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경상북도 마을이야기 사오십년전 지천에 널려 있던 ‘꽃돌’도시 사람들이 싼 값에 모두 가져가허가 받아 운영하던 채석장도 문 닫아인근의 박물관에 가야 만날 수 있어동네 어귀에 ‘심좌상불망비’ 우뚝300여년전 가난한 주민 돕던 은인세상 떠나자 代이어가며 묘소 돌봐8년전 후손에 알리고자 비석 세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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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송 괴정꽃돌마을 전경. 마을 오른쪽 산에 청송꽃돌체험장이 있고, 정면에 보이는 골짜기를 따라 올라가면 갈평저수지와 산촌생태마을체험관이 나온다. 드론촬영=전영호기자

2018 경상북도 마을이야기 – 청송 괴정꽃돌마을

“큰물 지고 나면 ‘거랑’에 돌이 많이 떠내려 와 있었는데, 깨진 돌에 꽃무늬가 박혀있는 거라. 꽃무늬도 온갖 꽃이 다 있고. 그 돌덩어리들을 주워서 담배 말리던 헛간에 모아놨어. 그런데 밤에 전깃불도 없는 헛간 문을 열면 꽃이 환하게 피어있는 거라.”

청송군 진보면 괴정1리 꽃돌마을에서 들은 이야기다. 지금으로부터 사오십년 전의 일이라고 했다. 우리나라 옛 전설의 한 대목 같기도 하고, 먼 나라 동화 애니메이션의 한 장면 같기도 했다. 어렴풋한 달빛, 별빛 부스러기들을 모아 환하게 피어난 꽃, 돌 속의 꽃, 그리고 빛나는 꽃돌에 놀라는 산골 소년의 표정이 눈앞에 그려지는 듯했다.

당시 마을 사람들이 줍고 캐서 모아놓은 꽃돌과 원석들을 눈 밝은 도시 사람들이 사서 트럭으로 실어갔다고 한다. 돈 구경하기 힘들던 산골 사람들에겐 적지 않은 돈이었을 테지만, 수석을 아는 사람들에겐 거저나 마찬가지였을 것이다. 또 마을을 가로지르는 서시천에 지천으로 널려있던 돌도 도시 사람들이 포클레인을 동원해 죄 실어갔다.

그 후 정식으로 허가를 얻어 꽃돌을 채취하는 채석장이 있었으나 지금은 모두 문을 닫았다. 이제 청송꽃돌 산지인 괴정마을에서는 꽃돌을 보기 어렵다. 꽃돌을 보려면 부동면 주왕산관광지 안에 2014년 개관한 청송군 수석꽃돌박물관이나 신촌약수탕 부근의 사설 전시판매장들을 찾아가야 된다.

그렇지만 국가지질공원, 유네스코세계지질공원 청송군이 꽃돌 산지인 이 마을을 지질명소에 빠뜨릴 수는 없다. 청송군은 꽃돌 채석장이 있던 가파른 산비탈에 청송꽃돌체험장을 조성했다. 나무 계단을 올라가면 꽃무늬가 희미하게 보이는 바위와 마네킹을 이용해 꽃돌을 채취하는 모습을 두 곳에 재현해 놓았다. 또 꽃무늬의 형성 과정과 꽃돌 가공 과정을 설명한 안내판도 설치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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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송꽃돌체험장 산비탈에 재현해 놓은 꽃돌 채취 장면.
 

 

청송꽃돌의 정식 명칭은 ‘청송 구과상 유문암’이다. 유적지나 관광명소의 안내판이 으레 그러하듯, ‘구과상 유문암’ 안내문도 기초지식이 부족한 사람에겐 알쏭달쏭하다. 지나가는 관광객이라면 다음과 같이 이해해도 괜찮지 않을까 싶다. ‘차돌 성분을 많이 포함한 마그마가 퇴적암을 뚫고 올라오다가 지상에 가까워지면서 급히 식어버리는 바람에 퇴적암 속에서 공 모양으로 굳어버린 것을 구과상 유문암이라 한다. 원석 안에 들어있는 공 모양의 가운데를 절단하면 굳을 때의 조건에 따라 갖가지 무늬가 나타나는데 그게 마치 꽃과 같아서 꽃돌, 화문석(花紋石)이라고 한다.’

괴정꽃돌마을은 마을 이름에는 꽃돌이 있으나 실제 꽃돌은 없는 셈이다. 물론 이 마을 주변에는 아직 찾아내지 못한 꽃돌 암맥이 있을 테지만, 육안으로 볼 수는 없으니 말이다. 그런 생각을 하면서 마을을 떠나오는데 동구에 서 있는 비석에 눈길이 갔다. ‘심좌상불망비’라고 새겨져 있었다. 내용을 요약하면 이렇다.

