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화-오전2리] 백두대간 첩첩산중 보부상 애환 달래던 조선 제일 약수마을

의학이 발달하기 전 약수는 하늘이 내려준 신비의 물로 통했다. 바위틈에서 솟아나는 독특한 맛을 지닌 약수를 마시거나 씻으면 질병이 깨끗이 치료된다고 믿었다. 특히 피부병과 위장병에 큰 효험이 있다는 믿음이 강했다. 신령한 물이라는 믿음이 있었기에 약수터를 찾을 때는 몸과 마음을 정갈하게 했다. 약수에 함유된 광물 성분의 효능을 정확히 알지는 못했지만 오랜 경험을 통하여 철분이나 탄산이 함유된 약수가 위장질환과 피부질환, 안과질환에 효과가 있음을 체득하고 적극적인 치료의 수단으로 활용했다. 이러한 약수의 효험에 대한 일화는 곳곳에 전해진다.
한글창제와 정무로 언제나 바쁜 나날을 보내던 세종대왕은 안질로 고생을 했다. 청주에 안질과 피부병에 효험이 있는 약수가 있다는 소식을 듣고 이곳에 행궁을 짓고 약수를 마시고 눈을 씻고 목욕을 하면서 지냈다. 그 결과 안질이 깨끗이 나았다고 한다. 이곳이 오늘날까지도 명성이 자자한 초정약수다. 좀 더 거슬러 올라가 고려 광종이 위장병을 치료했다는 칠곡 도덕암의 약수는 임금이 마신 약수라 하여 어정수라 부른다. 중풍을 앓던 신라 헌강왕은 거창 감악산 약수를 마시고 병이 낫자 부처님의 계시에 감복하여 그곳에 연수사를 지었다고 한다.
왕들의 일화가 전해지는 이들 약수 못지 않게 오랜 세월 명성을 이어온 약수가 봉화에도 있다. 백두대간 자락 봉화군 물야면 오전2리에 있는 ‘오전약수탕’이다.
오전약수탕의 유래에는 보부상이 등장한다. 조선 성종 때 곽개천 등 보부상들이 장사를 하러 고개를 넘어가던 중 쑥밭에서 잠을 잤는데 꿈에 산신령이 나타나 “네 곁에 만병을 고칠 수 있는 약수가 있다”고 알려줬다고 한다. 잠에서 깨어난 보부상이 주변을 살피다 솟아오르는 물을 발견한 것이 오전약수의 시작이라는 전설이다.

지하 암반에서 솟아나는 오전약수는 탄산과 미네랄 성분이 풍부해 톡 쏘면서도 철분 맛이 감도는 독특한 물맛으로 유명하다. 오전약수탕은 쑥밭에서 발견했다고 해서 ‘쑥밭’ 또는 ‘애전’으로 불리다가 이후 ‘오전’으로 바뀌었다. 조선 성종 때 전국에서 물맛이 좋은 약수를 뽑는 전국 약수대회에서 1등으로 뽑혔다는 이야기도 전해져 온다. 풍기군수를 지내고 백운동서원을 세운 주세붕 선생도 오전약수를 두고 “이 약수는 마음의 병을 고치는 좋은 스승에 비길 만하다”고 극찬을 했다고 한다.

약수탕 처음 발견한 보부상들
마을에 터 잡고 전국 떠돌며 장사
전 재산 희사하고 떠난 이들 위해
비석 세우고 매년 위령제·축제
약수탕을 발견한 보부상들은 장터마을에 터전을 잡고 전국을 돌아다니면서 장사를 했었다. 전국 각지를 떠돌며 살다보니 대부분 가족이 없었던 보부상들은 죽음을 앞두고 전 재산을 마을에 희사했다고 한다. 마을에서는 보부상들에 대한 감사의 마음으로 위령비를 세우고 지금까지 매년 보부상 위령제를 지내고 보부상 축제도 연다.

물야저수지 옆에 있는 보부상위령비를 보면 한 가지 특이한 점이 있다. 대부분 자신의 이름에 고향의 지명을 사용했다는 점이다. 김울산, 이평창, 황태인, 강영월과 같은 방식으로 이름을 지었다. 이것은 전국을 누비면서 장사를 하던 보부상들이 ‘나는 어느 지역 출신의 보부상이다’라는 것을 보여 줌으로써 신뢰감을 높이는 수단으로 사용한 것으로 보여진다.
보부상의 애환을 담고 있는 오전2리는 생달과 사기점, 약수탕, 백병, 장터 등 5개 자연부락으로 이루어져 있고, 현재 100호에 150여 명의 주민이 생활하고 있다. 해발 400~500m에 이르는 산간지역이다. 흔히 백두대간을 대륙을 향해 포효하는 호랑이에 비유한다. 마을 뒤 선달산은 이 호랑이의 척추에 해당한다고 한다.

