감 12%가 나오는 셈이다. 특히 구마이마을 곶감은 쫄깃한 식감과 당도가 일품이라고 소문이 나있다. 이곳의 기후 조건이 곶감 건조에 적합하고, 오랜 경험으로 주민들의 건조 기술 또한 뛰어나기 때문이다.

풍요로운 농촌마을의 한 전형을 보여주는 구마이곶감마을도 20년 전 큰 위기를 맞은 적이 있다. 1998년 8월 500mm 이상의 기록적인 폭우가 쏟아진 상주는 벌판이 강으로 변했고, 구마이마을도 주택과 도로, 논과 밭이 모두 쓸려 내려가는 피해를 입었다. 주민들은 서로에게 의지하며 폐허가 된 마을을 다시 건설했다. 수해복구에 꼬박 3년이 걸렸다.

그후 구마이마을은 2005년 행정안전부 정보화마을에 선정이 돼 마을정보센터와 초고속인터넷 등 통신 인프라를 갖추고 농산물 온라인 판매에 나섰다.

2011년 5월에는 정보센터에서 1㎞ 남짓 떨어진 이안천변에서 캠핑장 사업을 시작해, 때마침 불기 시작한 오토캠핑 붐을 타고 큰 성공을 거뒀다. 그해 여름 캠핑장은 빈자리가 없을 정도였고 연 4천만원의 수익을 올렸다. 2012년에는 마을기업 선정으로 받은 지원금 5천만원으로 캠핑장바닥에 잔디블럭을 깔아, 토양유실과 배수 문제를 해결했으며, 2013년도에는 방갈로 2동, 트레킹을 위한 자전거 등을 마련하고 전기를 증설했다. 방문객들도 2011년 4~5천명에서 2012년 8천명, 2013년 9천명으로 늘어났다. 수십억 지원금을 받아 한꺼번에 화려한 시설을 조성한 것이 아니라, 실제 사업을 하면서 필요한 것들을 최소한의 비용으로 하나하나 갖추며 이룩한 성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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곶감건조장에서 참깨를 묶어 말리고 있는 할머니들.

구마이곶감마을은 정보화마을 인프라를 바탕으로 캠핑, 체험, 숙박에 농산물 1일 장터까지 한 마을에서 유기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감자캐기, 딸기수확, 오미자수확, 감따기, 감깎기, 곶감강정만들기, 곶감케익만들기 등 다양한 체험활동을 갖추고 있어 가족단위 캠핑객들의 만족도가 높다. 또한 오토캠핑 동호인들 사이에서도 청정 자연과 깨끗한 시설 관리로 꼭 가봐야 할 오토캠핑장으로 입소문이 났다. 정보화마을 인터넷장터를 통해서는 곶감, 감말랭이뿐만 아니라 서리태, 강낭콩, 포고버섯, 표고가루, 건오미자, 한방고사리, 고춧가루 등 특산물들이 판매돼 소득증대에 기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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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토캠핑장의 팬션.

이상진 운영위원장, 우일성 전 운영위원장(현 영농조합법인 대표), 곽영미 사무장 등을 비롯해 부녀회, 청년회, 노인회 등 자생단체들이 단합해 이뤄낸 성과여서 더욱 값지다. 이러한 평가는 행정기관의 평가에도 그대로 반영됐다. 2015년, 2016년 경북행복마을만들기 콘테스트에서 체험·소득 분야 최우수마을로 선정됐으며, 정보화마을 운영평가에서도 2016년 우수상, 2017년 장려상 등 2년 연속 선도마을로 선정돼 행정안전부장관상을 수상했다.

한편, 구마이곶감마을은 지금까지의 성공을 넘어서서 연 1만명 이상이 찾아오는 마을로 성장하기 위한 꿈을 키우고 있다. 올해 신청한 일반농산어촌개발 창조적 마을 만들기 사업에 선정이 되면 정주여건과 마을 경관을 개선하고 시설을 리모델링할 계획을 갖고 있다. 장기적으로는 이안천과 더불어 구마이마을 전체를 한 바퀴 도는 산책로를 조성하고, 작은 도서관이나 카페 등을 갖춰 구마이마을 전체가 체험과 휴양을 위한 특별한 놀이터 역할을 할 수 있기를 바라고 있다. 그렇게 된다면 지금 농촌마을들이 공통적으로 갖고 있는 고령화와 인구감소의 문제도 해결할 수 있는 실마리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재수·김광재기자

<우리 마을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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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영미 구마이정보화마을 사무장

