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이야기포항봉좌마을드론

포항 봉좌마을은 기계면 봉계 1·2리, 고지1·2리, 문성리 등 5개 마을 주민들이 힘을 모아 만든 농촌체험마을이다. 주민들이 폐교된 (구) 기남초등학교 부지를 직접 매입해 교류센터와 숙박·캠핑시설 등을 조성하고, 다양한 체험·교육시설을 갖췄다. 농촌체험과 문화유산, 수려한 자연경관이 어우러진 마을이다. 김선국 사진작가

 

경제 개념은 언제나 진화해 나간다. 미국의 경영컨설턴트 ‘B. 조셉 파인2세’와 기업가인 ‘제임스 H. 길모어’는 공동 저술한 논문에서 4단계의 경제 개념을 제시했다. 농산물이나 광물을 자연 그대로 판매하는 원자재 경제에서 대량생산을 통하여 만든 가공 제품을 판매하는 상품 경제, 용역과 편의를 제공하는 서비스 경제, 고객에게 경험과 체험을 제공하는 체험 경제로 진화한다고 했다. 이 4단계를 거치면 부가가치는 점점 증가한다.

콩을 수확해 그대로 판매하는 것이 원자재 경제라면 두부를 만들어서 판매하면 상품 경제가 된다. 이 두부를 식당에서 두부찌개로 끓여서 판매하면 서비스 경제가 된다. 그러나 고객과 함께 콩을 갈아서 두부를 만들고 그 두부로 두부찌개를 만들어서 나누어 먹으면 체험 경제가 된다. 함께 두부를 만들고 찌개를 끓여서 나누어 먹는 것은 원자재인 콩을 판매하는 것보다 부가가치가 훨씬 더 높다. 비즈니스 관점에서 보면 단순히 물건을 판매하거나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을 넘어 경험과 추억의 가치를 판매하는 것이다.

오늘날의 소비자들은 물건을 소유하거나 소비하는 것을 넘어 독특한 추억과 경험을 소비하는데 기꺼이 지갑을 연다. 농촌 체험을 통하여 추억과 경험을 판매하는 마을이 있다. 포항에 있는 봉좌마을이다.

기계면에 있는 봉계 1·2리, 고지1·2리, 문성리 등 5개 마을 주민들이 모여 만든 ‘농업회사법인 주식회사 봉좌마을’(이하 봉좌마을)은 2008년 농림축산식품부의 농어촌 종합개발사업 공모에 참여하면서 농촌체험마을로 첫발을 내디뎠다. 주민들이 모두 모여 머리를 맞대 아이디어를 모으고, 운영 가능성을 검토했다. 주민 참여를 높이기 위해 적극적인 홍보활동을 한 결과 305명의 주민이 주주로 참여했다. 마을 내 거의 모든 가구가 참여한 것이나 마찬가지다.

폐교된 옛 기남초등학교에 마련된 봉좌마을 교류센터.
폐교된 옛 기남초등학교에 마련된 봉좌마을 교류센터.

 

13억 원의 출자금을 마련해 폐교된 (구) 기남초등학교 부지 5천여 평을 매입했다. 이 같은 주민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바탕으로 농림축산식품부에서 57억 원의 사업비를 지원했다. 2층 22실 규모의 펜션을 건립하고 캠핑장과 승마장, 인성교육장, 각종 체험장을 마련했다.

봉좌마을 곳곳의 가볼만한 곳을 표시한 지도.
봉좌마을 곳곳의 가볼만한 곳을 표시한 지도.

 

농촌체험에 꼭 필요한 펜션과 캠핑장, 각종 체험장은 운영위원회가 직접 운영하지만 식당이나 카페 등의 영업시설은 외부에 위탁해서 운영한다. 본래 목적인 체험활동에 집중하기 위한 것이다. 현재 연간 1만2천여 명의 체험객이 찾는 체험마을이다.

봉좌마을 교류센터 벽에 그려진 봉황벽화.
봉좌마을 교류센터 벽에 그려진 봉황벽화.

 

봉좌마을이라는 이름은 마을 앞에 있는 봉좌산(626m)에서 따왔다. 봉좌산 정상에는 봉좌암으로 불리는 큰 바위가 있다. 모양이 봉황새를 닮았다고 하여 봉좌산으로 불린다. 봉좌암은 탕건바위로도 불린다. 천지가 개벽하여 이 일대가 물에 잠겼을 때 봉황이 봉좌암에 앉아 물난리를 피했다고 하는 전설이 전해온다. 봉황이 앉았던 곳이라 하여 천하제일의 명당이라고 한다. 근래에 들어 체험마을이 운영되면서 명당 아래에 명품 체험마을이 자리잡았다고 한다.

풀피리배우기-다시

풀피리 배우기 체험.