“심좌상은 300여년 전 난리를 피해 홀로 이곳에 왔다가 수려한 산수와 순박한 인심에 반해 눌러앉은 사람인데, 이름도 알려지지 않은 채 그저 어르신이라는 뜻의 ‘좌상’으로 불렸다고 한다. 그는 마을 사람들이 상여가 없어 장사를 제대로 치르지 못하는 것을 보고 상여를 마련해 주었으며, 마을에 상여를 보관할 곳이 없자 사재를 털어 마을 어귀에 상엿집을 지어주었다. 또한 세상을 떠날 때 문전옥답 10마지기를 마을에 기탁했다. 마을 사람들은 그때부터 한 해도 거르지 않고 묘소를 돌보며 그의 덕을 기렸다. 그런데 마을에 젊은이들이 얼마 없게 되자, 이 의리가 끊어질 것을 걱정한 마을 사람들이 이 일을 후손에 알리고자 비를 세운다.” 비 뒷면을 보니 2010년에 세운 비다.

괴정꽃돌마을은 서시천 상류 깊은 골짜기를 따라 형성된 마을이니 살림이 넉넉하지 않았을 것이다. 담배, 고추, 콩 등을 주로 재배했고, 산에서 송이나 머루를 따서 내다 팔기도 했다고 한다. 그런데 이 마을 사람들은 300년 넘게 마을에 덕을 베푼 사람을 잊지 않았다. 300여년이면 10세대가 넘는 세월인데, 한 해도 거르지 않았다는 사실이 놀랍다. 돌 속의 꽃은 어두운 헛간을 환하게 비춰주었지만, 이 빗돌에 새겨놓은 마을 사람들의 마음씨는 향기가 나는 듯 했다. 괴정꽃돌마을에서 꽃돌은 보지 못했지만, 빗돌에 새겨진 향기는 맡을 수 있었다.

윤성균·김광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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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치 좋고 공기 맑아 휴양지로 입지 훌륭”
괴정 산촌생태마을체험관 지장하 관장

“넓은 갈평저수지가 체험관 앞에 탁 트여 있어서 경치가 좋고 공기도 맑습니다. 산촌휴양시설로 입지조건은 최고라고 할 수 있지요. 여기서 직접 체험할 수 있는 시설이나 프로그램은 아직 없습니다. 마을에는 청송꽃돌체험장이 전부예요. 그렇지만 마을 가까이에 신촌약수탕이 있고, 주왕산, 주산지도 가깝고 영덕 강구도 20분이면 갑니다. 인근 관광지를 둘러보고 호반 숲속에서 쉬는 거지요.”

산촌체험관 지장하(66) 관장은 시설과 입지는 훌륭한데 홍보가 되지 않아서 찾는 사람이 많지 않다고 한다.

지 관장이 체험관 운영을 맡은 지는 1개월 남짓. 그에 앞선 5개월 동안 운영자를 구하지 못해 임시휴관을 했고, 인터넷 홈페이지도 갖춰지지 않아 더욱 찾는 사람이 적다고 한다. 지금 찾아오는 손님은 이 마을 출신으로 타지에 사는 사람들과 예전에 이곳을 이용해본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괴정1리는 지난 2005년 산촌생태마을 사업에 지정됐으며 산촌체험관 등 시설이 준공된 것은 2008년이다. 산촌생태체험관은 펜션 6동을 갖추고 있는데 1동 4인 기준이지만 공간이 넉넉해 10명까지 이용이 가능하다.

지 관장은 “올해는 운영이 잘 되기를 기대하기 어려운 여건이지만, 미비한 점들을 하나하나 보완해서 내년부터는 정상궤도에 올릴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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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채로운 수석·청송꽃돌 전시

◇청송수석꽃돌박물관

산수경석, 원산석, 형상석, 문양석, 괴석 등 다채로운 수석과 세계적으로 희귀한 청송꽃돌을 전시하고 있다. 대명리조트가 있는 부동면 주왕산관광지 내에 있으며 자료실, 전시실, 기념품샵을 갖추고 있다. 청강 남정락 선생(1928~2016)이 평생 모아 기증한 900여점의 청송꽃돌과 수석을 선별하여 전시하고 있다. 청송 출신인 청강 선생은 1997년 월간지 ‘애석’을 창간하고, 2001년 ‘청강석보’를 발간하는 등 우리나라 수석문화의 저변확대에 노력했다. 수석꽃돌박물관 가까이에 청송백자전시관과 청송심수관도예전시관이 있어 함께 둘러보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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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로 46m 세로 6.7m 웅장함 감탄

◇청량대운도전시관

단일 작품 전시를 위한 국내 최초 전시관으로 2013년 9월 개관했다.

청송 출신 야송 이원좌 화백이 그린 가로 46m, 세로 6.7m의 초대작 ‘청량대운도’를 무료로 전시하고 있다.

청량대운도는 봉화 청량산을 배경으로 한 실경산수화로 1989년부터 청량산을 오르내리며 구상해 1992년 4월에서 10월까지 약 180일에 걸쳐 완성한 작품이다. 전지 400매 분량의 작품을 그릴 장소를 찾기도 쉽지 않았는데 봉화군 봉화읍 삼계리의 허름한 양곡 저장 창고를 발견하고 거기서 작업했다고 한다.

청량대운도 전시관 옆에는 폐교된 신촌초등학교 건물을 리모델링한 군립청송야송미술관이 있다. 대·중·소 전시실과 미술도서관 등을 갖추고 있으며 연 3~4회 국내 유명작가 초대전이 개최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