“저는 상주곶감유통센터에 갈 때마다 부러워요. 그 일부를 잘라서 아니 축소해서 우리 마을에 가져오고 싶다는 생각이 들 정도예요. 거기에는 곶감 판매장, 선별장, 홍보관이 다 갖춰져 있거든요. 곶감을 테마로 할 수 있는 것들을 우리 마을에서 다 해보고 싶은 마음이죠”

상주 구마이정보화마을 곽영미(50) 사무장은 지난 2010년 경기도 양평에서 남편의 고향인 상주로 왔다. 상주 사람이 된지 10년도 안되는 권 사무장이 이런 욕심 아닌 욕심을 갖게 된 것은 이 마을과 곶감에 대한 애정에서 우러나왔을 것이다.

그는 지난해 상주곶감유통센터에서 해외여행사 관계자들을 대상으로 한 팸투어에 전통 곶감강정만들기 체험 프로그램을 시연했다. 올해는 대만, 싱가포르의 관광객들이 7박8일 정도의 일정으로 들어와서 상주를 찾는데, 구마이마을까지 들어올 시간을 내기 어려운 실정이다. 그래서 재료와 도구들을 싸들고 유통센터로 나가서 곶감강정만들기 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하는데, 관광객들이 무척 즐겁게 참여를 하고 체험이 끝나면 너도나도 판매장에서 곶감관련 상품들을 구매한다.

곽 사무장은 이런 모습을 볼 때마다 ‘이걸 조금 줄여서 우리 마을로 가져갈 수 있다면…….’하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다고 한다.

“저는 앞으로 농업에서 미래를 찾아야 한다고 생각해요. 농업밖에 없을 것 같아요. 하지만 지금까지 우리 마을이 해온 것처럼 작은 것부터 착실히 해나갈 겁니다. 4차 산업혁명도 우리가 할 수 있는 것부터 차근차근 준비해 나갈 거고요. 또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자연환경을 잘 지켜야 한다는 겁니다. 올해는 많이 가물어서 이안천에 물도 적고 수질도 그리 좋지 않았는데, 며칠 뒤 하천 바닥 정비를 할 계획이에요. 우리가 구상하고 있는 사업들을 실천해 가다 보면 귀농귀촌하는 젊은이들이 살아갈 터전이 마련될 것이라고 봐요. 그 사람들이 앞으로 우리 마을에서 점점 역할을 하게 되면서 젊고 활기찬 마을로 변화해 갈 것이라고 믿어요.”

<가볼만한 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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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무기 전설 담긴 삼신바위
상주 수회동

구마이마을에서 외서면 방향으로 4.5㎞ 달리면 노루목교가 나오고, 다리를 건너기 전 왼쪽으로 난 좁은 길로 들어가면 수회동이 나온다. 말 그대로 이안천이 휘돌아 가는 물돌이동이다. 최근에 지은 별장 혹은 전원주택 건물 3동이 천변에 있다. 물 건너편 깎아지른 높은 바위는 삼신바위라고 하는 데, 할머니와 용이 되려다 만 이무기의 전설이 전해온다고 한다.

정경세가 후학 기른 계정, 대산루
우복종가와 계정·대산루

구마이마을에서 노루목교를 지나 4㎞정도 더 가면 길 건너편에 우복종가와 대산루·계정 표지판이 나온다. 작은 다리를 건너면 오른편으로 계정과 대산루가 있고, 거기서 왼쪽 언덕으로 올라가면 우복종택이 나온다.

계정과 대산루는 조선 명종~인조대의 문신인 우복 정경세가 고향으로 돌아와 책을 읽고 후학들을 가르친 곳이다.

정경세는 서애 류성룡의 문인으로 임진왜란 때에는 의병장으로 활약했고, 임진왜란 이후인 1598년 경상감사로 재임했다.

계정은 2칸짜리 초가집으로 1603년 우복 선생이 세운 창간정의 별칭이다. 대산루는 우복 선생의 6대손 입재 정종로가 전보다 크게 중창한 건물로 단층과 2층 누각이 T자 형으로 이어진 건물이다.

우복종가는 영조가 우복 선생의 덕을 기려 하사한 땅에 5세손 정주원이 1750년대에 건립한 것으로 추정되는 가옥이다.

사랑채는 2층으로 된 기단 위에 올라앉아 있어 마루에서 보면 대문채 넘어 이안천과 건너편 산의 경치가 한눈에 들어오므로 ‘산수헌’이라 이름 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