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부한 관광 인프라
야간관광상품 ‘금당야행’ 인기
솔숲엔 소나무 9백 그루 빼곡
인문학콘서트·공연 등 다채
영화·드라마 촬영지 각광
잘 보존된 자연환경·고택
정겨운 돌담길 등 어우러져
‘그해 여름’ 등 다수 촬영
 
높은 산들로 둘러 싸인 들판 한가운데 자리잡고 있는 금당실 마을은 물 위에 뜬 연꽃 형상으로 풍수지리학적으로는 천하제일 명당으로 꼽힌다고 한다. 전영호 기자
높은 산들로 둘러 싸인 들판 한가운데 자리잡고 있는 금당실 마을은 물 위에 뜬 연꽃 형상으로 풍수지리학적으로는 천하제일 명당으로 꼽힌다고 한다. 전영호 기자

 

2020 경상북도 마을이야기 – 예천 금당실정보화마을

‘금당맛질 반서울’이라는 말이 있다. 금당실과 맛질(금당실 옆 마을)을 합하면 서울과 같다고 한 남사고(조선 중기 예언가)의 말에서 유래했다. 작은 시골마을을 서울과 비교했다는 것이 언뜻 이해하기 어렵다. 그러나 마을 뒷산인 오미봉에 올라서서 금당실을 내려다보면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높은 산으로 둘러싸인 들판 가운데에 큰 마을이 자리 잡고 있다. 대부분의 시골마을들이 양지쪽 산기슭에 자리 잡고 있는 것과는 다르다. 대궐 같은 기와집과 함지박을 엎어 놓은 것 같은 초가들이 연이어 있다. 거미줄처럼 얽힌 골목길은 끊어짐이 없이 연결되어 있다. 금당실은 예천군 용문면 상금곡리를 말한다. 주변이 산으로 둘러싸인 분지형 마을이다. 풍수지리가들은 연꽃이 피어 있는 모습이라 하여 ‘연화부수형’이라고 부른다. 그래서 천하제일 명당이라고 말한다.

 
경상북도 야간관광상품으로 선정된 ‘금당야행’은 마을의 전통문화를 활용한 이색적인 관광프로그램이다.
예천금당실마을-야간기행
경상북도 야간관광상품으로 선정된 ‘금당야행’은 마을의 전통문화를 활용한 이색적인 관광프로그램이다.

 

금당실은 흔히 십승지로 지칭된다. 승지는 재난이 일어날 때 피난을 가면 가장 안전하게 지낼 수 있는 곳을 말한다. 정감록에 나온 피난처이자 이상향이라고 할 수 있다. 조선 중·후기 민간에 널리 퍼져 거주지의 선택에 큰 영향을 끼쳤다. 잦은 외침과 재난, 사회적 혼란이라는 배경에서 태어났다고 볼 수 있다. 재난과 질병, 기근이 없는 곳이다. 우리나라는 전쟁이나 재난이 나면 각자도생만이 살길이었다. 백성들은 위정자를 믿지 않았고, 보호를 받지도 못했다. 원나라가 침략을 해오자 고려 조정은 강화도로 천도를 해 버렸다. 남은 백성들의 고통에는 눈을 감았다. 임진왜란이 일어나자 임금은 의주로 도망을 갔다. 6.25전쟁이 일어나자 정부는 ‘국민들은 안심하고 생업에 종사하라’는 거짓방송을 하고 몰래 서울을 떠났다. 이렇듯 혼란기가 되면 백성들은 스스로 살 방법을 찾아야 했다. 이런 분위기에서 승지(勝地)라는 개념이 나왔다고 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외부인의 접근이 어려운 오지에 자급자족할 만한 경제적 기반을 갖추고 있어야 한다. 우리나라는 국토의 70%가 산악지형이라 숨을 곳은 많았으나 먹거리는 부족했다. 숨기도 좋고 먹거리 걱정이 없는 곳을 흔하지 않았다. 금당실은 승지의 조건을 모두 갖춘 곳이다. 무릉도원이 관념적 이상향이라면 십승지는 현실적 이상향이라고 할 수 있다.