최근 오전2리는 귀촌 0번지로 떠오르고 있다. 전체 가구 중 귀촌 가구가 50%를 넘어섰다. 맑은 공기와 깨끗한 물, 울창한 소나무숲 등 쾌적한 환경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실제로 마을에는 환경 오염원이 전혀 없다. 농촌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축사도 없고, 마을 주변을 지나는 고압선도 없다.

물야저수지는 산간 지역에서는 보기 드문 큰 저수지다. 대략 35만평에 저수량이 458만여 톤에 이른다. 백두대간의 선달령과 늦은목재 등의 계곡물을 수원으로 하고 있어 사철 푸른 물빛을 띠고 있다. 저수지 둘레에는 4km에 이르는 둘레길이 조성돼 있다. 봄에는 이곳에서 벚꽃 축제가 열린다. 태안에서 울진까지 이어지는 동서트레일을 비롯해 외씨버선길, 소백산자락길도 마을을 지난다. 백두대간의 산과 계곡, 약수와 저수지를 두루 만날 수 있어 오전2리는 걷기 여행지로도 좋은 조건을 갖추고 있다.

이곳을 ‘귀촌 0번지’라고 자랑하는 마을 사람들을 만나보면 공통적으로 하는 말이 있다. 도시생활을 마무리하고 4~5년간 쾌적한 환경을 갖춘 귀촌 예정지를 찾다가 오전2리를 발견하고 곧바로 정착했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 결정에 절대적으로 만족한다는 것이다.
귀촌 인구가 점점 늘어나고 있지만 마을의 옛 전통을 고스란히 이어오고 있는 것도 특별하다. 예전부터 전해져 내려오던 마을 제사도계속 이어서 지내고 있다. 음력 3월 3일에는 오전약수탕에서 ‘약수탕 약수제’를지내고, 음력 4월 8일에는 백두대간 박달령에서 ‘산신제’를 지낸다. 또한 음력 9월 30일에는 ‘보부상 위령제’를 지낸다. 이러한 전통문화를 통하여 주민 간에 소통하고 화합하는 계기로 삼는다. 이런 덕분에 귀촌인과 기존 주민 사이에 텃세로 인한 갈등도 찾아보기 힘들다.

동서트레일 거점마을 조성 박차
생달마을, 트레커들의 숙박지 활용
물야저수지, 관광자원으로 개발
약수탕은 식사·휴게공간으로 계획
전통문화와 자연경관에만 의존해 있는 것은 아니다. 전통과 자연환경을 아우르는 새로운 도약도 준비 중이다. 산림청에서 추진하는 ‘동서트레일 거점마을’의 기반을 구축하는 사업이다. 거점마을은 숙박과 식사, 관광자원을 활용한 체험이 가능하도록 해 주변지역에 파급효과가 미치도록 하는 중심마을이다. 오전2리는 이러한 요건을 고루 갖춘 곳이다.
생달마을은 펜션과 민박시설을 활용해 트레커들의 숙박지로 활용하고 물야저수지는 트레킹을 위한 관광자원으로 개발하며, 약수탕은 식사와 휴게공간으로 활용한다는 방안이다. 마을은 천년고찰 영주 부석사와 호랑이가 있는 국립백두대간수목원과 차로 10여 분 거리에 있다. 이들 관광자원과 연계해 먹거리와 볼거리를 즐기고 휴식을 취할 수 있는 종합 테마관광지로 발돋움한다는 계획이다. 또한 약수탕을 현대적 시설로 재개발해 전국 약수대회 1등 약수의 명성을 이어갈 방침이다. 이런 방안들을 구체화하기 위해 관련 기관들과 협의를 하고 있어 조만간 빛을 보게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김교윤기자·홍상철 수필가
<우리마을은>