풀피리·메뚜기 잡기·동물 교감

쌀 수확·숲 놀이·트랙터 리무진

계절별·연령별 맞춤형 프로그램

연간 체험객 1만2천명 찾는 명소

농촌 체험마을인 만큼 계절을 주제로 봄·가을 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체험객의 연령에 맞춰 초등·중등 진로체험 프로그램도 운영한다. 주말에는 가족 체험프로그램도 진행한다. 봄 체험 프로그램으로는 봄꽃을 활용한 화전 놀이와 감자 캐기, 염소와 닭 등 가축을 활용한 동물과의 교감 체험, 풀피리 불기, 농경철기박물관 투어 등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이 있다.

가을체험 프로그램 중 하나인 메뚜기잡기.
가을체험 프로그램 중 하나인 메뚜기잡기.

 

가을체험 프로그램으로는 메뚜기 잡기와 가을철 수확의 기쁨을 느낄 수 있는 단감 따기, 호박전 만들기 등이 있다. 벼를 수확한 후 볏짚을 활용한 짚풀공예와 숲놀이 체험도 있다.

트랙터 리무진을 타고 마을 주변을 달리면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동심의 세계에 빠져든다.
트랙터 리무진을 타고 마을 주변을 달리면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동심의 세계에 빠져든다.

 

계절 체험을 비롯해 각종 체험에서 빠지지 않는 것은 트랙터 리무진 체험이다. 우렁찬 엔진 소리를 내뿜는 트랙터에 연결된 리무진(트레일러)을 타고 마을 주변을 달리면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모두가 동심의 세계에 빠져든다.

선비달빛 트레킹.
선비달빛 트레킹.

 

초등 진로체험 프로그램으로는 천연염색과 떡메치기, 탁본 체험, 판소리, 예절과 다도 등 교육적 의미가 담긴 프로그램이 운영된다. 중등 진로체험에서는 금속공예와 양갱 만들기, 향수 만들기, 숲 해설 등이 진행된다. 주말 가족체험은 문화재 탐방과 칼국수 만들기, 가족 물놀이, 허수아비 만들기 등 온 가족이 함께 즐길 수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이 마련된다.

분옥정

조선 숙종때 유학자인 김계영을 기리기 위하여 후손인 김종한이 지은 분옥정. 현판은 추사 김정희가 쓴 것으로 전해진다. 포항시 제공

 

봉좌마을의 매력은 이런 다양한 농촌체험만 있는건 아니다. 마을 곳곳에는 오랜 역사와 이야기를 간직한 문화유산도 풍부하다. 천하제일의 명당이라 불리는 봉좌산 탕건바위의 기운을 받아 예로부터 기계 지역에는 큰 인물이 많이 배출됐다고 전해진다. 대표적인 인물이 ‘기계 삼태사’다. 기계 삼태사는 고려 건국 공신이자 파평 윤씨의 시조인 윤신달(윤태사), 신라 육두품이 오를 수 있는 최고 관등인 아찬에 오른 유삼재(유태사), 고려 명종때 보문각 대제학을 지낸 신몽삼(신태사)을 일컫는다. 마을에는 분옥정과 봉강재를 비롯한 많은 문화유산이 있다.

분옥정 경내에 있는 수령 400여 년의 소나무.
분옥정 경내에 있는 수령 400여 년의 소나무.

국가지정문화유산 보물 분옥정 

왕건의 충신 윤신달 재실 봉강재

문성리 새마을운동 발상지 기념관 

신석기 고인돌 등 볼거리도 ‘풍성’

분옥정은 조선 숙종때 유학자인 김계영을 기리기 위하여 후손인 김종한이 지은 정면 3칸 측면 3칸의 정자다. 현판은 추사 김정희가 쓴 것으로 전해진다. 현재 국가지정문화유산 보물로 지정되어 있다. 경내에는 수령 4백여 년의 소나무가 있다.

태사공 윤신달의 묘소를 관리하기 위해 건립한 재실 봉강재.
태사공 윤신달의 묘소를 관리하기 위해 건립한 재실 봉강재.

 

봉강재는 태사공 윤신달의 묘소를 관리하기 위해 건립한 재실이다. 윤신달은 어려서부터 학문과 무예가 뛰어났고, 장성해서는 고려 왕건의 막료로 고려 건국과 국가 기반을 다지는데 공을 세운 개국 공신이다. 경내에 봉강서원이 함께 있다.

새마을운동발상지기념관

문성리에 있는 새마을운동발상지 기념관.