좋은 땅에서 훌륭한 인물이 태어나는지 훌륭한 인물이 태어나서 좋은 땅이 되는지는 가늠하기 어렵다. 아마도 전자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정유재란당시 선조임금이 거짓 정보에 속아 ‘가등청정’이 탄 배를 공격하라는 명을 내렸으나 삼도수군통제사인 이순신이 따르지 않았다는 이유로 의금부에 가두고 죽음을 내렸다. 이때 판중추부사 정탁이 ‘지금 왜구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이순신을 죽이는 것은 왜구들에게만 이익이 되는 일이니 사형을 집행하지 말고 다시 공을 세울 수 있는 기회를 주어 충성할 기회를 주는 것이 좋다’는 논리로 선조임금을 설득했다. 이렇게 해서 풀려난 이순신은 백의종군해서 임진왜란을 승리로 이끌고 조선을 구했다. 이때 이순신은 ‘나를 발탁한 것은 조정이지만 나를 구한 것은 정탁이다.’는 말로 정탁에 대한 고마운 마음을 전했다. 좌·우의정을 지낸 정탁은 외가인 금당실에서 태어나고 유년기를 이곳에서 보냈다. 우리나라 최초의 백과사전인 ‘대동운부군옥’을 편찬한 ‘초간 권문해’도 이곳 출신이다.

예천금당실마을-돌담
금당실은 잘 보존된 자연환경과 고택, 미로처럼 얽힌 골목길, 돌담이 어우러진 아름다운 마을이다.
마을이야기예천-예절교육
금당실 한옥예절체험.

 

금당실 마을은 전통문화만 고집하고 지키고 있는 곳은 아니다. 지난날의 영광과 전통을 현대에 재현하고 발전시키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는 곳이다. 2003년 제2차 정보화마을 선정이 그 사례다. 마을 정보화센터에 10대의 컴퓨터를 설치하고 가정에도 100를 보급했다. 정보화센터에서는 전담 선생님이 배치되어 주민들에게 컴퓨터 교육을 진행했다. 주민은 물론 학생들까지 누구나 배울 수 있었다. 지금은 스마트폰 교육으로 변경했다. 당시만 해도 전국에서 활용도가 가장 높은 곳으로 평가받았다. 매주2회식 중국어 강좌도 열고 있다. ‘금당야행’이란 수요자 중심의 맞춤형 관광프로그램도 진행한다. 마을의 전통문화를 활용한 이색적인 관광프로그램으로 라디엔티어링(라디오 생방송을 통해 퀴즈 형식으로 전달되는 통과 지점을 찾아 가며 최종 목적지에 도달하는 걷기 운동)과 인문학콘서트, 공연, 체험 등 다양한 콘텐츠로 구성됐다. 관광객의 만족도와 지역 기여도 등에서 좋은 평가를 받아 경상북도 야간관광상품으로도 선정됐다.

마을이야기예천-건물
금당실 한옥체험관.
마을이야기예천-금당실소나무
수령 3백년이 넘는 소나무 9백그루가 빼곡히 들어서 있는 금당실 송림.

 

금당실 송림도 빠뜨릴 수 없는 명소다. 마을 주변 8백여 미터에 이르는 솔숲은 수령 3백년이 넘는 소나무 9백 그루가 빼곡히 들어서 있다. 구한말 혼란기에 많이 훼손되었지만 아직도 아름다움을 간직하고 있는 것은 금당실 사람들의 노력 덕분이다. ‘소나무를 몰래 벤 사람은 우물에 빠뜨릴 정도로 소나무를 소중하게 여겼다’는 이야기가 전해오는 것이 그것을 증명한다.

금당실은 영화촬영지로도 각광을 받고 있다. ‘영어완전정복’과 ‘나의 결혼원정기’, ‘그해 여름’이 이곳에서 촬영됐다. 드라마 ‘황진이’의 촬영지이기도 하다. 영화촬영지로 인기를 누리는 것은 잘 보존된 자연환경과 고택, 미로처럼 얽힌 골목길, 돌담이 어르러진 아름다움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가족과 연인의 손을 잡고 금당실의 골목길을 걸어 본다면 누구나 영화 속의 주인공이 될 수 있다.

권중신기자·홍상철 수필가

 

<우리 마을은>

마을이야기예천-인터뷰
안준식 위원장

 

“미로관광, 예천의 핫 플레이스로” 안준식 위원장

안준식 위원장은 서울에서 생활하다가 10년 전에 귀향했다. 마을 어르신들의 요청에 의하여 이장직을 맡아 7년째 봉사하고 있다. 정보화마을 위원장도 전임 위원장의 추천에 의하여 맡았다. 이장과 위원장을 겸임하면서 면사무소 3층에 있던 정보화센터를 현 위치로 이전하고 운영활성화에 주력해 전국 제일의 정보 마을로 만들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최근에는 마을의 골목길을 활용한 미로관광에 공을 들이고 있었다.