김덕희 이장 “동서트레일 거점 품은 종합테마공간 조성”
“우리 마을은 맑은 공기와 깨끗한 물, 아름다운 꽃, 사철 푸른 소나무가 어우러진 마을입니다. 여기에 오염되지 않은 환경처럼 순수하고 따뜻한 인정을 지닌 사람들이 모여 살아가는 별천지 같은 마을입니다.”
김덕희 이장은 이렇게 마을을 자랑한다. 오전2리는 한반도의 척추라고 부르는 백두대간에 기대어 있는 마을이다. 해발 400~500m에 이르는 고지대라 쾌적한 청정지역이다. 따라서 복잡한 도시생활을 마무리하고 깨끗한 환경을 찾는 귀촌인들이 점점 늘어나는 마을이라고 했다.
김 이장도 귀촌인이다. 서울에서 사업을 하다가 자연경관이 좋은 쾌적한 환경에서 건강한 삶을 살아가자는 생각에서 2005년 오전2리로 들어왔다. 김 이장 부부는 맑은 물이 흐르고 축사나 공장 등 오염원이 없는 마을을 찾아 4년 동안 전국을 누볐다. 그러던 중 오전2리를 알게 되었고, 이곳이 자신들이 찾던 곳이라는 확신이 들자 바로 계약을 하고 귀촌했다. 마을에 정착한 후 마을 사람들과 소통하면서 자신이 원하던 전원생활을 즐겼다. 그러나 마을 일에는 누구보다 적극적이었다. 항상 마을과 이웃 주민을 위해 봉사한다는 자세로 앞장섰다. 이런 모습을 지켜본 주민들이 김 이장을 마을 대표로 선택했다.
마을 이장을 맡으면서 일과는 더 바빠졌다. 오전약수탕을 중심으로 한 관광지 환경정비를 추진했다. 관광지의 이미지를 현대적 감각에 맞게 정비하기 위한 것이다. 약수탕 주변 상가를 식사와 휴게 공간이 있는 관광지로 만들어 가고 있다. 산림청과 협업에 동서트레일 거점마을 구축에도 땀을 흘리고 있다. 거점마을이 만들어지면 생달마을과 물야저수지, 약수탕 등이 볼거리와 먹을거리가 있고 쉴 곳이 있는 관광지로 변모할 것으로 보인다. 10분 거리에 있는 국립백두대간수목원과의 협업도 추진 중이다. 수목원을 찾는 관람객들에게 먹거리와 휴식공간을 제공함으로써 상호 간에 윈윈한다는 계획이다. 또한 치열한 삶을 살아왔던 보부상들의 삶의 궤적을 살펴볼 수 있는 보부상기념관을 건립하고 약수탕과 쾌적한 트레킹 코스, 전통문화가 어우러지는 종합테마공간을 만들겠다는 원대한 꿈을 꾸고 있다. 이런 사업들이 본궤도에 오르면 예전에 명성이 자자했던 오전약수탕이 다시 한 번 재도약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홍상철 수필가
<가볼만한 곳>

◇국립백두대간수목원…백두산 호랑이·국내 자생식물 생태체험공간
국립백두대간수목원은 봉화군 춘양면 서벽리 일원에 자리잡고 있다. 해발 470m에서 시작해 1천200m의 고산지형에 펼쳐져 있지만 중심시설은 600m 내외에 조성되어 있다. 총면적이 5천179ha에 이르는 대규모 자연친화 공간이다. 지리산에서 백두산까지 이어지는 1천400km의 백두대간에는 우리나라 자생식물의 33%가 서식하고 있다. 수목원은 이들 자생식물을 만날 수 있는 39개 주제별 전시원을 조성해 관리하고 있다. 구상나무와 설앵초, 모데미풀 같은 희귀특산식물과 월귤, 만병초 같은 고산식물도 볼 수 있다. 매년 백두대간의 자생식물을 활용한 ‘백두대간 봉자페스티벌’도 열린다.
또한 봉화의 사과밭길과 금강소나무 숲길을 활용한 수목원특화 걷기행사도 열린다. 지구의 미래를 지키는 세계 유일의 지하터널형 야생식물종자 영구저장시설인 ‘시드볼트’도 있다. 다만 시드볼트는 미공개 시설이다.
수목원에서 가장 주목받는 것은 백두산호랑이다. 멸종위기종인 백두산호랑이가 있는 ‘호랑이숲’을 운영한다. 현재 6마리의 호랑이가 있다. 모든 전시원은 도보로 이용할 수 있다. 다만 호랑이숲은 트램을 이용해 올라갈 수도 있다. 입구에서 호랑이 숲까지 도보로 30분 정도 소요되지만 트램을 이용하면 15분이면 도착한다. 봉화군 춘양면 춘양로 1501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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