문성리에는 새마을운동 발상지 기념관이 있다. 1971년 9월 17일 박정희 대통령이 이곳을 방문해 새마을운동 성공사례를 듣고 전국으로 확산시키도록 한 곳이다. 기념관 1·2층 전시실에는 땀으로 일군 새마을 이야기, 새마을운동을 이끈 사람들, 새마을운동 발상지 배경, 새마을 관련 정부 문서와 사진 등 새마을 관련 다양한 자료들이 전시돼 있다. 길이 5m, 너비 2.5m, 높이 3m의 신석기시대 고인돌인 문성리 고인돌도 있다. 봉좌산 용계계곡에서 흘러온 물을 이용해 만든 대촌지라는 큰 저수지가 있다. 저수지 옆에는 수령 300여 년의 큰 왕버드나무가 있으며 주변에는 봉계 수변공원이 있다. 이처럼 5개 마을로 이루어진 봉좌마을은 오랜 역사와 문화유산, 수려한 경관에 재미와 추억이 함께하는 다채로운 농촌체험이 어우러진 명품 마을이다.

김기영기자·홍상철 수필가

 

<우리 마을은>

차철호 대표
차철호 대표

 

차철호 대표 “새롭고 다양한 체험아이디어 발굴 최선”

“2008년에 처음 농식품부 공모사업에 도전할 때는 막막해 어디서부터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몰랐다”면서 “당시 공직에 종사하고 있었고 퇴직을 앞둔 시점이라 이 사업을 반드시 유치해 마을의 모습을 좀 더 새롭게 발전시키겠다는 생각에서 주민들과 함께 힘을 모았지만 쉬운 일은 아니었다”고 차철호 봉좌마을 대표는 말했다. 봉좌마을 농어촌 종합개발사업에 응모하고 유치활동을 벌일 당시 차 대표는 고향인 기계면의 면장으로 재직하고 있었다. 오랜 공직생활의 경험으로 볼때 종합개발사업을 유치하면 마을에 큰 도움이 될 수 있다는 확신이 있었기에 적극적으로 유치 활동을 지원했다. 5개 마을 회관을 수없이 방문해 개발사업의 취지와 이점을 설명하면서 주민들의 참여를 권유했다. 처음에는 반신반의하던 주민들도 차 대표의 열정적인 모습을 보고 믿음을 가지고 참여하게 됐다. 그 결과 305명의 주주가 참여했고 13억 원의 출자금도 모았다.

종합개발사업 대상지로 확정되고 정부지원금을 지원받아 2010년부터 본격적인 사업이 시작됐다. 차 대표도 공직에서 퇴직하면서 개발사업에 본격적으로 참여했다. 처음에는 감사직을 맡아서 운영 실태를 점검하는 등 적극적으로 지원하다 2025년 주주들의 추대로 대표이사로 취임했다.

차 대표는 앞으로는 체험객들의 다양한 요구를 반영한 체험 아이디어를 발굴함으로써 농촌체험의 트렌드 변화에 빠르게 대응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경상경비 절감을 통해 경영합리화를 이루고 수익이 창출되는 농촌체험마을의 모델을 구축하겠다고 했다. 이런 과정을 통하여 창출되는 수익금은 주주들에 대한 배당을 늘리고 노후시설을 보완·개선하는데 활용할 계획이다. 홍상철 수필가

 

<가볼만한 곳>
 

가볼만한곳-기계서숲

 

 

◇기계서숲…조선 연산군 시대 조성된 인공숲

‘기계서숲’은 조선 연산군 시대에 도원 이말동 선생이 조성한 인공 숲이다.

이말동은 한훤당 김굉필, 추강 남효은 등과 함께 사마시에 합격해 학문을 닦았으나 연산군의 실덕을 보고 낙향해 기계에 은거했다.

기계를 별천지로 여겨 스스로 호를 도원(桃源)이라 짓고 유유자적하며 살았다고 한다. 낙향 후에도 경전을 탐구하면서 지역 주민들을 가르치는데 힘썼다.

여름에는 기계천이 범람하여 농사를 망치고 겨울에는 차가운 북서풍으로 고통을 겪는 것을 보고 주민들을 설득해 제방을 쌓고 나무를 심었다. 이 나무들이 대를 이어오면서 증식하여 오늘날 울창한 숲을 이루었다.

홍수와 바람을 막아주는 방재림으로 500년의 역사를 이어오고 있는 숲이다. 5백 년 이라는 긴 세월 동안 자란 아름드리 소나무들이 빼곡하게 들어서 진한 솔향기를 내뿜는다. 포항시의 ‘그린웨이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둘레길이 정비되어 맨발걷기 좋은 장소로 각광을 받고 있다.

아름드리 소나무를 활용한 무지개 놀이터와 다람쥐 놀이터, 거미줄 놀이터, 트리 클라이밍, 그네 놀이터 등 어린이들이 즐길 수 있는 다양한 놀이시설들이 설치되어 있다.

인근에 이말동 선생을 추모하기 위해 건립한 도원정사가 있다. 포항시 기계면 현내리 산 78-1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