안 위원장은 금당실에는 전국 어디에도 없는 귀한 보물을 가지고 있다고 말한다. 그 보물이 무엇이냐는 물음에 ‘미로처럼 얽힌 골목길’이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이 미로를 관광자원으로 개발해 금당실의 보물로 만들겠다.”면서 “미로여행을 활성화해 예천의 핫플레이스가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한다. 이 같은 자신감에는 이유가 있어 보였다. 코로나19를 겪으면서 언택트 관광이 대세로 자리 잡았고, 한국관광공사가 발표한 언택트 관광 100선의 대부분이 호젓하게 걸을 수 있는 길과 숲이라는 것이다. 비대면이 관광산업에도 깊숙이 파고들었기 때문이라고 한다. 미로관광은 꼬불꼬불한 길을 찾아가는 재미와 언택트와 합쳐진 새로운 상품으로 자리 잡을 것이라고 확신했다. 제주도의 ‘김녕 미로공원’이 일찌감치 관광명소로 자리 잡았고, 전국 곳곳에서 옥수수 밭을 활용한 미로를 만들어서 관광객을 불러들인다고 했다. 이 같은 인위적인 미로보다는 금당실의 자연형 미로골목이 경쟁력이 높다고 했다.

금당실의 미로는 색다르다는 설명이 이어졌다. 오랜 세월 우리 조상들이 만들어 낸 삶의 흔적이고 수많은 스토리를 품고 있다는 것이다. 금당실의 미로를 모두 연결하면 7.4km에 이르고 전국에서 가장 긴 미로라고 했다. 골목과 골목을 연결하고 집과 집을 연결하는 실핏줄 같은 존재로 그 길을 따라 정이 흐른다고 했다. 미로를 감싼 돌담은 자연석으로 쌓아 더 정겹게 보였다. 돌담 위에는 호박넝쿨이 자라고, 아래쪽에는 형형색색의 꽃들이 피어 있었다. 모퉁이를 돌아가던 안 위원장이 박하잎을 뜯어 코앞으로 내밀었다. 외래종 허브가 따라오지 못할 진한 향이 묻어났다.

미로를 조금만 벗어나면 들판길을 걸을 수 있고, 여름철에는 개구리를 만나고 가을철에는 메뚜기를 잡을 수 있다고 자랑이 이어졌다. 운이 좋으면 논머리에서 농민들로부터 막걸리 한잔을 얻어 마실 수 있는 기회도 온다고 했다. “금당실은 마을 전체가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문화유산이다”면서 “농촌의 진정한 모습을 보고 즐기고 싶다면 금당실로 오라”는 말을 잊지 않았다.

<가볼만한 곳>

가볼만한곳-초간정
초간정

 

◇초간정 – ‘미스터 션샤인’ 촬영지

금당실 마을에서 문경 방향으로 928지방도를 따라 3km 정도를 가다보면 숲속에 있는 조그마한 정자가 나온다. ‘초간 권문해’가 건립한 초간정이다. 금곡천 옆 바위 위에 지은 정면 3칸 측면 2칸의 팔작지붕이다. 1582년 지었으나 임진왜란과 병자호란을 겪으면서 불탄 것은 후손들이 1870년에 다시 지었다. 경상북도 유형문화재 제475호로 지정되었다. 초간정을 품고 있는 1만3천여 ㎡의 초간정 원림은 울창한 소나무 숲과 금곡천의 맑은 물이 어우러진 명품 숲이다. 무위자연을 추구하는 선조들의 자연관을 보여주는 경승지라고 할 수 있다. 국가지정 명승 제 51호다.

권문해는 1560년 별시문과에 급제한 이후 좌부승지와 관찰사를 지냈다. 퇴계 이황의 문하에서 유성룡, 김성일 등과 함께 수학했다. ‘율곡 이이’가 장원급제하고 성균관의 공자사당에 에를 올리려고 할 때 유생들이 ‘이이’가 이전에 스님이었다는 이유로 막자 권문해가 나서서 유생들을 설득해 예를 올릴 수 있도록 했다는 일화가 전해진다. 초간정은 드라마 ‘미스터 션샤인’의 촬영지로도 유명하다. 정자 난간에 앉아 금곡천의 맑은 물소리를 들으면 누구나 신선이 된 것 같은 기분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